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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남동생은 안 됩니다, 공작님 (63)화 (63/152)

제 남동생은 안 됩니다, 공작님 63화

‘겁먹은 모습을 보이면 안 돼.’

비굴한 모습은 애슐리의 시선을 끌 뿐이었다. 그는 약자를 더욱 악독하게 짓누르는 일을 취미처럼 하는 남자니까.

‘평소처럼 행동해야 해.’

다프네는 고개를 빳빳하게 들었다.

잘난 척을 하려는 의도는 아니었다. 그것 역시 애슐리 앞에서 취하기에 좋은 행동거지는 아니었으니까.

다프네는 그저 자신을 위해 애써 준 다른 사용인들의 솜씨를 보여 주려는 것뿐이었다.

그래야 저 성질 나쁜 마법사가 사용인들을 달달 볶지 않을 것 아닌가.

다행히 다프네의 모습이 꽤 훌륭하게 보인 모양이다. 애슐리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예쁘네요.”

이에 다프네도 고개를 끄덕여 수긍했다.

“예, 전 예쁩니다.”

하지만 어째 아셔는 이에 동의하지 못하는 듯했다. 입을 쩍 벌린 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으니까.

“뭔가 칭찬이라도 하지 그러니? 아셔.”

애슐리가 그에게 사회생활의 비법을 가르쳤고, 아셔는 존경하는 형의 가르침을 이행했다.

“머, 머리카락이 구불구불하군요!”

물론 모든 제자가 훌륭한 결과를 내는 것은 아니니, 다프네는 그의 이상한 칭찬을 적당히 받아들였다.

“예, 둥근 빗에 끼워서 열을 가하고 식히면 구불구불해집니다. 공작저의 사용인들이 구사하는 고급 기술이죠.”

다프네는 긴 드레스 자락을 살짝 들어 올리고서 티나지 않게, 그들과 최대한 거리를 둔 채 섰다.

“그럼 갈까요?”

애슐리의 권유에 다프네는 황급히 아셔에게 구원의 눈길을 보냈다.

저 기분 나쁜 전 남편으로 말할 것 같으면, 다른 사람이 보는 곳에서는 다프네에게 소름이 돋을 정도로 신사의 예를 다하곤 했다.

기껏 새로 태어났는데, 여기에서 그런 가식적인 대접을 받고 싶지는 않았다.

‘아셔, 어서 저 남자를 차로 데려가 버려요!’

그녀의 간절한 눈빛에도 아셔는 어째 꼼짝도 하지 않았다.

평소 그의 성향을 생각해 보면 ‘고작 사용인 따위를 수행하려고 하시다니요!’라며 비명을 질러도 이상하지 않은데.

“어…….”

다프네가 계속 강렬한 눈빛을 쏘아 보낸 덕인지, 아셔는 곧 정신을 차렸다.

그는 평소의 경멸 어린 시선을 장착한 채로 다프네의 앞으로 척척 다가왔다.

다프네는 이제 그가 화를 낼 것이라 기대했다. ‘당신 같은 사람이 감히 귀한 분의 수행을 받을 자격이 된다고 생각하는 겁니까?’라면서.

“소, 손을…… 주세요, 서튼 양.”

“……예?”

예상과는 전혀 다른 말에 다프네는 당황해서 두 눈만 깜빡였다.

손을 달라니, 왜?

혹시 관절이라도 부러뜨리려는 건가 싶었지만, 딱히 그런 기색은 없었다. 아니 오히려 그는 지나치게 정중했다.

꼭…… 다른 사람 앞에서는 정중하게 구는 가식적인 애슐리처럼.

‘맙소사, 아셔가 몹쓸 것을 배웠어……!’

다프네의 얼굴이 점점 굳어 가고 있었기 때문인지, 그는 망측하게도 멋대로 그녀의 손을 획 낚아채서 자동차로 끌고 가기 시작했다.

“젠장, 왜 그렇게 치렁치렁 차려입고 다니는 겁니까?”

“이게 제 뜻은 아니라서요.”

그는 차 문을 열어 거의 다프네를 집어던지듯 거칠게 밀어 넣었다.

그녀가 엉거주춤 자리에 앉자, 그는 상대를 때려눕힌 불량배처럼 두 손을 착착 털어 냈다.

“얌전히 이송되세요. 소중한 형님께 폐를 끼치면 당신의 식사부터 줄이라고 할 겁니다.”

“……어?”

다프네는 얼른 의자에 바로 앉아서 의문을 표했다. 아셔의 말에는 도무지 그냥 넘길 수 없는 중요한 의미가 내포되어 있었으니까.

“아, 아셔는 안 가요?”

“가고 싶지만, 저택 사용인 대부분이 대성당에 간 터라 저라도 남아 있어야 합니다.”

“잠깐만요, 아셔가 안 가면 곤란…….”

다프네는 그를 어떻게든 끌어드리려고 했지만, 아셔는 들은 척도 않고 저택 안으로 종종 달려가 버렸다.

“안…… 되는데.”

다프네가 그렇게 중얼거릴 때, 애슐리도 차에 올라 그녀와 나란히 앉았다.

차 안이 좁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들의 간격은 꽤 가까웠다.

‘맙소사!’

다프네는 당장 이 괴로운 장소에서 빠져나가고 싶었다.

하지만 부지런한 운전사가 차량을 출발시킨 터라 이제 여기에서 도망갈 수도 없었다.

‘……어, 어떻게 하지?’

그녀는 긴장으로 뻣뻣해지는 목을 가까스로 돌려 애슐리를 바라보았다.

시선을 알아차린 그가 다프네를 향해 방긋 미소 지어 주었다.

“어디 불편해요?”

“아, 아뇨.”

“하긴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에게 휘둘렸으니, 당황스러울 법도 하네요.”

그는 다프네를 향해 허리를 조금 더 기울였다.

“미안해요.”

얼핏 진심이 깃든 것 같은 말에 다프네는 조금 놀라고 말았다.

미안…… 하다고?

지금 애슐리 슬로언이 내게 사과한 거야?

그녀는 동그랗게 뜬 눈을 깜빡거리는 것도 잊은 채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했다.

그건 지옥 같은 결혼 생활에서 그녀가 마땅히 들었어야 했을 말이었다.

이 악마는 다프네를 완전히 지배했으며, 뜻대로 되지 않는 순간에는 손찌검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런 끔찍한 일을 수없이 자행하면서도 그는 단 한 번도 사과하지 않았다.

그런데 인사한 지 반나절밖에 되지도 않는 사용인에게는…… 고작 이런 일로 사과한다고?

“……나쁜 새끼.”

저도 모르게 속삭인 말은 운이 좋게도 엔진 소리에 묻혀 그의 귓가에는 닿지 않은 듯했다.

그리고 한동안은 제 옷자락만 내려다보았다.

“아, 그러고 보니.”

길어지는 침묵이 신경 쓰였는지, 애슐리가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다프네는 그가 무엇을 말하든 적당히 예의를 차리는 선에서 대답하겠다고 굳게 결심했다.

이 남자에게 더 휘둘리는 것은 절대로 사양하고 싶었다.

“피오나가 안부를 전해 달라고 했어요.”

“……!”

“표정을 보니, 피오나를 걱정했던 모양이네요. 그렇죠?”

그건 사실이기 때문에 다프네는 어쩔 수 없이 살살 고개를 끄덕였다.

“잘 지내고 있어요. 마법사 거주 구역에서 만난 또래 소년들과 벌써 친구가 된 모양이던데요. 앨러스테어가 제게 걱정하는 편지를 보낼 정도랍니다.”

“아가씨께서 잘…… 지내신다면 다행입니다.”

다프네는 고집스러운 소녀의 얼굴을 떠올리며 흐릿하게 미소를 지었다.

“초대장을 보내 줄 테니 나중에 앨러스테어와 함께 놀러 와요. 피오나가 기뻐할 테니까.”

다프네는 자칫 고개를 끄덕일 뻔했지만, 얼른 마음을 다잡았다.

“저는 공작님의 수행원입니다. 그분의 허락 없이는 그렇게 먼 곳으로 갈 수 없습니다.”

애슐리는 다프네의 답을 음미하듯 잠시 두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다.

“그를…….”

그가 다시 이야기를 건넬 때는 긴 손가락으로 비스듬히 턱을 괸 채였다. 아름다운 눈매에 옅은 미소가 걸렸다.

“꽤 중요하게 생각하는군요?”

느릿하게 돌아온 질문은 어째 지금까지와는 다른 분위기가 감돌았다. 가식적인 친절은 여전하지만 묘하게 마음을 죄어 오는 듯한…….

“저는…… 서튼입니다.”

다프네는 애써 딱딱하게 답했다.

그에게 굴종하던 시절부터 줄곧 느껴 왔던 두려움을 억지로 꾹 누른 채로.

“그분을 중요하게 생각할 의무가 있습니다.”

“리암도 그런가요?”

그 질문은 오늘 낮에 있었던 일을 염두에 둔 듯했다.

“……예.”

“제 눈에는 그렇게 보이지 않던데요.”

하지만 다른 날의 리암은 그렇지 않았다. 다프네는 그렇게 변명하려다가 그만두었다.

조금 전에 아셔가 했던 말의 영향일 것이다. 리암이 그렇게 행동한 것에는 어떤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그리고 그 이유란…… 아마 높은 확률로 바로 이 남자, 애슐리 슬로언이리라 추측했다.

다프네의 침묵이 조금 길어졌다.

그녀가 할 말을 잃은 탓이라 여겼는지,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아.”

그것도 감탄사와 함께 손가락으로 딱 소리를 내면서.

“서튼 양은 리암을 좋아하는 거죠?”

그건 지금까지 다프네가 들어온 애슐리의 헛소리 중에 가장 썩은 무 같은 소리였다.

그리고 헛소리가 계속 이어졌다.

“그래서 그가 다소 거칠게 대해도 감싸 주려는 거잖아요?”

마침 대성당 앞에 도착하여, 자동차가 멈추어 선 것은 정말로 다행이었다.

이 말도 안 되는 질문이 더는 이어지지 않을 테니까.

“대답하지 않네요, 서튼 양.”

그가 아쉬운 듯 살짝 눈을 흘기며 손을 내밀었다.

“잡아요.”

“전…….”

다프네는 이를 거절하려고 했다.

“잡아요.”

하지만 그가 굳은 얼굴로 재촉한 말에, 그녀의 팔이 멋대로 들려 그를 붙잡고 말았다.

“옳지.”

운전사가 문을 열어 주었고, 다프네는 그에게 이끌린 채로 차에서 내렸다.

곧 차량이 출발하여 두 사람만이 남았다.

을씨년스러운 겨울의 정원으로 차가운 바람이 불어와, 다프네는 왠지 몸이 움츠러들었다.

아니, 사실은…….

두려워하는 존재와 손끝으로 이어져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왜 그래요?”

“아뇨!”

다프네는 화들짝 놀라며 얼른 그의 손을 놓았다. 그는 여전히 의아해하는 얼굴이었다.

“추, 추워서요!”

다프네는 얼른 변명을 늘어놓았다. 생각을 거치지 않은 말이 입술을 멋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바람이 너무 차가워서 놀랐습니다. 어, 어서 들어가시죠. 애슐리 님도 추운 걸 질색하시잖…….”

실수로 나와 버린 말에 그녀는 얼른 두 손으로 제 입술을 가렸다.

하지만 이미 애슐리는 충분히 이상함을 느낀 모양이다. 그녀를 바라보는 시선에 묘한 의심의 빛이 서렸다.

“그걸, 당신이 어떻게 알까요?”

“그, 그…….”

다프네의 머릿속에 이런저런 변명이 떠올랐다. 하지만 어째 입술이 쉬이 움직이지 않았다.

“이상한 아가씨.”

애슐리가 그녀의 앞으로 한 걸음 다가왔다.

다프네는 자신도 모르게 양쪽 어깨를 파르르 떨고 말았다. 그는 이를 놓치지 않은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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