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9화
“헉! 저, 저기…… 쉐, 쉐리?”
분위기를 바꿔 보려던 시도가 오히려 쉐리를 울리고 말다니. 당황한 나는 달래지도 못하고 허둥거렸다. 그러자 트로웰이 다가와 그녀의 어깨를 가만히 두드렸다.
“울지 마요, 쉐리. 엘이 난처해하잖아요.”
“흐읍, 미, 미안.”
“그보다 이제 저 녀석들을 처리해야 해요. 같은 일행 안에서 벌어진 사건인 데다 한 용병단의 단장이 개입한 상태라 문제가 좀 커질 거예요. 우선 휴센에게 이 사실을 알려야 하는데 괜찮죠?”
휴센의 이름에 쉐리는 잠시 어깨를 움츠렸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 같아서는 지금 당장에라도 보복해 주고 싶어. 이 녀석들 그런 짓을 하고 마법으로 내 기억을 지우려 했다고.”
“헉! 정말이에요? 마법으로 그런 것도 가능해요?”
놀라서 묻는 말에 트로웰이 고개를 끄덕였다.
“환상마법의 일종이야. 그래 봤자 간단한 암시를 거는 것뿐이지만.”
“헤에, 그래도 굉장하네. 이 마법사 보기보다 강한가 봐.”
“포박마법과 침묵마법, 환상마법은 4서클이니까 그다지 나쁜 실력은 아니야. 그런 힘을 쓸데없는 곳에 사용하고 있다는 게 한심할 뿐이지.”
쯧쯧 하고 혀를 찬 그는 어디선가 밧줄을 가져와 아직도 기절해 있는 세 사람의 몸을 꽁꽁 묶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마법사는 조금 더 꼼꼼하게 손목과 발목을 결박한 뒤 입에 재갈까지 물려 두었다. 조금 과한 게 아닌가 의아해하는 내게 그는 가볍게 이유를 설명했다.
“마법은 입으로 내뱉는 언어와 손이 움직이는 배열에 따라 시전되거든. 그 때문에 마법사를 생포하는 경우엔 조금 더 특별히 신경 쓰는 게 좋아.”
“그렇게 하면 마법사는 다 제압할 수 있는 거야?”
“아니, 사실 정말 강한 마법사는 이 정도 가지곤 어림도 없어. 마력을 봉쇄하는 물건을 착용시켜야 하지. 물론 그것도 드래곤에겐 무용지물이지만.”
“드래곤의 마법이 그렇게 강해?”
내 질문에 트로웰은 고개를 끄덕여 보였고, 쉐리는 그것도 몰랐냐는 듯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드래곤은 마법 생물이라고 불릴 만큼 선천적으로 뛰어난 마법 능력을 갖추고 있어. 태어나면서 죽기까지의 모든 과정에 마법이 빠지면 이상할 정도지. 인간에게는 꿈의 영역이라 알려진 9서클을 성인식 전에 미리 다 마스터해 버릴 정도니까.”
“헤에, 그렇구나.”
“그렇구나라니, 이건 거의 상식이잖아. 아무리 신전에서 자랐다지만 어떻게 그걸 모를 수가 있어?”
황당한 표정을 짓는 쉐리를 향해 나는 어색하게 웃었다. 그 모습에서 무언가 말 못 할 사정이 있다고 짐작했는지 쉐리는 추궁하지 않고 입을 다물었다.
다른 사람의 과거를 캐묻는 것은 용병의 철칙에서 위배된다는 것이다. 용병의 일은 몬스터의 퇴치나, 암살 위험으로부터의 보호, 전쟁 참여 등 주로 목숨을 걸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그런 위험한 직업을 택한 사람치고 과거가 순탄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
“미안, 내가 괜한 것을 물은 것 같네. 사람마다 사정이라는 게 있는데 말이야.”
“아니, 괜찮아요. 그보다 휴센에겐 언제 말해야 할까요? 지금 다들 잠들어 있을 시간인데.”
“할 수 없지 뭐, 깨워야지. 이 상태로 그냥 내버려 둘 수도 없잖아?”
그런데 그 순간 트로웰의 눈동자가 빛났다.
“아니, 그게 좋겠어. 그냥 내버려 두죠.”
“어? 저, 정말?”
“응, 밤새 찬 이슬이나 흠뻑 맞고 있으라고 하지 뭐. 이런 녀석들 때문에 일행들 잠을 방해할 필요는 없잖아?”
“그, 그거야 그렇긴 하지만…….”
당황한 나와 달리 쉐리는 그의 제안이 반가운 기색이었다. 오히려 그녀는 한 술 더 떠서 스케일을 넓혔다.
“그럼 차라리 나무에 매달아 놓는 건 어때? 아침에 일어나서 사람들이 모두 구경할 수 있도록 말이야.”
“그거 괜찮은데요?”
“그렇지? 후후, 재밌겠다!”
이럴 때만큼은 쿵짝이 잘 맞는 두 사람이었다. 나는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는 그들을 향해 이의를 제기했다.
“자, 잠깐만요. 그래도 돼요? 그러다 경찰한테 잡혀가면 어쩌려고요?”
“응? 경찰이 뭐야?”
“음, 그러니까 경비대 말이에요. 사람을 매달아 놨는데 처벌받지 않을까요?”
“아니, 괜찮아. 잘못은 저쪽이 먼저 했잖아. 같은 의뢰를 수행 중인 동료 용병을 건드리다니. 길드에 신고해도 당장 처벌감이야. 우리 쪽은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그렇게 대답하는 쉐리의 태도가 너무 당당했고, 트로웰 역시 고개를 끄덕였기 때문에 나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결국 세 남자는 사이좋게 한데 묶여 나무에 매달리는 신세가 되었다. 그것도 여관과 가장 가까운 광장 한복판에 있는 나무에 말이다.
아마 내일 아침이 되면 그들은 수많은 주민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게 될 것이다. 문제가 커질 것이 걱정스럽긴 했지만 한편으로 기대감이 생기는 것도 사실이었다.
* * *
“이게 대체 무슨 짓들이야! 당장 길드 마스터에게 신고하겠어!”
다음 날 아침, 잠이 덜 깬 의식으로 식사를 위해 일 층으로 내려온 샴페인 용병단들은 갑자기 들이닥친 보드카 용병단원들을 보고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모든 사정을 알고 있는 나와 트로웰, 쉐리가 입을 다물고 있던 탓에 아직 일행의 누구도 자세한 사정을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헤롤은 부스스한 자신의 갈색 머리카락을 긁적이며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대체 뭔 소리를 하는 거야? 사정이나 알고서 신고당합시다?”
“이 뻔뻔스러운! 모르는 척할 셈이야? 당신들이 우리 단장과 단원에게 행패를 부렸잖아!!”
“행패애? 누가 누구에게? 거참― 귀가 먹었나. 다시 한 번 말해 보시지?”
“아닌 척해도 소용없어! 증인이 있으니까!”
“증인?”
“따라와! 똑똑히 보여 줄 테니!”
그들이 우리를 데리고 간 곳은 어제 저녁 매튜가 남자들을 매달아 놓았던 바로 그 나무 앞이었다. 의식을 차렸는지 허공에서 발버둥 치고 있는 그들 아래에는, 구경 나온 수많은 사람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푸하하하! 저게 대체 뭐야! 걸작이다, 걸작!”
헤롤은 현장을 목격하자마자 미친 듯이 굉소를 터뜨렸다. 다른 일행들도 각자 입을 틀어막고 폭소를 삼키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묶여 있는 세 남자의 얼굴이 상당히 우스꽝스러웠기 때문이다. 두 뺨은 마치 벌에 쏘이기라도 한 듯 퉁퉁 부어올라 있었고, 눈에는 판다처럼 시퍼런 멍이 자리했다. 머리는 온통 흐트러져 망나니처럼 부스스했다. 전부 어젯밤 트로웰이 만든 작품이었다.
“우와, 정말 거하게 당했는데? 대체 어디서 저렇게 터진 거야? 진짜 웃기다! 크하하하!”
“이이익! 뭘 모른 척하는 거야! 당신들 단원들이 이랬다니까?”
그때 묶여 있던 자들이 나와 트로웰을 알아보고 고함을 질러대기 시작했다.
“이익! 이 빌어먹을 자식들! 당장 이거 풀지 못해!”
“죽여 버릴 테다! 감히 우리에게 이런 짓을!”
“으으으으으읍! 읍읍!”
“……얼레? 정말 우리 중의 누가 한 게 맞나 보네?”
그제야 상황을 눈치챈 듯 마이티가 두 눈을 깜빡거렸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딱히 미안한 표정인 건 아니었다. 일행들은 일제히 헤롤을 향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기 시작했다.
“설마, 헤롤 너냐? 쯧쯧. 어째 너는 가는 곳마다 사고를 치냐?”
“난 아니야. 절대 아니야. 그러는 마이티, 너야말로 네가 해 놓고서 시침 떼고 있는 것 아니야?”
“미쳤냐? 내가 무슨 수로 저 덩치들을 일방적으로 피떡이 되게 패 놓냐? 게다가 저건 전문적으로 고문하는 방법을 잘 아는 녀석의 솜씨라고. 봐, 아픈 부분만 골라서 때려 놨잖아.”
“어머? 그럼 둘 다 아니라는 거야? 그렇다고 휴센일 리는 없고…… 헉! 설마! 매튜, 네가?”
헤롤을 향할 때는 당연하다는 시선을 보낸 그들이 트로웰을 향해서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매달려 있던 남자들이 다시 고성을 질렀다.
“이익! 당장 풀어! 이 자식들! 검은색 머리 꼬마 말이야! 그 옆에 있는 후드 쓴 녀석! 네놈도 저 자식과 같이 있었지! 너희가 감히 이런 짓을 하고도 무사할 줄 알아!”
“어머머. 정말 맞나 보네? 그런데 후드를 쓴 사람이라면 설마 엘?”
놀란 표정을 지은 이릴의 시선에 나는 난처한 기분으로 웃었다. 그러자 그 모습에서 용기를 얻은 듯 보드카 용병들이 항의하기 시작했다.
“이걸 어떻게 책임질 거야? 같은 의뢰를 수행하는 용병단끼리 이런 식으로 불화를 일으키다니!”
“너희가 이러고도 무사할 것 같아?”
왕왕거리는 고성에 일행들은 똑같이 얼굴을 찌푸렸다. 그런 와중에도 휴센은 침착했다.
“글쎄, 그보다 먼저 자세한 사정을 들어 보도록 하지.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매튜는 쓸데없는 일에는 상관하지 않는 타입이거든.”
“사정은 무슨 놈의 사정! 당장 사과해! 그렇다 해도 이번 일은 절대 그냥 넘어가지 않을 거지만!”
그때였다.
가만히 하품을 내뱉은 쉐리가 시큰둥하게 대꾸했다.
“저들은 죗값을 치르고 있는 거야. 딱히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는데?”
“죄, 죗값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야?”
보드카 용병들과 휴센들이 동시에 그녀를 바라보고 물었다. 쉐리는 나무에 매달린 남자들을 하나하나 노려보며(그녀가 바라볼 때마다 놈들은 시선을 피했다) 설명했다.
“말한 그대로야. 어제저녁에 저 세 사람이 나를 강간하려고 했어. 치사하게 포박마법으로 몸을 움직이지도 못하게 하고, 주변에 침묵마법까지 걸어서 소리쳐도 소용이 없게 했지.”
“……!”
“그, 그게 정말이야, 쉐리?”
경악하는 일행들을 향해 쉐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주 작정하고 세 놈이서 덤비더라고. 처음부터 계획했던 게 분명해. 마침 산책 중이던 매튜랑 엘이 날 구해 주지 않았다면 난 저 자식들에게 몸을 버리고 수치심에 자살했을 거야.”
“무, 무슨!”
“거, 거짓말하지 마! 이 계집애! 게다가 넌 단장이랑 어제 사이좋게 허리를 끌어안고 나갔잖아!”
“네가 이 모든 일을 꾸민 거지? 어디서 수치심이니 뭐니 동정심을 유발하려는 거야? 어차피 놀아날 대로 놀아난 주제에!”
“어머? 난 순결해. 키스도 한번 해 본 적 없는 몸이야.”
“누, 누가 그런 거짓말을!”
“정말이거든? 이래 봬도 일생을 한 남자에게 바치기로 한 몸이라서 말이야. 난 그저 숀하고 친구가 되고 싶은 것뿐이었어. 어제도 그냥 주변을 산책하자고 해서 같이 나간 것뿐이란 말이야. 그런데 갑자기 짐승처럼 돌변하다니…… 나 정말…… 너무 무서워서…… 흐흑!”
쉐리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겁먹은 소녀를 연기하기 시작했다. 청순하고 가녀린 얼굴에 눈물이 맺히자 지켜보는 사람들의 얼굴에 절로 안타까운 표정이 서렸다. 더불어 분개한 이릴이 그녀를 끌어안고 욕설을 내뱉었다.
“쉐리, 이 가엾은 것! 저 개자식들이 이런 어린애한테 대체 무슨 짓을 하려고 한 거야?”
“흐흑, 이릴 언니!”
이제 본격적으로 쉐리는 그녀의 품에 안겨 울음을 터뜨렸다. 정말 가공할 만한 연기력이었다. 하지만 덕분에 우리 쪽이 훨씬 유리해진 것만은 사실이었다. 나는 속으로 혀를 내두르면서도 얼른 그녀의 말을 받아 이었다.
“우리는 쉐리를 구하려고 했던 것뿐이에요. 그 과정에서 싸우다 보니 저렇게 된 거고요. 나무에 매달아 놓은 것은 골탕 좀 먹어 보라는 심리였지만…… 이런 경우엔 정당방위로 취급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그, 그건…….”
“당연히 정당방위지! 정당방위! 그것도 너무 많이 봐준 거 아니야? 옷이라도 확 벗겨 놓지 그랬어! 아니면 아주 사내구실을 못 하게 고자를 만들어 놓든지! 저것들을 콱―!”
열받은 이릴이 소리치자 일행을 포함해서 주변에 구경 나온 남자들의 표정이 미묘하게 일그러졌다. 고자라니…… 상상만으로 끔찍한 단어가 아닌가.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가기 시작하자 보드카 용병단원들은 식은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그들은 묶인 자신들의 단장을 향해 무어라 변명이라도 해 보라는 듯 눈을 부라렸다.
그때 가만히 서 있던 휴센이 성큼 앞으로 걸어 나왔다. 가라앉은 눈빛에선 냉기가 흘렀다. 그의 시선을 받는 자마다 몸을 움츠릴 정도였다. 이윽고 벌어진 그의 입에서 씹어 발길 듯이 으르렁거리는 음성이 흘러나왔다.
“……누구더러 사과하라고?”
“아니, 그게 아니라…… 우리는 그저 샴페인 용병단원이 이렇게 만들었다고 해서…….”
“그래서 고작 그 말만 듣고 자세한 사정은 묻지도 않은 채 비난을 늘어놓았다는 건가?”
보드카 용병단원들은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다물었다.
그 순간 휴센이 허리춤에 차고 있던 검을 뽑아 들었다. 힘차게 곧추세운 검날에는 미세한 푸른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부들부들 떨리는 팔이 휴센이 지금 얼마나 화가 나 있는지를 증명해 주고 있었다.
그 상태에서 휴센은 나무에 매달린 남자들을 노려보았다. 심상치 않은 기세를 느낀 그들이 희게 질린 얼굴로 버둥거렸다.
“자, 잠깐만!”
“무슨 짓을 하려는……!”
하지만 그들의 목소리는 더 이상 이어지지 못했다.
휴센이 서슴없이 그대로 검을 내리그은 것이다.
휘익― 촤아아악!
“꺄아아악!”
모여 있던 사람들은 모두 기겁하며 눈을 감았다. 나는 곧 그들의 몸에서 피 분수가 일어날 것이라 예상했다.
그런데 한참이 지나도 매달린 사람들의 몸에서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심지어 그들 장본인조차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눈치채지 못한 기색이었다. 오히려 그들은 그럼 그렇지 하는 얼굴로 회심의 미소를 지어 보였다.
“크큭, 고작 그런 일로 사람을 죽였다간 아무리 금패의 용병이라도…….”
바로 그때였다.
투둑 하는 소리와 함께, 무언가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어리둥절해서 자세히 그것을 살펴본 난 곧 얼굴을 굳혔다. 그것은 똑같이 생긴 세 개의 살덩어리였다. 그것도 남자들이라면 누구나 익숙한 형태의 물건이었다.
“아, 아아아악!”
그와 동시에 묶인 세 남자가 비명을 질렀다.
어느새 그들의 바지춤에 붉은 피가 번져 가기 시작했다. 그것을 지켜본 사람들의 얼굴이 핼쑥해졌다. 그들 모두 나와 같은 것을 깨달았을 것이 분명했다. 이릴의 말처럼, 정말로 그들의 성기를 잘라 버린 것이다.
“……와우, 단장. 진짜 가차 없네.”
헤롤이 자신이 더 아프다는 듯이 찌푸린 얼굴로 중얼거렸다. 그만이 아니라 남자들 대부분의 표정이 그랬다. 이번만큼은 악질인 놈들이라도 절로 동정이 갈 수밖에 없었다.
“이, 이게 대체 무슨 짓이야!”
경악해 소리치는 보드카 용병들을 향해 휴센은 싸늘한 얼굴로 대꾸했다.
“보다시피. 앞으로 두 번 다시 그런 짓을 하지 못하게 만든 것뿐이다.”
“어, 어떻게 저런!”
“이 일을 길드에서 알면……!”
“아까부터 종알종알 말들이 많군. 불만이 있으면 덤벼. 전부 똑같이 만들어 줄 테니.”
“크, 큭!”
서슬 퍼런 휴센의 말에 용병들은 부들부들 떨었다. 하지만 그들 중 누구도 정작 덤벼들 기세는 보이지 않았다. 결국 그들은 나무에 묶인 세 사람을 풀어낸 뒤 부리나케 자리를 떠났다.
“미안하다, 쉐리. 네가 직접 손봐 주고 싶었을 텐데.”
휴센의 말에 쉐리는 크게 고개를 흔들었다. 그를 올려다보는 두 눈은 꿈꾸는 소녀처럼 빛나고 있었다. 휴센의 모습이 백마 탄 왕자로 보이는 것이 분명했다.
“괜찮아. 휴센이 나 대신 화내 줬으니까.”
“다친 곳은 없는 거냐? 저 녀석들에게 무슨 일을 당한 건 아니겠지?”
“괜찮아. 아무 일도 당하지 않았어. 위험한 순간에 매튜와 엘이 도와줬거든.”
“그래, 다행이다. 다음부터는 조심하도록 해. 저런 녀석들이 다시 나타나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으니까.”
“상관없어. 그때는 휴센이 지켜 주면 되잖아?”
“…….”
기대를 가득 담은 쉐리의 눈빛에 휴센은 침묵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 모습에 쉐리의 얼굴이 서운함으로 물들었지만, 곧 다시 미소를 띠었다. 지금 당장은 그가 자신을 위해 분노했다는 사실이 더욱 기뻤던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