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조무래기 공작가의 깡패 아기님 (0)화&프롤로그 (235/486)

프롤로그

손바닥만 한 거울로 요목조목 내 얼굴을 들여다보던 나는 곧 절망했다.

아기 주제에 오똑한 콧대나 도톰한 입술이 매력적인, 미래가 무척 기대되는 얼굴이긴 했지만….

“눈누.”

“네, 아가씨.”

“…나, 눈 올라가또?”

눈꼬리가 새초롬하게 올라가 있는 점이 마음에 걸린다.

‘왼쪽 눈가에 선명하게 찍힌 애교점도 너무 수상해.’

“눈누, 솔찌카게 말해됴.” (룰루, 솔직하게 말해 줘.)

내 서글픈 재촉을 받은 룰루가 조금 곤란한 듯 뺨을 긁는다.

“올라가긴 올라가셨는데요…. 하, 하지만 정말 예쁜 눈이세요!”

룰루는 애써 눈꼬리를 내리기 위해 눈가를 연신 잡아당기는 내 손을 붙잡으며 울상을 지었다.

“전 아가씨처럼 예쁜 아기님은 살면서 본 적이 없는 걸요!”

‘…하지만 예쁜 건 중요하지 않단 말이야!’

나는 인상을 찌푸리며 룰루가 가져다준 거울을 너구리 꼬리처럼 오동통한 손으로 바닥에 던져 버렸다.

바닥에 엎어진 거울이 언뜻 내 얼굴을 비춘다. 쒸익쒸익 콧김을 뿜는 얼굴은 아기 주제에 악독해 보였다.

‘실버블론드에 보라색 눈 조합이라….’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외형이다.

전생에 로판 좀 읽어 봤던 내 경험상, 적색 계열 눈은 보통 성깔 있는 사람의 것이었다.

‘게다가 눈꼬리가 올라갔잖아!’

눈 색은 그렇다치더라도 눈꼬리까지 올라갔으면 이건 빼도 박도 못하게 악역의 눈이다.

내가 하필 악녀로 태어난 것까지는 괜찮았다.

착한 척만 해야 하는 여자 주인공 노릇을 하는 것보다야 성질나면 성질나는 대로 싸다구를 날릴 수 있는 악녀 역할이 더 마음에 들었으니까.

문제는 내 성이 하차니아라는 것.

‘x발… 누가 들어도 하찮은 엑스트라 성이라고!’

악녀인데 엑스트라.

심지어 이 소설은 뒤늦게 딸에 대한 사랑을 깨달은 폭군 아빠가 키우라는 애는 안 키우고 정의의 철퇴를 미친 듯이 휘둘러 악당들을 전부 박살 내는 육아물이었다.

난 X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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