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먹는 대마법사 247화
247. 돌아보지 않는 대마법사(2)
충격의 SG그룹 폭로가 터져 나온 후로부터 한 달.
그간 대한민국은 막을 수 없는 격동의 시기를 겪었다. 대한민국 경제의 대들보라 여겨졌던 SG그룹의 추악한 진실이 드러나고, 그 추악한 과거에 손을 보탰던 중국에서 그 사실을 인정하여 주동자를 엄벌에 처함으로써 백성철 회장을 향한 여론의 포화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여론의 심상찮은 움직임에 가장 예민하게 귀를 기울인 것은 정계였다.
백성철 회장의 돈을 받아먹지 않은 정치인이 드물다고는 하지만, 표심이 가장 중요한 정치인들에게 이미 SG그룹에 일어난 일은 그 어떠한 기적으로도 변할 수 없는 기정사실이 돼 버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정계를 뒤흔든 큰 손이 있었다.
더 위자드.
백성철의 조카로 화려하게 재계에 데뷔한 주인공이자 할리우드 여배우 사만다 허드와 세기의 열애설을 터뜨린 장본인인 상혁이 더 위자드의 회장이라는 직함으로 은밀하게 정계에 손을 뻗쳤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백상혁을 미국과 일본, 중국이 든든하게 그 뒤를 받쳤다.
상혁이 원하는 것은 단 하나.
[SG그룹을 더 위자드가 집어삼킬 수 있도록 아무쪼록 도와주실 것이라 믿습니다.]
상혁은 자신의 구기동 저택으로 여야의 대표를 부른 뒤 그렇게만 말했다. 각기 4선, 5선으로 상혁이 살아온 나이보다 더 많은 시간을 국회의원으로 보낸 그들이지만 여야의 대표는 상혁 앞에서 입 한 번 뻥긋할 수 없었다.
포식자.
상혁은 조금만 틈을 주면 잔머리를 굴리는 정치인들의 버릇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정계는 약육강식의 정글보다도 더 험난한 곳인지라 그곳을 확실하게 지배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압도적인 힘이었다.
감히 잔머리를 굴릴 생각도 못 하게 만들 정도의 힘.
상혁은 더 위자드라는 막대한 자금과 미국, 일본, 중국이라는 배경을 등에 업고 그 모든 것을 제 손으로 성취해 낸 대종사의 기세를 마음껏 드러냈다.
7서클 대마법사의 기백.
겉만 스무 살이지 안의 영혼은 노회할 대로 노회한 상혁의 눈빛 앞에 여야의 대표는 마치 뱀 앞의 개구리가 된 것처럼 감히 상혁의 눈을 마주치지도 못했다.
그리고 얼떨떨한 표정으로 그곳에서 나온 여야의 대표는 서로를 쳐다보며 확실하게 깨달았다.
무조건적인 협조.
저런 눈빛과 기백을 가진 사람 앞에서 자칫 잘못 잔머리를 굴리다가 자신의 정치 인생이 그대로 끝장날 수도 있다는 것을 뼈저리게 깨달은 것이다.
대한민국 경제와 거의 한 몸이 되어 면책권을 얻다시피 한 채 수십 년째 군림해 온 SG그룹을 불과 1년 사이에 날려 버린 것이 바로 상혁이다.
여야의 대표는 그 사실을 뇌리에 확실히 각인시켰다. 그리고 자신의 계파 소속의 정치인들의 행동거지를 제대로 단속해야겠다고 다짐, 또 다짐을 한 채 제자리로 돌아갔다.
그 후부터는 일사천리였다.
더 위자드의 운용자금은 미국에 2,00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는 약속을 지켰음에도 다시 원래의 4,000억 달러 규모로 커졌다. 이호부터 십호까지의 서번트가 인간의 감정을 배제한 지극히 수치에만 따른 매도, 매수 시점으로 자금을 굴린 결과 돈이 돈을 부른다는 격언처럼 2,000억 달러에 달하는 돈이 다시 두 배로 불어난 것이다.
게다가 미국, 일본, 중국 삼국이 상혁을 원조했다. 또한 상혁에게 납작 엎드려야 함을 본능적으로 느낀 여야 대표의 적극적인 협조로 인해 정계 또한 상혁에게 우호적이었다.
그것들은 전부 다 원래 SG그룹이 누렸던 것들이다. 그런데 그걸 이제 상혁이 제 것으로 누리고, 부리고 있었다.
그렇기에 SG그룹은 버티지 못했다.
백이현은 상혁이 자신과 한 약속을 지킬 생각이 없었고, SG그룹을 집어삼키려 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외마디 비명과 함께 쓰러졌다.
스트레스로 인한 화병과 당뇨, 고혈압의 합병증이 동시에 터지면서 백이현의 의식이 저 멀리 날아가 버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SG그룹의 노괴인 백성철의 최후는 더욱 비참했다.
결국 백성철은 무리해서 더 위자드에게 빌린 100억 달러를 갚지 못해 그가 가진 모든 지분을 토해 내야만 했다. 이미 상혁에 의해 크게 멘탈이 흔들린 상태였던 백성철은 백성철의 이름으로 되었던 모든 것이 사라진 순간 미친 사람처럼 혼잣말을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괴물. 그래 괴물이다. 내 것을 앗아 간 괴물. 그럼 백상혁은 어디 갔지? 백상혁은 어디로 가고 그런 괴물이. 성운이냐? 성운이, 네가 그런 거냔 말이다.”
백성철의 두 눈이 흐려졌다. 그의 눈에서 초점이 사라졌다. 그런 백성철을 보고 누가 그가 수십 년간 대한민국 재계의 최정상에 군림해 온 거인이라고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기업은 사업을 하는 데 있어 부채가 필수다. 부채 또한 자산이라는 말이 있듯 SG그룹도 막대한 부채를 지고 있었다.
그런데 연이은 오너 일가의 실수로 인해 주가가 떨어지고, 사업성이 떨어지고 있던 와중에 이 거대한 폭탄이 하나 터졌으니, SG그룹의 주가가 매일 하한가를 친 것은 물론이다.
그 말인즉슨, SG그룹의 가치가 계속해서 낮아졌다는 뜻이다.
SG건설은 일찍이 이터의 손에 넘어가 있었고 상혁은 더 위자드의 회장이자 이번 일에 깊은 유감을 통감하는 백씨 일가로서, 한국 경제의 대들보인 SG그룹의 정상화를 위해 나선다는 명분으로 여론의 응원까지 입었다.
그리고 그렇게 SG그룹은 통째로 상혁의 손에 굴러들어왔다.
“인생무상이군.”
“그게 무슨 뜻입니까, 마스터?”
“인생이 허망하다는 뜻이다. 아무리 높은 자리에 있건, 뭐건 간에 저런 힘 없는 노인이 되는 것이니 말이다.”
상혁은 이번 일로 인해 큰 충격을 받고 쇠약해진 백성철을 위해 부지에 타운하우스를 지었다. 때로 혼잣말을 중얼거리고,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는 백성철은 영락없는 치매 환자의 모습이었다.
그런 백성철을 위해 준비한 거대한 감옥이었다.
백성철은 이제 죽어서만 그곳을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음, 전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
“네가 이해할 필요 없지. 넌 죽지 않으니까.”
“예. 마스터가 계신 한 저는 죽지 않으니까요.”
상혁은 너른 풀밭 위 바람을 맞으며 쇠약해진 백성철이 홀로 무언가를 중얼거리는 것을 보며 피식 웃었다.
“그래, 너 잘났다. 동해는?”
“잠잠합니다. 지속적으로 마나석을 건져 내고 있지만 마나 농도가 점점 짙어지고 있습니다.”
“차원 균열은.”
“아무런 반응이 없습니다.”
일호는 4서클 마법사가 되었다. 그 때문에 동해의 일을 바쁜 상혁 대신 책임지고 있었다. 일호는 더 위자드의 이름으로 전 세계의 해양폐기물 수거업체를 고용해서 한국으로 불러들였고, 마나석을 캐내고 있었다.
하지만 마나 농도는 여전히 변함이 없었다.
“벌써 한 달이나 지났어. 언제 쓰나미가 밀어닥쳐도 이상하지 않을 수준이고.”
“예.”
“미국, 일본, 중국의 반응은 어떻지?”
“무조건적인 협력을 밝혔습니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 판은 짜인 셈이 된다. 상혁이 주장하려는 쓰나미는 과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하나의 현상일 뿐이다.
하지만 과학으로 설명하지 못한다고 해서 설명할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문제는 그것을 설명하려는 방식이 지구의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마법이라는 것이었다.
“기자회견에서 밝히실 예정이십니까?”
“그래야지.”
“손가락질을 받으실 겁니다.”
상혁은 어깨를 으쓱했다. 일호가 나름 자신을 걱정해 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서번트의 걱정을 받는 마법사라니.
“하라 그래.”
“마스터, 그러다 쓰러지십니다.”
“왜, 네가 보기에도 무리하는 것처럼 보이디?”
다른 이들은 모르지만 상혁의 구기동 저택 지하실에 3서클 마나석을 하나씩 박은 서번트의 수가 벌써 백 기를 넘어가고 있었다.
하루에 세 기.
한 기의 서번트를 만드는 데 들어가는 시간이 최소 6시간이었다. 그러니 세 기를 만들고, SG그룹 인수 마무리를 하면서 상혁은 한 달 동안 하루에 한 시간 이상 자지 않았다.
거기에 상혁은 이제 수많은 사람이 말도 안 된다며 손가락질을 하고 욕을 할 경고를 위해 기자회견장에 설 생각이었다.
“예.”
“괜찮아. 얼마 안 남았으니까. 사념체가 한 말을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이번 똥만 잘 치우면 당분간은 괜찮을 것 같거든.”
“막을 수 있으리라 보십니까.”
일호의 말에 상혁은 어깨를 으쓱했다.
“모르지. 그래서 서번트를 100호까지 만들어 놓은 거잖아.”
마나가 한곳에 오래 집적되어 일어나는 재앙은 통상적으로 일어나는 같은 류의 재능보다 최소 1.5배는 더 강하다.
상혁은 동해안에서 일어날 쓰나미에 대해서 비교군이 필요했기 때문에 지구의 역사에 기록된 쓰나미 기록을 살펴보았다.
“최소 2004년도 인도양 쓰나미의 1.5배 규모는 될 테니까.”
과학자들이 찾아낸 지구 최악의 쓰나미는 6,500만 년 전 멕시코 인근에서 일어난 시속 143km, 높이 1.5km의 쓰나미였다. 그 쓰나미는 공룡을 멸종시킨 쓰나미로 추정이 됐는데 동해안에서 일어날 쓰나미는 그 정도는 아니었다.
2004년도 쓰나미.
8.9 규모의 해저 지진으로 인해 촉발된 인도양 쓰나미는 최대 높이 10m까지 치솟았는데 그 쓰나미로 인해 20만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상혁이 추정한 동해안 쓰나미의 파괴력은 인도양 쓰나미의 최소 1.5배 규모다.
그리고 최악인 것은 해저 지진이라는 명확한 과학적인 근거가 있는 시발점이 있었던 그때와는 달리 동해안의 쓰나미는 그런 조건 없이 그냥 발발할 것이라는 뜻이었다.
그 때문에 상혁은 서번트 중 하나를 반드시 동해에 머무르게끔 해 놓았다. 마나를 느낄 수 있는 서번트라면 쓰나미의 전조가 보일 시 곧바로 상혁에게 알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상혁이 3서클의 마나석을 박은 서번트를 100기나 만든 것도 그 때문이었다.
“8서클이 아니라면 모를까. 지금 수준으로는 쓰나미를 완벽하게 막아 낼 수 없으니까.”
만일 그 정도 규모의 쓰나미가 동해를 때린다면 대한민국의 동해는 그대로 전멸이다. 고성, 강릉, 속초, 양양, 동해, 삼척 등의 강원도 지방과 경북, 경남 지방의 해안가는 그대로 전멸이다.
또한 쓰나미로 인해 대한민국의 동부 국토 중 태반이 침수될 것이고 그 피해는 족히 백 년 이상 복구해야 할 정도로 큰 상흔을 남길 것이다
그게 상혁이 싼 똥이다. 의도한 건 아니지만 차원을 넘으면서 일어난 균열로 인해 벌어진 쓰나미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벌인 일이니, 자신의 손으로 수습해야 한다. 상혁이 차에 올라탔다.
“기자회견장으로 가지.”
“SG호텔로 모시겠습니다.”
* * *
“누님.”
“왔어?”
상혁이 SG호텔에 도착하자 백정연이 상혁을 맞이했다. 백정연은 상혁이 더 위자드의 회장이었고 SG그룹을 인수하기로 했다는 것을 듣고는 크게 놀랐었다.
하지만 그 전에 다행히 호텔과 리조트를 분리해 독립한 백정연이었기 때문에 그런 상혁의 말을 듣고 백정연은 빠르게 평정심을 되찾았다.
[벌을 받을 때가 된 거야.]
그녀는 자신의 오빠와 아버지, 그리고 동생의 몰락을 슬퍼했지만, 그 몰락을 막으려고 하거나 유예하려고 하진 않았다.
아버지가 막냇삼촌인 백성운과 그 아내인 김경자를 죽이고, 사촌 동생인 상혁을 10년간 보육원에 버려둔 채 감시했다는 것을 듣고 그들이 받을 벌을 받았다면서 그들의 몰락을 애도했을 뿐이다.
애도의 시간이 끝나자 백정연은 상혁이 알던 그 백정연으로 다시 되돌아왔다.
“아니, 회장님이라고 불러드려야 하나요?”
“아니요. 회장이라는 소리 듣고 싶어서 인수한 건 아니에요.”
“어머. 듣던 대로시네요. 언론에서 백상혁 회장님이 SG그룹을 위해 용단을 내린 용감한 한국인이니, 영웅이라느니 그러던데.”
SG그룹이 무너지면 수백 만의 사람들이 피해를 보고 더 나아가서는 5천만 대한민국이 피해를 본다. 상혁이 그 일을 막았기 때문에 세간에서는 상혁을 영웅이라 부르는 사람도 있었다.
백정연이 장난스레 상혁을 놀리자 상혁이 피식 웃었다.
“음, 아마 조만간 그게 사기꾼이라는 소리로 바뀔지도 몰라요.”
“사기꾼?”
“한번 보고 계세요. 취임식에서 재밌는 일이 벌어질 테니까.”
상혁은 그렇게 말하고는 사라졌다. 오늘 열리는 기자회견은 새로이 SG그룹의 회장이 된 상혁의 언론 데뷔이자 취임 기념을 위한 기자회견이었다.
통상적으로 회장이 새로 취임했다고 해서 이런 자리가 열리진 않지만 상혁은 자신이 알아서 이런 자리를 만들었다.
“새롭게 SG그룹의 회장이 된 백상혁입니다.”
촤라라락!
상혁이 나타나 고개를 꾸벅 숙이자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플래시 세례가 미친 듯이 쏟아졌다. 기자회견장을 거의 천 명에 달하는 기자들이 가득 채우고 있었다.
“이번 기자회견이 취임 기념을 위한 것으로 알고 계셨을 분이 많으실 겁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그건 아닙니다. 기자 여러분들을 최대한 많이 모으기 위해서 약간의 꼼수를 부린 것이라 생각해 주십쇼.”
기자들이 웅성웅성거렸다.
그리고 상혁이 그런 기자들의 소란을 잠재웠다.
“조용.”
상혁의 목소리가 낮게 깔리자 위압감에 눌린 기자들이 입을 다물었다. 상혁은 자신의 기세를 숨기지 않고 풀어 놓았다. 그리고 기자들은 상혁을 보고는 자신들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기자들이 조용해지자 상혁이 빙긋 웃었다. 그러더니 마이크에 입을 가까이 가져다 대면서 말했다.
“제가 이곳에 기자 여러분들을 모신 이유는, 전 국민에게 현재 대한민국에 닥쳐오고 있는 위험을 알리기 위함입니다.”
그렇게 말한 상혁이 한 호흡을 끊고는 기자들을 쳐다봤다. 그러자 정신을 차린 기자들이 홀린 것처럼 상혁의 말을 따라서 적어 송고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