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그동안 즐거웠습니다. 미스 필로네. 이건 성의라 생각해요.”
너저분하게 뒹군 흔적 위로 하얀 봉투가 툭 놓였다. 궐련을 재떨이에 비벼 끈 남자가 마지막으로 느슨한 타이를 조여 맸다.
“부족하면 말해요.”
자로 잰 듯 단정하고 서늘한 목소리. 진저리나게 차가운 이별 통보에 로위나는 입 안을 깨물었다.
은화 한 닢에 웃음을 파는 천박한 여자가 된 기분이었다.
“하… 하하…….”
결국 끝은 이거구나.
분노 대신 허탈한 웃음이 터져 나왔다. 바람 빠진 웃음소리에 문고리를 돌리려던 남자가 멈춰서 뒤를 돌았다.
로위나는 흐려진 시야 속에서 그 얼굴을 조금이라도 눈에 담으려 필사적으로 눈을 깜박였다.
넓은 어깨와 훤칠한 키, 잔 근육이 붙은 몸에 완벽한 실루엣을 그리는 검은 정장. 한 올의 흐트러짐 없이 쓸어 올린 흑발과 날카로운 아치를 그리는 눈썹, 그리고 종잡을 수 없는 옅고 푸른 눈동자.
미간을 찌푸린 그가 나직이 추궁했다.
“뭐가 웃기지?”
“한 번이라도.”
“…….”
“한 번이라도 날 사랑했나요?”
떨리는 물음에 늪 같은 침묵이 내려앉았다. 느리게 눈을 깜박인 그가 대꾸했다.
“전혀.”
뜨거운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절대로 질척거리지 않겠다는 맹세는 원망과 분노, 슬픔에 녹아내렸다.
이를 악문 로위나가 천천히 등을 세웠다.
“당신은 악마예요. 날…… 날 갖고 놀았던 거죠?”
“…….”
“난 그저…… 막 수도로 올라갈 생각에 들떴던 어리고 순진한 소녀였는데.”
그녀의 머리 위로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성큼 다가온 그가 검지를 들어 그녀의 턱 아래를 쓸었다.
“그래서.”
깊게 울리는 낮은 목소리에 그녀가 젖은 숨을 삼켰다. 단지 그뿐인 접촉임에도 데인 것처럼 뜨거웠다. 옴짝달싹하지 못하는 로위나를 내려다보며 그가 물었다.
“내가 억지로 당신을 취했나?”
“…….”
“우리는 같이 즐긴 거야. 서로 취할 건 취하면서.”
개를 다루듯 아래턱을 두어 번 쓰다듬은 남자가 뒤돌았다.
“그럼 잘 지내요. 미스 필로네.”
여왕의 조카이자 세 개의 작위, 네 개의 섬, 그리고 의회 최고상의원 자리를 가진 왕위계승서열 3위 킬리언 데본셔.
록포드의 데본셔 공작이 결혼한 건 그로부터 보름 후였다.
그게 5년 전 일이었다.
그랬기에.
“로위나.”
그녀는 바로 어제 헤어졌다는 양 자연스레 제 영역에 발을 들인 그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때 준 돈이 적지 않았을 텐데 참 구질구질하게 살았군.”
쓰레기장을 보듯 좁은 집 안을 훑는 눈빛에 가슴이 찢어졌다. 아랫입술을 말아 문 로위나가 날을 세웠다.
“……말조심해요. 무슨 이유로 여기까지 찾아왔는지 모르겠지만.”
실내화로 갈아 신는 성의도 없이 들이닥친 킬리언이 카우치에 풀썩 앉았다. 품을 뒤적여 궐련을 꺼내 문 그가 대뜸 말했다.
“다시 시작해.”
……뭐라고?
머릿속이 표백된 듯 새하얘졌다. 무슨 말을 들은 건지 알 수 없어 눈을 깜박이던 로위나가 파르르 떨리는 입술을 열었다.
“당신…….”
“…….”
“돈을 던져 주며 날 버렸던 거, 기억 안 나요?”
“그래서야.”
“……뭐라고요?”
“내가 버렸으니 내가 주워야지.”
담백하게 대꾸한 킬리언이 긴 다리를 꼬고 등받이에 편하게 기대앉았다.
그녀가 아무 예고도 없이 들이닥친 불청객에 얼어붙은 사이, 그가 궐련 끝에 불을 붙였다. 매캐하게 퍼지는 담배 연기에 숨이 막히는 기분이었다.
“그거 당장……!”
뒤늦게 정신 차린 로위나가 거칠게 그의 손에서 궐련을 빼앗는 순간이었다.
끼이익.
안쪽에서 낡은 문이 열렸다.
“데미안!”
“엄마……?”
“문 닫아!”
살짝 보이는 아이에게 소리친 로위나가 아들을 그에게서 보호하려는 듯 문 쪽으로 이동하며 매섭게 침입자를 노려봤다.
“나, 나가요.”
로위나는 마른침을 삼켰다. 심장이 가파르게 뛰고 손이 벌벌 떨렸다.
얼굴을 봤을까? 그와 닮았다는 걸 알아챘을까?
사형선고를 앞둔 죄수처럼 파랗게 질려 있는 동안, 짧고 음산한 웃음소리가 그녀의 귀에 파고들었다.
“하하!”
“…킬리언.”
“조신하게 지냈으리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그사이 혹까지 달았을 줄은.”
입매는 웃고 있었지만 로위나를 담은 시선은 흉흉했다. 당장이라도 문을 부수고 방 안의 애새끼를 끌어내고 싶은 마음을 고스란히 내보인 그가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그새 남자라도 만났나 보군? 음?”
가면을 바꿔 쓰듯 금세 살기를 지운 공작은 여전히 우아하고 여전히 완벽했다. 제게 성큼 다가오는 킬리언을 피해 로위나는 뒷걸음질 쳤다.
“아……!”
도망은 짧았다. 그녀의 등 뒤로 단단한 벽이 닿자, 토끼몰이를 하듯 느긋하게 거리를 좁힌 그가 멈춰 섰다.
“읍……!”
고개 숙인 그가 한 손으로 그녀의 턱을 쥐고 들어 올렸다. 다가온 입술에 몸부림쳤지만 아랫입술을 깨물리자 고통에 입을 열 수밖에는 없었다.
“하…….”
오 년의 공백이 무색하게 당연하다는 듯 제 것을 만끽한 뒤에야 입술이 떨어졌다. 쓴 궐련 맛에 목 끝까지 매캐한 연기가 가득 차오른 느낌이었다. 로위나의 눈에 불이 일었다.
짝.
다음 순간, 그가 돌아간 고개를 천천히 바로 했다. 눈이 마주치자마자 보이는 광기에 로위나는 짧게 숨을 삼켰다.
“선택해요. 미스 필로네.”
미친…… 미친 사람.
새하얗게 질린 그녀의 얼굴에 만족스럽게 웃은 킬리언이 로위나의 뺨을 검지로 툭툭 건드렸다.
“다시 내 정부가 될 건지, 아니면 아이와 길거리에서 같이 죽을 건지.”
머리 위로 내려앉은 절망에 로위나는 눈을 질끈 내리감았다.
선택지가 아니었다.
그렇게 만들겠다는 통보였다.
악마 같은 킬리언 데본셔는 그러고도 남을 남자니까.
그녀는 3년이나 그런 남자의 정부였으니까.
1화
5년 전.
데본셔 공작의 정부.
사람들이 로위나 필로네를 부르는 단어는 명료했다. 벌꿀처럼 탐스러운 금발과 한여름 녹음처럼 반짝이는 초록 눈동자. 신문사들은 그녀의 아름다움을 찬양하면서도, 잠시 잠깐일 미모를 팔아 공작가의 재산으로 마음껏 사치하는 허영스러운 여자로 덧칠했다.
아름답고 사치스러운 로위나 필로네.
하지만 대중의 인식이 어떻든 간에 로위나는 에셀우드 사교계의 숨겨진 여신이었다. 낭독회건 연주회건 야유회건 열리기만 하면 앞다투어 그녀 앞으로 초대장이 쌓였다. 수많은 예술가가 그녀를 뮤즈 삼아 작품을 만들어 냈다.
가장 고귀하면서도 가장 천박한 여자.
뒤에서 그녀를 뭐라 부르든 데본셔 공작가를 등에 업은 로위나 필로네를 감히 모욕할 사람은 없었다.
적어도 보는 앞에서는.
“로위나 필로네 말이에요.”
악의가 담긴 목소리였다. 파우더룸에서 화장을 고치던 로위나의 손이 멈칫했다.
“이번에 그 여자가 들고 온 가방, 마담 엘레디가 한정판으로 왕실에만 납품한 가방 맞죠?”
벽을 사이에 두고 들려온 목소리는 한둘이 아니었다. 은근한 질문에 다른 여자가 맞장구쳤다.
“그거 맞아요. 입고 온 옷은 또 어떤데요. 내가 세 달 전부터 기다려 왔던 헤르덴 의상실 드레스잖아요.”
“그 귀걸이며 목걸이는요. 대대로 왕가에서만 내려오던 보물 같던데.”
“어이없지 않아요? 그 여자만 나타나면 남자들이 전부 침 흘리는 게?”
“그 여자도 그래요. 아무리 공작가의 위세가 대단해도 명예도 모르나? 잘 포장해도 결국 한낱 정부잖아요?”
“그러게요. 출신도 불분명한 천박한 여자 주제에 정말 부끄러운 줄도…….”
끝없이 이어질 것 같던 험담이 멈춘 건 다음 순간이었다.
“미스 필로네.”
두 번의 노크 소리와 함께 낯익은 목소리가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동시에 헐뜯던 목소리가 잠잠해졌다.
괜찮아. 항상 있는 일이잖아.
쥐 죽은 듯한 침묵에 가까스로 숨이 트인 로위나가 거울을 보며 자신의 얼굴을 점검했다. 머리도 화장도 한 점 흐트러짐 없이 전문가의 손길을 받은 그대로였다.
“갈게요.”
커튼을 열어젖히고 나오자 옆 공간에서 숨죽인 여자들의 기척이 느껴졌다. 잠시 그 앞에서 멈춰 서기 무섭게 문밖에서 수행원이 그녀를 재촉했다.
“저하께서 마차에서 기다리십니다.”
* * *
북적이는 오페라하우스의 입구를 지나친 마차가 미끄러지듯 신작로를 내달렸다. 푹신한 가죽 때문에 마차 안은 덜컹거림 없이 편안했지만, 한편 세상 어느 곳보다 싸늘했다.
살얼음 낀 공기는 휴식시간이 끝나고 2부 극이 시작될 무렵부터였다. 내내 말이 없던 킬리언이 무거운 침묵을 깨뜨렸다.
“이번엔 뭐가 불만이지?”
“…네?”
수없이 스쳐 지나가는 가스등과 행인들을 바라보던 로위나가 느릿하게 고개를 돌렸다.
“네가 원하는 대로 해 줬지 않나.”
짜증 섞인 목소리에 여린 어깨가 절로 움츠러들었다. 이럴 때 킬리언은 그녀가 시선을 피하는 걸 제일 싫어했다.
겨우 고개를 든 로위나가 공작을 바라봤다.
새카만 머리카락에 색소 옅은 파란색 눈동자.
태어날 때부터 부와 명예, 권력을 손에 쥔 사람답게 기저에 오만함과 당당함이 깔려 있는 남자였다. 잠시 넋이 나갈 만큼 아름다운 비늘을 가졌지만 날카롭고 치명적인 독을 가진 뱀 같은 남자.
눈이 마주치자 절로 사과부터 튀어나왔다.
“심기가 불편하셨다면 죄송해요. 불만은 없어요……. 오히려 감사하게 생각해요.”
방금 보고 온 가극은 외국에서부터 인기가 자자한 프리마돈나의 국내 첫 공연이었다. 평소 팬이었던 여배우의 실물을 본 것부터 웅장한 무대와 귀를 황홀하게 하는 노래까지.
그것도 가장 좋은 박스 석에서 관람했다. 분명 추억에 남을 밤이었다. 그녀는 바쁜 와중에도 이리 시간을 내어 함께해 준 그에게 감사했다.
이 남자의 옆에서 벗어나는 순간 힐끔대는 시선들과 파우더룸에서의 험담만 없었더라면.
“그런데 왜 불퉁하게 입 닫고 꿍해 있지?”
쯧, 혀를 찬 킬리언이 손을 뻗어 그녀의 턱을 쥐었다.
“말해 봐요. 이젠 내가 정부의 눈치를 봐야 합니까?”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분명한 경고였다. 입술을 떨며 로위나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한 손에 잡힌 작은 얼굴에 많은 감정이 들어찼다 단숨에 빠져나갔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눈동자가 이채를 띠었다.
그는 눈앞의 여자가 흥미로웠다. 가끔 인형이라도 된 양 입을 꾹 다문 채 자신을 외면할 때를 빼고는. 한 줌에 으스러뜨리고 싶다가도 유리 장식장에 넣고 소중히 박제하고 싶었다.
두 갈래로 나뉜 마음이 갈팡질팡하는 사이, 창백하게 그를 바라보던 로위나가 입술을 달싹였다.
“그냥…….”
“그냥.”
눈썹을 치켜올린 킬리언이 대답을 재촉했다.
천장에 달린 램프가 그의 얼굴을 붉게 비췄다. 로위나는 눈앞의 남자를 잠시 가만히 바라봤다. 고귀하면서도 천박한 여자란 평이 붙은 지 3년이었다. 살을 섞고 함께 산 지도 그만한 시간이 지났다.
편해지는 건 고사하고, 이제 조금은 익숙해질 법도 한데 아직도 익숙해지지 않았다. 이리 가까이 이 남자와 얼굴을 맞댈 때면 여전히 심장이 뛰고 모든 피가 얼굴에 몰렸다.
명백한 비웃음을 던질 때, 깊게 파이는 왼쪽 뺨의 보조개조차.
정부인 자신에게까지 언제나 깍듯이 존대하는 이 남자가 이리 하대할 때는 두 가지 경우였다.
잠자리에서. 혹은 뭔가가 심기를 건드렸을 때.
“조금 피곤해서요. 거슬리셨다면… 죄송해요.”
맥없이 대꾸한 로위나가 다시 입을 다물었다. 이런 때에 그의 심사를 건드려서는 안 됐다. 그러나 신경 쓰지 말아야지 스스로를 다잡아도 계속 맴도는 여자들의 험담이 그녀를 괴롭게 했다.
“잘못한 걸 알면.”
조용히 말문을 닫아 버린 정부를 바라보던 킬리언이 매끈한 미간을 찌푸렸다.
“벌을 받아야지.”
“네……?”
갑작스러운 통보에 눈을 크게 뜬 그녀에게 그가 손을 내밀었다. 하얀 장갑을 멀뚱히 바라보는 로위나에게 짧은 명령이 떨어졌다.
“벗겨요.”
시중드는 하녀 대신 그의 넥타이를 매어 주고 옷차림을 정돈하는 일이야 아침마다 하는 일이었다. 대답 대신 로위나가 손을 뻗었다. 대로 그의 장갑을 벗기려는데, 벼락같은 말이 머리 위로 내리꽂혔다.
“입으로.”
“아……!”
무슨 말인지 파악하기도 전에 킬리언이 가녀린 팔을 잡아당겼다.
휘청거리며 로위나가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성인 한 명이 반듯이 누워도 될 만큼 널찍한 좌석 사이에 그녀가 무릎 꿇자 만족스럽다는 듯 웃은 킬리언이 그녀의 금발을 쓰다듬었다.
“물어서 벗겨요. 미스 필로네.”
헉. 가차 없이 내리꽂힌 위압에 로위나가 짧은 숨을 토해 냈다. 애완견을 쓰다듬듯 내리누르는 손길에 수치심이 밀려들었다.
불이 붙은 듯 양 뺨이 화르르 붉어졌지만, 뒤이어 낮은 목소리가 그녀를 부르는 순간 망설임은 끝났다.
“미스 필로네.”
그는 세 번 이상 그녀의 이름을 부르지 않았다.
“싫습니까?”
선택지는 없었다. 절대적인 약자는 언제나 그녀니까. 거절한다면 아마 일주일 이상 혼자 지내야 할 것이다. 이제나저제나 주인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는 애완견처럼.
“싫으면…….”
“아, 아뇨.”
다급한 대답에 귓바퀴를 따라 내려간 손이 목덜미를 쓸었다. 얇은 천 너머로 닿은 살갗이 화끈거렸다.
“…할, 할게요.”
마른침을 삼킨 로위나가 그의 장갑 끝을 이로 물었다. 장갑을 벗기자마자 긴 집게손가락이 그녀의 입 안으로 파고들었다.
* * *
전날 지쳐 혼절한 로위나가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이튿날 정오 무렵이었다. 충분히 욕심을 채운 공작은 아침 일찍 꽃다발과 구두를 선물했다. 넓은 침대에서 혼자 눈 뜬 로위나는 텅 빈 옆자리를 눈으로 매만졌다.
“어제 오페라는 어떠셨어요?”
물결치는 금발을 상아빗으로 빗던 하녀 멜리사가 종달새처럼 재잘댔다.
“좋았어.”
“너무 부러워요. 저 같은 서민들은 세 달 봉급을 모아도 말석 하나를 살까 말까인데. 그것도 첫 공연이라니!”
꼼꼼히 머리를 빗던 손이 잠시 멈췄다. 마주한 거울 너머로 흥분한 소녀를 보며 로위나가 씁쓸하게 웃었다.
“그렇게 보고 싶어?”
“네. 한때는 오페라 여배우가 꿈이었는걸요. 넌 얼굴부터 탈락이라고 오빠가 항상 놀려 댔지만.”
“충분히 귀여운걸.”
상냥한 대답에 멜리사가 뺨을 붉혔다.
보기만 해도 눈이 휘둥그레지는 미인인 그녀와 달리, 자신의 외모는 언제나 콤플렉스였다. 특징 없는 고동색 머리카락에 녹슨 잿빛 눈동자. 몸매는 밋밋했고 키도 땅딸막해 시골 고향에선 기껏해야 땅 좀 있는 농부의 아내가 되는 게 정해진 미래였다.
수도에 올라와 이렇게 다정한 아가씨의 하녀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지만.
“아가씨는 옛날에 꿈이 뭐였어요?”
생각에 잠긴 로위나의 머리 위로 불쑥 질문이 날아왔다. 갑작스러운 물음에 눈을 깜박이던 로위나가 고개를 숙였다. 손끝으로 치맛자락을 움켜쥐고는 작게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