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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남동생은 안 됩니다, 공작님 (62)화 (62/152)

제 남동생은 안 됩니다, 공작님 62화

“아셔……?”

찾아온 이는 아셔였는데, 그는 어째 굉장히 불쾌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 괜찮습니까?”

안부를 묻는 목소리도 어째 내키지 않는 듯했고.

“나쁘지는 않아요.”

“그렇게 보이긴 하네요.”

“혹시 걱정해서 찾아왔어요?”

“……미쳤습니까?!”

그가 발끈해서 소리쳤고, 다프네는 그럴 줄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기대는 조금도 하지 않았다. 딱히 할 말이 없어서 물어본 것뿐.

“거짓말을 하면 못써, 아셔.”

그때 문 바로 옆에서 다른 이의 목소리가 들려와, 다프네는 흠칫 놀라고 말았다.

고개를 돌려서 확인하지 않아도 누구인지 알았다. 그 목소리를…… 알아듣지 못할 수는 없을 테니까.

다프네는 얼른 몸을 조아렸다.

“애슐리 님.”

아무래도 조금 전에 웃음소리를 낸 사람은 애슐리였던 모양이다.

생각해 보면, 리암의 모자에 접착제를 바르는 일에 아셔가 웃을 리가 없었다.

애슐리는 아셔의 곁으로 다가가, 그의 어깨를 감싸 쥐었다.

“아셔는 서튼 양이 아프다는 소식을 듣고 내내 신경 쓰고 있었어요.”

“아닙니다!”

아셔는 버럭 소리치면서도, 제 어깨에 올라온 애슐리의 손을 흘긋 내려다보며 기쁘게 미소 지었다.

다프네는 아셔가 왜 저런 남자를 그리도 좋아하는지 이해할 수는 없지만 말이다.

‘차라리 공작님이 낫지……. 음, 그건 아닌가?’

그래, 아니었다.

폭언이나 내뱉은 사람이 뭐가 예쁘다고.

다프네가 리암에 대한 적개심을 불태우는 사이에도, 아셔의 항변이 계속 이어졌다.

“제가 왜 저런 여자를 신경 써야 한단 말입니까?”

“하지만 서튼 양이 아프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아셔가 빈 찻잔을 엎었잖아?”

“……!”

그 이야기를 듣고 있던 다프네는 애슐리가 어떤 점을 오해하는지 알 것 같았다.

저 남자는 귀족과 마법사로 대단한 대우를 받으며 살다 보니, 일반적인 사람들의 관계에는 다소 어두운 면이 있었다.

“저는 그저 이 월급 도둑이 또 일을 안 하나 싶어 놀란 것뿐입니다! 게다가 얼마나 많이 먹는지 모릅니다.”

“다른 사람이 식사하는 모습을 그렇게 빤히 관찰하면 곤란하지 않겠니, 아셔?”

애슐리는 그의 어깨를 연신 쓰다듬으며 웃음을 참고 있었다. 그러니까 그건 아셔가 귀여워서 어쩔 줄 모르겠다는 뜻일 터다.

그는 재능있는 어린 마법사들과 만나게 되면 꼭 저런 표정을 지었으니까.

나를 대하는 것과 달리.

‘아, 그러고 보니…….’

다프네는 얼마 전에 새로이 왕실 마법사로 임명된 소녀 피오나 커빙턴을 떠올렸다.

애슐리도 그녀를 만나기는 했을 텐데, 혹시 잘 지내는지 물어봐도 좋을까?

하지만 엮이기도 싫다고 했던 예전 남편에게 그런 것을 묻는 것이 어째 좀 이상했다.

게다가 지금은 먼저 확인해야 할 사항이 있었다.

“저기, 아셔. 여기에는 왜…… 온 거예요?”

그것도 애슐리까지 이끌고서.

애슐리가 오랜만에 저택 탐방을 하고 싶었다면 이해하지 못할 것은 없지만, 지금은 중요한 행사가 있는 시간이 아닌가.

게다가 애슐리도 그곳에 갈 계획이었던 것이 분명했다. 로브가 아니라 연회용 정장을 입고 있었으니까.

비록 타이를 맬 줄 몰라서, 목덜미가 허전했지만 말이다.

정말이지 저 원수 같은 남자는 이전 생부터 그랬다. 허우대는 멀쩡한 인간이 신기할 정도로 타이를 매는 일이 어설펐다.

로브를 입는 직업이라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다프네가 아침마다 옷차림을 마무리해 주어야 했을 것이다.

이 남자는 시간을 되돌려도 정말 성가시고 쓸모가 없다니까.

다프네가 애슐리를 흘끔거리는 사이, 아셔가 굴욕을 삼키는 얼굴로 부탁을 해 왔다.

“애슐리 님께 타이를…… 매 주셨으면 합니다, 서튼 양.”

“……네?”

그건 굉장히 내키지 않는 부탁이었기 때문에 다프네는 잠시 그 자리에서 멈칫거렸다.

“아, 아셔도 잘하잖아요.”

“이건 어째 자꾸 이상한 모양이 된단 말입니다. 아마 원단이 미끄러워서 그런 것 같은데…….”

그가 정말로 곤란해하는 것 같아서, 다프네는 거절하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애초에 이런 일을 거절할 도리가 없기도 했다.

‘……딱 타이만 매 주는 거야.’

다프네는 아셔가 건네준 타이를 받아서 애슐리의 앞으로 다가섰다.

“시, 실례합니다.”

왠지 떨리는 목소리로 양해를 구하자, 애슐리가 턱을 들어 주었다.

‘정말이지, 시간을 돌아와서도 이 인간의 타이를 매 주게 될 줄은 몰랐는데.’

너무나도 싫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에, 다프네는 가능하면 빠르고 완벽하게 타이를 매 주기로 했다.

저 까다로운 남자가 ‘이상한데요.’라며 자꾸 다시 매 달라며 부탁을 해 오면 괴로워질 테니까.

다프네는 익숙한 손놀림으로 그의 목에 타이를 감았다.

이 몹쓸 취향의 남자는 빠듯하게 조이는 것을 좋아했으니, 다프네는 기꺼이 그 괴상한 성향을 반영해 주었다.

매듭을 확 조일 때, 다프네는 그의 눈초리를 확인했다. 가볍게 일그러진다. 그래, 그럼 여기까지다.

다프네는 예쁜 모양으로 마무리를 짓고서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음?”

애슐리가 다소 놀라워하는 얼굴이었다. 그제야 다프네는 지나치게 그의 취향을 반영한 것이 아닌지 걱정이 되었다.

“이런 월급 도둑이라면 나도 원할 것 같은데요. 굉장히 능숙하네요.”

“……아, 예. 감사합니다.”

그렇게 원해서 지난번에는 아예 부인으로 삼아 공짜로 부려 먹은 건가.

다프네는 어쩔 수 없이 계속 삐딱한 생각만 떠올랐다.

“고마워요, 서튼 양. 실은 나도 이제야 일어나서 갈 준비를 하고 있었거든요.”

“형님, 이 월급 도둑에게 정중하게 말씀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셔는 애슐리의 팔을 붙잡았다.

“그래도 어떻게 그러겠어, 마지막 서튼인데. 우리 가문에는 굉장히 중요한 존재야.”

“이 가문에는 형님이 훨씬 더 중요합니다.”

“그렇게 말해 주니 기쁜걸.”

아셔의 간신배 수치가 수직으로 상승하는 가운데, 다프네는 슬금슬금 뒤로 물러섰다.

지금까지는 아셔가 함께 있어 준 덕에 어찌어찌 자연스럽게 애슐리와 대화했지만, 이제 더 그와 함께 있는 일은 사양하고 싶었다.

“어쨌든 걱정이야, 리암이 좀…… 이상해서.”

“일주기가 왔으니 기분이 가라앉으시는 것도 이해는 됩니다.”

“대성당으로 갈 때도 그다지 기분이 좋지 않아 보였고.”

“그렇습니다. 아시겠습니까, 서튼 양?”

갑자기 아셔가 획 돌아보며 건넨 말에, 다프네는 깜짝 놀라서 걸음을 멈추었다.

“네, 네?!”

“서튼의 할 일이 뭡니까? 공작님의 기분을 맞춰드리는 것 아닙니까!”

“제 월급 명세서에 그런 감정 노동 항목은 없습니다만…….”

다프네는 소심하게 반항해 보았지만 아셔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슬로언 공작님과 서튼은 마음을 나누는 관계라고 들었습니다. 아닙니까?”

“그렇다고 해서 공작님의 폭언을 제가 전부 들어줄 이유는 없습니다.”

“우리 공작님은 폭언 같은 건 하지 않으십니다. 설령 그렇게 하시더라도, 그건 다 속 깊은 이유가 있기 때문이죠!”

다프네는 아셔가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한편으로 ‘속 깊은 이유’라는 말에 조금은 신경이 쓰였다. 어쩌면 정말로 리암이 그렇게 행동한 것에는 어떤 사정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그럼,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

그들의 대화를 가만히 듣고 있던 애슐리가 손가락을 탁 튕겼다.

순간 다프네는 불길한 기분이 들었다.

애슐리 슬로언이 상큼한 미소를 지으며 손가락을 튕기는 것은 엉뚱한 생각을 떠올릴 때뿐이었으니까.

결혼 전에 함께 서커스를 보러 갔을 때도, 그는 손가락을 탁 튕겨 내더니 다프네를 몸을 자르는 마술에 참여할 관객으로 자원하게 했다.

「걱정하지 말아요, 다프네. 설령 정말로 잘리더라도 제가 마법으로 어떻게든 해 볼게요!」

……이런 개소리를 하는 남자가 뭐가 좋아서 결혼까지 했을까.

다프네는 잔뜩 경계하는 눈빛으로 애슐리를 바라보았다.

“서튼 양도 대성당에 가는 거예요!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사람은 모두 참석하는 자리이니, 자격은 충분하죠.”

아니나 다를까 그는 또 시원치 않은 의견을 내놓았다.

“아뇨, 괜찮습니다.”

그녀가 사양하자 아셔가 다시 소리쳤다.

“공작님을 외면하는 겁니까? 서튼이면서!”

“서튼은 공작님의 기분을 좌지우지하는 마술봉이 아닙니다.”

“그런 마술봉이 되겠다는 마음가짐이 중요한 겁니다.”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저는 좋은 자리에 갈 옷도 없습니다.”

다프네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공작님의 수행원이 격식 있는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고 간다면, 주인의 명예에 먹칠하는 일이다.

아셔는 절대로 이를 용납하지 않으리라.

하지만 이때.

‘따악!’ 하고 또 불길한 소리가 들려왔다.

저 시원찮은 남자가 또 손가락을 튕기고 만 것이다.

다프네는 울상을 지은 채로 그를 돌아보았다.

이번에는 어떤 헛소리가 나올 것인가.

“걱정하지 말아요, 신데렐라. 제가 마법으로 어떻게든 해 볼게요!”

“……!”

다프네는 두 팔로 제 몸을 감싸 안았다.

저 미치광이 남자랑 신데렐라 놀이를 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었으니까!

* * *

두 남자는 현관을 등지고 선 채로, 다프네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호박 마차만 있으면 완벽할 텐데.”

애슐리가 아쉬워하며 중얼거린 말에 아셔가 얼른 두 손을 문지르며 답했다.

“지금이라도 구해 올까요?”

“아니, 아셔. 농담이란다.”

그들의 대화를 들은 다프네는 굴욕감을 느끼고 있었다.

‘저 끔찍한 남자와 신데렐라 놀이를 하게 되다니…….’

그는 마법과도 같은 권력을 이용하여, 브리로 하여금 저택 옷장에 처박혀 있던 검은 드레스를 찾아오도록 했다.

신이 난 다른 하녀들도 평소 아끼던 장식이나 화장품 따위를 들고 나타났다.

그들의 정성 어린 손길을 받으며, 다프네는 오랜만에 몸이 잘리는 마술을 체험할 때의 긴장감을 느껴야 했다.

‘게다가 저 남자와 대성당까지 이동해야 한다고?’

정말로 피하고 싶은 일이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리암을 만나지 않겠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아셔가 장난스럽게 이야기하기는 했어도, 사실은 꽤 걱정이 깊은 것 같았으니까.

무엇보다 오늘 저녁에 그의 옷을 직접 챙겨 주지 못한 죄책감도 조금은 느끼고 있었고.

‘애슐리 슬로언과 함께 이동하는 건 싫지만, 어차피 아셔도 같이 갈 테니 괜찮겠지.’

다프네는 허전한 어깨를 감싼 망토를 모아 쥐었다.

“서튼 양의 준비가 끝났습니다, 애슐리 님.”

브리가 고하자, 기다리던 두 남자가 뒤를 돌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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