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화.
“공작님! 지금 각 가문에서 청혼서를 보내왔습니다. 전부 공작님을 뵈어야 한다고 아우성입니다.”
집사장의 수염이 푸들푸들 떨렸다. 늘어져 있던 몸을 일으켰다.
“그게 무슨 말이지? 청혼서?”
“예, 공작님!”
그 순간 나엘의 말이 떠올랐다.
‘제2의 체이스가 나오지 말란 법이 없어. 너는 무슨 대비를 하고 있지?’
하. 무슨 예언자야?
가뜩이나 머리가 복잡한데 생각하기 싫었던 주제가 끼어들었다. 그와 함께 말도 안 되는 약혼 비스무레한 것도 떠올랐다.
“……다들 돌아가라고 전하게.”
“반드시, 답변을 듣기 전에는 돌아가지 못한다고들 버팅기고 있습니다.”
미친 거 아니냐. 이래서 사람은 착하게 살면 안 돼. 소시민적 태도를 버렸어야 했는데.
“이럴 때 과거의 나는 어떤 행동을 했을까?”
“네?”
집사장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엠마가 고개를 살짝 저었다.
“아니. 내가 사실 요새 어른이 될까 했었거든. 지난 6개월 동안 새사람이 된 것처럼 노력했다, 이거지.”
“예, 공작님.”
집사장이 열렬히 고개를 끄덕였다.
“공작님께서 성장하시는 모습을 지켜보는 건 정말 기쁜 일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과거가 기억이 안 나서. 과거의 나였으면 어떻게 했을까?”
집사장이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음…….”
* * *
“아오, 아직 성질머리 안 죽었네.”
“그러니까!”
청혼서를 들고 왔던 심부름꾼들이 멀쩡한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렸다. 방금 전에 슈타디온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리면서.
아가사는 착해진 게 아니라 오히려 더 업그레이드한 것 같았다.
‘이브라임, 저 사람들 머리를 다 불태워 버려.’
‘진심이십니까?’
‘여기서 죽을 때까지 못 간다잖아. 정말로 그런지 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