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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착광공은 필요없어 (39)화 (39/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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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0. 내 페어는 내가 챙길게. 넌 네 페어나 챙겨

흠칫, 나리의 어깨가 움츠러들며 뻣뻣해졌다. 혀를 감싸는 맛이, 혀를 헤집고 옭아매는 부드러운 감촉이 입 안에 가득 채워졌다.

나리는 녹아내릴 것 같은 다디단 가이딩을 꿀꺽 삼켰다.

일한은 나리의 맨 허벅지를 쓸다가 셔츠 안으로 손을 미끄러뜨렸다.

“으음……!”

일한의 따듯한 손에 가슴이 뭉개지고 손가락 사이에 낀 정점이 비벼질 때마다 전에는 느껴 본 적 없던 이상한 전율이 일었다.

나리는 저도 모르게 일한의 셔츠를 쥔 손과 발끝에 힘을 줬다.

“유, 유 소령님.”

일한은 나리의 입술에서 턱 선, 목덜미를 따라 내려가며 쪽쪽 잇자국을 새겼다.

살짝 깨물고 빨아 당길 때마다 꽁꽁 엉킨 나리의 파장이 느슨하게 풀어지기 시작했다.

머릿속이 노곤해지는 가이딩이 혈관과 신경을 따라 흘렀다. 짜릿한 자극과 함께 서서히 피부 속으로 스며들었다. 들뜬 숨이 잇새로 파르르 새어 나왔다.

“하으! 읏.”

젖혀진 목선 위를 따라 쪽쪽 입술 자국을 남기던 일한이 빗장뼈를 지나 심장 위, 부푼 둔덕 끝에 이를 세웠다.

그의 입술과 혀에 가슴이 깨물리고 훑어질 때마다 굳어 버린 심장 부근이 간지러워 신음을 참기가 힘들었다. 나리는 일한의 머리카락 속으로 손가락을 밀어 넣고 허리를 휘었다.

일한은 두 눈을 질끈 감고 모로 고개를 돌린 채 가쁜 숨을 내쉬는 나리를 보며 셔츠 단추를 풀어 젖혔다.

주름 하나 없던 흰 와이셔츠를 아무렇게나 침대 밖으로 내던지고, 벨트 버클을 풀었다. 부드럽고 따뜻한 가이딩에 머릿속이 흐물흐물하게 녹진해졌는데도 그 작은 금속음에 나리의 귀가 쫑긋 섰다.

“아.”

그러다 저도 모르게 일한과 시선이 딱 마주쳤다.

웃음기 하나 없는 무표정한 일한은 마치 다른 사람 같았다.

반들거리는 입술 사이로 붉은 혀가 엄지 끝을 훑더니 호선을 그리며 옆으로 당겨졌다.

위험하다.

오싹한 예감이 나리의 뇌리를 스쳤다. 나리는 곧바로 몸을 틀어 침대 밖으로 벗어나려 했다.

“어디 가요?”

일한은 나리의 등을 끌어안고 동그란 어깨에 입을 맞췄다.

“그만해도 될 거 같습니다.”

“그럴 리가. 아직 제대로 한 게 없는데요.”

그러고는 나리의 심장 위에 손을 올려 단단하게 엉킨 파장을 녹였다.

“하아아…….”

벗어나려고 침대 끝을 잡았던 나리의 손에서 힘이 풀리더니 허물어졌다.

일한은 나리의 허리를 끌어안고 있던 손을 펴서 그녀의 아랫배에 대고, 나리를 감싼 가이딩과 파장을 움직였다.

나리는 온몸이 나른하게 무거워지다가 일한의 손이 움직이면 또 움찔움찔 움츠러들었다.

“잠깐만요. 머리가, 배 속이…….”

“괜찮아요.”

움찔, 또 어깨가 떨리고, 뜨뜻한 숨이 터졌다.

따뜻하고 부드럽고 달콤하게 감싸 녹이던 일한의 가이딩이 이번에는 뭔가 달랐다.

“소령님, 더워요. 속이 뜨겁고 울렁거려…….”

“괜찮습니다. 오랫동안 꽁꽁 엉킨 파장이 풀리면서 열이 나기도 하니까요. 힘 빼요.”

양 볼에 발갛게 미열이 오르기 시작한 나리는 어쩔 줄 몰라 베개에 얼굴을 묻고 바르르 떨었다.

이상하다. 이 묘한 열기가 가슴을 애달게 만든다.

잠도 못 들고 혼자 웅크려 끙끙거렸던 지난날을 어떻게 버텼던 건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온몸에 휘감기는 가이딩이 좋아 더 끌어안고 싶었다.

“그만. 그, 그만…….”

머릿속에 울리는 본능과 달리 나리의 입에서는 반대말이 나왔다.

“그만하라잖아.”

그리고 무시무시한 살기를 뿜어 대는 대마왕이 나리의 말을 거들며 나타났다.

❖ ❖ ❖

주환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숙실까지 뛰었다.

속력을 내서 도착 시각을 앞당긴 것만큼 복귀 시각을 어긴 탓에 귀찮은 절차가 시간을 잡아먹었다.

현관문을 부서트릴 듯이 열어젖힌 그가 나리를 불렀다.

“이 중사!”

숙실 안은 정전이라도 난 듯이 온통 캄캄했다. 복도에서 흘러들어 오는 빛줄기를 등진 주환의 얼굴이 정면을 응시하면서 점점 일그러졌다.

으득, 그가 이를 갈며 스위치를 주먹으로 때렸다.

실내등이 켜지며 숙실 안이 환해졌다.

“늦으셨네요. 더 빨리 올 줄 알았는데.”

일한이 주환의 방문에 기대서 있었다. 불과 40분 전 말끔하게 잘 차려입었던 모습이 아니었다.

막 샤워를 마치고 나온 듯 포마드로 넘긴 머리는 젖어 있었고, 단추가 다 풀어지고 구겨진 와이셔츠도 군데군데 젖어 있었다. 그동안의 상황이 어떻게 된 건지 상상하던 주환은 열이 뻗쳤다.

“유일한 소령, 지금 나랑 뭐 하자는 겁니까?”

주환은 손에 쥔 쇼핑백을 바닥에 팽개치고 일한의 멱살을 쥐어 올렸다.

“강이 멋대로 나리 중사를 데려가는 바람에 가이드가 없어서 파장이 불안정해진 거 같습니다. 시한부 받아 놓은 상태였으니 망가진 장기가 바로 회복되었을 리도 없고.”

일한은 덤덤한 표정으로 주환을 똑바로 올려다보았다.

“박주환 소령이야말로 자기 에스퍼 상태 파악도 안 하고, 가이딩도 제대로 안 하고, 지금 데이트할 때입니까?”

“…….”

“이런 식이면 앞으로 제가 나리 중사 가이딩하겠습니다.”

일한의 말에 주환은 기가 막혔다.

“유일한 소령이나 자기 페어 잘 챙기시죠.”

“하하, 아주 잘 챙기고 있습니다.”

“…….”

주환은 싸늘하게 정색했다.

“내가 당신들 때문에 제대로 가이딩할 시간이 없어 못 한 거지……. 그리고.”

주환은 말을 멈추고 일한의 하의를 내려다보았다. 일한의 사이즈보다 큰 남색 면바지. 주환의 잠옷 하의를 일한이 입고 있었다.

“유 소령이 왜 내 바지를 입고 있는 겁니까? 설마 제 욕실도 쓰셨습니까?”

“쉿, 조용히 하세요. 나리 중사 겨우 재웠는데…….”

이 인간이 정말!

주환은 더 참지 못하고 주먹을 내질렀다. 퍽, 하고 일한의 얼굴이 왼쪽으로 돌아갔다.

“벗어. 이 미친 새끼야.”

일한은 눈살을 찌푸리며 입가를 손등으로 쓱 훔쳤다. 붉은 피가 그의 입가에 번졌다.

“박 소령, 사람 말 좀 끝까지 들어 봐요. 그러고 나서 실컷 맞아 줄 테니까. 그래도 나리 중사 페어니까, 상황 보고하고 있는 거잖아요.”

“…….”

주환은 멱살 쥔 손을 부들부들 떨며 일한에게 겨눴던 주먹을 내렸다.

“나리의 파장은 진정시켰고……. 내가 가이딩해서 엉킨 파장을 풀어 보려고 했었는데 술을 마셔서 그런지, 아니면…….”

매칭률이 생각보다 높지 않아서 그런 건지 몰라도 나리가 속이 안 좋다고 해서 끝까지 할 수가 없었다.

일한은 고개를 숙인 채 좀 전의 상황을 떠올렸다.

접촉 가이딩으로 체온이 약간 올라가는 정도는 흔한데 속이 울렁거리고 토하기까지 하던가?

“박 소령, 혹시.”

일한은 한숨을 내쉬며 몇십 초간 말하길 머뭇거렸다.

“나리 중사에게 가이딩했을 때……. 이상한 점 없었습니까?”

“…….”

없진 않았다.

스킨십이 과해지면 심장이 아프다고 했다. 가이딩을 급하게 해서 그런가 싶어 나리를 만지기가 조심스러웠다.

“……없었습니다만?”

하지만 주환은 그 부분에 대해서 일한에게 말하고 싶지 않았다.

“그랬습니까. 난 또 박 소령이 왜 나리랑…… 아닙니다.”

일한은 자신의 멱살을 잡은 주환을 뿌리쳤다. 힘이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주환은 일한을 더 때릴 생각이 없는지 놓아주고는 나리의 방으로 향했다.

“이 중사, 잡니까?”

주환이 문을 두드리며 물었다.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쓰고 있던 나리는 자는 척하며 숨소리를 죽였다.

“잠깐 들어가겠습니다.”

철컥철컥, 문고리가 돌아가지 않았다. 주환은 고개를 들어 나리의 방 안에서 감도는 파장을 쳐다보았다.

“……이 중사, 안 자면 일어나서 문 여십시오. 잠깐 상태만 보겠습니다.”

조용했다.

주환은 머리를 쓸어 올리더니 짜증스럽게 입술을 사리물었다.

“문 열어 주십시오. 최 대령님.”

끼익, 깜깜한 정적 속에 작은 움직임 하나하나가 크게 울렸다.

“꺼져.”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최강이 저번처럼 일한을 가만뒀을 리가 없었다.

“제 페어 상태는 직접 확인해야 하는 법 아닙니까? 이나리 중사 페어는 유일한 소령이 아니라, 접니다.”

그 순간, 좀 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강의 파장이 확 주환의 얼굴에 불어왔다.

그리고 밤새 열리지 않을 것 같던 문이 열렸다.

“……?”

끼이익 하고 열리는 문소리에 나리는 이불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듬직하고 무덤덤하던 사람은 어디로 가고 걱정 한 사발 들이켠 주환이 웅크린 나리를 잡아 똑바로 눕혔다.

새빨갛게 익은 나리가 어설프게 웃으며 말했다.

“저 괜찮습니다. 내일 아침에 확인하셔도 되는데요. 하하하.”

하나도 안 괜찮아 보인다. 그저 강의 눈치를 보며 한 말이라는 걸 주환은 단번에 깨달았다.

“……이 중사, 춥습니까?”

“아뇨. 보시다시피, 땀이 뻘뻘 납니다.”

“그런데 왜 혹한기 방한복을 입고 있습니까?”

“하하핫, 그, 그러게 말입니다!”

이게 다 저쪽 분 때문입니다.

나리는 불만스럽게 양 볼을 가득 부풀리고 주환의 뒤에 서 있는 강을 흘끗거렸다. 난데없이 불쑥 나타나서 일한을 내동댕이치는데 얼마나 식겁했던지, 반사적으로 쉴드를 치지 않았더라면 숙실이 폭발할 뻔했다.

“가이딩하겠습니다.”

안 그래도 일한의 가이딩 때문에 열이 올랐는데 더 꽁꽁 싸매서 입으라는 강의 억지 명령 때문에 시원시원한 주환의 손이 고팠었다.

나리는 냉큼 주환의 손을 잡아 제 이마에 올렸다.

“시원하다…….”

저기서 따끔따끔하게 째려보고 있는 강의 시선과 인기척이 소거된다.

“…….”

잔잔하게 퍼지는 나리의 미소를 보던 강이 나리의 방을 나갔다. 그리고 주환의 방에서 대자로 누워 있는 일한의 앞에 섰다.

“유일한, 네 방에서 안 잘 거냐?”

“어.”

일한은 한 손을 머리에 괴고 강 쪽으로 돌아누웠다.

“여기서 박 소령이랑 오붓하게 잘 건데? 왜, 질투 나나?”

“…….”

강은 대꾸하기도 싫다는 듯이 시선을 돌렸다. 일한은 자신의 워치를 풀어 강에게 던졌다. 일한의 워치를 한 손으로 받아 든 강은 자신이 찼던 워치를 일한에게 넘겼다.

“우리 박주환 소령님, 뒤가 찜찜한 게 한두 개 아니다? 입수한 자료 살펴보는 건 네가 해. 난 여기서 죽치고 있을게.”

“칫. 여태껏 일했는데…….”

“그럼 네가 여기서 박주환 밀착 감시하시든가요. 나도 멀대 같은 놈 붙들고 자기 싫어.”

다행히도 박주환의 방에는 도청 장치와 카메라가 없었다.

“연대장님 어서 가서 수고하십시오.”

강은 퉁명스럽게 자신을 내쫓는 일한에게 말했다.

“허튼짓하지 마라.”

내가 어련히 잘할까? 잔소리는.

일한은 입을 삐죽거리며 등을 돌렸다.

“황에덴이랑 장 소령이 왔으니까.”

“…….”

일한의 얼굴 위로 그늘이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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