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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남동생은 안 됩니다, 공작님 (115)화 (115/152)

제 남동생은 안 됩니다, 공작님 115화

“확실합니까?”

치안대장이 재차 물어 왔다.

“예에…….”

“알겠습니다. 확인 감사합니다.”

치안대장이 손짓하자, 현장을 기록하던 인물이 먼저 자리를 떠났다. 그리고 각 모서리에 서 있던 치안대원이 두 사람의 뒤로 다가섰다.

“……죄, 죄송.”

원장은 옷소매에 제 얼굴을 반쯤 묻은 채로 훌쩍거리기 시작했다.

“죄, 크흑…… 죄송합니다.”

그렇게 사죄하면서도 그는 결코 조금 전의 증언을 바꾸지 않았다.

리암은 무어라고 할 말이 없어서, 그저 원장을 물끄러미 바라만 보았다.

“저, 절…… 저주하셔도 됩니다. 쓰레기라고 하셔도 됩니다.”

그는 의자 아래로 내려가 엎드리며, 차가운 바닥에 머리를 처박았다.

“압니다. 은혜를 입고 제, 제가 못 할 짓을…….”

“…….”

“하, 하지만 지금이 아니면. 제 아이는 지금 당장 치료가 끊기면……!”

어지간히 협박을 당한 모양이다. 원장의 목소리에서는 지독한 공포감마저 배어 나오고 있었다.

아마 처음부터 아이를 빌미로 원장을 협박했을 것이다. 내일 병동에 있는 아이이니, 다른 곳에 치료를 맡길 수도 없었을 테고.

원장은 자신이 하는 짓이 틀렸음을 진작부터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이날까지 애슐리의 지시를 따르는 이유는 오직 하나, 아이의 목숨이 애슐리의 치료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미친 새끼.’

리암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곁을 지키고 있던 치안대원들이 가까이 다가서기에 리암은 손을 들어 양해를 얻었다.

“걱정하지 마, 그대들을 얌전히 따라갈 테니까.”

그들이 물러나자, 리암은 원장의 앞으로 다가가 마주 앉았다.

바닥에 고이도록 눈물을 흘린 남자는 계속하여 잘못했다며 사죄하고 있었다.

“…….”

리암은 그의 한쪽 어깨를 쥐었다.

툭, 하며 두드리자 그가 겨우 고개를 들어 리암을 바라보았다. 콧물과 눈물로 얼굴은 이미 엉망이었다.

리암은 씁쓸하게 웃으며 그의 어깨를 한 번 더 툭 두드렸다.

그 손길에는 원망이나 분노보다 기묘한 동질감이 더 많이 섞여 있었다.

“그래.”

리암은 느릿하게 이야기를 꺼냈다.

“아이는…… 건강해져야지.”

“……!”

원장이 놀라며 입을 벌렸고, 리암은 자리에서 일어나 취조실을 떠났다.

리암이 두 명의 치안대원과 함께 사라진 이후로도 원장은 한참이나 바닥에 엎드린 채로 오열했다.

* * *

그토록 소문을 경계했음에도 불구하고, 반나절이 지나자 슬로언 공작이 귀족 전용 감옥에 들어가게 되었다는 기사가 석간신문 1면에 커다랗게 실렸다.

사람들은 지체 높은 인물이 얼마나 도덕적으로 몰락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신나서 떠들어 대었다.

다프네도 그 소식을 접했다.

참으로 재미있게도, 그녀에게 석간을 전해 준 인물은 다름 아닌 애슐리 본인이었다.

리암의 초상이 전면에 커다랗게 찍힌 신문을 건네줄 때, 그는 분명히 웃고 있었다.

“……이게.”

처음에는 기사를 잘못 읽었다고 생각했다. 리암이 감옥에 들어가다니.

“어, 어떻게 된…….”

다프네는 신문을 바닥으로 떨어뜨렸다. 몇 겹으로 된 얇은 종이는 서로 어긋나며 사방으로 흩어져 내렸다.

“증언을 제대로 한다고 약속했잖아요!”

그녀는 책상에 앉은 애슐리의 옷깃을 잡아당겼다. 마주친 시선의 끝에서 그는…….

“끅, 끄끄끄끅…….”

웃고 있었다. 즐거워서 어쩔 줄을 모르겠다는 모습으로.

“……날 속였어?”

다프네가 건넨 질문에 그는 이제 아예 큰 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그걸 굳이 물어봐야 할 정도로 멍청했던 거야?”

“나쁜 새끼!”

다프네는 두 손으로 그의 목을 조를 듯 달려들었다. 하지만 애슐리는 간단히 그녀의 손목을 붙잡아 떼어 냈다.

“윽!”

양팔이 머리 위로 들린 채로 다프네는 벽 끝까지 밀려나 온몸이 쿵 부딪치고 말았다.

여전히 그녀를 쥔 애슐리의 손에서는 살갗을 태워 버릴 듯한 열기가 전해졌다.

다프네는 입술을 꽉 깨문 채로 애슐리를 날카로운 시선으로 노려보았다.

“만족한다고 했잖아! 소중한 것을 빼앗기만 하면……!”

“고작 너 같은 여자 하나로? 네까짓 게 뭔데?”

그의 손에서 흐르는 열기가 더욱 뜨거워졌다.

“공작 위는 원래부터 내 것이다. 리암 슬로언 그 개새끼가 몰래 훔쳐 가지만 않았어도……!”

“그가…… 윽, 훔친 것이 아니라!”

“젊고 아름다운 공작이라고? 그 멍청한 녀석이 그런 자리에 가당키나 해?”

그는 하얗게 번뜩이는 눈으로 다프네를 응시하다가 스스로 고개를 저었다.

“말도 안 되지, 어울리지 않아…….”

“……당신은 미쳤어.”

“너희가 날 그렇게 만들었잖아!”

버럭 소리를 지른 애슐리는 다프네를 옆으로 밀어내며 바닥으로 내동댕이쳐 버렸다.

“……윽.”

“이제 됐어, 다 된 거야.”

그는 책상 앞을 빠른 걸음으로 오가며, 초조하게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리암은 자격을 잃었고, 커빙턴에 눈이 돌아 버린 앨러스테어는 이제부터 사고를 치겠지.”

다프네는 절망적인 얼굴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어리고 죄 없는 피오나를 끌어들였던 것은 앨러스테어를 도발하기 위함이었다.

그는 리암의 뒤를 이어 공작의 자리를 물려받을 사람이니까.

“두 새끼가 다 자격을 잃으면, 이제 누가 그 자리에 어울린다고 생각해?”

그가 미쳐 버린 미소를 짓고서 다프네에게 물었다.

“그렇다고 해도.”

다프네는 빳빳하게 고개를 들고서 소리쳤다.

“당신은 아니야! 이 나라의 법률은……!”

마법사에게 작위를 허락하지 않는다.

그녀가 이를 상기시키는 것은 명백한 도발 행위였으나, 어째 애슐리는 화를 내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즐거운 듯한 미소가 더욱 진해졌을 뿐이다.

“……아직도 모르겠어?”

다프네의 앞으로 다가온 남자는 구둣발로 그녀의 배를 툭 건드려 찼다.

“아직도 모르겠느냐고!”

“……!”

순간 다프네의 표정이 굳자, 그는 천천히 바닥에 내려앉아 다프네의 얼굴을 감싸 쥐었다.

어느새 그의 손에는 노란 약병이 들려 있었다.

“하지 마, 하지……!”

다프네는 몸부림을 치며 그를 밀어냈으나 소용이 없었다. 어느새 그녀의 입술 사이로 그 불쾌한 약물이 강제로 흘러들어오기 시작했다.

일부는 뺨과 목덜미로 흘러내렸으나, 대부분은 껄떡이는 소리와 함께 삼켜지고 말았다.

몇 병이나 되는 약을 그렇게 강제로 처넣고 난 이후에야, 그는 만족스러운 미소와 함께 다프네를 놓아주었다.

“콜록, 흐윽…… 콜록.”

다프네는 제 목덜미를 감싸 쥔 채로다시 바닥으로 쓰러지고 말았다. 애슐리는 그녀의 턱을 붙잡았다.

“공작 위에 어울리는 사람은…….”

지극한 고통 속에서도 다프네는 그를 노려보는 일을 절대로 멈추지 않았다.

“이제부터 네가 낳아야겠지?”

“……너 혼자 낳아, 이 미친 새끼야.”

다프네는 입 안에 남아 있는 약물을 그의 얼굴로 퉤 뱉었다.

모욕을 당한 애슐리가 일그러진 얼굴로 손을 높이 들어 올렸다. 다프네는 두 눈에 가득 힘을 주었다.

그는 다프네의 얼굴이 반대로 휙 돌아갈 정도로 강하게 뺨을 후려갈겼다.

* * *

클롯모어의 슬로언 공작가에서는 가문 회의가 열렸다.

하지만 그들을 이끌어야 할 주인이 없는 회의는 서로를 비난하는 이야기로 하루를 빼곡하게 채울 뿐.

앞으로 어떻게 해야겠다는 명확한 계획은 무엇 하나 세워지지 않았다.

“공작님의 억울함을 풀어드리는 것이 우선입니다.”

“그러다가 더 좋지 않은 일이 들춰지면 어떻게 할 겁니까? 그 불명예를 클롯모어 전체가 감당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공작님은 명예와 의무를 중요하게 여기시는 분입니다. 더 좋지 않은 일이라뇨?”

“휴고 마플은 명예와 의무를 몰라서 그런 짓을 했답니까? 공작님의 속내에 무엇이 있었을지 누가 압니까? 여죄가 더 밝혀지면, 자칫 이 자리에 있는 우리까지 모두 감옥에 갈 수 있습니다.”

“감옥에 갈 것이 두려워서 죄도 없는 공작님을 감옥에 두자는 말입니까?”

이들 중 그나마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 것은 리디아 슬로언 한 명뿐이었다.

“잠시 주목해 주시겠습니까? 우리가 모인 건…….”

그녀는 차분한 목소리로 모두를 진정시키려고 했는데, 이 역시 그다지 효과는 없었다.

회의에 참석한 모두가 그녀를 날카로운 눈으로 노려보며 더욱 목소리를 높일 뿐.

“의장께서는 난동을 피우다가 감옥에 잡혀 들어가셨다고요.”

“부끄럽기 짝이 없는 일입니다! 모친께서 의무를 제대로 가르치지 않아 벌어진 일 아닙니까?”

“혼란에 휩싸인 클롯모어로 돌아오는 것이 우선 아닙니까? 아니, 어린 것이 벌써!”

그 말 뒤로 ‘여자에 미쳐 눈이 돌아가서는.’이라는 말이 작게 달라붙었다.

“…….”

그리고 그 한마디는 지금까지 애써 이성을 유지하고 있던 리디아마저 흥분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의장은 약혼자의 의무를 행한 것뿐입니다. 그것은 어떤 사회적 의무보다도 앞선다는 것을 모르시는 겁니까?!”

“그래서 지금 잘했다고 칭찬이라도 해 주시는 겁니까? 그러니까 애가……!”

“애라뇨? 지금 그 호칭이 적합하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그 이후로는 주먹만 오가지 않았을 뿐이지, 서로서로 비난하는 비생산적인 시간만 이어졌다.

“이대로는 아무것도 안 됩니다. 우리를 이끌어 주실 확실한 분이 필요합니다.”

이에 리디아가 얼른 찬성했다.

“앨러스테어의 석방을 요구하겠습니다. 모두의 이름을 모아서 상황을 설명하면 전하께서도…….”

“그 어린애가 무슨 소용입니까?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노련하고 현명한 지도자란 말입니다.”

“어린애라니요!”

“그게 그렇지 않습니까. 커빙턴 양에게 정신이 팔려 있는 동안은 객관적인 판단도 내리지 못할 테니, 혼란만 가중할 뿐입니다.”

애슐리의 이름이 나온 것은 그 직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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