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먹는 대마법사 250화
250. 돌아보지 않는 대마법사(5)
대한민국 지상파 방송사 중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KWC의 강원 지사 아나운서인 배민영은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가 파르르 떨리는 것을 느꼈다.
투다다다!
지금 그녀가 타고 있는 것이 강원 지사에도 딱 한 대밖에 없는 헬리콥터의 진동 때문인지, 아니면 높은 고도에서 리포팅을 해야 한다는 것 때문인지 그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녀가 지금 기적의 한가운데에 있다는 것이었다.
휘오오오오!
쩌적, 쩌저적!
딱, 따다닥!
헬리콥터의 아래로 바다의 푸른 수면이 얼어붙었다. 바다를 얼어붙게 한 것은 엄청난 한파 때문이 아니었다. 배민영은 떨리는 목소리로 촬영 감독에게 말했다.
“김 선배…… 찍었어요?”
“찌, 찍었다.”
“지금 제가 꿈을 꾸고 있는 게 아니죠?”
“……이거 생방송이야.”
배민영은 입을 다물었다. 그녀는 순간 생방송이란 것도 잊을 정도로 큰 충격을 받았다. 그런 배민영이 고개를 들어 저 멀리 허공을 부유하고 있는 한 사람을 바라봤다.
“백상혁…….”
“맞지? 백상혁이야.”
동해안에서 일주일 새 발생한 100건의 지진으로 인해 특집 보도를 하기 위해 헬리콥터를 탔던 배민영이다. 지진 피해로 인해 거의 모든 동해안의 인구가 내륙으로 대피하면서 텅 비어 버린 도시와 마을의 전경을 찍기 위해 헬리콥터에 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 배민영과 촬영감독은 상혁을 발견했다.
그뿐이었다.
“저 사람 정체가 대체 뭐야?”
“저도 모르겠어요. 재벌, 아니면…… 마법사?”
쩌적, 쩌저적!
파도 소리가 들려야 할 바다에서 얼음이 깨지는 소리만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인간의 몸으로 바다를 얼어붙게 한 상혁을 배민영과 촬영감독은 한 컷의 낭비도 없이 모두 담아냈다.
그리고 잠시 후 배민영과 촬영감독의 핸드폰이 요란하게 울렸다.
‘국장인데?’
‘저도 방송국이요.’
배민영과 촬영감독은 서로의 핸드폰을 힐끗거리며 확인했다. 회사에서 걸려온 전화다.
보나 마나 한 소리 하기 위해 건 전화일 것이다.
하지만 배민영은 이 절호의 기회를 놓칠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
‘그냥 진행해요, 선배.’
‘괜찮겠어?’
‘제가 책임질게요.’
배민영은 프로답게 빠르게 안색을 회복했다. 그러고는 머릿속으로 대본을 작성한 뒤 촬영감독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카메라에 빨간 불빛이 들어오자 그녀가 말했다.
“지금 시청자 여러분들이 보신 영상은 연출된 영상이 아닌 실제 영상입니다.”
촬영감독의 뷰파인더가 돌았다. 그러고는 그 뷰파인더에 상혁의 모습이 버젓이 찍혔다. 허공을 부유하는 상혁의 주위로 바람이 휘몰아치고 있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지금 이 영상은 실제 상황입니다. 저희 KWC에서 우연히 확보한 영상의 주인공은 백상혁 SG그룹의 회장이었습니다. 백상혁 회장에게 어떠한 의도가 있는지 우리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얼마 전 백상혁 회장이 기자회견장에서 한 발언의 사실 여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KWC, 배민영이었습니다.”
“컷!”
“후우우우.”
배민영의 입에서 긴 한숨이 흘러나왔다. 그녀의 생중계는 강원도 지방에서만 나간다. 그녀가 속한 곳이 강원 지사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의 보도는 금세 SNS를 타고 화제가 될 것이다. 그런데 그때 촬영감독이 소리쳤다.
“어, 어!”
“왜요 선…… 헉!”
배민영이 뒤로 넘어갈 것처럼 휘청거렸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은 로터가 돌아가는 동해 위 상공에 떠 있었는데, 갑자기 헬리콥터의 창밖에 사람 얼굴이 불쑥 튀어나왔으니 비명을 지르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인 일이다.
철칵!
갑자기 나타나 배민영을 놀라게 한 남자, 상혁은 제 손으로 직접 잠긴 헬리콥터의 문까지 열었다.
“저, 저저, 그, 그게…….”
따닥, 따다닥.
헬리콥터의 문을 열자 마치 북극의 한복판에 있는 것처럼 차디찬 냉기가 헬리콥터 내부를 휩쓸었다. 상혁이 아차 싶은 표정으로 손가락을 튕기자 바람이 뚝 멎으며 온기가 피어올랐다.
“일부러 찍은 건 아니었어요!”
“저 아직 아무 말도 안 했습니다만.”
제 발이 저려 먼저 고해성사를 하는 배민영을 재밌다는 표정으로 쳐다본 상혁이 촬영감독을 쳐다봤다.
“그거, 다시 생중계 가능합니까?”
“그, 그. 조정실이랑 연락하면 다시 가능은…….”
“좋네요. 이왕 이렇게 된 거 방송 한번 합시다.”
“예?”
상혁이 피식 웃었다.
“찍을 거 다 찍었잖아요. 그 당사자가 인터뷰해 준다는데. 생중계면 방송사 입장에서는 남는 장사 아닌가? 오래 안 기다립니다.”
그 순간 배민영이 핸드폰을 들고는 곧바로 회사에 연락을 취했다. 말보다 빠른 행동에 상혁이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 * *
끼긱, 끼기긱!
쩌저저적!!
얼음이 바다를 누르고 있었다. 하지만 금방이라도 얼음을 부술 것처럼 쩌적거리는 소리가 사방에서 울려 퍼졌다. 그런 빙판 위에 일호와 서번트 400여 기가 쫙 도열했다.
처억.
그리고 그 앞으로 상혁이 부유 마법을 이용해 착지했다. 그러자 일호가 고개를 꾸벅 숙였다.
“마스터.”
“다 끌고 왔네.”
“예.”
“그럼 나도 여기까지만.”
파앙-!!
상혁의 몸에서 풍선이 터지는 듯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상혁은 심장을 어루만지면서 고개를 갸웃했다.
“6서클까지는 다 찼고. 7서클에 조금 모자란 정도인가.”
“인터뷰는 잘 끝내셨습니까?”
“음, 그랬지.”
상혁은 픽 웃었다. 퍽 재밌는 경험이었기 때문이다. 카메라가 낯선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마법사로 카메라 앞에 선 것은 처음이었다.
“아마 지금쯤 난리가 났겠지?”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미국과 중국, 일본까지 난리가 났을 겁니다, 마스터.”
“왜?”
“그 세 곳에서 마스터의 존재를 공식적으로 인정했습니다.”
마법사의 존재에 대한 공식적인 인정. 그것을 한 개도 아니고 무려 세 개의 국가가 인정했다. 그것도 그냥 그런 국가가 아니라 미국과 중국, 일본이 나서서 상혁의 존재를 인정한 것이다.
상혁이 바다를 개량형 블리자드 마법으로 얼리는 영상은 불과 한 시간 만에 조회 수 2억을 돌파했다. 그 때문에 KWC의 서버가 순간적으로 마비될 정도로 상혁의 마법에 대한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미국의 로스차일드가 직접 미국 정부를 움직여 상혁이 제피렐리 가문이 아이언 포레스트에서 진행하던 범죄와 상혁이 직접 그곳을 청소하는 모습을 증거 영상으로 제출하면서 상혁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그러자 중국의 리창위도 질 수 없다는 듯 상혁이 텐진항의 테러를 막아 낸 영상과 함께 상혁을 중국의 영웅으로 치켜세우는 등 미국과 중국 양국이 상혁이란 개인에게 잘 보이려는 듯한 행동을 취하면서 세계에 충격을 안겨 준 것이다.
휘오오오오!!
그러나 지금 그런 관심은 상혁에게는 제3 세계의 것처럼 느껴졌다. 당장 상혁이 느끼고 있는 건 뼛속까지 얼어 버릴 것 같은 추위뿐이었다.
“으으으. 춥다. 얼른 하자. 얼른 끝내고 뜨끈한 탕에 몸이나 담가야겠어.”
“예, 마스터.”
상혁이 살아서 돌아갈 수 있을지, 메가 쓰나미를 막아 내고 차원의 균열을 닫을 수 있을지는 해 봐야 하는 일이다.
그걸 상혁도, 일호도 알고 있었지만 실패할 수도 있다는 재수 없는 소리는 입에 담지 않았다. 그러려고 개고생을 해서 마법을 배운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무조건 성공하고, 안락하고 평범한 삶을 살면 된다.’
메가 쓰나미를 막고 차원의 균열을 닫으면 되는 일이다. 상혁은 최대한 일을 단순화해서 생각하기로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성공해야 한다.
“초아.”
뽀르르-!
“너만 믿는다.”
뽀릉-!
초아가 앙증맞은 주먹을 움켜쥐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주변의 빙판이 쩍쩍 갈라지는 소리의 주기가 점점 더 짧아지고 있었다. 상혁은 빙판이 얼마 가지 못할 것임을 깨닫고는 일호에게 말했다.
“시작하자.”
“예, 마스터.”
일호가 손을 까닥하자 서번트 100기가 상혁의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상혁이 눈을 감자 서번트 100기로부터 꽉 찬 3서클의 마나석의 마나가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풀썩, 풀썩, 풀썩.
그리고 채 10분이 지나지 않아 10분의 서번트들이 다리가 풀려 주저앉았다. 거동이 가능할 정도의 최소한의 마나를 제외하고는 모든 마나를 상혁이 흡수했기 때문이다.
“됐다.”
상혁은 8서클을 구성해 나가던 마지막 마나실까지 마나가 꽉 들어찬 것을 느꼈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이제 300기 남짓한 서번트다.
“일호, 보조해.”
“예, 마스터.”
그리고 상혁의 분위기는 그 순간 무섭도록 침잠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주변이 어두워지면서 심상에 상혁이 홀로 남았다. 자신 안으로 침잠한 상혁은 모든 집중력을 한곳으로 모았다.
화륵!
그러자 상혁의 심상에서 작은 불꽃이 피어올랐다. 손톱만 한 불꽃이었다. 그런데 상혁이 숨을 헐떡였다.
‘힘들다.’
상혁의 마나가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 놀랍게도 심상 속에서 작은 불꽃을 하나 피운 것만으로도 상혁의 대해 와도 같은 마나가 바닥을 드러낸 것이다.
고오오오!
그런데 그때 바닥이 난 상혁의 마나가 다시 차오르기 시작했다. 상혁은 일호와 300기의 서번트가 움직였다는 것을 알아채고는 다시 집중력을 끌어모았다.
‘키운다. 심상의 불꽃을 더욱 키운다.’
7서클로 8서클 마법을 시전하는 법.
7서클과 8서클은 한 서클 차이였지만 그 사이의 간극은 1서클부터 7서클까지의 모든 간극을 초월할 정도였다. 그러나 상혁은 8서클의 마법을 십수 년간 써 왔던 가나안 마법사의 정점이었다.
그렇기에 상혁은 도전했다.
상상력.
상혁은 자신의 깊은 내면으로 침잠한 뒤 그곳에서부터 작은 불씨를 만들어 내었다. 그건 대단히 힘든 일이었다. 심상 속의 불이라고 해서 그냥 심상 속에만 존재하는 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화르륵!!
상혁의 심상 속에 피어오른 불씨가 상혁의 앞에 모습을 드러낸 채 둥실둥실 부유하고 있었다.
손톱만 한 불씨지만 그 불씨가 현실에 모습을 드러낸 순간 치이익 거리며 사방에서 수증기가 피어올랐다.
열기.
상혁이 피워 낸 불씨가 사방의 모든 물을 태웠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태우는 불.’
상혁이 차원의 균열을 닫기 위해 떠올린 것은 불이다. 해저에 위치한 차원의 균열을 닫기 위해서는 물을 일단 태워야 했기 때문이다.
‘바다조차도 태울 수 있는 불.’
모든 바다를 태워 버릴 필요는 없다. 상혁은 차원의 균열에 닿을 정도까지만 모든 물을, 그게 설령 바다라고 할지라도 태워 버릴 수 있을 정도의 화력을 가진 불이 필요했다.
쿨럭!
상혁의 입에서 핏물이 솟아올랐다. 심장에 무리가 간 것이다. 그러나 상혁은 흔들리지 않았다.
애초에 이 정도 부작용은 7서클로 8서클의 마법을 펼쳐야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고려했었다.
‘바다를 태우기 위해 필요한 건 현실의 불이 아니다.’
상혁은 심상 속에서 그 작은 불씨를 키워나가기 시작했다. 7서클로 8서클을 펼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상상력이었다.
7서클로는 감당할 수 없지만 8서클의 경험이 있는 상혁은 감당할 수 있는 방법. 8서클 대마법사의 상상력을 이용해 현상 그 자체를 현실에 구현하는 방법이다.
수인이나 영창 없이, 상상력 그 자체를 현실에 구현화 하는 능력.
8서클의 경험이 없다면 아무도 생각해 낼 수 없는 방법이었으나 상혁은 가능했다. 물론 그러기 위해 필요한 것은 두 가지였다.
마나. 그리고 정신력.
그리고 상혁은 그 두 가지에 자신이 있었다.
고오오오!
풀썩, 풀썩.
서번트가 연신 쓰러지기 시작했다. 3서클 마나석으로 만들어 낸 서번트 중 100기가 상혁의 마나 통을 채우기 위해 리타이어 되었고 남은 300기 중 100기가 쓰러졌다.
그리고 200기도 마나석이 꺼질 듯 말 듯 명멸하고 있었다. 상혁이 빨아들이는 마나가 그만큼 무지막지했기 때문이다.
그러는 동안 상혁도 한계까지 자신을 몰아붙이고 있었다.
‘힘들다.’
힘들었다. 당장이라도 그만두고 싶을 만큼. 8서클일 때는 숨 쉬듯 시전했던 마법이었다. 물론 그때도 마나 고갈로 인해 힘들어하긴 했다.
하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주르륵.
칠공에서 피가 흘렀다. 역시 7서클로 8서클에 도전하는 건 반작용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계산상 괜찮을 것 같아서 해 본 것인데, 이렇게 힘들 줄이야.
‘경지 하나를 뛰어넘는 셈이니 이 정도는 당연하지.’
으드득!!
이를 뿌득 하고 간 상혁의 심상 속 불꽃이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그건 흔히 볼 수 있는 불꽃이 아니었다.
푸른색, 초록색, 흰색, 붉은색, 노란색, 검은색.
마치 세상의 빛을 모두 모아 놓은 것처럼 커진 불씨는 주변의 빛을 전부 흡수해 버리겠다는 듯 오색빛깔을 발했다.
아마 지구에 마법에 대해 아는 이가 있었다면 뒤로 넘어갔을지도 모른다.
‘지옥불.’
지옥불, 헬파이어.
8서클 마법 중 최고봉이자 단일 마법으로는 9서클의 공격 마법에도 준한다는, 드래곤도 한 번에 죽일 수 있다는 지옥불 마법을 상혁이 불러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작은 불씨에 바닷물이 증발하며 수증기를 피워 낸 것도 그것이 지옥불이라면 당연한 일이다.
풀썩, 풀썩.
그리고 마지막 서번트까지 쓰러졌다. 그 순간부터는 상혁 혼자만의 싸움이었다. 이미 빙판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었고 상혁이 부유 마법으로 떠 있는 곳의 수위가 순간 거의 20m 가까이 줄어들었다.
쏴아아아아!!
수위가 가라앉은 이유야 간단했다. 빙판이 깨지고 난 뒤 메가 쓰나미가 시작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쓰나미가 시작되며 거대한 파도의 벽이 생겨났기에 순간 동해안에서 바닷물이 그 모습을 전부 감출 정도로 거대한 파도가 생겨났다.
“후우, 후우.”
그 거대한 파도의 벽은 상혁을 작은 개미처럼 보기에 만들 정도였다. 그런 파도를 상대로 상혁은 칠공으로 피를 흘린 채 마지막 마나를 불어넣으며 지옥불의 완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차원의 균열까지.’
뽀르르-!
초아가 지옥불의 열기에 파르르 이파리를 떨었다. 하지만 초아의 머리 위로 연결된 끈은 사라지지 않고 있었다. 그것이 바닷속을 가리키고 있었기에 상혁은 입으로 피를 토해 내며 끝끝내 지옥불을 완성시켰다.
화르륵!!
“헬파이어……!”
촤아아아악!!
거대한 수증기가 일어났다. 그냥 자욱하게 깔리는 수증기가 아니라 메가 쓰나미와 지옥불이 부딪치면서 피어오른 수증기는 마치 핵폭발의 그것처럼 버섯 모양을 만들며 허공으로 치솟았다.
부글부글부글.
동해안의 수온이 가파르게 올라갔고 물고기들이 배를 까뒤집으며 떠올랐다. 하지만 상혁은 자욱한 수증기 속에서도 눈을 감지 않았다. 아직 지옥불이 바닷속에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저 몰려오는 메가 쓰나미와의 거리가 줄어가고 있을 뿐이다. 상혁은 이를 으득으득 소리가 날 정도로 강하게 깨물었다.
“똥이고 뭐고, 시발! 지구로 온 거면 온 거지! 이제 지긋지긋한 인연 좀 끝내자아!!”
콰아아아!!
메가 쓰나미와 지옥불이 격돌했다. 그리고 그 여파가 상혁이 있는 곳까지 휩쓸었다. 그렇게 피어오른 수증기가 순간 대한민국 동해안 상공을 메울 정도로 자욱하게 피어올랐다.
* * *
수증기는 거의 사흘 동안 사라지지 않고 대기를 따라 한국과 중국으로, 중국에서 내륙으로 퍼져 나갔다.
오죽하면 햇빛을 굴절시키고 태양을 차단하는 효과를 내서 지역의 기온을 평년 기온보다 뚝 떨어지게 만들 정도로 수증기의 여파는 무시무시했다.
하지만 메가 쓰나미는 사라졌다. 아니, 사라진 것이 아니라 그냥 좀 센 파도가 되어 제방을 두드리고 어선 몇 척을 파손했을 뿐이다.
그렇게 메가 쓰나미가 사라지는가 싶었지만 울릉도 앞바다는 미국과 중국, 일본과 한국이 합동하여 보낸 수색 작업으로 인해 몸살을 앓았다.
백상혁.
갑자기 나타나 SG회장이 된 뒤 사람들이 이해할 수 없는 기자회견을 하고, 그리고 방송에 버젓이 모습을 드러내고는 바다를 얼린 그가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다.
SG그룹은 물론 로스차일드가, 그리고 리창위까지 모든 전력을 동원해 동해안을 이 잡듯 뒤졌다.
그러나 상혁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 * *
“어푸부부부북!”
상혁은 자신의 입에 미역이 척 하고 걸쳐져 호흡을 방해한 탓에 이물질을 뱉어내며 벌떡 일어났다. 자신이 정신을 잃고 해안가에 누워 있었다는 것을 깨달은 상혁은 머리를 흔들었다.
“어우, 머리야.”
무리하게 마법을 사용한 부작용일까, 상혁의 머리가 지끈거렸다. 그런데 상혁은 익숙한 동체를 보고는 고개를 갸웃했다.
“뭐냐 너?”
“마스터.”
“일호?”
그건 바로 일호였다. 일호는 과거 가나안에서 상혁을 암살로부터 구하고 장렬하게 사라졌던 그때처럼, 온몸으로 밀려오는 파도를 막아선 듯 여기저기 부서진 채 바닷물에 반쯤 처박혀 상혁을 쳐다보고 있었다.
“또냐?”
“전 마스터의 종이니까요.”
“말은 잘한다.”
상혁은 피식 웃었다. 자리에서 일어난 상혁이 축축한 옷을 쭉 짰다. 그리고 마법을 사용하려 했지만 심장에서 마나가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서 상혁은 직접 모래사장에 처박힌 일호를 안간힘을 쓰며 가까스로 뽑았다. 뒤를 보니 한국과 다른 식생을 자랑하는 수풀이 우거져 있었다. 상혁은 볼은 긁적였다.
“그런데 여긴 어디냐?”
“잘 모르겠습니다, 마스터.”
“음…….”
난감한 표정을 지었던 상혁이 피식 웃었다. 산 것을 보니 다행히 자신의 모험이 성공한 모양이었다. 모험이 성공했다는 건 곧 그가 바랐던 삶을 드디어 살 수 있게 되었다는 뜻이다.
스무 살, 지구의 백상혁.
그때 하지 못했던 것을 하며 살아 볼 생각에 기대감으로 마음이 부풀었다.
“그러려면 일단 돌아가야지.”
그러기 위해선 마나가 필요하다. 상혁은 부서진 일호를 둘러업고는 섬을 돌아보았다가 인상을 팍 찌푸렸다.
“여긴 무인도인 것 같은데 왜 이렇게 쓰레기가 많냐?”
“해양오염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기사를 본 적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 역시 인간이 문제라니까 인간이.”
상혁은 히죽 웃었다.
“그래도 나한테는 다행이네. 마나가 필요했는데.”
그러나 이 쓰레기는 상혁에게는 보물이나 마찬가지다. 돌아가기 위해 마나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상혁은 쓰레기가 밀려와 더럽기 짝이 없는 곳에 두 팔을 벌리고는 풍덩 뛰어들었다.
그리고 상혁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억? 언제 8서클이 된 거야?”
마나가 들어오자 가슴이 뻐근해지며 여덟 번째 고리가 희미하게 느껴졌다. 상혁은 더러운 물에 목만 빼놓은 채로 미친놈처럼 히죽거리며 웃었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더니.”
상혁은 실시간으로 구정물이 깨끗한 정수로 정화되는 모습을 보며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야, 일호야. 흐흐흐.”
“왜 그렇게 웃으십니까 마스터.”
“너, 사람 되고 싶지 않냐?”
밀려든 파도와 해초가 들러붙은 채로 삐걱거리던 일호가 일어나며 상혁을 쳐다봤다.
“해 보고 싶었거든. 인공 영혼이니까.”
일호는 잠시 말이 없다가 상혁을 향해 말했다.
“마음대로 하십시오, 마스터. 전 언제나 마스터의 종이니까요. 그리고 마스터가 언제는 하고 싶은 걸 안 하신 적이 있으십니까?”
“그렇지? 큭큭큭.”
상혁이 낄낄거렸다.
“이제 진짜 하고 싶은 것만 하면서 살아갈 거다. 나 말리지 마, 일호.”
(쓰레기 먹는 대마법사 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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