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주인공들이 동물센터로 쳐들어왔다 (67)화 (67/90)

#67화.

“하, 하지만, 비용이…….”

“그게 문제란 말이지. 국고에는 한계가 있고…….”

“혹, 공작님께서…….”

“빌릴 수는 있지 않겠나. 열심히 갚다 보면 언젠가 다 갚을 수 있겠지.”

나엘이 피식 웃었다.

‘돈 주세요. 설마 날로 드시려는 건 아니죠?’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밀어붙이던 아가사가 떠오른 것이다.

“하지만, 황태자 전하. 너무 많은 부채는…….”

“걱정하지 말게. 그 또한 생각하고 있는 바가 있으니.”

나엘이 가볍게 말했다.

그가 그러니 디에고와 파블로의 마음도 어느 정도 가벼워졌다. 그들이 아는 황태자라면 분명히 방법이 있을 테니까.

“자, 그러면 일단 불쌍한 동물들과 신수들을 구할 비책을 세워 볼까? 데이먼 가문의 기둥을 뿌리 뽑으러 가야지.”

“네, 전하!”

디에고가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대답했다.

* * *

루시아가 잠든 젬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루시아는 신전에 갈 때 젬을 두고 갈 생각이었다.

신전 사람들이 그리 착한 것만은 아니라는 걸 루시아도 알고 있었으니까.

과거엔 어땠을지 몰라도 지금의 신전은 이익을 추구하는 부패한 집단이었다. 황성에서 일하다 보면 많은 것들을 알게 되는 법이었다.

“젬…….”

루시아가 젬의 통통한 볼을 손가락으로 쓸었다. 젬이 몸을 뒤척였다. 팔다리를 사방으로 뻗고서 잠든 젬이 도롱도롱 숨소리를 냈다.

아랫배를 긁적여 주니 젬이 기분이 좋은지 생긋 웃는다.

루시아는 젬이 있어서 외롭지 않았다.

그런 젬을 두고 갈 생각을 하니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그래도 안 데려갈 거야.”

루시아가 중얼거렸다.

“나는 젬이 행복했으면 좋겠어.”

욕심 가득한 인간들에게 이용당하지 않고. 이곳엔 아가사도 있고 엠마도 있었다.

이곳만큼 젬이 지내기 좋은 곳이 있으랴.

루시아가 씩씩하게 눈물을 닦았다. 내일이면 루시아가 신전으로 가는 날이었다. 루시아는 스스로 떠나는 날을 정했다. 최대한 빠르게.

루시아로 인해서 슈타디온이 어려움을 겪질 않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얼마 전, 대신관은 비밀리에 루시아를 찾아왔었다.

‘우리는 루시아를 최선을 다해 보호해 줄 거야. 물론, 우리의 힘이 미약하여 슈타디온만은 못할 수도 있지. 하지만, 루시아. 자네의 존재는 너무 애매해.’

‘애매하다고요……?’

‘그래, 뒷배는 하나도 없는 평민 출신에 황후의 명령으로 데이먼 가에 묶일 수도 있는 성녀.’

‘…….’

‘그러니 슈타디온에게도 부담일 수밖에 없네. 자네를 지키려면 어린 공작이 황후를 등질 수밖에 없는 구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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