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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무래기 공작가의 깡패 아기님 (42)화 (277/486)

제42화

딸깍.

셀리아가 일당백의 전투력을 가지고 있다는 걸 확인한 나는 후작이 도망갈 수 없게 재빨리 문을 걸어 잠갔다.

퍼억!

퍼버퍽!

벨루치가 그녀의 아기를 안전하게 보호하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인지, 그녀의 날렵한 발차기에는 두려움이라곤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이 미친X들이…!”

도주로가 막혔다는 것을 눈채친 후작이 피가 흥건한 집무실을 둘러보며 셉터를 휘두른다.

“저X들을 죽이거라, 빌헬름!”

후작의 명령에 하얗게 질린 소년의 손등이 움찔한다.

“어서 움직여! 이 먹여주고 재워준 은혜도 모르는 배은망덕한 괴물 같은 놈!!”

나는 후작의 말에 기가 막혀 헛웃음을 지었다. 브리넨 후작이 소년을 먹이고 재워 준 데에는 확실한 목적이 있었으니까.

‘누가 보면 정말 자선 사업이라도 펼쳤는 줄 알겠어.’

나는 소년이 셉터의 힘에 반항하는 데 한계에 이르렀음을 눈치채고 총구를 후작 쪽으로 움직였다.

“허! 그게 무슨 물건인지는 알고 나를 겨누는 건가?”

후작이 총을 들고 설치는 아기에 불과한 나를 비웃으며 이죽인다.

“모두 내가 개발한 무기들이다. 사용법도 모르는 주제에 설치지 말고,”

탕-!

나는 후작의 건방진 주둥아리를 막아 버리기 위해 방아쇠를 당겼다.

“허억!”

화약 대신 마정석이 박힌 탄환이 후작의 왼쪽 귀를 스쳐 지나간다.

나는 붉은 피가 주르륵 흘러내리는 그의 귓가를 빤히 바라보며 다시금 방아쇠를 달칵였다.

“자, 잠깐!!!”

탕!

그가 기겁하며 손을 뻗었지만 내 움직임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후.”

나는 연기가 몽실몽실 피어나는 권총의 끄트머리를 후후 불며 머리카락을 삐쭉 세운 후작을 바라봤다.

“네가 어떻게 내 무기의 사용법을 아는 거지?!”

잘 모른다.

‘권총 모양이길래 대충 쏴 본 거지, 뭐.’

브리넨 후작이 개발했다고 주장하는 총기류는 내가 주로 다루던 무기들이 아니었다.

내가 사용했던 현대 무기에 비하면 수준이 형편없었으니까.

‘이런 핸드건은 재장전에도 너무 많은 시간이 소모될 거고 정확성은 눈물 나는 수준일 테지.’

하지만 나는 손에 든 무기의 정확성 따위에 흔들릴 만큼 실력 없는 사격수가 아니었으니까.

“글구 지굼 그게 중요해? 다음에는 머리통이 날라가게 생겨써, 후잔니.”

왼쪽 귀와 오른쪽 귀를 사이좋게 날려 줬으니 이제 남은 건 머리통뿐이었다.

“워, 원하는 게 뭐야.”

내 차가운 말에 새하얗게 질린 후작이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겨우 입을 연다.

“도대체 나한테 원하는 게 뭐냐고!”

“꾸러.” (꿇어.)

“…뭐?”

책상 위에 올라 후작과 눈높이를 맞춘 나는 비스듬히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꿇든지, 죽든지.”

여기저기 피가 튄 벽을 배경으로 내가 방아쇠를 매만지는 금속성의 소리가 차갑게 울린다.

털썩.

결국 무릎을 꿇은 후작은 치욕스럽다는 듯 이를 악문 채 여전히 자신에게 총구를 겨누고 있는 나를 노려보았다.

‘자식이, 아직도 기가 안 죽었네.’

“쟈아, 이제 협상을 시작해 보까?”

나는 방긋 웃으며 식은땀이 주르륵 흐르는 그의 이마를 총구로 툭툭 밀었다.

“후잔니, 살고 시퍼?”

내가 미친개였던 시절 적을 압박하기 위해 취하던 행동이 자연스레 튀어나온다.

“살려 주묜 니니한테 모 해줄래오?”

관자놀이를 꾹 누르는 총구의 압박감을 견디지 못한 후작이 결국 한숨 끝에 입을 연다.

“구휼원의 아이들을 전부 풀어주마.”

“마? 혀가 짤련나?”

내가 두 눈을 크게 뜨고 묻는 말에 그는 서둘러 말을 덧붙였다.

“…풀어주겠습니다. 당신이 모르는 곳에 갇혀있는 아이들까지 전부.”

“웅. 그건 당연한 거구.”

“제게 따로 원하는 게 있는 겁니까?”

나는 후작의 물음에 내 뒤에 기사처럼 시립한 셀리아에게 턱짓했다.

“당신이 구휼원을 이용해 쌓은 재산 전부를 아가씨께 양도하는 조건으로 자비를 베풀도록 하죠.”

셀리아는 내가 미리 준비시킨 서류를 후작 앞에 들이밀며 후후 웃었다.

“우리 아가씨가 천사 같은 마음씨를 지닌 분이니 이 정도로 넘어가 주시는 거예요.”

“…알겠습니다.”

나는 후작의 대답에 어깨를 으쓱하며 그가 끼고 있던 후작가의 인장을 쿡 찔렀다.

“조아. 도장 찌거.”

구휼원의 아이들에 대한 권리를 포기하겠다는 내용의 서류와 재산 양도권 서류에 꾸욱 박힌 브리넨 후작가의 전나무 인장에 나는 헤벌쭉 입을 벌렸다.

‘이정도 규모의 재산이면 내가 투자할 수 있는 사업 영역이 확 늘어나겠어.’

“움후후.”

내가 작은 주먹으로 입을 가리며 웃는 순간, 여태 빈틈을 노리고 있었는지 후작이 제 허벅지 아래에 숨겨 놨던 단검을 들고 내게 달려든다.

“내가 겨우 네까짓 계집애에게 여태 쌓아 온 모든 것을 빼앗길 줄 알고! 그깟 서류야 찢으면 그만이야!!”

원래의 내 몸이었다면 이런 기습 정도야 손쉽게 피했겠지만, 내 짤똥한 소시지 같은 몸은 애석하게도 내 의지대로 움직여 주지 않았다.

‘이건 좀 위험하겠는데.’

후작의 단검이 바로 내 코앞까지 다가온 순간이었다.

“아가씨!”

깜짝 놀란 셀리아가 내게 뻗은 손이 닿기도 전에,

“커억-!”

허공을 찢으며 나타난 새까만 인영이 후작의 등을 딛고 선다.

“기대보다 뒤처리가 깔끔하지 못한데.”

“…압빠?”

아니, 눈앞의 잔악한 남자는 가스파르가 아니었다.

“루카쯔.”

나는 피가 묻은 새까만 롱소드를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아효….”

내 한숨 소리와 함께 허공을 수놓은 피의 궤적이 후두둑 소리를 내며 가라앉는다.

루카스는 날렵한 몸을 감싼 검회색 로브를 허공에 휘날리며 이미 시체가 된 후작의 머리통을 짓밟았다.

콰직.

“후잔니를 주기면 어떠케~!!!”

나는 세기의 명의가 달려와도 살릴 수 없는 몰골이 되어 버린 후작의 모습에 책상 바닥을 쾅 내려쳤다.

“루카쯔, 미쳐써?!!”

“왜.”

왜긴 왜야!

대귀족 가문 중 하나인 브리넨의 가주가 죽는 사건이 벌어졌으니 황실에서 직접 조사에 나설 확률이 컸다.

“죽어 마땅한 놈이 아니었나. 내 기억이 맞는다면 브리넨 후작위는 늘 그런 새끼가 맡았는데.”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후작을 활활 타는 벽난로에 쑤셔 넣은 루카스가 피가 튀긴 뺨을 스윽 닦으며 나를 돌아본다.

“그건 글치만….”

나도 물론 브리넨 후작을 끝까지 살려 둘 생각은 없었다.

‘구휼원이 정리되고, 후작과 나의 연결고리가 완전히 사라진 시점에 조용히 처리하려고 했을 뿐이지.’

“여긴 오또케 온 거야?”

루카스가 가스파르의 몸을 차지할 수 있는 건 초승달이 뜨는 밤뿐이었다.

나는 밤하늘을 새하얗게 밝히고 있는 보름달을 가리키며 고개를 갸웃했다.

“네 마나의 파동이 격하게 움직이기에.”

“웅?”

“가스파르가 잠에 든 틈을 노렸다.”

아빠의 육체를 빌려 쓰고 있는 주제에 이제 마구잡이로 몸을 노린다는 말인가.

“내 마나를 품은 네가 죽게 내버려 둘 수는 없었으니까.”

“안 와두 안 주거써.”

나는 루카스의 설명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땅바닥을 나뒹구는 셉터를 주워 들었다.

‘사라져 버렸네.’

소년은 희미한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증발해버렸다.

‘셉터가 내게 있으니 소환은 가능하겠지만….’

나는 미약한 심장 박동처럼 옅게 진동하는 셉터를 품에 안은 채 입술을 깨물었다.

셉터와 접촉한 순간 소년의 생각이 내게 흘러 들어오기 시작했으니까.

죽어야 한다.

죽어야만 한다.

내가 죽어야 구휼원이 사라진다.

강박에 가까운 소년의 생각은 구휼원과 함께 사라지고 싶다는 집념에 가까웠다.

‘죽기 위해 숨어버린 거겠지.’

나는 삶을 끝내고 싶어 하는 소년의 마음을 이해하면서도 잔뜩 힘이 들어간 주먹을 풀지 못했다.

‘이렇게 끝낸다고? 복수조차 제 손으로 하지 못했는데.’

아무런 기쁨도 행복도 느끼지 못한 채 끝을 내 버리는 삶이어도, 결국 남의 인생인데 왜 이렇게까지 마음에 걸리는 걸까.

나는 꺼져 가는 불씨처럼 희미하게 빛내는 셉터를 노려보다 입을 열었다.

“부시자.”

“뭐?”

“일단 구훌언부터 때려 부시자구.”

“구휼원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때려 부순다는 계획은 꽤나 마음에 드는군.”

몸의 주인과 달리 루카스는 꽤나 포악한 성격이었다.

나는 씨익 올라가는 그의 잘생긴 입매를 흘깃하며 내 몸만 한 바주카포를 챙겨 들었다.

“우리는 후잔니 암살한 고야.”

“바깥이 이렇게나 시끄러운데 암살이라.”

내 말이 우습다는 듯 루카스가 비스듬히 고개를 기울인다.

“어떻게 암살이라는 거지?”

‘아빠가 아니라 루카스가 와서 차라리 다행이야.’

가스파르는 이런 폭력적인 행동은 절대 용납하지 못했을 테니까.

“언래 목격자 업쓰면 암살이야, 루카쯔.”

콰콰쾅-!

바주카포 한 방으로 후작의 집무실을 날려 버린 나는 연기가 풀풀 나는 몸을 비틀어 아이들이 우수수 빠져나간 저택을 돌아보았다.

“증거 업쓰면 완젼범죄.”

그러니까 일단 건물부터 없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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