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손바닥만 한 거울로 요목조목 내 얼굴을 들여다보던 나는 곧 절망했다.
아기 주제에 오똑한 콧대나 도톰한 입술이 매력적인, 미래가 무척 기대되는 얼굴이긴 했지만….
“눈누.”
“네, 아가씨.”
“…나, 눈 올라가또?”
눈꼬리가 새초롬하게 올라가 있는 점이 마음에 걸린다.
‘왼쪽 눈가에 선명하게 찍힌 애교점도 너무 수상해.’
“눈누, 솔찌카게 말해됴.” (룰루, 솔직하게 말해 줘.)
내 서글픈 재촉을 받은 룰루가 조금 곤란한 듯 뺨을 긁는다.
“올라가긴 올라가셨는데요…. 하, 하지만 정말 예쁜 눈이세요!”
룰루는 애써 눈꼬리를 내리기 위해 눈가를 연신 잡아당기는 내 손을 붙잡으며 울상을 지었다.
“전 아가씨처럼 예쁜 아기님은 살면서 본 적이 없는 걸요!”
‘…하지만 예쁜 건 중요하지 않단 말이야!’
나는 인상을 찌푸리며 룰루가 가져다준 거울을 너구리 꼬리처럼 오동통한 손으로 바닥에 던져 버렸다.
바닥에 엎어진 거울이 언뜻 내 얼굴을 비춘다. 쒸익쒸익 콧김을 뿜는 얼굴은 아기 주제에 악독해 보였다.
‘실버블론드에 보라색 눈 조합이라….’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외형이다.
전생에 로판 좀 읽어 봤던 내 경험상, 적색 계열 눈은 보통 성깔 있는 사람의 것이었다.
‘게다가 눈꼬리가 올라갔잖아!’
눈 색은 그렇다치더라도 눈꼬리까지 올라갔으면 이건 빼도 박도 못하게 악역의 눈이다.
내가 하필 악녀로 태어난 것까지는 괜찮았다.
착한 척만 해야 하는 여자 주인공 노릇을 하는 것보다야 성질나면 성질나는 대로 싸다구를 날릴 수 있는 악녀 역할이 더 마음에 들었으니까.
문제는 내 성이 하차니아라는 것.
‘x발… 누가 들어도 하찮은 엑스트라 성이라고!’
악녀인데 엑스트라.
심지어 이 소설은 뒤늦게 딸에 대한 사랑을 깨달은 폭군 아빠가 키우라는 애는 안 키우고 정의의 철퇴를 미친 듯이 휘둘러 악당들을 전부 박살 내는 육아물이었다.
난 X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