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쓰레기 먹는 대마법사-248화 (247/249)

쓰레기 먹는 대마법사 248화

248. 돌아보지 않는 대마법사(3)

“사기꾼이다,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 협잡꾼이다, 과학을 무시하고 미신을 맹신하는 대기업 회장이다…….”

상혁이 피식 웃었다. 그러고는 손에 들린 태블릿을 이창엽에게 건네주었다. 이창엽은 고개를 푹 숙인 채 송구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반응이 좋지 않네요.”

“예, 언론사까지 나서서 회장님을 매도하고 있습니다.”

“매도…… 매도라. 그래. 길들이기라는 거죠?”

대한민국의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는 SG그룹이라고 하지만 전 회장과 오너 일가가 불의한 일로 사퇴를 결정했기 때문에 여론과 시장의 시각이 좋지 않았다.

한 번도 아니고 잇따라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른 것이 드러났기 때문에 전국민적인 비난 여론이 들끓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그 주동자나 다름없었던 백성철은 반쯤 실성하여 요양원에 갇혔고, 백이현은 식물인간이 된 채 쓰러졌으며 백도현은 순순히 검찰 조사에 협조하여 법정에 섰기 때문에 그 화가 더 크게 번지지는 않은 것이다.

하지만 어제 상혁의 기자회견으로 인해 여론이 다시 실시간으로 나빠지고 있었다.

스물한 살. 그리고 고아로 살았던 과거.

변변찮은 교육도 받지 않은 채 SG그룹의 총괄회장직에 올랐다는 것까지.

상혁은 선대로부터 이어받은 유산을 견고하게 지키기만 하면 되었던 백성철과는 달리 그를 위해 방패가 되어 줄 이가 아무도 없었기 때문에 오히려 공격에 고스란히 노출되었다.

언론과 정권에서는 기업인 길들이기 명목으로 상혁을 전방위로 공격하고 있었고 상혁은 기자회견을 통해 아주 그럴듯한 명분을 주었기 때문에 여론 역시 곤두박질치고 있었다.

“주가 방어는 잘 되죠?”

“예. 실시간으로 하락하는 것을 더 위자드에서 받아먹고 있습니다.”

“잘됐네요. 지배구조도 좀 바꾸고. 지배권도 늘릴 절호의 기회니까요.”

언론이 상혁 모두까기의 일선에 나서 상혁을 호도하고 과거를 부풀려 깎아내리며 상혁의 지도력에 대한 의문을 던지고 있었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SG그룹의 주가가 떨어지기 전에 매도하기 위해 연신 물량을 던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고스란히 상혁의 손아귀로 되돌아왔다.

더 위자드가 실시간으로 시장에 나오는 매물을 싹 선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역설적으로 SG그룹 내 상혁의 지배구조는 절대적으로 안정되고 있었다.

애초에 SG건설을 공격했던 사모 펀드가 보유하고 있던 경영권도 헤르츨이 상혁에게 주는 선물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외부에서 아무리 장난질을 치려고 해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절대적인 지배구조가 구축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상혁이 SG그룹의 회장에 오른 순간 SG그룹의 해외 지사들의 실적은 가파르게 상승했다.

기다렸다는 듯 미국과 중국, 일본 삼국이 상혁에게 잘 보이기 위해 연신 SG그룹에 일감을 알아서 물어다 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외부의 부정적인 시각만 빼면 SG그룹은 빠르게 악재를 회복해 가고 있었다.

상혁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됐네요. 이 정도면 SG그룹은 딱히 회장 없이도 잘 굴러가겠어.”

“회장님, 정말 동해에서 말씀하신 그 사건이 일어나는 겁니까?”

상혁은 자신에 대해서 알고 있는 이창엽조차도 쉬이 자신의 말을 믿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사실이다.

이 세계의 절대적인 기준이 되는 과학이 아무리 아니라고 모든 지표에서 말해 주고 있어도 마법사인 상혁은 확신했다.

“네, 분명 동해안에서 메가 쓰나미가 일어날 겁니다. 울릉도, 독도를 뒤덮는 건 물론이고 강릉과 동해 일대가 수몰될 겁니다.”

“그게…….”

“이해합니다. 믿기 쉽지 않다는 거.”

상혁은 그것을 기자회견장에서 기자를 불러다 놓고 공표를 해 버렸다. 그리고 그런 상혁의 기자회견에 가장 먼저 반발한 것은 과학계였다.

그러나 상혁은 자신의 말을 번복하지 않았다.

그러자 상혁이 미신을 믿는다거나, 말도 안 되는 예언을 한다, 상혁을 조종하는 사이비 종교가 있다는 소리까지 나오고 있었으나 상혁은 그에 일절 반응하지 않았다.

“그때가 오면 모두가 믿게 될 겁니다.”

“죄송합니다, 회장님.”

“아니요. 김상돈 교수에게서 제가 부탁한 시뮬레이션 결과가 도착했습니까?”

“예.”

과학계의 모두가 상혁의 발언이 사회를 혼란스럽게 만들 뿐, 그럴 근거는 아무것도 없다고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었지만 딱 한 명, SG환경재단의 김상돈 교수는 상혁의 말을 믿었다.

그 때문에 상혁은 그에게 부탁했다.

울릉도 앞바다에서 2004년 인도양 쓰나미보다 1.5배는 큰 쓰나미가 몰려든다면 내륙의 어디까지 피해가 미칠 것인가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돌려 달라고 부탁한 것이다.

“태백산맥을 기준으로 동쪽은 다 수몰된다는 거군요.”

“예, 그리고 포항과 부산까지도 피해가 있다고 가정하고 있습니다.”

“사실상 대한민국의 동쪽 전체라…….”

상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정부는요?”

“미국과 중국, 일본에서 직접 나섰으니 오래 버티지는 못할 겁니다.”

“대피령을 내려야 합니다. 최대한 빨리요. 모든 비용과 보상은 더 위자드에서 감당하겠다고 하는데도 미적지근한 겁니까?”

더 위자드의 자산은 이 시간에도 계속해서 불어나고 있었다. 최초 결성 당시 미국의 시총 10순위였던 더 위자드의 자산 총액은, 이미 1위를 탈환한 지 오래였다.

“예, 확실하게 일어난다는 보장이 없으니, 만약 일어나지 않을 때 상황에 자신들에게 불어닥칠 역풍에 대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하, 다 쓸어버릴까?”

상혁이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그러자 이창엽이 퍼뜩 고개를 치켜들었다. 상혁이라면 그럴 만한 능력이 충분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저, 회장님. 설마 진짜로 그러시는 건…….”

“꼭 이래요. 사전에 경고해도, 사후 대처 방안을 모두 다 마련해 준다고 해도, 그 표 하나 때문에 참사가 일어나는 건 왜 계속 되풀이되는 겁니까?”

“…….”

상혁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창엽에게 호소한다고 해서 바뀔 것도 아니다. 상혁은 싹 바뀐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쩔 수 없죠. 그럼 만들어 주면 되잖습니까.”

“예?”

“그쪽 사람들이 전부 대피할 수밖에 없게끔 그럴 환경을 조성해 주면 되는 거 아닙니까?”

“회장님, 어쩌시려고…….”

상혁은 이창엽의 말에 대답해 주지 않았다. 대신 전화를 들어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일호, 오백 호까지 전부 동원해. 이 세상에 과학이 만능이 아니라는 걸 보여 줘야겠다.”

상혁의 두 눈이 푸르스름한 마나를 뿜어냈다.

* * *

7서클 대마법사 상혁.

그리고 4서클 마법사 일호.

그 둘을 제외한 11호부터 500호까지의 서번트는 전부 동해 해저에서 수거한 3서클 크기의 마나석으로 만든 서번트로, 일종의 배터리였다.

일호가 특별한 것이지 보통 서번트는 마법을 익힐 수 없기에 상혁은 자신에게 부족한 마나를 490기의 서번트를 통해 보충할 생각을 한 것이다.

“시작하지.”

“예, 마스터.”

만일 과학적으로 지진이 일어날 만한 전조 증상이 없어 상혁의 말을 믿지 못하는 것이라면 상혁이 직접 보여 주면 되는 일이다.

이 세상에 과학으로만 설명되지 않는 것도 있다는 것을 말이다.

“여론을 바꾼다.”

“예, 마스터.”

상혁이 마나를 끌어올렸다. 그리고 손으로 땅을 짚자, 마나가 땅속으로 스며들었다. 그리고 깊은 땅속으로부터 은은한 진동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일주일, 일주일 동안 최소 100회 이상의 지진을 발생시킨다. 사람이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대신 피해는 없을 정도로만 할 테니까 단단히 각오해.”

5서클의 지진 마법.

원래 어스퀘이크는 좁은 지형에 마법을 통해 지진을 만들어 광역 피해를 주는 마법이었다. 그 지진 마법을 살짝 뒤틀어 좁은 지형이 아니라 마법의 수식을 바꿔 넓은 지역에 피해를 주는 식으로 바꾸면 사람이 은은한 진동을 느낄 수 있을 정도의 마법으로 개량할 수 있었다.

그것을 일주일 동안 100회.

하루에 최소 15번씩 동해를 오가며 지진 마법을 일으켰다. 사람들이 느낄 정도의 약한 진동이었기 때문에 당연히 대한민국 전체가 발칵 뒤집혔다.

[대한민국, 더 이상 지진으로부터 안전한 나라가 아니다?]

[먹통이 된 지진 감지 센서, 대한민국에 무슨 일이?]

[일주일 새 100회의 지진, 대재앙의 전조?]

일주일 동안 지진이 동해안에 걸쳐 100회 이상 가까이 일어났고, 그것이 전혀 사전에 감지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언론에 의해 알려지면서 상혁을 질타하던 여론은 수그러들었다.

그리고 지진을 겪은 사람 중 상혁의 말이 사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늘어났다.

과학계에서 그렇게 자신하던 과학이 무용지물인 재앙이 실존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점점 늘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또한 이 작은 지진들이 거대한 재앙의 전조 증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더해지자 사람들의 공포가 극대화되기 시작했다.

상혁은 인터넷을 통해 바뀐 여론의 분위기를 보며 턱을 쓰다듬었다.

“됐네.”

여전히 과학만능주의를 외치는 사람이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런 사람은 일주일 새 100회라는 지진의 공포를 겪지 않은 지방에 있는 사람들뿐이었다.

이성적으로는 과학이 맞다고 생각해도, 자신이 직접 겪었거나 사랑하는 가족들이 직접 겪었다는 사실에 패닉과 공포에 빠진 이들의 엑소더스가 시작됐다.

그리고 그 타이밍에 SG환경재단의 김상돈 교수의 발표가 이뤄졌다.

인도양 쓰나미의 1.5배 위력의 메가 쓰나미가 일어났을 때 대한민국에 미칠 영향을 시뮬레이션으로 돌린 결과를 언론에 공개한 것이다.

태백산맥을 중심으로 대한민국 동부의 저지대가 모두 수몰될 것이라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오자 동부를 탈출하려는 사람들의 행렬이 커졌다.

그리고 거기서 SG그룹이 침묵을 깨고 나섰다.

“우리 SG그룹에서는 가용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한민국 동부의 대피를 도울 것입니다. 또한 이재민을 위한 숙소를 서울 내에서 수급하여 공급할 예정이며 이에 대해서는 SG호텔&리조트의 백정연 대표께서 설명해 주시겠습니다.”

상혁은 수백 대의 카메라 앞에서 공을 백정연에게로 돌렸다. SG그룹과 호텔&리조트는 엄연히 다른 회사가 되었지만 백정연은 이번 일에 기꺼이 상혁의 손을 잡았다.

그로 인해 일어나는 피해를 상혁이 보전하겠다고 했기 때문이기도 했고, 이런 일에 나서는 것이 노블레스 오블리주라는 것을 배워 온 백정연이 내린 용단이었다.

“SG호텔&리조트의 백정연입니다. 먼저 서울과 전국에 있는 호텔과 리조트를 이재민을 위한 임시 대피소로 운영할 예정이며 SG그룹과 협력하여 서울 내 빈집을 일괄 구매하여 이재민들에게 제공할 예정입니다. 차후 동부를 재건하기 위해 SG건설을 비롯한 SG 전 계열사가 동원될 것이며 피해를 최소화할 것을 국민 여러분께 약속드립니다.”

정부에서 해야 할 일을 SG그룹에서 하고 있었다. 그리고 실제로 동부에서 대피하는 모습이 연신 뉴스에 방영되고 김상돈 교수의 시뮬레이션 결과를 바탕으로 심도 있는 논의가 진행되자 동부의 대피가 가파르게 진행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머지는 내가 해결해야지.”

하지만 언론에서 그렇게 떠든다고 해도 끝까지 움직이지 않는 사람들은 있는 법. 지역에서 오래 산 노인들이나 언론에 대한 불신이 깊은 이들은 대피하지 않았기에 상혁이 나섰다.

“451호부터 500호.”

50기의 서번트를 불러낸 뒤 상혁이 허공에 거대한 마법진을 그렸다. 간단한 암시 마법은 1서클 중에서도 최하 난이도에 속했지만 상혁이 펼칠 암시 마법은 광범위했다.

얼마나 광범위하냐면 대한민국 동부 전체를 뒤덮을 정도였다.

아니, 수몰되지 않을 지역까지 뻗을 정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우우우웅!!

한반도, 그리고 그중에서도 남쪽의 대한민국이 전 세계로 따지면 그리 큰 영토가 아닌 건 맞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국토의 동부를 뒤덮을 정도의 광범위한 마법을 마구 남발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서번트들이었다.

50기의 서번트.

“얼루젼.”

파아아앗!!

최소 6서클 이상의 마법사 네 명이 모여야 가능한 거대 마법진을 단숨에 만든 상혁이 마법을 발동한 순간 오십 기나 되는 서번트의 눈에서 푸르른 마나가 치솟았다.

그리고 3서클짜리 서번트 오십 기의 눈에서 푸른빛이 탁해진 순간 마법진이 발동했다.

상혁은 마나안으로 거대 마법진에서 뻗어 나온 마나의 빛무리가 하늘을 뒤덮는 것을 보고는 마법의 성공을 확신한 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그때.

콰아앙!!

아직 꺼지지 않은 상혁의 마나 안에 동쪽에서 노란빛의 마나가 수평선 위부터 시작해 하늘을 뒤덮을 기세로 터져 나오는 것을 본 상혁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마나의 폭발.

메가 쓰나미의 시작이었다.

“이런 썅.”

하늘을 뒤덮는 정도가 아니라 세계를 뒤덮을 기세의 폭발에 상혁의 입에서 욕지거리가 튀어나왔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