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정령왕 엘퀴네스-33화 (33/608)

제33화

“헉! 뭐, 뭐야! 사람?”

나는 급히 몸을 구부리고 쓰러진 상대를 자세히 살폈다.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는 사람은 내 또래의 소년이었다. 발작을 일으키고 쓰러진 듯 일그러진 그의 얼굴 곳곳엔 식은땀이 가득했다. 당황한 나는 어떻게든 깨우기 위해 소년의 몸을 붙잡았다.

“이봐요! 괜찮아요? 이봐…….”

그 순간 피부를 타고 전해지는 감각에 오싹 소름이 돋았다. 마치 마른 버섯을 만지는 듯한, 버석거리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헉, 몸에 마나가 하나도 없는 거…… 맞지? 이게 뭐야? 이러고도 살아 있다니. 정말 인간 맞아? 아, 아니! 잠깐만! 설마 날 소환한 게 이 녀석이란 말이야?”

사실 이 주위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알아차렸을 때부터 깨달았어야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눈으로 확인한 지금 이 순간에도 나는 섣불리 믿을 수 없는 심정이었다. 지금 날 소환한(것으로 추정되는) 소년은 어디를 보아도 인간이었으니까.

‘뭐야. 인간은 날 소환하기 힘들다며! 그럼 혹시 인간이 아닌가? 폴리모프한 드래곤?’

드래곤은 인간으로 변신할 수 있다고 했으니 상당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바로 납득하기엔 이상한 구석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다. 일단 드래곤은 마나의 생물이라 불릴 정도로 온몸에 마나가 가득한 존재라고 들었다. 그런 존재가 고작 날 소환한 정도로 마나가 고갈돼서 실신한다고?

“으음, 지금은 이럴 때가 아니지. 이러다 죽겠다. 우선 마나를 회복시켜야…….”

나는 조심스럽게 내 주위를 감싼 마나의 일부를 소년의 몸에 불어넣었다. 언젠가 계약하게 되면 요긴하게 써먹으라고(?) 엘뤼엔이 알려 준 방법이다.

그러자 창백하던 소년의 안색이 확연히 좋아지는 것이 보였다. 이윽고 꿈틀 몸을 움직인 소년이 신음을 흘리며 천천히 눈을 뜨기 시작했다. 반가운 나머지 나는 그에게 바짝 얼굴을 들이밀었다.

“야! 네가 날 소환한 거 맞아? 너 인간이야, 드래곤이야?”

……내가 생각해도 좀 너무했나 싶다. 아직 정신도 제대로 차리지 못한 녀석에게 다짜고짜 처음 묻는다는 것이 종족이 무엇인가라니.

그나마 다행인 건 상대방 쪽에서 내 질문을 거의 인식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소년은 꿈을 꾸듯 멍한 표정으로 한동안 눈을 깜빡이기만 했다. 그리고 한참 만에야 바짝 마른 입술을 달싹거렸다.

“당신…… 누구? ……파란색 머리카락…… 꿈?”

너무 작은 데다 완전히 갈라져 알아듣기 힘든 목소리였다. 나는 간신히 그가 하는 말을 이해하고 얼굴을 찌푸렸다.

“뭐야? 네가 불러 놓고 기억 못 해? 나는 엘…… 아니지, 이럴 땐 정식으로 소개해야지. 내 이름은 엘퀴네스라고 해. 나 소환한 거 기억 안 나?”

“엘퀴네……스? 그건…… 또 무슨…… 엘퀴네스?!”

벌떡!

그 순간 갑자기 몸을 일으킨 소년이 순식간에 내 옷깃, 정확히는 멱살을 붙잡았다. 예상치 못한 행동에 당황한 나를, 그는 상하로 마구 흔들며 비명처럼 외치기 시작했다.

“왜 그랬어! 왜 그랬냐고! 말을 해! 말을 하란 말이야!”

“뭐, 뭐? 대체 무슨……? 야아, 이거 놓고 말해! 어지럽거드은?”

“시끄러워! 빨리 대답해! 왜 그랬어? 왜! 너 때문에 내가…… 우리 아버지가! 대체 왜!”

풀린 눈이 정상이 아니다. 역시 이놈은 아직 완전히 깨어나지 않은 거다. 그런 주제에 무슨 놈의 손힘이 이리 괴력이며, 밑도 끝도 없는 추궁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종족 하나 물어보려다가 생정령 잡을 사태였다.

나는 이 곤란한 상황을 어찌 해결하면 좋을지 맹렬히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러는 와중에도 녀석은 나를 계속 흔들어대며 다그쳤다.

“말해! 말하란 말이야! 어서 대답해! 어서!”

결국 나는 참다못해 폭발했다.

“으아악! 대체 뭔 소린지 알아야 대꾸해 줄 거 아니냐고! 이거나 놓고 말하란 말이야, 이 빌어먹을 놈아!”

“엘퀴네스!”

“그래! 내 이름 엘퀴네스 맞으니까 그만 부르고 제발 좀 닥쳐! 네가 내 소환자면 다야? 지금 드래곤들이 나를 따 시킨다고 너까지 무시하는 거냐고! 에에잇! 왜 나는 되는 일마다 다 이따윈 거야!”

세상 어느 소환자가 자신의 목숨과 맞바꿔 소환한 정령왕을 대책 없이 짤짤 흔들어대며 윽박지르겠냔 말이다! 그것도 사정이 있으면 말도 안 해! 무슨 일인지 설명조차 하지 않고 무조건 대답을 하라니…… 내가 천재냐? 아님 트로웰처럼 혜안이라도 있어서 남의 속마음을 읽는다고 착각하는 거야? 그런 걸 원하는 거라면 처음부터 트로웰을 소환했으면 되잖아! 왜 나 같은 걸 소환해서 서로 고생하는 거냐고!

씩씩거리면서 노려봐 주자 그제야 조금 진정이 된 듯 녀석이 흔드는 손을 멈췄다. 어딘지 조금 멍한 얼굴이었다.

“정말…… 엘퀴네스?”

“하아. 그래, 엘퀴네스 맞아. 의심이 그리 많아서야 대체 어디다 써먹겠냐? 아, 그래. 너 드래곤 아니지? 의심이 많은 걸 보니 틀림없이 인간이야. 그렇지?”

노골적으로 비꼬는 말에도 녀석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역시 아직도 제정신이 아닌 게 분명하다. 혹시 몽유병이라도 있는 거 아니야?

‘이거야, 원. 자는 사람한테 주절거려도 이보다 더 한심하지는 않겠네.’

나는 인상을 찡그리며 내 옷깃을 잡고 있는 녀석의 팔을 가볍게 밀어냈다.

“내가 보인다니 소환엔 확실히 성공한 모양이네. 대체 너는 무슨 생각으로…….”

“나와 계약해 줘!”

“…….”

나는 하던 말을 멈추고 황당한 시선으로 녀석을 바라보았다. 밑도 끝도 없는 다그침을 끝낸 지 일 분도 지나지 않아서…… 뭐? 이제는 계약을 해 달라고?

도대체가 처음부터 끝까지 뭔가가 어긋나는 느낌이다. 이 녀석…… 정신이 멀쩡하긴 한 건가?

설마 미친 인간한테 소환된 게 아닌가 싶어 나는 불안한 눈으로 녀석의 모습을 다시 한 번 살펴보았다. 초췌한 안색이긴 하지만 흰 피부와 번듯한 이목구비가 꽤나 잘생긴 축에 속하는 놈이다.

구불거리는 짧은 금발은 달빛에도 반짝거릴 만큼 결이 좋았고, 입고 있는 옷차림도 수수하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단정했다. 아무리 봐도 미쳐서 거리를 활보하고 다닐 것 같은 행색은 아니다.

고민 끝에 나는 마나가 너무 소모된 나머지 잠시 넋이 나간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하긴, 내가 봐도 상당히 위험한 상태이긴 했다.

‘그러니까 계약해도 괜찮겠지?’

찝찝한 기분은 여전히 남아 있었지만, 그래도 이왕 여기까지 온 이상 계약은 하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지금 기회를 놓치면 누가 언제 또 날 불러 주겠는가.

‘어디 보자, 계약하는 방법이…….’

잠시간 기억을 되짚던 나는 어렵지 않게 계약 방법을 떠올리고 소년을 빤히 응시했다. 녀석은 내 시선을 받자 눈에 띄게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나, 나는 안 돼? 계약할 수 없어?”

“뭐? 아니, 그렇지 않아. 소환에 성공한 자는 종족을 불문하고 계약할 자격이 있어. 내 이름은 물의 정령왕, 엘퀴네스. 너는?”

“……이사나. 이사나 란느 스왈트…….”

“아아, 그래. 이사나란 말이지.”

나는 고개를 끄덕인 다음, 한 손에 물의 기운을 끌어 올려 허공에다가 녀석의 이름을 썼다. 그러자 거울에 쓴 듯 투명한 글씨가 뚜렷하게 나타나기 시작하더니, 그 아래 물로 된 장문의 계약서가 주르륵 펼쳐져 내렸다.

“헉!”

그 광경에 놀란 듯 이사나가 눈을 크게 뜨고 헛숨을 삼켰다. 하지만 놀란 것은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누가 뭐라 해도 계약을 하는 건 나도 이번이 처음이었으니까.

‘우와, 이런 식으로 하는 거구나.’

나는 흘러나오는 탄성을 억지로 삼키며 겉으로는 태연한 척 계약 시에 읊어야 하는 문구를 말하기 시작했다.

“이사나 란느 스왈트. 너는 나와 계약을 이행함으로 나를 이 세계에 끌어낼 힘을 제공하며, 나는 그 대가로 네 보필자가 될 것을 약속한다. 이 계약에 응하겠어?”

녀석은 황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여전히 탁한 눈빛을 보건대, 이 상황을 꿈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나중에 정신이 들면 엄청 놀라지 않을까?

나는 피식 웃은 다음, 완전히 펼쳐진 계약서의 한가운데에 손바닥을 갖다 대었다. 그러자 계약서가 순식간에 물로 변하더니 빠르게 내 손안에 스며들었다. 그렇게 스며든 기운은 검지와 중지, 두 손가락 끝으로 몰려들어 새파란 빛을 비추기 시작했다.

‘그다음에는 이걸…….’

나는 손가락에 맺힌 푸르스름한 기운을 그대로 이사나의 이마에 가져다 대었다. 그러자 청명한 물방울이 부서지며, 그의 이마 위에 푸른색의 아름다운 눈꽃 무늬가 새겨지기 시작했다. 정령과 계약했음을 뜻하는 물의 인장이었다.

이 인장은 정령들에게만 보이는 것으로, 앞으로 이사나는 어디를 다니든 내 하위의 정령들에게 왕의 계약자로서 대우를 받을 수 있었다. 물론 나도 그렇다고 말만 들었을 뿐, 실제로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말이다.

‘끝났다…….’

처음 하는 계약임에도 별다른 실수 없이 무사히 마친 것에 나는 크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그 순간 멀쩡히 서 있던 이사나가 갑자기 의식을 잃고 옆으로 쓰러졌다.

“이크!”

당황해서 얼른 받아내자 이미 깊은 잠에 빠진 얼굴이 보였다. 아무래도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쇼크가 너무 컸던 모양이다.

“으음, 계약이 완료되었다는 선언이랑 그 밖의 주의 사항들을 알려 줘야 하는데…… 뭐, 할 수 없지. 이건 나중에 깨어나면 해도 되니까. 아무튼 수고했어.”

나는 씩 웃으며 곤하게 숨을 내쉬고 있는 녀석의 머리를 가볍게 토닥였다. 인제 보니 몸이 한층 가벼워진 기분이다. 계약자가 생기면서 본래 이곳에서 받아야 하는 힘의 제약이 조금 풀어진 듯했다.

‘호오, 이거 괜찮은데?’

이제 이사나가 살아 있는 한, 나는 얼마든지 인간 세상에서 유희를 즐길 수 있다. 그 사실을 상기하니 처음 녀석 때문에 쌓였던 불쾌한 기분이 한순간에 사라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들뜬 기분은 그다지 오래가지 않았다.

“그나저나…… 이제부턴 어떻게 해야 하지?”

나는 녀석의 머리를 받치고 앉아 난감하게 주변을 둘러보았다. 생각해 보니 계약을 했다고 마냥 좋아할 상황이 아니었다. 사방은 첩첩산중이고 주변은 온통 새카맣다. 민가는커녕 어디에도 사람이 살 만한 곳은 보이지 않았다.

무엇보다 나는 이사나의 이름 외엔 그의 정체도, 사는 곳도 알지 못하는 상태다. 결론은 생전 처음 보는 낯선 장소에 낯선 소년과 단둘이 남게 되었다는 건데…….

“뭐야. 나더러 뭘 어쩌라는 거야?”

황망한 내 목소리만이 허공 속으로 허무하게 울려 퍼졌다.

* * *

한동안 심심함에 몸부림치던 난 근처에 있는 아무 정령이나 붙들고 말동무 삼기로 결심했다. 다행히 멀지 않은 곳에서 서성이던 시큐엘이 보였다. 녀석은 조만간 이 지역에 쏟아질 폭우를 위해 며칠 앞서 시찰을 나온 상태였는데, 내가 이곳에 있는 것을 발견하곤 한달음에 달려온 참이라고 했다.

“으음, 그러니까 여기서 가장 가까운 민가가 최소 세 시간은 가야 하는 거리라는 말이지?”

―예, 그렇습니다. 왕이시여. 그나마도 가구 수가 채 오십을 넘지 않는 작은 민가입니다.

“그렇구나.”

‘결국 최소 몇 시간은 걸어서 여기까지 올라왔다는 말인데…….’

나는 내 무릎을 베고 누워 있는 이사나를 복잡한 기분으로 바라봤다. 한밤중 때아닌 소환으로 남의 잠은 온통 다 깨워 놓더니, 정작 장본인인 녀석은 세상모르는 아이처럼 한창 단잠에 빠져 있었다.

아직 나이도 어린 녀석이 보호자도 없이 왜 이런 곳에 홀로 있었던 걸까?

여긴 한국처럼 과학이 발달하지 않은 곳이라 가로등도 없고, 간판에 들어오는 현란한 빛도 자동차의 라이트도 없었다. 저녁이 되면 오로지 하늘에 떠 있는 달과 별이 내뿜는 소량의 빛으로만 사물을 분간해야 한다는 소리다.

나야 정령왕으로 태어난 이후 시각이 극도로 좋아져서 아무리 어두워도 앞을 보는 데 전혀 지장이 없다지만, 이 녀석 이사나는 평범한 인간이 아닌가? 용케 이런 곳까지 혼자 들어왔다 싶었다.

‘며칠 씻지는 못한 것 같지만, 영양 상태를 보면 그리 고생하며 산 타입 같지는 않은데.’

“어쩌지. 마을에 가야 하나?”

―그건 별로 좋은 생각이 아닌 것 같습니다. 인간들은 밤이 되면 경계심이 더욱 강해집니다. 낯선 사람의 방문을 반기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이사나를 이렇게 놔둘 수는 없어. 이제 곧 가을이잖아. 낮에는 상관없지만 저녁에는 꽤 추우니까, 이대로 놔두면 감기에 걸릴지도 몰라.”

―그런 거라면 따뜻하게만 해 주면 되지 않습니까? 불의 정령들을 불러오면 괜찮을 겁니다.

“뭐? 그래도 돼? 그러다 불이라도 나면?”

―엘퀴네스 님이 계시는데 무슨 상관이겠습니까?

“아, 그렇지. 그냥 내가 끄면 되는구나.”

스스로 생각해도 민망한 기분에 나는 머리를 긁적였다. 왠지 점점 바보가 되어 가는 기분인데, 착각이겠지? 그래 그냥 착각일 거야.

―어쨌건 제 개인적인 소견으론, 이 소년이 마을에 내려가도 좋을지 확인이 되기 전까진 이곳에 계시는 게 좋을 듯합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침착하게 대답하는 시큐엘의 말에 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마을에 내려가도 좋을지 확인을 해야 한다고? 그렇다면 이 녀석이 마을에 내려가선 안 되는 상황일 수도 있다는 소리인가?

의아한 듯이 바라보는 내게 시큐엘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고민하는 사람처럼 미간을 살짝 찌푸리더니(잘 봐줘 봤자 늑대인 주제에 참 표정이 다양한 녀석이다)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주제넘은 생각인지 모르겠습니다만, 이런 깊은 밤에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산에 들어와 있는 자라면, 분명 평범한 인간은 아닐 거라고 생각합니다.

“……누군가에게 쫓기고 있다거나?”

―아마도 그러리라 생각합니다. 마을에 내려가면 필히 골치 아픈 일에 휘말리게 될 겁니다.

“으음, 역시 그런가.”

어쩌면 난 엄청난 범죄자와 공범이 된 걸지도?

하지만 나는 곧 그 생각을 접었다. 정령을 소환하려면 높은 수준의 자연 친화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자연에 대한 친화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마음이 올곧고 순수하다는 뜻이었다. 주변의 모든 것 하나하나를 아끼고 애정을 부으며 지켜보아야 친화력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물론 반드시 다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그런 이유로 정령사들 중에는 타고난 악인이 없다는 것이 엘뤼엔을 비롯한 다른 모든 정령왕들이 내린 평가였다.

게다가 어딜 봐도 내 또래로밖에 안 보이는 어린 녀석이 사람들을 피해 다닐 만큼 흉악한 범죄를 저질렀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혹시 피치 못할 사정으로 집에서 가출한 것은 아닐까? 그래, 어쩌면 과거의 나처럼 말이다.

내가 그렇게 속으로 조심스레 추론을 내리고 있을 때였다.

“이사나 님께 무슨 짓을 한 거냐?”

“헉……?”

갑자기 들려온 낮은 목소리에 나는 흠칫 놀랐다. 그와 동시에 목가에 차갑고 딱딱한 감촉이 느껴졌다. 흘끗 시선을 내린 나는 은색으로 빛나는 날카로운 쇳덩이를 볼 수 있었다. 누군가 내게 커다란 장검을 들이밀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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