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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남동생은 안 됩니다, 공작님 (41)화 (41/152)

제 남동생은 안 됩니다, 공작님 41화

여름이 지나 쌀쌀한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했다.

다프네는 공작의 수행원으로서 맡은 역할을 다 하는 한편, 항상 사무엘의 근황에 신경을 기울이고 있었다.

착한 아이는 누나의 말을 절대로 어기지 않았다.

시골의 삶이 지루할 법도 한데 성실하게 목장 일을 돕고, 시간이 날 때면 운동을 하며 건강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비록 지난번에 리암이 지적한 대로 편지의 답장이 묘하게 늦어지고 있다는 느낌은 들었지만…… 그건 사무엘이 시골의 느긋한 삶에 잘 적응했기 때문이리라 믿었다.

‘잘 지내면 된 거야.’

사무엘은 점점 건강해져, 이제는 운동으로 몸을 단련한다는 소식도 전해 주었다.

하지만 사무엘이 아무리 자란다고 해도, 마른 나뭇가지 같은 모습이 개선되지는 않을 테니 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러니 다프네는 시간이 날 때면 몸에 좋은 약재를 구하여 오린샤이어로 보내곤 했다.

“오늘도 아침부터 엄청 큰 우편물을 보내러 오셨네요, 서튼 님.”

우편국의 직원이 거대한 상자를 받아 들며 감탄했다. 물론 이건 모두 사무엘의 영양 식품이었다.

“동생이 연약해서요. 이 정도 약재는 먹여야 하거든요.”

“그래요? 하지만 약재를 너무 많이 먹으면 갑자기 체질이 변해서 키가 마구 자라고, 근육이 엄청 붙기도 한대요.”

“그렇게만 된다면 소원이 없겠지만…… 어휴.”

다프네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살살 저었다.

“제 동생은 너무 가늘고 연약해서요.”

그들이 이런 대화를 나누는 사이, 창밖으로 병사들의 구호 소리가 들려왔다.

성문을 지키는 치안 병사들이 아침 일찍 시내를 달리며 훈련과 순찰을 동시에 하는 중이었다.

“그러고 보니, 그 소식 들었어요?”

저울에 추를 올려 상자의 무게를 재던 직원이 다프네를 돌아보며 물었다.

“이번에 성벽 치안대에 새로운 신입이 여럿 왔대요.”

“수도에서 훈련을 마친 신입이 왔다는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공작님께 속한 이들은 아니라서, 딱히 신경은 쓰지 않지만요.”

“그렇다면 모르실 수도 있겠네요. 이번에 이례적으로 열여섯 살 소년이 뽑혀서 왔대요. 나이 때문인지 꽤 관심을 받고 있어요.”

“열여섯이요?!”

다프네가 놀라며 묻는 것도 당연했다. 사무엘과 동갑이 아닌가.

물론, 연약한 사무엘이 성벽 치안대로 취직했을 리는 없지만 말이다.

“네, 하지만 무척 탄탄하고 건장해서 절대 열여섯으로 보이지 않는대요. 게다가 각종 무술에도 굉장한 재능을 보이고요. 이미 수도 기사님들의 인정을 받았대요.”

그 이야기를 들으니, 다프네는 그 소년이 결코 사무엘이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다.

어쨌든 열여섯 살에 그런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특출 난 건장함을 갖추었다는 건 부러웠지만 말이다.

다프네는 가느다란 사무엘을 생각하며 작게 한숨을 쉬었다.

“대체 어떻게 하면 그렇게 건장한 아이로 키울 수 있는 걸까요?”

“글쎄요, 그렇지 않아도 다른 사람들이 소년에게 그걸 물어봤는데요.”

다프네는 기대감이 가득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 소년의 비법을 당장 사무엘에게 적용해 볼 생각이었다.

“하나뿐인 예쁜 누이의 사랑으로 이렇게 자랄 수 있었다고 대답했대요. 정말 귀엽죠?”

“……네?”

우편국에서 돌아온 다프네는 곧바로 리암의 집무실로 향했다.

“공작님, 우편국에 간 김에 제가 대신 편지를 받아 왔습니다.”

그녀는 편지 한 장을 그의 책상 위에 올려 두었다.

“아, 고마워.”

리암은 뒤늦게 서류에서 시선을 떼었다.

“사무엘에게 보낼 약재를 부치러 갔던 모양이지?”

그는 씩 미소를 지으며 ‘사무엘’이라는 이름에 굳이 힘을 주었다. 물론 그건 다프네를 자극할 의도였다.

“아…… 예.”

하지만 오늘의 다프네는 어째 그의 도발에 응하지 않았다.

“……?”

다프네의 미지근한 반응이 그에게는 꽤 충격적이었던 모양이다.

리암은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다프네의 앞으로 척척 다가와 그녀의 얼굴을 멋대로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열은 없는데. 혹시 굶었나? 뭔가 먹겠어?”

“공작님은 신사로서 부끄럽지 않은 행동거지를 익힐 기회가 없으셨습니까?”

“내 서튼을 열렬하게 걱정하는 건, 신사로서 자랑스러운 행위지.”

그는 잠시 다프네의 볼을 꾹 눌러서, 입술을 붕어처럼 만들며 즐거워했다.

단언컨대 신사라고 부를 수 없는 행동이었다.

하지만 다프네는 굳이 그 점을 지적하지 않았다. 지금은 그의 못난 행실을 비난할 만큼 당당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픈 게 아니라면 뭐가 문제야?”

“전 제가 싫어졌습니다.”

“괜찮아, 내가 좋아하잖아.”

그가 헛소리를 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다프네는 이를 무시하고서 제 이야기를 계속했다.

“사무엘이 연약했던 건 제 사랑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사실이 판명되었습니다.”

“…….”

“제가 조금 더 격렬한 사랑을 했다면, 지금쯤 그 아이는……!”

툭하면 숨을 헐떡이는 연약한 아이로 자라지는 않았을 것이다.

“전 못난 누나예요…….”

“……건장하다 못해 근육이 터지려고 하던데.”

리암이 작은 소리로 그리 중얼거렸지만, 이미 사무엘에 대한 걱정에 푹 빠져 버린 다프네는 이를 조금도 듣지 못했다.

“앞으로도 약재상과의 거래를 활발하게 이어 가야겠습니다. 동생의 곁에 없는 제가 할 수 있는 건 그런 것뿐이니까요.”

“대체 얼마나 더 건강하게 할 셈이지?”

“적어도 겨울에 감기에 걸리지 않을 정도라면 좋겠습니다. 공작님은 감기가 얼마나 무서운 병인지 아십니까?”

“그 몸을 보면 무서워서 감기가 얼씬하겠나.”

리암은 또 작은 목소리로 그리 중얼거렸다. 물론 다프네는 이번에도 그의 이야기를 전혀 듣지 않고 있었다.

그저 사무엘이 감기에 걸렸을 때의 일을 이야기하며 두 발을 동동 구를 뿐.

“어쨌든 편지를 가져다준 건 고맙게 생각해.”

그는 이제야 다프네의 뺨을 감싸고 있던 손을 내려놓았다.

“아닙니다. 부디 좋은 소식이길 바랍니다.”

“앨러스테어의 답장일 거야. 내게 사정하고 있거든.”

리암은 봉투를 들어 이리저리 살펴보다가 어깨를 으쓱였다.

똑똑.

마침 양해를 구하는 노크가 들려왔다.

“무슨 일이지?”

리암이 봉투를 내려놓으며 묻자, 집사 던컨이 곤란한 얼굴을 하고서 문을 열었다.

“바쁘신 중에 죄송합니다, 공작님. 갑작스럽게 손님께서 도착하신 터라.”

“손님?”

리암이 다프네를 돌아보았다. 혹시 그가 잊고 있는 일정이 있느냐는 뜻이었다.

물론 다프네는 고개를 저었다.

몇 달 후에 있을 전대 공작의 1주기까지 누군가가 공작저를 찾아올 일정은 없었다.

“뭐, 누구든 찾아오는 사람은 환영해야겠지.”

리암은 껄끄러운 편지를 품에 쑥 밀어 넣었다. 이 소동이 끝난 이후에나 읽어 볼 생각으로.

“그래서, 누구지?”

그가 집사에게 물을 때, 복도 저 너머에서 누군가가 이쪽으로 황급히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

누가 이렇게 달리는 걸까? 의아해하며 소리가 가까워지기를 기다리자, 곧 던컨의 뒤로 금발의 소녀가 숨을 헐떡이며 나타났다.

열세 살쯤 되었을까? 어린 소녀는 숨을 고르지도 않은 채로, 리암에게 예의 바른 인사를 건네고는 그의 앞으로 척척 다가왔다.

“제 요구는 이미 알고 계실 거라 생각해요, 공작님.”

소녀는 까랑까랑한 목소리로 당당하게 말을 건넸다.

“……진심이었나?”

아이의 사정을 미리 알고 있었던 듯, 리암은 어째 믿어지지 않는다는 얼굴로 그리 말했다.

이에 소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두 손으로 가져온 서류를 내밀었다.

“사인해 주세요, 공작님.”

다프네는 슬그머니 다가와 아이가 내미는 서류가 무엇인지 확인해 보았다.

“헙!”

순간, 다프네는 사용인의 본분을 잊고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그게 그렇지 않은가.

작고 귀여운 소녀가 두 손으로 내밀고 있는 것은…… 혼인 신고서였다.

심지어 아이의 두 눈은 너무나도 진지했다.

다프네는 리암이 어린아이의 순수한 청혼에 어떻게 대응할지 무척 궁금했다.

일단 쓰레기가 아닌 다음에야 저런 요구를 받아들일 리는 없으니, 어른답고 성숙한 거절의 말을…….

“알았어, 사인하지.”

“쓰, 쓰레기!”

다프네는 자신도 모르게 그리 외쳤다. 그것도 리암을 향해 손가락질까지 하면서.

한편 리암은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그 혼인 신고서에 멋지게 사인을 마쳤다.

다프네가 경악하는 것을 빤히 알면서도, 리암은 그녀를 돌아보며 덤덤하게 명령했다.

“로맨틱한 결혼식을 준비해야겠어, 서튼.”

“네, 네?!”

다프네는 작은 소녀와 리암을 번갈아 가며 바라보았다.

이 나라의 정의이자 도덕 그리고 상식의 집합체인 법률의 한 조항이 떠오른 것은 마침 다행이었다.

“버, 법률이…… 안 됩니다! 이건 범죄라고요! 공작님은 수도로 끌려가서 생식 기능을 잃을 때까지 모진 태형을 당한 후에, 바지가 벗겨진 채로 12시간 동안 성벽에 매달리게 될 겁니다!”

“걱정하지 마.”

“공작님을 걱정하는 게 아닙니다! 대체 누가 그 옆에서 바지를 들고 서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겁니까! 저, 전 그런 수치를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습니다!”

다프네가 경악을 멈춘 것은 뒤이어 달려온 앨러스테어 덕분이었다.

숨을 헐떡이며 달려온 그는 단숨에 소녀의 앞으로 다가가, 그녀가 소중히 든 서류를 확 빼앗아 들었다.

“너 미쳤어?”

그는 버럭 소리를 지르며, 당장 혼인 서류를 반으로 찢어 버렸다.

“……!”

그 과격한 행동에 놀란 소녀는 그 자리에서 굳어 버렸고, 앨러스테어는 곧바로 리암을 돌아보며 따져 물었다.

“제가 보내드린 편지를 받지 않으셨습니까? 설마 어린아이의 일이라고 가볍게 여기신 겁니까?”

“글쎄, 어쨌든 가문 회의의 의장과 결혼하고 싶다는 청을 굳이 내가 거절하는 것도 이상하지. 서류를 보아하니 리디아 님도 찬성하신 모양이고.”

“피오나 커빙턴은 이제 겨우 열세 살입니다!”

앨러스테어는 금발의 소녀를 가리키며 거세게 반박했다.

피오나 커빙턴, 아무래도 그게 소녀의 이름인 모양이다. 다프네는 가문 회의에 속한 머나먼 방계에 ‘커빙턴’의 이름이 있었음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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