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주인공들이 동물센터로 쳐들어왔다 (83)화 (83/90)

#83화.

“로드고.”

“네, 공작님.”

“이 아이가 지낼 수 있는 데가 있을까?”

정원사인 로드고처럼 정원을 다 파악하고 있는 사람도 없었다. 게다가 로드고의 마음도 바다처럼 넓어져서 요새는 정원의 잔디가 짓밟히는 일로 화내지도 않는다.

초월했거나 루나가 너무 귀엽거나 둘 중 하나겠지. 루나가 항상 로드고의 뒤를 졸졸 쫓아다니고 있었다.

“……숲 근처에 있을 듯합니다. 자리는 있는데 말이 편안하게 지내려면…….”

“이브라임은 어디 있지?”

우리 마법사님.

플러팅 그만하고 일할 시간이었다. 젤리가 있는 곳에 이브라임이 있을 텐데.

젤리는 어디에 있는 거지?

“제가 찾아보겠습니다!”

누군가 자원했다.

“그리고 루시아는? 아직 신전에 가지 않은 걸로 알고 있는데.”

루시아만 있다면 저 아이의 회복도 훨씬 빨라질 것이다. 루시아도 젬이 있는 데 있겠지.

젬은 어디에 있는 거야.

“제가 찾아오겠습니다!”

엠마가 손을 번쩍 들었다. 하지만, 그들보다 이브라임과 루시아가 나타나는 게 빨랐다.

“여기.”

이브라임이 손을 번쩍 들었다. 젤리가 이브라임의 어깨에 왕처럼 앉아 있었다.

“젤리가 데리고 왔다냥!”

“고마워, 젤리.”

젤리가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낮잠을 자고 있었는데 갑자기 신호가 파바바바박 했다냥!”

“저는 여기에 있어요, 공작님!”

루시아가 뛰어왔는지 숨을 몰아쉬었다. 루시아의 옆에는 젬이가 폴폴 날고 있었다.

“대단한 젬이가 데리고 왔어! 젬이한테 누가 파바바바박 했어! 누가 젬이를 불렀는데.”

젬이가 고개를 갸웃했다.

“고마워, 젬. 정말 잘했어. 대단해!”

젬이가 의기양양해서는 앙증맞은 두 손을 허리에 얹었다. 그리고 턱을 치켜들고는 말했다.

“젬이만 믿어!”

귀여운 자식. 젬의 뺨을 톡톡 쳐 주니 젬이 기분이 훨씬 좋아졌는지 빙글빙글 돌았다.

젬과 젤리는 똑같은 신수인데도 불구하고 종이 달라서 그런지, 성향 차이인지 서로 다른 점이 많았다.

일단 젬은 칭찬을 해 주는 걸 아주 좋아하고, 만져 주는 걸 좋아한다.

그에 반해 젤리는 자기가 허락할 때만 만져 주는 걸 좋아했다. 으스대는 걸 좋아하지만 칭찬해 주면 오히려 부끄러워한달까.

“자, 다들 할 일이 있어. 먼저, 이브라임. 이 아이가 지낼 곳을 꾸며야 해. 할 수 있겠어?”

“그런 게 뭐가 어렵다고. 어딘데?”

“제가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마법사님.”

로드고가 나섰다. 어느새 로드고의 어깨에는 푸른 리본을 목에 묶은 루나가 매달려 있었다.

이브라임과 로드고가 자리를 떠났다.

“그리고, 루시아.”

“네, 공작님!”

“저 아이를 치료해 줘. 여기 수의사 선생님이 아픈 곳이 어디인지 설명해 주실 거야.”

얼떨떨해 보이는 조지나의 등을 어느새 돌아온 엠마가 떠밀었다.

“빨리요, 선생님. 꾸물거리다가는 해가 질 거예요.”

“아, 네… 아니, 잠깐만요. 뭐가 이렇게 빨라요? 이게 맞아?”

혼돈에 휩싸인 조지나의 손을 루시아가 다정하게 잡았다. 루시아가 환하게 미소 지었다.

그 미소는 ‘제가 바로 그 성녀예요.’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걱정하지 말아요. 모든 게 잘될 거예요.”

조지나가 멍하니 고개를 끄덕였다. 루시아에게 말려든 조지나가 짐마차 안으로 끌려 들어갔다.

안에서 두 사람의 말소리와 메리가 낑낑거리는 소리, 젬이 잔소리하는 소리가 들렸다.

“자, 그러면. 마구간에 가서 말이 누울 수 있도록 지푸라기를 옮겨 와야 할 것 같은데. 케르인?”

“제가 알아서 처리하겠습니다, 공작님.”

“고마워. 말이 먹을 수 있는 것도 준비해 줘.”

“네!”

집사장이 하인들 몇몇을 이끌고 마구간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자, 이제 마지막으로 처리할 것은.

“여기 계신 이 분이 다친 아이를 여기까지 데리고 와 주신 영웅이시라고?”

“커, 커허허어엄!”

마부가 당황한 얼굴로 헛기침을 했다.

“저, 저, 저 말씀이십니까?”

“그래, 자네 말이야.”

활짝 웃었다.

“여기까지 오느라고 고생이 많았네. 그에 대한 값은 내가 지불하지.”

베리타 부인이 주머니를 하나 들고 왔다. 그것을 열어 본 마부의 얼굴에 황금빛이 어른거렸다.

“이, 이건……!”

“충분했으면 좋겠네. 저 마차는 아무래도 못 쓰게 될 것 같아. 분해를 해서 아이를 옮기려면 말이야. 그래서 말인데…….”

“가지셔도 됩니다! 이 정도면 충분합니다. 새로운 마차도 사고 집도 사고……. 신을 모시는 신수를 도울 수 있어서 영광이었습니다.”

“자네가 만족스럽다니 다행이군. 자네도 알다시피 이 아이들이 무슨 죄가 있겠나. 게다가 신수들이란 무릇 인간들을 위해서 신께서 내려주신 사자 아니겠나. 자네가 이렇게 이해해 주니 내 마음도 따뜻해지는군. 하녀장.”

“네, 공작님.”

“이 영웅께서 가시는 길이 편안하시도록 데려다주게. 어디까지 가는가?”

“그냥 아무 데나 내려 주십시오! 시가지 어디든 좋습니다!”

마부가 환해진 얼굴로 말했다. 오는 길이 험했는지 시꺼멓게 죽어 있던 얼굴에 생기가 반짝반짝하게 돌았다.

역시.

금융 치료만 한 게 없지.

밖에 나가서 신수에 대해서 나쁘게 말하기 없기.

* * *

조지나는 말 그대로 눈이 돌아가는 걸 느꼈다. 슈타디온은 지휘자의 손을 따라서 아름다운 하모니를 그리는 오케스트라와 다를 바가 없었다.

다들 물 흐르듯이 움직였다.

게다가 그 귀하다는 마법사와 평생에 한 번 볼 수 있을까 말까 한 성녀가 이 저택에 다 있다니.

“저, 성녀님.”

“네, 선생님.”

“여기가 바로 천국인가요……?”

“에?”

루시아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고는 까르륵 웃음을 터뜨렸다.

“아니요, 여기는 슈타디온입니다! 아가사 공작님이 계신 슈타디온이요!”

조지나가 눈을 느리게 깜빡였다. 다친 신수를 만나고 여기까지 오는 몇 달간 겪었던 수많은 풍파가 떠올랐다.

이렇게 살려서 데려와도 슈타디온에서 받아 줄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많았다.

하지만, 너무 괜한 걱정이었다.

눈물이 죽죽 흘렀다.

“어머. 이젠 괜찮을 거예요..”

엠마가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조지나에게 내밀었다. 조지나가 그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고 코까지 푸는 사이에.

“치료가 된 것 같아요.”

루시아가 말했다.

“그 말씀은…….”

“회복하는 데 시간은 걸리겠지만, 이 아이는 걸을 수 있을 거예요.”

루시아가 조곤조곤하게 말했다.

“사실 아직 제 성력이 완벽한 게 아니라 이렇게 깊은 부상을 한 번에 낫게 할 수는 없어요.”

루시아가 멋쩍은 얼굴을 했다.

“괜찮습니다. 다행입니다. 저는 이 아이가 평생 걷지 못할 수도 있다고…….”

인간이 놓은 덫에 걸렸다. 말 신수는 야생 동물들보다도 더 먼 거리를, 더 빠르게 달렸다.

그런데 덫에 걸려 거의 다리를 잘라야 할 정도로 다쳤었다. 먹지도 못하고 뛰지도 못하고 시름시름 앓으며 죽어 가던 아이를 조지나가 발견한 건 대단한 우연이었다.

덫에 걸리고 나서도 심하게 발버둥을 쳤는지 온 다리가 다쳐 있었다.

며칠을 그러고 있었는지 생기도 없었고 갈비뼈가 드러날 정도로 바짝 말라 있었다.

조지나는 일단 살려서 데려가자는 생각이었다. 어떻게든 되겠지, 막연하게 생각하면서…….

사실 막막했었다. 어느 날 밤엔 이 모든 게 헛된 짓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불쑥 들기도 했었다.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눈물이 다시 한번 주룩 흘렀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어머… 고생이 정말 많으셨나 봐요.”

“그러게.”

루시아와 엠마가 조지나의 등을 토닥였다. 그 따뜻한 위로 속에서 조지나는 생각했다.

‘나는 여기에 뼈를 박을 것이다.’

* * *

“옮기는 게 문젠데.”

아직 의식도 찾지 못하는 신수를 일으켜 옮길 수는 없었다. 마차를 분해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다친 말을 옮길 수 있는 방법은…….

“역시 마법?”

이브라임이라면 짠 하고 움직여서 짠 하고 옮길 수 있지 않을까?

“우움, 우움.”

고민하는 내 앞으로 젬이 알짱거렸다.

“젬, 지금 내가 바빠서…….”

“대단한 젬이가 있는데.”

“응?”

“대단한 신수 젬이가 해 줄 수 있는데.”

“뭐를?”

“레이를 옮기려는 거 아니야?”

“레이? 그건 누구야.”

“얘.”

젬이가 통통한 팔로 말 신수를 가리켰다.

“이름이 레이라던데?”

“……목소리가 들려?”

젬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치료를 하는 동안 잠시 정신을 찾았었다더니.

“그런데 레이를 어떻게 옮긴다고?”

“으쌰으쌰 해서!”

젬이가 주먹을 들어 올렸다.

자, 보자.

젬이는 내 두 손을 모으면 그 위에 앉을 수 있는 크기다. 그에 반해 레이는 짐마차를 가득 채우는 크기였다.

그런데 뭘 한다고?

“말만으로도 고마워, 젬. 조지나, 전에는 레이를 어떻게 옮겼어?”

“그땐 레이가 조금 정신이 있었어서…….”

“젬이가 할 수 있다니까!”

젬이 다시 내 앞으로 돌아왔다.

“공작님이 내 말 안 믿어 줘! 나빴어!!”

젬이 볼을 통통하게 부풀렸다.

그래, 들어나 보자.

“아니이, 그런 거 아니야. 그럼 젬이가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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