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집착광공은 필요없어 (55)화 (55/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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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6. 멸망한 세게 속 집착광공도 맞선을 피하지 못했다

한국 육군 사관 학교 이능력자 부 어둠의 익명 게시판-2xxx.03.01 이번 2708기 애들 중 SS급 있음.

↳익명1] ㅇㅇ. 봤음. 잘생김.

↳익명2] 어떻게 생김?

↳익명1] 집착광공처럼 생김.

↳익명5] 미친.

↳익명11] ㅋㅋㅋ님, 밤길 조심.ㅋㅋㅋ

↳익명3] 유일한이랑 매칭 테스트 했다던데?

↳익명4] 아씨. 벌써? 난 똥 됐네.

↳익명6] 2222222222222

↳익명7] 33333333

↳익명8] 둘이 페어 되면 그림 좋겠다. 앞으로의 군 생활이 밝아질 거 같아.

↳익명10] 난 이미 썰 작업 중.

↳익명11] ㅋㅋㅋㅋㅋㅋㅋㅋ너님도 밤길 조심.ㅋㅋㅋㅋ

↳익명12] 유일한 팬방에서 누가 이미 1화 올림.

↳익명1] 좌표 좀.

↳익명8] 좌표 ㄱㄱ

↳익명12] 〈링크〉멸망한 세계 속 집착광공에게서 벗어날 수 있는 세 가지 방법, -01화-

↳익명8] 제목 뭐얔ㅋㅋ

↳익명1] 역시 나만 그렇게 생각했던 것이 아님. 생긴 거 완전 꼴림.

↳익명9] 그래 봤자, 쟤들도 훈련 들어가면 새까맣고 비쩍 마른 오징어가 되겠지.

↳익명1] ㄲㅈ

↳익명8] 선배님 우리의 꿈과 희망을 짓밟지 마세요. ㅠㅠ

↳익명11] 님 오징어 되심? 원래 오징어가 아니라? ㅋㅋㅋ

“어?”

나리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맞다. 줄여서 ‘멸, 집, 세’라고 불렀던 거 같다.

“어머……. 드, 득템?”

작가님이 정말 소원을 들어주신 걸까? 소설 세계관 속에 소설의 텍본이 있을 줄이야. 책 빙의 10년 차, 소설의 텍본을 구하게 되었다.

나리는 서둘러 링크를 클릭했다.

띵.

주의, 출처가 분명하지 않은 사이트입니다. 보안 코드 01642008에 저촉되어 열람을 차단합니다.

“엥?”

경고음이 울리는 동시에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기 시작했다. 나리는 웹을 닫고 머리를 짚었다.

“……부대 인트라넷이어서 차단된 건가? 보안 코드 어쩌고가 대체 뭐야. 좋았다 말았잖아.”

나리는 손톱을 질끈 깨물었다.

내가 어디서부터 잘못한 걸까. 조연도 아닌 엑스트라가 너무 설쳐서 이야기가 이렇게 꼬이게 된 건지, 나리는 저 원본 이야기를 꼭 구해서 다시 읽고 싶었다.

띵.

[이 중사, 볼일은 다 봤습니까? 어디입니까?]

주환이 메시지를 보냈다. 나리는 주환에게 통화를 걸었다.

“예, 지금 본관 1층입니다.”

- 그럼 밖으로 나와 보십쇼.

“지금 말입니까?”

어디서 만나자는 말도 아니고 밖으로 나오라니, 나리는 검색창까지 모두 닫고 강이 나갔던 본관 현관 쪽으로 바삐 걸음을 옮겼다.

현관 화단까지 나와 좌우를 돌아보았지만 주환이 보이지 않았다. 그때, 빵빵 하고 클랙슨이 울렸다.

❖ ❖ ❖

에덴은 강을 흘끔거리며 말을 걸 틈을 쟀다. 강은 턱을 괸 채로 차창 밖만 바라볼 뿐이었다.

어색한 침묵만 감돈 채, 차는 어두컴컴한 숲을 지나 산등성이 아래가 훤히 보이는 산간도로로 진입했다. 에덴은 오리처럼 내민 입술을 열어 강을 불렀다.

“아저씨.”

“…….”

“이번 작전에서 왜 가만히 있어? 실전에서도 가만히 있을 생각은 아니지?”

“…….”

“뭔 생각인지 내가 알아야 할 거 아냐. 가이딩 흘리고 다니지 마라. 손도 대지 마라.”

“…….”

“그 A급 가이드는 페어 훈련이랑 사격도 한다면서, 나는?”

“…….”

“……듣고 있어?”

강은 들은 척 만 척 바깥만 쳐다보았다.

큼흠!

보다 못한 비서실장이 헛기침을 했다. 백미러에 비치는 뒷좌석의 분위기가 얼음장이라 자신이라도 나서야 할 거 같았다.

“최 대령님께서 첫 작전에 투입되었을 때도 지금 에덴 아가씨와 같은 나이였다고 들었습니다. 그때 어떠셨습니까?”

X같았지.

강은 떠올리기도 싫은 작전들이었다. 최전방뿐만 아니라 안전 구역에 균열이 생겨서 아수라장이 된 현장에도 있었고, 국내의 상황이 진압되기도 전에 파병도 나갔다.

“그……. 에덴 아가씨도 충분히 작전을 수행할 능력이 되시는데, 최강 대령은 아가씨가 다칠까 봐 걱정되시나 봅니다.”

얼씨구.

강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픽 웃었다. 에덴은 팔짱을 끼고 툴툴거렸다.

“아저씨 얼굴에는 아니라고 쓰여 있는데?”

“하하하. 황에덴 아가씨, 최 대령님께 ‘아저씨’라고 부르면 좀……. 격식을 차린 호칭을 쓰시죠.”

에덴은 흥, 콧방귀를 뀌며 또박또박 큰 소리로 말했다.

“최강 대령님 얼굴에는 아니라고 쓰여 있다고요!”

“소리 지르지 마라.”

그제야 강이 입을 열었다.

“귀찮게…….”

소리 지르지 말고, 귀찮게도 굴지 마.

뒷말은 생략되었는데 사람 여럿 팰 것만 같이 위협적이었다. 에덴은 워치를 켰다. 강에게 물어보느니 자신이 직접 강의 행적을 찾아보는 게 더 나았으니까.

“‘2xxx년 4월 8일, 육사 2708기 생도 유일한 가이드와 최강 에스퍼를 포함한 47명의 생도가 위험 등급 A의 C9 구역 참사 현장에 투입되었다……’라는데? 세상에. C9 구역 참사, 이때 현장에 있었어? 요즘 교과서에도 나오는 거잖아? 대박. 소름 돋는다. 나 그때 3살이었는데.”

하아.

짜증 나.

강은 이를 지르물고 눈을 감았다.

“뭐, 신기하다고. 최 대령님 나이 많다는 게 아니라.”

“아가씨…….”

“네. 알겠습니다.”

에덴이 입을 다물자 비서실장이 사근사근하게 웃으며 말했다.

“최강 대령님, 오늘 저녁은 한정식으로 준비된다고 합니다. 특별히 주문할 사항이 있으십니까? 가리는 음식이나 선호하는 맛이라든가?”

“괜찮습니다. 특별히 선호하는 것은 없습니다.”

“아, 알겠습니다.”

비서실장은 작게 한숨을 쉬며 입을 다물었다.

차가 저녁 식사 장소에 도착했다. 청와대나 비공식적으로 자주 드나드는 청사가 아닌 큰 정원이 딸린 고급 한정식당이었다.

이미 현균이 와 있는지 주차장에는 번호판이 검색되지 않는 검은 차량들과 경호원들이 탄탄하게 서 있었다.

묵직하게 날이 선 파장들이 강에게 향했다.

“어서 오십시오. 최강 대령님.”

차량의 문을 연 수행원이 인사했다. 그리고 그에게 둥근 팔찌 두 개를 내밀었다.

이능력 범죄자들의 파장을 제어하는 수갑이었다.

“…….”

강은 순순히 양 손목을 내밀었다. 그러자 수행원이 그의 손목에 팔찌를 채우고 두꺼운 쇠 목걸이까지 채웠다.

“협조 감사합니다. 식사 후에 풀어 드리겠습니다.”

“…….”

강은 소매를 내리고 풀어 헤친 셔츠 단추를 채웠다. 그리고 주머니에 구겨 넣었던 넥타이를 목에 걸었다.

그 모습을 처음 본 에덴은 다소 놀란 얼굴이었다.

“이렇게 해야 해요? 내가 있는데도요?”

에덴이 경호실장에게 따졌지만 에덴의 질문에 대답해 주는 어른은 없었다.

운치 있는 연못과 대금과 가야금을 타는 연주자가 있는 정자를 지나자, 후원 깊숙한 곳에 있는 한옥이 나왔다.

“오래간만이네. 최 대령.”

현균은 편안하게 개량된 한복을 입고 차를 마시고 있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여기서 마당을 쓸고 있어야 할 것처럼.

“안녕하셨습니까.”

“나야 최 대령 덕에 항상 안녕하지. 이번 C12 산사태만 아니면 같이 골프나 치려고 했는데…….”

골프라니…….

괜한 일을 만들어서 천만다행이었다. 강은 속으로 그나마 안도하며 고개를 들었다.

“아직도 입맛이 까다롭다고 들어서 특별히 자극적이지 않은 음식으로 해 달라고 했지. 앉게.”

“감사합니다.”

강은 안채에 놓인 상차림을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현균의 앞자리, 그가 가리킨 자신의 옆자리에는 누가 마신 듯한 차 한 잔과 명품 핸드백이 놓여 있었다.

그 핸드백을 강이 못 알아볼 리가 없었다. 국내에 단 두 개밖에 없다는 디자이너 한정판, 자신이 직접 골라 줬던 그 여자의 생일 선물이었으니까.

“왔니?”

강만큼이나 훤칠한 장신에 온통 명품으로 화려하게 차려입은 혜정이 강에게 간단하게 인사했다. 3년 전에 봤을 때보다 더 젊어 보이는데도 강은 심심한 반응을 보였다.

“어머님은 여기 어떻게 오신 겁니까?”

“어떻게 오긴. 대통령 각하께서 기사님을 보내 주셔서 편하게 왔지.”

혜정은 활짝 웃으며 강의 뒤에 선 에덴을 향해 인사했다.

“처음 뵙겠어요. 황에덴 생도님. 이 무뚝뚝하고 재미없는 아들을 둔 최혜정이라고 해요.”

첫눈에 강이 누굴 닮았는지 확연히 알 수 있었다. 강의 누나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훤칠한 키에 탄탄하고 날씬한 몸매, 그리고 모델을 보는 듯한 스타일의 혜정을 보고 에덴은 얼굴을 붉혔다.

“처, 처음 뵙겠습니다.”

아버지인 현균은 제게 눈길 한번 주지 않았었는데 사근사근한 말투에 환한 미소를 달고 제게 관심을 보이는 혜정에게 에덴은 눈을 떼지 못했다.

“너무 예쁘세요. 그…… 모델 같아요.”

“딱 알아보네. 아직도 현역 모델이에요. 이렇게 다 큰 아들이 있는 건 비밀이지만.”

“최 대령님이 멋진 이유가 어머님 때문인가 보네요…….”

“어머, 귀여운 아가씨가 말도 예쁘게 하고……. 고마워요!”

탁.

강은 소리 나게 물 잔을 상 위에 올려놓고 굳은 얼굴을 숙였다.

“대통령 각하, 저희 어머니까지 챙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최 대령이 내 딸을 챙겨 주게 되었는데 당연히 나도 자네 식구를 챙겨 줘야 하지 않겠나. 허허허.”

“…….”

강은 등골이 오싹했다. 이중 파장 조절 장치에 하나밖에 없는 피붙이까지 이곳으로 불러냈는데, 대체 무슨 용무인 건가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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