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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먹는 대마법사-244화 (243/249)

쓰레기 먹는 대마법사 244화

244. 쓸데없는 복수(4)

덜커덩.

현관문이 열렸다. 그러자 1층에서 도란도란 모여 저녁을 먹고 있던 오승택 형제와 김경자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회장님, 오셨습니까.”

“어서 오세요. 미역국이 아주 맛있게 됐어요.”

오승택과 오승환이 깍듯하게 고개를 숙였다. 오승환이 신병에서 벗어난 지 일주일째다. 상혁은 둘의 인사를 받고는 마나안을 발동했다.

“일주일째다. 이 정도면 정상으로 돌아온 것이나 마찬가지이니 이제 정상적으로 살아가도 된다.”

“감사합니다, 회장님.”

상혁의 호칭은 회장님으로 바뀌었다. 상혁이 더 위자드의 회장이란 것을 저택의 모두에게 알렸기 때문이다. 천안에 있는 박선웅에게도 알린 사실이기 때문에 상혁은 더 이상 그 호칭을 낯설어하지 않았다.

위대하신 대마법사님보다는 차라리 회장님이 더 나았던 것도 있다.

“이쪽으로 어서 앉으세요.”

드르륵.

상혁은 김경자가 가리킨 자리에 앉았다. 그러자 금세 상혁의 앞에 냉면 그릇에 푼 고봉밥과 거대한 국그릇이 놓였다.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김에 상혁이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잘 먹겠습니다.”

“입맛에 맞을까 모르겠어요.”

상혁이 김경자 반찬에 밥을 거의 한 솥씩 먹는 걸 알면서도 김경자는 매일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상혁은 늘 밥 한 솥을 뚝딱 비우는 것으로 김경자를 안심시켰다.

달그락 달그락.

상혁이 앉은 밥상에서는 대화가 오가지 않았다. 오승택과 오승환 형제가 말이 많지 않은 편이기도 했지만 상혁이 그것을 더 편안해했기 때문이다.

“잘 먹었습니다.”

잠시 후 상혁이 그릇을 싹 비웠다. 그러자 김경자가 웃으며 과일을 내놓았다. 상혁은 과일까지 순식간에 게 눈 감추듯 먹어치웠다.

덜컹.

“회장님.”

상혁이 식사를 마치자 일호가 들어왔다. 일호가 인간이 아니라는 걸 이들은 모른다. 김경자가 일호에게 언제나 그렇듯 식사를 권했지만, 일호는 사양했다.

“괜찮습니다. 먹고 왔습니다.”

일호는 음식물을 소화시키지 못한다. 먹어도 다시 몸 밖으로 새어 나오기 때문에 다른 사람 앞에서 무언가를 먹는 행위는 금지였다.

그러자 상혁이 일호에게 말했다.

“일호, 지하실로.”

“예, 회장님.”

상혁과 일호가 지하실로 사라졌다. 요새 거의 보름 동안 상혁과 일호는 집에 오기가 무섭게 지하실로 사라졌다. 그리고 새벽 늦게까지 지하실의 불이 켜 있는 것으로 보아 그곳에 들어가 나오지 않았다.

“형, 출근하지 않은 지 며칠이나 됐지?”

“보름.”

“그런데 회장님은 어딜 저렇게 다녀오시는 거야?”

오승택은 상혁의 운전기사를 자처했다. 상혁도 그의 운전 실력을 마음에 들어 했기 때문에 오승택이 차를 운전하는 것을 막지 않았다.

하지만 상혁은 보름째 오승택의 차를 타지 않았다. 그리고 매일 새벽같이 나가 저녁에나 집에 들어왔다.

“나도 모르겠어. 워낙 비밀이 많으신 분이니까.”

오승택은 상혁의 비밀을 떠올렸다.

마법사.

상혁과의 첫 만남이 떠오르자 오승택은 픽 하고 웃었다.

그런 상혁과 이런 관계가 될 줄이야.

하지만 상혁을 만난 덕분에 오승환의 신병도, 김경자의 병도 다 나았다.

그러니 오승택에게 있어 상혁은 그가 무슨 짓을 하건, 어떤 존재이건 간에 절대로 배신할 수 없는 은인이다.

“몸이 상하신 것 같더구나. 잘 챙겨 드리렴.”

“엄마, 방금 회장님 밥 한 솥 다 드셨어.”

오승환이 황당하다는 듯 혀를 내둘렀다. 상혁의 식성은 볼 때마다 경이로웠다. 덩치가 큰 것도 아닌데 먹은 그것이 다 어디로 들어가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하지만 그 덕분에 김경자가 요새 요리를 하는 데 재미를 붙여 점점 식탁이 풍성해지고 있으니, 상혁이 계속 그렇게 먹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근데 짠내가 나지 않아?”

그때 오승환이 코를 킁킁거렸다. 오승택은 고개를 끄덕였다. 짠내가 어디서 나는지 오승택은 이미 보름 전에 눈치챘다.

“회장님한테서 나지? 바다를 다녀오시나?”

“아마?”

매일 저녁 식탁에 앉는 상혁에게서는 은은한 짠내가 났다. 바람에 묻은 소금기가 내는 냄새였기에 막연히 그가 바다에 다녀왔다는 것을 짐작만 할 따름이었다.

“지하실에서는 뭘 하시는 거고?”

“괜히 관심 가지지 마.”

“알아. 그냥 궁금해서 그렇지.”

지하실은 상혁과 일호를 제외한 모두에게 있어 출입 금지의 영역이다. 오승택은 괜한 호기심을 돌리기 위해 TV를 켰다.

[할리우드의 여배우 사만다 허드의 복귀작인 <거기 있었나요>가 미 흥행 역사를 새로 쓰고 있어 아카데미에서의 귀추가 주목을 받고 있는 가운데…….]

“와, 사만다 허드.”

뉴스에는 때마침 사만다 허드의 얼굴이 나오고 있었다.

“우리가 진짜 사만다랑 살았다는 걸 다른 사람이 들으면 믿을까?”

“못 믿겠지.”

공교롭게도 사만다는 상혁과 관계가 있는 인물이었다. 그리고 덕분에 할리우드 여배우의 실물을 직접 본 오승택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깝다. 약혼까지 했는데…… 그냥 결혼도 하지.”

“쉿.”

오승택이 검지를 입술에 붙였다. 상혁과 사만다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오승택은 모른다. 하지만 괜히 당사자가 없는 자리에서 이야기를 해 봤자 좋을 것이 없다는 건 잘 알고 있었다.

그때 뉴스의 화면이 바뀌었다.

“어? SG그룹이다.”

“그룹?”

오승환의 말에 오승택이 TV를 쳐다봤다. 그곳에는 SG건설과 얽힌 사모 펀드와 SG그룹 간의 다툼에 대해서 보도되고 있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대기업인 SG그룹의 SG건설이 사모 펀드의 손에 넘어간 것은 큰 사건이어서 뉴스에서도 비중 있게 다루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소식이 뉴스에 나왔다는 것은 한 가지다.

‘SG그룹이 SG건설의 재인수를 거의 마무리 지었다는 소리인데.’

SG건설이 사모 펀드에 넘어갔다는 소식이 뉴스 토픽으로 올라온 것 자체가 SG그룹에서 그 뉴스를 컨펌해 주었다는 뜻이다.

SG그룹의 눈 밖에 나고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송사와 언론사는 없었기 때문에 애초에 SG그룹의 주가에 악영향을 끼칠 뉴스는 데스크에서 알아서 걸러 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소식이 뉴스를 통해 송출되고 있다는 것은 한 가지뿐이다.

나가도 될 정도로 이미 모든 일이 끝났다는 소식이다.

‘박상원 본부장님이 그러셨지. SG그룹이 안 좋은 소식을 뉴스로 내서 고의로 주가를 떨어뜨릴 것이라고. 그리고 시장에 나온 주식을 매입할 것이라고.’

박상원은 SG그룹에서 오래 근무했기에 SG그룹의 전략에 능통했다. 그리고 박상원의 말대로 SG그룹과 이터의 인수 건은 무리 없이 진행되고 있음에도 뉴스에서는 버젓이 SG그룹의 위기를 논하고 있었다.

이미 SG그룹과 언론사와 방송사가 입을 맞추었다는 뜻이다.

그리고 내일 장이 열리는 즉시 개미들은 SG그룹의 주식을 시장에 던질 것이다. 그러면 SG그룹은 다시 그걸 매입할 것이다.

이후 주가에 호재인 뉴스를 내보내서 주가를 다시 올리면 결국 손해를 본 건 개미뿐이다. 하지만 오승택은 그 모든 것이 상혁의 손바닥 위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임을 알고 있었다.

“내일부터 다시 출근할지도 모르겠어.”

“갑자기?”

“응.”

아삭하게 씹히는 사과가 달았다.

* * *

“후으으읍.”

부르르.

사각!

조각칼의 예리한 날이 불빛에 반짝하고 빛을 뿜었다. 루페를 낀 상혁의 눈에 그 빛이 그대로 투과됐지만, 상혁은 눈을 단 한 번도 깜박이지 않고 집중했다.

그리고 조각칼이 부드럽게 진동하더니 마지막 하나의 점을 정확한 깊이로 정확한 위치에 탁 하고 박혔다.

번쩍-!!

그러자 일호의 몸에서 마나가 들끓어 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상혁은 동해 앞바다에서 건진 3서클 마나석 세 개를 이어 일호의 몸에 이식했다. 이로 인해 일호가 다룰 수 있는 마법이 4서클로 상승했다.

“마나석의 직렬과 병렬. 간단한 것 같았는데 생각보다 어렵네.”

꽤 많은 양의 마나와 집중력을 소모했다. 하지만 일호가 원래의 잘생긴 얼굴로 돌아오고는 4서클 마법인 사일런스 마법을 시전하는 것을 보면서 상혁이 씩 웃었다.

“어때?”

“날아갈 것 같습니다.”

“보름 만에 4서클이라. 가나안의 늙은이들이 들으면 다들 짐을 바리바리 싸 들고 내 연구실로 쳐들어왔을 거야.”

호문클루스.

영혼이 있는 마법 생명체를 만들어 낸 것도 가나안의 마법계가 발칵 뒤집힐 일인데 마법 생명체인 서번트에게 마법을 가르쳤다?

그리고 보름 만에 4서클 마법까지 사용하게 만들었다?

“영혼과 정신 마법은 무리지만.”

서번트인 일호는 영혼과 정신의 개념 자체를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쪽의 마법을 사용하는 건 젬병을 넘어 아예 불가능했다. 하지만 불, 물, 바람, 흙의 사 원소 마법은 얼마든지 가능했다.

“거하게 치울 똥이 있으니 마음이 급하긴 해도, 이런 건 좋네.”

이게 전부 다 초아가 가리키는 방향을 쫓아갔다가 발견한 동해안의 마나석 덕분이다.

상혁은 동해 앞바다의 변고를 감지한 즉시 밤새 공간이동으로 세계수를 찾아 돌아다녔다.

하지만 울릉도와 독도까지 거대한 마나가 고여 있어서인지, 감각이 교란되어 차원의 틈이 있는 정확한 위치를 찾지 못했다.

그래서 일단 터질 것 같은 화약고나 다름없는 앞바다를 가라앉히기 위해 급한 대로 지난 보름 동안 상혁은 매일 같이 동해 앞바다의 바닥을 훑고 다녔다.

그 결과 상혁은 보름 만에 3서클 마나석 백서른다섯 개와 그 아래의 마나석을 오백 개쯤 찾았다. 그리고 4서클과 5서클의 마나석을 하나씩 찾아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마나가 모이는 속도가 내가 마나석을 청소하는 속도보다 빨라.”

거의 오백 개의 마나석을 보름 동안 수거했고, 수거하는 즉시 삼켜서 마나 고리에 더했지만 그것보다 마나가 고이는 속도가 훨씬 더 빨랐다.

상혁은 여덟 번째의 고리, 10억 올의 마나실을 만들어가고 있는 심장의 마나 고리를 느꼈지만 이내 고개를 가로저었다.

“동해안을 비워야 해.”

이대로 뒀다가는 예고 없는 재앙에 거대한 피해가 발생할 것이다. 그리고 그 피해는 전적으로 상혁에게 있었다.

자신의 사념체가 말한 똥이 바로 그 재앙이었다.

바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재앙은 제한적이지만 파괴적이다.

“해저 지진. 그리고 쓰나미.”

쓰나미를 똥이라고 표현하다니. 과연 자신의 사념체다웠다. 하지만 상혁이 8서클이라면 모를까 7서클로는 쓰나미를 홀로 막아 낼 수 없었다.

그러니 동해안을 비워야 한다.

“대충 계획은 세웠는데. 미국이랑 중국, 일본까지 동원했으니 부디 나라의 귀가 열려 있기만을 바라야지. 그들까지 정리할 시간은 도저히 없으니.”

상혁은 미국과 중국, 일본까지 동원해야 하는 거대한 사기극 하나를 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곧 이을 거대한 재앙을 막기 위한 하얀 거짓말이니 이해할 것이라 생각했다.

부디 자신의 사기극이 잘 통하기만을 바랄 수밖에.

“그 전에 나도 말에 힘을 좀 실어야겠고.”

말이 힘을 싣는다. 상혁은 동해안의 복잡한 일을 해결하기 전에 자신의 사회적인 발언에 힘을 더해 줄 직함이 하나 필요하다는 것을 뜻했다.

이미 더 위자드의 회장이라는 직함이 있었으나 대한민국 한정으로 더 잘 통할 수 있는 직함이 더 있었다.

“SG그룹의 회장이 되어야겠다.”

이미 밥은 뜸을 다 들였다, 이제 뚜껑을 제시간에 맞춰 열고 밥을 젓기만 하면 된다. 그리고 그때 마치 기다렸다는 듯 상혁의 핸드폰이 웅웅거리며 진동음을 토해 냈다.

“백상혁입니다.”

[위자드. 준비가 끝났습니다.]

“좋군요. 움직이겠습니다.”

상혁은 전화를 끊었다.

전화를 건 사람은 이터의 샤논 의장이다. 헤르츨의 수족인 그녀는 상혁을 위해 기꺼이 성사 단계 직전의 거래를 얼마든지 뒤엎을 것이다. 피도 눈물도 없는 사모 펀드는 이미 평생 먹을 욕을 다 들었기 때문에 자신들의 대외적인 평가에 눈 하나 깜박하지 않았다.

“일호.”

“예, 마스터. 백도현을 준비시키겠습니다.”

“좋아.”

상혁의 눈에서 새파란 기광이 쏟아져 나왔다. 이제 10년 만에 가려졌던 진실을 밝히고, 왕좌에 앉아 있다고 생각한 백성철을 끌어내려 그가 패륜아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려 줄 때가 되었다.

상혁이 느릿하게 입술을 뗐다.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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