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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한 무공사전-248화 (246/250)

신비한 무공사전 (2)

까가강!

서문휘가 거듭 펼친 절초에도 적마는 아무렇지 않게 받아쳤다.

수백 년 동안 쌓은 공력과, 경험.

그건 무인으로써의 기량 차이로 벌어졌다.

‘무식하기만 하면 활로를 찾을 수 있을 텐데.’

인간의 몸으로 마물들을 괜히 통제한 게 아니라는 듯.

적마는 강할 뿐만 아니라, 영악하기까지 했다.

무엇보다 육신통으로 자신이 무슨 초식을 펼칠지 훤히 보고 있었다.

‘여래 손바닥 위의 손오공이 이러했을까.’

서문휘의 정신력이 차츰 깎여 나갔다.

그걸 알아차린 위문엽과 연준호는 적마를 상대로 승기를 빠르게 굳혀 갔다.

-빨리!

-알고 있어요!

연준호는 곧바로 품에서 네 개의 대침을 꺼냈다.

끝에 이상한 모양의 종이 달린 대침으로, 기이한 내력이 담겨 있는 영물이었다.

‘위험하군!’

적마의 몸이 뒤로 움직였다.

하나 이미 그곳엔 위문엽이 흩뿌린 돌풍으로 가득이었다.

“이런!”

적마가 보인 한순간의 틈.

연준호는 곧바로 팔선보를 펼쳐 적마의 사지에 대침을 꽂아 넣었다.

키이잉……!

영롱한 종소리가 전장을 휘돌았다.

보타문에서 각고의 노력 끝에 만들어 낸 항마령(降魔鈴)으로, 칠로두처럼 강한 마물이라고 한들 벗어날 수 없는 물건이었다.

-당장 이놈을 죽이기보다, 서문 소가주에게 합류하자.

-네, 그럽시다!

안도의 한숨을 내쉰 둘은 곧바로 서문휘에게 가세했다.

한데 한 명의 행동이 돌출되었다.

“……사형?”

연준호의 눈동자가 세차게 흔들렸다.

위문엽의 전신이 돌풍에 휘감겨 있었다.

마치 바람의 화신으로 변한 것처럼, 위문엽의 기도는 점차 사라져 갔다.

그 모습을 본 적마가 코웃음 쳤다.

“나한테 달려들기라도 할 셈이냐?”

“저번에, 네 그 모습을 보고 한 가지 얻어 간 게 있지.”

막대한 공력으로 공간을 좀먹어, 공격 거리를 넓힌다.

적마의 영겁무변에 위문엽은 무공의 틀을 깨부쉈다.

‘내가 바람이 된다면, 부싯깃은 필요 없지 않나?’

자신의 초식은 요컨대 부싯깃과 같았다.

언제, 어디에, 어떤 방식으로 검으로 돌풍을 일으키는지.

위문엽의 운용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게 바로 신공이었다.

그 과정엔 반드시 내공을 일으켜서 점화하는 일이 필요했다.

‘그럴 필요가 사라진다면?’

아무리 적마가 육신통으로 자신을 살피고, 미래를 예지해도 읽어 낼 수 없다.

위문엽은 그 일념 하나로 신공의 구결을 역용했다.

그렇게 궁리한 결과가 바로 지금.

‘이건…… 정말이지.’

적마는 가까워지는 열기에 주먹을 꽉 쥐었다.

“같이 죽어 주기라도 하겠다는 거냐?”

“그래야 이길 수 있다면.”

위문엽이 무거운 목소리로 대답하자 적마는 그가 진심임을 깨달았다.

‘팔을 하나 내줄 필요가 있겠군!’

적마의 검이 곧바로 위문엽의 명문을 향해 내질러졌다.

영검무변과 영압백무과 뒤섞인 절초가 주변에 흐드러졌다.

“……이건!”

연준호는 허공에 피어난 눈꽃에 깜짝 놀라 주먹을 휘두르려 했다.

하나 이미 그걸 겪어 봤던 위문엽이 곧바로 그녀를 제지했다.

-멈춰라!

-네?

-저 눈꽃을 건드리면 공력이 흡수된다!

위문엽의 말에 연준호의 눈가가 가늘어졌다.

저 말이 사실이라면 적마는 무공과 술법을 합일시킨 셈이다.

‘저런 무공을 가지고도 세상에 패악질을 벌이다니.’

연준호가 공력을 가다듬는 사이, 적마의 신형이 그녀를 앞질렀다.

지금까지 그들에게 펼치지 않았던 영천일보(永川一步)의 일순이었다.

“……!”

위문엽이 뒤늦게 무공을 펼쳤으나, 적마의 검은 이미 내질러진 지 오래였다.

하나 그 간합을 꿰뚫어 본 무인이 있었다.

“서문휘, 네놈!”

적마는 이를 바득 갈며 뒤로 물러났다.

이렇게 된 이상, 둘을 한꺼번에 제거할 생각이었다.

그 모습을 본 서문휘가 검을 늘어뜨렸다.

‘졌다.’

영천일보의 일순과 적마의 마공을 꺾을 수가 없다.

체념을 떠올린 순간.

“동생아, 여기서 포기하면 안 되지.”

익숙한 목소리.

그 말에 서문휘의 얼굴이 밝아졌다.

그토록 오래 기다린 남자가 다시 돌아왔다.

그걸 본 적마의 미간이 좁아졌다.

“서문경……!”

서문경이 의념을 단순히 검에 싣는 게 아니라, 초식으로 변화시키고 있었다.

이건 적마조차 모르는 미지의 영역이었다.

이를테면…….

‘천마.’

항상 자신을 열등감으로 물들였던 마도 고수.

그는 언제나 자신보다 한 단계 위의 경지에 서서, 제압만 하고 떠나갔다.

살업을 쌓지 못해서? 아니면 천기를 어기게 되어서?

언제고 그놈에게 묻고 싶었지만, 이제는 물을 수 없게 되었다.

적마의 검이 파르르 떨렸다.

‘어째서 그놈이 떠올랐을까.’

어쩌면 천애의 협로라는 경지가 천마가 만들어 낸 영역이 아니었을까.

거기까지 생각을 이어 가던 적마는 검을 서문경에게 겨눴다.

영원일로.

자신이 구축한 경지 모두를 종합한 초식으로, 천마를 제외한 어떤 이도 막지 못한 일격이었다.

그러다 불쑥, 적마는 서문경에게 의문이 들었다.

“그게 마지막 검이라니, 설마… 은거라도 할 생각인가?”

“네가 죽는다면.”

서문경의 말에 적마는 실소했다.

“어처구니없군. 강호의 고금제일인이 금분세수를 하겠다니.”

“네가 관여할 바는 아니다.”

서문경은 숨을 가다듬었다.

신비한 무공사전.

그 기물이 가져다 준 기연과 선물이 좋았다.

후회를 되돌릴 기회라고 여겼다.

하지만 그것은 누군가의 불행을 연료로 삼은 기물이었을 뿐.

자신의 대에서 멈춰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천의, 하늘과 직접 담판을 짓고 왔다.

“네놈은 여기서 죽는다. 그것이면 족해.”

스릉!

모든 힘을 응집한 서문경이 검을 곧게 휘둘렀다.

서문검법 팔초, 무극(無極).

일검이 천지를 뒤흔들었다.

* * *

전쟁 후는 생각보다 조용했다.

양민이 무림맹과 구파일방, 오대세가에게 가진 호의가 생각보다 강한 덕택이었다.

이에 대해 수많은 호사가가 의견을 쏟아 냈다.

“징집이 너무 심하지 않았나?”

“아니, 징집은 징집이고. 집구석이 먹고 살 돈은 남겨 뒀어야지!”

호사가들은 저마다 황실이 벌였던 일에 격분했다.

어디 그뿐인가.

제갈세가에게 죄를 뒤집어씌우기 위해 벌였던 행각이 만민에게 드러났다.

그와 동시에 불한당의 소재를 알려 주었으니 양민은 기뻐할 수밖에.

탐관오리의 재산이 불탔다는 소식이 지역을 가리지 않고 퍼져 나갔다.

소란이 이렇게 퍼지니, 한 문관이 강한 의문을 드러냈다.

“아무리 탐관오리라도, 관인인 건 그대로인데. 어찌 황실이 조용하단 말인가?”

이에 다른 호사가들도 호응했다.

“그건 그렇지. 마물 때문에 황실이 완전히 박살 났는데, 명문가에서 아무런 말도 없다니?”

“황실의 먼 친척이라도 찾을 때가 아닌가?”

의문은 많았지만 어느 것도 답이 되진 못했다.

무엇보다 알 만한 명가 모두 입을 싹 닫고 있었다.

“이미 수백 명이 죽어 나간 거 아니여?”

“에이…… 설마…….”

“그도 그런 게, 마물이 황실에 있으면……!”

“예끼! 강형! 어찌 천자가 죽었다는 말을 그리 함부로 하는가!”

만에 하나라도, 황좌를 둘러싼 전쟁이 일어나면 안 된다.

그 의견이 지식인의 주류가 되어 강호를 뒤덮고 있었다.

한편, 같은 시각.

황실에서 서문강이 누군가에게 고개를 조아리고 있었다.

“……하여, 민가의 반응은 이렇습니다.”

“음.”

어린 황제는 만족스러운 웃음을 머금었다.

“삼촌 덕분에 이렇게 숨도 쉴 수 있고, 괜찮네요.”

“아닙니다. 황상의 은혜 덕분에 제가 이렇게 안녕할 수 있는 것이지요.”

서문강이 고개를 숙이고 뒤로 물러나자, 어린 황제가 다른 화제로 돌아갔다.

“그나저나 서문세가의 가주에게 의향은 물어봤나요?”

“황실로 오라고 말은 했지만…… 가문의 정비가 우선이라고 하더군요.”

황제의 명령을 거절했다가는 즉시 참수형, 혹은 삼족을 멸한다.

서문강이 대답을 잇지 못하고 뜸을 들이자 어린 황제는 알겠다는 듯 피식 웃었다.

“그럴 줄 알았어요, 어떻게 보면 나를 제치고 만인지상의 자리에 있으니, 어떻게 군문에 만족하겠어요?”

“전하! 그 말씀은 해서는 안 됩니다! 전하의 위신을 낮추게 됩니다!”

서문강의 쩌렁쩌렁한 목소리에 어린 황제가 귀를 후볐다.

“화부터 내기는. 어찌 됐든 서문 가주가 황실에 큰 은혜를 입힌 건 사실이니, 무슨 짓을 해도 그를 벌할 수 없겠지요.”

서문강은 침을 꿀꺽 삼켰다.

‘거짓말이군.’

아주 어렸을 때부터 그를 봐온 서문강으로선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만일 서문세가가 은거하지 않고 칠로두처럼 황실을 넘봤다면 가만히 있지 않았을 터였다.

그렇기 때문에 서문강은 확신했다.

‘좋은 황제가 되실 것이다.’

그는 칠로두나 서문경처럼 어떠한 강적 앞에서도 수그러들지 않으며, 자기가 황제라는 자각을 가지고 있었다.

방향이 잘못되면 폭군이 될 수 있지만, 이번 일 이후로 충신과 간신을 가리는 눈을 가지게 되었다.

서문강은 다시금 고개를 조아리며 옅게 웃었다.

“제가 다시 한번 가서 서문 가주를 설득해 보겠습니다.”

“아무 일도 하지 않아도 좋다 말하세요.”

“예!”

서문강이 집무실에서 나가자, 어린 황제는 서가로 다가갔다.

‘힘과 지혜를 쌓아야 한다.’

다시는 이런 혼란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 결의가 어린 황제를 더욱 근엄하게 성장시키고 있었다.

* * *

전쟁이 끝난 후, 서문세가에 특이한 종놈이 들어왔다.

손바닥에 굳은 살 하나 없으면서 힘이 장사고, 얼굴은 멀끔한데 도축하는 행동에 거리낌이 없다.

이 소문을 들은 문지기가 그 종놈에게 친근하게 다가갔다.

“위가야!”

“예.”

위가가 힘없는 목소리로 대답하자, 문지기가 오른손으로 위가의 정수리를 쓰다듬었다.

“네가 내 친동생 같아서 하는 말이다. 사람이 그렇게 웃음이 없어서야 어떻게 친해질 수 있겠냐?”

“……노력하겠습니다.”

대답에 여전히 힘이 없자 문지기가 위가의 등을 툭툭 두들겼다.

“일 계속 잘하다가 한번 어긋나면 너 싫다는 놈들이 우르르 몰려와서 지랄을 떨 거다. 그러니 미연에…… 응? 철전이나 좀 빌려줘라.”

“돈 빌려달라는 말이 왜 나옵니까?”

위가의 말에 문지기가 호탕하게 웃으며 골목으로 그를 잡아끌었다.

“내가 인마. 어? 네가 어려울 때 도와줄 테니까! 같은 종놈보단 문지기인 내가 낫지!”

“…….”

주변에 사람이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한 위가가 문지기의 정수리에 손을 뻗었다.

슥슥.

마치 되갚아 주려는 듯한 모습에 문지기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이게 뭔 짓이냐?”

“무슨 짓이긴. 버릇없이 굴었으니 벌을 받아야지.”

“버어릇?”

문지기가 가소롭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놈이 맞아야 정신을 차리나?”

“해 보든지.”

위가의 손아귀에서 바람이 번뜩였다.

그 종놈의 정체가 오걸, 위문엽이라는 건 삼 일 뒤에 밝혀졌다.

신비한 무공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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