소설리스트

정령왕 엘퀴네스-75화 (75/608)

제75화

타닥타닥, 붉은 불씨가 타들어 가는 벽난로 앞. 고급 원목으로 가득한 실내에 두 사람이 앉아 있었다. 탐스러운 흑발을 발끝까지 늘어트린 매혹적인 외모의 여인과 과묵한 인상의 남자였다.

한 공간에 있으면서도 그들은 마치 서로가 없는 존재인 듯이 각자의 일에만 집중해 있을 뿐이었다. 주위는 고요했고, 이따금씩 남자가 읽고 있는 책장이 넘어가는 소리만 울렸다. 결코 흐트러지지 않을 것 같은 기류가 달라진 것은 창틀에 나타난 검은 형체에 의해서였다.

“야옹.”

작게 들려오는 울음소리에 여인이 누워 있던 소파에서 일어나 창문 앞으로 다가갔다. 그녀가 창문을 열자 날렵한 체구를 지닌 작은 고양이가 몸을 들이밀었다. 특이하게도 고양이의 얼굴엔 그린 듯이 선명한 붉은색의 무늬가 새겨져 있었다. 반갑게 맞아들이는 여인과 다르게 고양이를 본 남자는 얼굴을 작게 찌푸렸다.

“퍼밀리어를 쓴 거냐?”

“맞아, 왜?”

“분명 눈에 띄는 행동은 하지 말라고 했던 것 같은데.”

“후후, 그거라면 전혀 문제없어. 이 세계의 수준으로 퍼밀리어를 알아볼 수 있는 존재가 얼마나 되겠어?”

여인이 생긋 웃으며 반문하자 남자는 마음대로 하라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애초에 그의 말로 설득이 될 상대도 아니었거니와, 어느 정도 맞는 말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퍼밀리어는 이미 이 땅에서는 오래전에 사라진 종속 계약의 마법으로 만들어지는 존재다. 인조 생물이지만 겉모습은 평범한 동물이나 곤충과 별다를 게 없기 때문에 일반적으로는 정체를 알아보기가 어려웠다. 설령 그렇지 않은 상황이라도 여인은 분명히 퍼밀리어를 썼을 테지만, 그런 문제에 대해 성토해 봤자 피로해지는 건 남자일 뿐이었다. 그로선 굳이 억지로 그런 피곤한 상황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이미 인간들 사이에서는 잊힌 계약을 사용하는 존재들. 그것은 곧 두 사람의 정체가 인간이 아니라는 반증이기도 했다. 더불어 종속 계약은 암흑 마법에 속하는 것. 그것을 다루는 존재는 이종족 중에서도 오직 마족밖에 없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이 자리엔 그 사실을 깨닫고 놀랄 만한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그들이 있는 장소는 매우 은밀했으며,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에 존재했다.

“게다가 이것을 봐. 내보낸 수확이 있는 것 같은데?”

“……뭐?”

남자가 눈썹을 찌푸리자 여인은 보란 듯이 붉은 무늬를 지닌 고양이를 향해 손바닥을 내밀었다. 그러자 얼굴을 들이민 고양이가 그 위에 무언가를 뱉어 냈다. 붉은 보석처럼 망울진 핏방울이었다.

여인은 핏방울을 살짝 문질러 코끝에 대어 보곤 빙긋 웃었다. 만족을 드러낸 얼굴엔 승리자의 오만한 기쁨이 가득했다. 따라서 냄새를 맡은 남자 역시 얼굴을 굳혔다.

“틀림없군. 스왈트 황가의 피다.”

“드디어 찾은 것 같네.”

“장소는?”

“할버크라는 곳이야. 여기서 동서쪽으로 떨어져 있는 작은 도시지. 위치는 아마도 이쯤?”

여인은 탁자 위에 늘어진 전도의 한 부분을 손가락으로 짚었다. 빠르게 위치를 훑은 남자가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예상했던 것보다 이동 속도가 빨라. 친위기사들과는 행동을 따로 하고 있는 것 같던데 누구의 도움을 받고 있는 거지? 퍼밀리어가 그를 발견했을 때 근처에 동행인이 있었나?”

“또래의 꼬마 한 명뿐이야.”

“흐음, 그건 친위대라고 보긴 어렵군. 대체 무슨 방법을 써서 그 많은 병사들에게 발각이 되지 않고 있는 걸까. 아이들뿐인 일행이라면 황제가 아닐 거라는 발상을 역이용한 건가?”

“글쎄. 하지만 분명한 건 내 퍼밀리어가 아니었으면 절대 찾지 못했을 거란 사실이지.”

으스대는 여인의 말에 남자는 피식 웃었다. 평소 규정을 무시하고 제멋대로 구는 그녀의 행동을 못마땅하게 여겨 왔지만 이번만큼은 그 덕분에 득을 본 것을 인정해야 했다.

“이제 어떻게 할 거야, 데르온?”

여인의 말에 데르온이라 불린 남자가 잠시간 생각에 잠겼다. 하지만 판단은 빠르게 내려졌다.

“당분간은 그냥 지켜보도록 하지.”

“어머, 웬일이실까? 우리 우직한 데르오느빌 공작께서 바로 마왕 전하께 보고하러 가지 않으시고?”

“마왕께서 명한 건 은밀히 그의 동태를 살피라는 것이었다. 단지 행방을 알아낸 것만으론 수확이라고 할 수 없어.”

“흐응― 무슨 다른 꿍꿍이가 있는 건 아니고?”

“그런 쪽은 너겠지, 세르피스. 마계 4대 공작의 세르피아네스가 여인의 몸으로 차기 마왕을 노리고 있는 건 이미 공공연한 사실 아니었나?”

“…….”

느닷없는 반격에 여인, 세르피스는 불만스럽게 입을 다물었다. 순수한 힘의 우위만으로 서열을 가리는 마계의 특성상, 마왕의 자리는 마족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야망이다. 하물며 ‘공작’은 왕을 제외하면 최고위 계급이라고 불릴 만큼 강력한 권세를 자랑하는 존재로, 현 마계에서 단 네 명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그들이 왕위에 욕심을 내는 건 누구나 다 아는 기정사실과 같았다.

마찬가지로 4대 공작의 하나인 데르온 역시, 내색하진 않지만 같은 야심이 있었다. 다만 세르피스의 경우엔 그것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편이라 곧잘 대외적인 자리에서 마왕의 비웃음을 사는 편이었다. 방금 전 데르온이 한 말도 바로 그런 부분을 골리기 위한 의도였다.

“정말 재미없는 남자야, 너는.”

“그거 영광이군.”

끝까지 지지 않고 받아치는 대꾸에 세르피스는 분한 표정을 지었다. 어쩌다 이 뻣뻣한 남자와 같은 공간에서 실랑이를 벌이게 된 건지, 문득 자신의 신세가 한탄스러웠다.

데르온과 세르피스. 고위 마족이자 4대 공작인 두 사람이 이곳에 온 이유는 마왕의 명을 받아 사라진 스왈트 제국의 황제 이사나를 찾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그 두 마족도 마왕이 이런 명을 내린 이유는 짐작하지 못했다. 단지 이 제국의 대공이란 자가 황제를 찾고 있다는 점을 미루어, 그와 모종의 관계가 있을 것이란 간단한 억측만이 가능할 뿐이었다.

주어진 것은 마지막 흔적이 남은 장소와 황가의 피 냄새뿐. 부족한 단서만으로 이어 온 추격은 매우 지루했다. 중간계는 마계에 비해 너무 낙후된 환경이었고, 동행인은 손과 발이 전혀 맞지 않는 답답한 남자였다. 오랜 인내의 시간이 드디어 결실을 맺은 지금, 세르피스는 마냥 얌전히 기다리고만 있을 생각은 없었다.

그녀는 자신의 퍼밀리어를 품에 안아 들고 창문을 열었다. 황혼이 내려앉은 찬바람이 그녀의 검은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쓸었다. 그러자 그녀의 수상한 행동을 눈치챈 데르온이 눈살을 찌푸렸다. 세르피스는 빙긋 웃으며 말했다.

“어차피 당분간 보고할 생각이 없다면 내 맘대로 해도 되지?”

“무슨 짓을 할 생각이냐?”

“글쎄, 뭘까?”

그녀의 입가에 매혹적인 미소가 떠오르자 데르온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쪽의 정체가 드러나는 건 곤란해.”

“걱정 마. 그렇게 어리숙하게 행동할 생각은 없으니까.”

“마왕이 내린 명은 동태를 살펴보라는 거였다.”

“죽이지 말라는 말도 없었잖아?”

그 말과 동시에 검은 안개가 그녀의 몸을 휘감았다. 순식간에 사라지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데르온은 나직이 혀를 찼다. 생각보다 오래 버틴다 했더니 기어이 사고를 칠 예정인 모양이다.

이번 동행에 불만을 갖고 있는 것은 세르피스만큼이나 그 역시 마찬가지였다. 같은 4대 공작에 속하지만 두 마족의 성향은 판이하게 달랐다. 그럼에도 굳이 붙여 놓은 것은 그나마 다른 공작들에 비해 그들이 다루기 쉬운 편이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고작 이런 일에 공작씩이나 되는 존재를 움직인 건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하기 힘든 일이었다.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그는 다시금 한숨을 내쉬며 세르피스가 사라진 창문 너머를 바라보았다. 그의 마음에는 들지 않지만 그녀의 돌발적인 행동은 차라리 잘된 일인지도 몰랐다. 운이 따라 준다면 마왕의 의도를 파악할 절호의 기회가 되리라.

생각에 잠긴 데르온의 두 눈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 * *

여관에 돌아오니 그곳에선 이미 1층을 점령한 상단의 용병들이 술판을 벌이고 있었다. 날이 저무는 무렵이긴 했지만 테이블마다 늘어져 있는 술잔들이며 거나하게 취기가 오른 사람들의 모습은 이 자리가 벌써 한참 전부터 진행되어 왔음을 알려 주고 있었다.

“여어, 어서 와라, 엘.”

샴페인 용병단원들 역시 술기운에 벌게진 얼굴로 우리를 맞이했다. 그들 중에 안색 하나 변하지 않고 멀쩡한 사람은 트로웰밖에 없는 것 같았다.

“뭘 하다 이제 돌아오는 거야? 크기는 해도 구석진 영지라 그런지 별로 볼 만한 것도 없던데.”

“이제 겨울이잖아요. 라이 옷이 너무 얇아서 두꺼운 옷을 몇 벌 샀어요.”

“그렇구나. 라이는 좋은 형을 뒀네.”

가벼운 칭찬과 함께 헤롤이 슬쩍 우리의 모습을 훑었다. 뭔가 미심쩍은 기색의 얼굴이었다.

“근데 밖에서 별다른 문제는 없었지?”

“네? 무슨 일이요?”

“음, 그냥. 아까 잠깐 돌아다녀 봤더니 거리에 온통 병사들 천지더라고. 황제와 함께 사라진 친위기사들을 수배하는 일 때문인 것 같던데, 용병들만 보면 붙잡아 세우고 검문을 하는 통에 도통 편히 다닐 수가 있어야 말이지. 혹시 너희들에게도 시비를 걸어오진 않았나 해서 말이야.”

“아, 아뇨, 그런 일은 없었어요.”

“그렇구나. 하긴 너희들은 용병으로 보이진 않으니까.”

헤롤이 대수롭지 않게 고개를 끄덕이는 동안 나와 이사나는 서로 불안한 눈빛을 교환했다. 대공의 추격이 바로 지척까지 따라붙었다는 실감이 들었다. 그건 곧 이들과 머지않아 헤어져야 한다는 의미기도 했다.

지금까지는 워낙 사람의 기척이 드문 위험한 지역만을 지나온 탓에 오히려 별 탈이 없었지만, 이제부터는 종종 인가를 방문하게 될 것이다. 얼굴을 가리고 다니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터. 정체가 들통이 나는 건 말 그대로 시간문제인 셈이다. 만약 이 상태에서 발각된다면 샴페인 용병단도 피해를 볼 것이 뻔하니 그 전에 적당히 기회를 봐서 빠져나가야 할 것 같았다.

벌컥!

그때 문득 들려온 문소리에 무심코 뒤돌아본 나는 그대로 얼굴을 구겼다.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일련의 병사들이 우르르 여관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척 보기에도 휴식을 취하러 온 분위기는 아니었다.

“뭐야, 저 병사들은?”

“글쎄?”

한창 무르익어 가던 술자리에 무장을 한 병사들이 들이닥치자 사람들은 일제히 행동을 멈췄다. 주위를 장악하던 소란스러움이 그치고, 점점이 싸늘한 정적이 그 자리를 채웠다.

이윽고 영문을 몰라 하는 시선들 사이에서 병사들이 무언가를 펼쳐 보였다. 나는 한눈에 그것의 정체를 알아보았다. 아니, 사실 모르려 해도 몰라볼 수가 없었다. 가는 곳곳마다 붙어 있는 이사나와 기사들의 현상 수배 벽보였으니까.

“수배 중인 죄인을 찾는 중이오. 이곳에 수상한 차림을 한 사람들이 있다는 제보를 받고 왔소. 잠시 검문에 협조해 주시면 감사하겠소.”

‘……제보?’

그건 누군가 이곳을 신고했다는 뜻인가? 뜻밖의 말에 당황해서 고개를 든 나는 병사들 사이에서 이쪽을 살피는 한 사람을 발견했다. 펍 안쪽에 있는 것을 보아 아마도 이 여관의 주인인 것 같았다. 그는 나와 시선이 마주치자 황급히 고개를 돌리며 딴청을 피웠다. 그것만으로도 제보자가 누구인지는 명백했다.

“수상하다는 자들이 누구요?”

병사의 질문을 받은 여관 주인은 역시나 이쪽을 가리켰다.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우리에게 쏠리는 가운데, 병사들이 척척 내 앞으로 다가왔다. 그들은 날카로운 눈으로 나와 이사나를 바라보았다.

“얼굴을 확인해야겠으니 후드를 벗어 봐라.”

‘……젠장, 이놈의 후드.’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나만이라도 쭉 벗고 다닐 걸 그랬나? 상대 입장에선 당연한 의심이겠지만 비슷한 상황을 몇 번이나 겪으니 슬슬 짜증이 치밀었다. 하지만 지금 느끼는 긴장감만큼은 그 어느 때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이제까진 대충 요행으로 넘겨 왔지만 병사들 앞에서까지 그게 통하진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마냥 버틸 수도 없는 노릇이라 나는 슬슬 후드를 벗을 준비를 했다. 이번에도 내가 먼저 나서서 어떻게든 시간을 끌어 보는 수밖에.

그런데 그때 근처에 있던 칵테일 용병단 사이에서 부산한 움직임이 느껴졌다. 무심코 바라보자 단장인 빌트를 비롯한 몇 사람이 고개를 세차게 흔드는 것이 보였다. 그들은 하나같이 두 팔을 어색하게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뭐야, 왜 그러지?’

나는 어리둥절해하면서 후드를 벗었다(동시에 칵테일 용병들 사이에서 허무한 탄식이 흘러나왔다). 그러자 조금 놀란 표정을 지은 병사들이 한순간 이상한 눈빛으로 나를 훑어 내리기 시작했다. 뭔가 다른 꿍꿍이를 품은 얼굴이었다.

“흠흠, 아무래도 수상한 녀석이군. 얼굴만 봐서는 도무지 모르겠어. 좀 더 자세한 조사가 필요할 것 같으니 우리를 따라가 줘야겠다.”

“네? 그게 무슨 소리예요? 벽보에 그려진 거랑 인상착의가 완전히 다르잖아요.”

“머리 색 정도는 염색할 수 있으니까.”

“염색한 거 아니에요. 이거 천연이거든요?”

“시끄럽다. 아무튼 네가 수상하다는 점은 변하지 않아.”

병사는 딱 잘라 대꾸했다. 내가 어떤 말을 해도 반드시 끌고 갈 생각인 듯했다. 그러나 힐끔힐끔 살피는 시선은 용의자를 대하는 것이라기보단 다른 의도가 더 짙어 보였다. 마치 우연치 않게 원하는 물건을 구하게 되어 횡재한 사람의 표정이랄까? 그 순간 언젠가 칵테일 용병단에게서 들었던 말이 떠올랐다.

대공의 병사들이 미색이 뛰어난 아이들을 잡아간다고…….

……조금 전 그 이상한 모션의 뜻이 바로 이것이었나.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기에 나는 조금 황망해졌다. 설마 그 말도 안 되는 일이 정말 현실에서 일어날 줄이야. 하지만 이 어처구니없는 상황 속에서도 나는 제대로 기막혀할 겨를도 없었다. 병사들의 시선이 내 뒤에 서 있던 이사나에게 집중되었기 때문이다.

“거기 너! 넌 왜 그러고 서 있는 거지? 너도 후드를 벗어 봐.”

‘이사나!’

나한테만 시선을 돌리면 된다는 생각에 방심하고 있었던 것이 문제였다. 기겁하여 돌아봤을 땐 이미 병사 중 하나가 거칠게 이사나를 붙잡은 상태였다. 병사는 그 즉시 강제로 그의 머리를 덮은 후드를 걷어 냈다.

“정말 수상한 녀석이군. 얼굴을 보이라면 얌전히 보일 것이지 대체 뭐 하고 있는……!”

‘안 돼!’

그 순간 퉁명스럽게 중얼거리던 병사가 무언가를 발견한 듯 말끝을 천천히 흐렸다. 맙소사, 설마 이렇게 들키게 되는 건가? 눈앞이 캄캄해지는 기분에 나는 입술을 악물었다. 당장 도망쳐야 한다는 생각뿐이었지만 마음과는 다르게 얼어붙은 다리는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잠시 후 보이는 광경은 내가 예상했던 것과 전혀 달랐다. 벗겨진 후드 안에서 드러난 얼굴이 이사나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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