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화
잠시 후 트로웰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지훈, 무슨 말을 들었는지는 대충 짐작이 가는데…… 걱정할 필요 없어. 우리가 널 해칠 일은 없을 테니까.”
“저, 정말?”
“그래, 실제로 그럴 권한도 없어. 정령왕이 같은 정령왕을 소멸시킬 수 있는 건, 그가 정령계와 아크아돈에 위해를 가한다는 판단이 내려질 때뿐이야. 그것도 독선적으로 차원의 멸망을 꿈꾸거나 폭주를 하는 경우지, 너처럼 고작 능력 자각이 더디다는 이유로 소멸시키는 일은 없어. 그런 건 신계에서도 용납하지 않아.”
“헤에, 그렇구나.”
그러니까 그냥 겁을 준 것뿐이란 말이렷다? 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이프리트를 노려보았다. 하지만 그는 반성하기는커녕 도리어 흥 하고 가볍게 코웃음을 칠 뿐이었다. 아무래도 저 녀석과는 평생 잘 지내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왕이면 나 혼자만의 착각이길 바라는 수밖에.
“그럼 아까 하려고 했던 말은 뭐야, 트로웰?”
내 질문에 트로웰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아아, 자각의 방법 말인데. 보는 것만으로 안 된다면 좀 더 일차원적인 수단을 써 볼까 싶어서.”
“그게 뭔데?”
“몸으로 체감하는 거지. 네 몸으로 직접 ‘인간이 할 수 없는 일’을 시도하면 감각을 살리는 데 도움이 될 거야.”
“인간이 할 수 없는 일?”
“예를 들면 이런 식으로…….”
대답과 동시에 트로웰은 바위 침대가 놓인 쪽을 응시했다. 그 직후 눈앞에서 벌어지는 광경에 나는 잠시 숨을 멈췄다. 침대의 모습이 점차 일그러지고 변형이 되기 시작하더니, 무성한 가지를 드리운 나무의 형태로 바뀐 것이다.
“우……와아아?”
얼빠진 감탄사를 늘어놓는 나를 향해 트로웰은 짐짓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미안. 이곳에서 내가 다룰 수 있는 재질이 바위뿐이라, 본의 아니게 가구 하나를 망쳐 놓았네. 시범을 보인 것뿐이니까 끝나면 다시 원래대로 돌려놓을게.”
“괘, 괜찮아. 근데 방금 그건 어떻게 한 거야?”
“나는 땅의 정령왕이니까, 흙과 바위로 이루어진 재질은 무엇이든 마음대로 다룰 수 있거든. 원하는 형태로 변질시킨 것뿐이야.”
“그렇구나. 진짜 굉장하다.”
“너도 할 수 있어.”
“나, 나도?”
트로웰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이제 나무의 모습을 한 바위를 응시했다. 그러자 다시 순식간에 평평한 침대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네 경우엔 물의 정령왕이니까, 물의 영역인 이곳에선 다룰 수 있는 게 나보다 훨씬 많지. 지금 이 공간에 가득 찬 물을 전부 네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거니까.”
“……진짜?”
물을 움직여서 나무로 만들고 침대로 만들 수 있다고?
왠지 믿기지 않는 기분에 나는 떨떠름한 어조로 되물었다. 트로웰은 어쩔 수 없다는 듯 내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우선 네 주변을 감싼 물의 기운을 느낄 수 있도록 해 봐. 일단은 그게 먼저인 것 같다.”
“물의 기운?”
“주위에 정신을 집중하라고, 바보야.”
그때 뾰족한 목소리가 불쑥 대화에 끼어들었다. 이프리트였다.
“도대체가 너는 너무 산만해. 너 자신의 몸조차 제대로 돌아보지 못하는데 다른 걸 무슨 수로 책임질 수 있겠어? 정령의 몸은 지금 네 눈에 보이는 이 육체에만 국한되어 있는 게 아니야. 세상에 퍼져 있는 모든 물, 바다나 강이나 호수, 하다못해 공기 중의 수분까지 전부 다 너와 연결되는 네 육체의 일부라고. 지금 네가 아무렇지 않게 손을 사용하고 눈을 깜빡이고 있는 것처럼, 여기 있는 물들을 전부 그렇게 다룰 수 있어야 한단 말이야.”
“그, 그렇게 말해 봤자 안 되는 걸…….”
“안 된다고 무조건 단정하지 말고 일단 시도라도 해 봐! 어쩜 애가 이렇게 소극적이니? 답답해서 원.”
“그래, 지훈. 조금씩이라도 좋으니까 천천히 의지를 싣는 연습을 해 봐. 아마 한 번 깨닫고 나면 그 뒤부턴 하나도 어렵지 않을 거야.”
다그치는 이프리트에 이어 트로웰이 다정한 어조로 나를 위안했다. 하지만 오히려 그럴수록 나는 해내야 한다는 압박감에 가슴이 답답해지는 것 같았다. 무엇을 들어도 그저 두루뭉술하기만 할 뿐, 지금의 나로선 그 본뜻을 이해하는 것조차 버거웠다.
두 정령왕 역시 이런 내 상태를 어렵지 않게 알아차렸다. 뻣뻣하게 굳은 나를 본 그들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더니, 혼자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리고 각자의 영역으로 돌아갔다. 이도 저도 되지 않으니 당분간 말미를 준 것이다.
“하아, 정말이지. 왜 이렇게 되는 일이 하나도 없냐.”
그들이 떠나고 난 뒤 홀로 남은 나는 부력에 몸을 맡긴 채 가만히 눈을 감았다. 복잡한 머리를 조금이나마 식힐 수 있을까 싶어서였다. 주변을 가득 채우던 새파란 물의 광경이 사라지자 기다렸다는 듯 새카만 어둠이 꾸물꾸물 몰려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완벽한 적막감.
본래 난 혼자 있거나 주변이 고요해지는 걸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아니, 실은 아주 싫어하는 쪽이었다. 강지훈일 땐 홀로 집을 봐야 할 일이 생기면 일부러 노래를 크게 틀어놓거나 밖에 나가 사람들이 북적이는 번화가를 쏘다니곤 했다. 죽어서 혼이 되었을 때도 가장 두려웠던 건, 만에 하나 저승 세계에서 받게 될지 모를 형벌보다 나 홀로 세상에서 영원히 고립된다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혼자 있는데도 이상할 정도로 마음이 편안했다. 주변이 고요하다는 게 이렇게 좋은 느낌일 줄은 몰랐다. 그러고 보면 이곳에 온 이후론 딱히 외롭다거나 고독하다는 감정을 느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아직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정신이 없어서 그런 걸지도 모르지만.
‘아니면…… 여기가 본래의 내 자리이기 때문일까.’
사실은 아직도 내가 정령왕이라는 게 실감이 잘 나지 않는다. 지금이라도 명계의 누군가가 나타나 내 탄생 과정에 착오가 있었다고 말할 것만 같았다.
그래, 바로 이런 게 문제다. 이프리트의 말처럼 나는 아직 나 자신조차 제대로 돌아보지 못하고 있다. 자신의 존재 가치를 확립하지 못한 나머지, 본능조차 까맣게 잊어버릴 정도로 말이다.
‘……그래, 본능 말이지.’
다시금 머릿속을 가득 채우는 막막함에 나는 푹 한숨을 내쉬었다. 정령왕은 본능적으로 정령을 만들 수 있다. 그건 이프리트가 잔소리하던 내내 내게 강조하던 말이었다.
선배인 그가 그렇다고 하니 틀림없는 사실일 테지만, 사실 나로선 납득이 되지 않는 부분도 상당히 많았다. 하지만 생각을 이으면 이을수록 오히려 더 머리만 복잡해져서 그에 관한 고민은 오래 이을 수가 없었다.
‘으으, 그치만 물속에서 숨은 잘만 쉬잖아. 근데 왜 정령은 만들 수 없는 거냐고! 본능이란 건 자기도 모르게 벌어지는 거라서 본능이라고 하는 것 아니야? 그럼 정령도 알아서 떡하니 만들었어야지. 그런 중요한 본능이 고작 무의식 따위에 제어된다는 게 말이 돼? 어라? 잠깐 기다려. 사실 무의식이나 본능이나 내면에 잠재된 건 매한가지잖아. 그런데 무의식에 본능이 영향을 받다니. 그건 결국 무의식이 본능을 앞선다는 소린가? 으아아! 내가 말하고도 무슨 소린지 모르겠네!’
예를 들면 이런 식으로 말이다.
머리를 부여잡고 한탄하던 나는 이내 버둥거리는 것을 멈췄다. 어쨌거나 한 가지를 해냈다는 건 곧 다른 것들도 해낼 수 있다는 소리다. 미네르바나 트로웰도 시일이 오래 걸린다고 했을 뿐, 내가 할 수 없다고는 하지 않았다. 이렇게 쓸데없는 생각으로 체력을 소모하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무어라도 시도해 보는 게 나을 것 같았다.
그래, 일단은 가장 기본적인 것부터.
‘물을 움직여 보는 거야.’
나는 결심을 굳히고 고개를 들었다.
* * *
넘치는 의욕만큼 운이 따라 주지는 않는다. 그건 내가 물의 정령왕이라는 특별한 존재여도 마찬가지였다.
처음 몇 번 나는 의식적으로 물을 움직여 보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한참 동안 물을 노려본다든가 두 팔을 내밀어 힘을 실어 보기도 하고 심지어 장풍을 쏘는 포즈까지 취해 보는 등, 정말이지 할 수 있는 시도란 시도는 다 해 본 것 같았다.
하지만 이런 원맨쇼에도 불구하고 나는 벌써 몇 시간째 딱히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하고 있었다. 트로웰이 말했던 ‘의지를 싣는 연습’이라는 것이 어떻게 하는 건지 전혀 감을 못 잡는 것 역시 마찬가지였다.
“물의 기운이라…….”
나는 두 다리를 꼬고 앉은 상태에서 가볍게 한숨을 터뜨렸다.
트로웰은 내 주변을 물의 기운이 감싸고 있다고 말했다. 온통 물밖에 없는 공간이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설명이었지만, 그가 굳이 언급한 데는 다른 이유가 있을 터였다.
하지만 아쉽게도 정령왕이 되었다 해서 머리까지 좋아지는 건 아닌 모양이다. 생각을 이을수록 마치 똬리를 튼 뱀처럼 머릿속이 빙글빙글 돌아가는 기분이었다.
나는 더 이상 고민하는 것을 포기한 채 뒤쪽으로 벌렁 몸을 눕혔다. 그러자 출렁거리는 물의 파동이 마치 쿠션처럼 가볍게 등을 받쳐 오는 느낌이 들었다. 평소엔 아무렇지 않지만 몸을 크게 움직이게 될 때면 언제나 느끼는 감각이었다.
이 순간이 유일하게 공기와 다른 점을 구분할 때다. 아무래도 액체다 보니 흐름의 감각이나 눈으로 보이는 현상이 확연히 두드러지는 것이다.
혹시 이런 느낌이 물의 기운인 걸까?
때마침 퍼뜩 스치는 생각에 나는 좀 더 정신을 집중하고 주변을 돌아보았다. 이번엔 그저 주시하는 것만이 아니라 ‘흐름’을 느끼는 쪽으로 치중한 상태였다.
얼핏 정체된 것처럼 보이지만 이곳에 있는 물은 분명히 일정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그 흐름을 잡아내면 이제까지 알아보지 못한 무언가를 깨달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자 한껏 예민해진 신경 탓인지 조금 전까진 감지하지 못하던 물의 흐름이 좀 더 분명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동시에 나는 그 미세한 흐름에 내 몸이 같이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그것을 내가 지금껏 인식하지 못한 것은 그 흐름 자체가 너무도 자연스러웠기 때문이다. 존재하는 것이 당연한 현상이기에 지금처럼 뚜렷하게 인지하려고 하지 않는 이상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았다. 마치 바람이 불어야 주위에 공기가 흐르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듯이 말이다.
실크처럼 부드럽고 기분 좋은 감각이 내 손과 발, 온몸의 피부 하나하나에 전부 스며들어 포근히 감싸 안고 있는 기분이었다. 그제야 나는 내가 홀로 존재하는 이 공간에서 적막함을 느끼지 않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아아, 그래. 나는 혼자가 아니었던 것이다. 내 주변을 가득 채운 물, 그들과 함께 있었다. 단지 이 안에 속해 있는 것만으로 수많은 감정과 감각이 쏟아져 들어오는 기분이었다. 분명 나는 이곳에 있는데도 의식은 저 멀리 내가 알지도 못하는 먼 곳을 향해 있는 것 같았다. 그것은 분명 나지만, 또 다른 자아로 이루어진 의식체였다.
물은 전부 다 너와 연결되는 네 육체의 일부라고!
아, 그게 이런 뜻이었나.
그저 막연하기만 했던 말들이 어느새 머릿속에서 하나둘 정립이 되는 것 같았다. 분명한 건 인간이었던 시절에는 결코 알 수 없는 감각이라는 점이다.
나는 벅차오르는 가슴을 느끼며 가볍게 손을 뻗어 보았다. 고체처럼 확연하게 잡히는 감각은 없었지만 흐름이 나를 따라오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히 느껴졌다.
‘움직일 수 있어.’
나는 마음속으로 내 앞에서 물덩어리가 동그랗게 만들어지는 상상을 했다. 아니, 상상을 한다고 말할 수도 없었다. 내가 그렇게 생각하기도 전에 이미 내 앞으로 모여든 물이 하나의 덩어리를 이루었으니까. 마치 내가 손을 움직이기 위해 따로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것처럼, 너무도 자연스럽게 이뤄진 광경이었다.
가공되지 않은 사파이어 원석 같은, 푸른색으로 빛나는 물의 공을 보며 나는 천천히 시선을 움직였다. 그러자 내 시선이 향하는 방향을 따라 손끝에서 벗어난 물의 공이 천천히 다른 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커다란 유리구슬처럼 도르륵 굴러가는 모습이 마치 새파란 지구본을 보는 것 같았다. 나는 그 상태에서 한동안 물의 공을 이리저리 굴리며 움직여 보았다.
‘된다! 정말로 내 맘대로 움직여져!’
말로 다 할 수 없는 벅찬 감동이 일었다. 나 자신이 하고도 신기한 기분에 나는 정신없이 그 행위에 빠져들었다.
하지만 동시에 그럴수록 가슴속에서 무언가 갑갑한 것이 걸리는 느낌이 들었다. 마치 오래도록 목을 축이지 못한 것처럼 갈증이 일었다.
‘왜 이러지?’
나는 인상을 찌푸리고 목을 매만졌다.
‘목이 말라…….’
조금 전까지 가슴을 충만하게 채우던 느낌은 어느새 사라져 있었다. 끝도 보이지 않을 만큼 충만하게 펼쳐진 물속에 있으면서도 이상하리만치 전혀 만족이 되지 않았다. 갈급한 갈증 때문에 속이 전부 타들어 가는 것 같다. 지금보다 더 차갑고 신선한, 더 많은 양의 물이 필요했다.
‘부족해.’
뭔가를 해야 한다는 건 의식적으로 느꼈지만 어디서부터 무엇을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어느새 내 몸은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마치 카페인에 중독된 사람 같았다.
힘들어. 죽을 것 같아. 이걸로는 너무 부족해.
이 순간에도 머리를 지배한 생각은 오직 그것뿐이었다.
‘시간이 없어. 지금 뭘 하는 거야.’
‘당장 서둘러야 해. 이대론 위험하다고.’
‘……를 해야 해.’
‘얼른 ……를 해야 하는데.’
그런데 그게 대체 뭐지?
뭔가가 떠오를 듯 말 듯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았다. 당장에라도 입을 벌리면 쏟아져 나올 듯 아슬아슬한 충동. 자꾸만 빠져나오려고 발버둥치는, 의식을 점령하는 무언가에 나는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움직여!”
쏴아아!
그 순간 잔잔하던 물결이 크게 들썩였다. 그와 동시에 나는 몸 안의 힘이 일시에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마치 전기에 감전되기라도 한 것처럼 아찔한 충격이었다. 그 반동으로 내 몸은 맥없이 휘청거렸다.
“윽!”
나는 입술을 악물고 급히 몸을 추슬렀다. 다행히 처음 느꼈던 충격에 비해 생각보다 정신이 빨리 들었다. 급히 몸을 내려다보았지만 아무런 이상이 없이 멀쩡했다.
뭐야, 방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착각이 아니라면 방금 내가 무어라 이상한 소리를 외쳤었다. 뇌를 거치지 않고 곧장 터져 나간, 내 의지와는 관계없이 벌어진 행동이었다.
그 순간 고개를 든 나는 다음으로 보이는 광경에 멍하니 입을 벌렸다. 주변의 물들이 온통 뜨거운 냄비 속에서 끓어오르는 것처럼 부글부글 거품을 일으키고 있었던 것이다.
“뭐, 뭐야?”
정확히 말하면 그것은 거품이 아니라 수십, 수만 개의 물방울이었다. 그것들은 끊임없이 서로 뭉쳐서 뭔가를 이루었다가 해체되고 다시 뭉치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얼핏 그 사이에서 흐릿한 형체가 보이는 듯도 했지만, 너무 순식간이라 제대로 알아볼 수는 없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야?”
나는 황당한 심경으로 눈앞의 광경을 망연히 응시했다. 지금의 나로선 아무리 기현상이 벌어져도 그 이유를 알 수도, 막을 방법을 찾을 수도 없었다. 그나마 답답했던 가슴이 조금 후련해진 걸 보아 딱히 위험한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지레짐작해 볼 뿐.
그 이상한 현상은 깊은 밤이 지나고 다음 날 아침이 되기까지, 꼬박 반나절이 넘도록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