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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먹는 대마법사-243화 (242/249)

쓰레기 먹는 대마법사 243화

243. 쓸데없는 복수(3)

이터는 미국 정부가 은밀하게 키운 사모 펀드다.

돈이 세계를 지배한다는 것을 일찍부터 통감하고 있었던 미국 정부는, 여러 정권을 통해 사모 펀드를 설립하고 운영해 왔다.

나라의 숨겨진 힘.

그 사모 펀드를 운영할 자금을 국가 예산에서 편성할 수는 없었다.

필연적으로 숨은 힘이어야 하다 보니 여러 방법을 통해 사모 펀드가 조성됐고 정부에 의해 관리됐다.

하지만 막대한 은밀한 정부의 돈이 모이는 사모 펀드는 조성되어도 길어야 3년에서 4년이 고작이었다.

정부에서조차도 밝힐 수 없는 출처인 사모 펀드의 자금. 그 자금에 눈이 먼 이들이 몇 번 사모 펀드를 사적으로 운영하는 등, 방만한 경영 행태를 보이면서 사모 펀드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감이 든 탓이다.

그래서 정부는 자체적으로 사모 펀드를 운용하지 않고, 외부의 도움을 받기로 결정했다.

원탁과 프리메이슨.

각기 이해관계는 다르나 미국의 국익과 자신이 속한 조직의 이익이 우선시되는 거대한 흑막 두 곳에 사모 펀드의 조성과 자금 지원을 맡긴 것이다.

그 대가로 정부는 원탁과 프리메이슨에 속한 회원들에게 많은 편의를 봐주었고, 악어와 악어새 관계로 그렇게 공존해 왔다.

즉, 지금 SG건설을 툭툭 건드리고 있는 사모 펀드 컨소시엄, 이터는 사실상 미국 정부와 프리메이슨의 화신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그리고 프리메이슨은 로스차일드의 안방이다.

즉, 샤논 의장은 로스차일드의 사람이었다.

프레이저 대사가 상혁에게 SG건설을 안겨 주겠다고 호언장담을 했지만 상혁은 기실 로스차일드가 움직이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

프레이저 대사에게 그런 부탁을 한 것은 일종의 요식행위인 셈이다.

[SG건설의 긴급 주주총회를 소집하였습니다. 방금 전용기를 통해 책임자가 한국으로 떠났으며, 도착하는 즉시 긴급 주주총회를 통해 경영진 교체 방안을 안건으로 내걸 생각입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아닙니다.]

샤논은 자신의 공을 과장해서 부풀리지 않았다. 헤르츨의 말에 따르면 샤논은 ‘대단히 유능한 금융가’라고 평가했다. 많은 사람을 봐 온 로스차일드의 가주에게 그런 고평가를 받았다는 건 샤논의 능력이 그만큼 출중하다는 뜻이다.

“적절한 시기에 제가 매수제안서를 보낼 겁니다.”

[예.]

“두어 번 정도 퇴짜를 놔주시면 됩니다.”

[명심하겠습니다.]

상혁이 SG건설을 되찾는 방법이 수월해서는 안 된다. 백성철에게 ‘내가 이만큼 고생했다’라고 보여 줄 만한 상황이 필요했기 때문에 상혁은 일부러 샤논에게 그렇게 요구했다.

“아마 책임자에게 백성철 회장이 따로 접촉할지도 모릅니다.”

[백성철 회장이 말씀이십니까?]

“예, 백 회장은 사람을 못 믿는 성격이니까요.”

그러니 백성철은 상혁을 믿지 못할 것이다. 때문에 상혁에게 모든 것을 맡겨 놓고 손 놓고만 있진 않을 것이다. 틀림없이 다른 방식으로 남몰래 이터의 책임자에게 직접 연락을 취할 것이다.

“책임자의 경호는 골렘에서 맡도록 하겠습니다.”

[……설마 위험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샤논, 백성철이 어떤 인물인지 알고 있다고 자부하십니까?”

[…….]

서구에 알려진 백성철 회장은 대한민국이라는 작은 나라에서 선친의 가업을 물려받아 그것을 글로벌 기업으로 키운 유능한 기업인 정도였다.

포브스를 통해 매년 아시아 부호 순위에 이름을 꾸준히 올려온 백성철 회장이기에 그들은 백성철 회장의 십 분지 일도 제대로 몰랐다.

“그러니 만일 책임자가 오거든 백성철과 쓸데없는 대립각을 세우지 말라고 해 주십쇼. SG건설의 지분을 백성철에게 매도하는 것을 제외하고 되도록 하자는 대로 다 해 주는 것도 나쁘진 않습니다. 그래서 달라질 건 없으니까.”

이터가 계속해서 상혁의 매수제안을 거절한다면, 그때마다 상혁이 제시해야 하는 금액의 크기는 커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SG건설을 상혁이 이터로부터 매수한다고 해도 백성철은 그 금액을 상혁에게 변상할 능력이 없으니 다른 것으로 받아야 할 것이다.

[그리 전하겠습니다.]

“그럼 인수계약을 체결할 때 뵙도록 하죠.”

[그때까지 평온하시길.]

뚝.

“평온이라…….”

상혁은 평온이란 단어를 입안에서 굴리며 피식 웃었다. 상혁과는 별로 어울리지 않는 단어였기 때문이다.

“일호.”

“예, 마스터.”

상혁이 휙 던진 핸드폰을 일호가 염동 마법으로 받아 냈다. 벌써 핸드폰 정도 되는 무게를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다니, 일호의 마법적 재능이 제법이었다.

“마나석을 몇 개 더 구하면 네 회로를 고치자꾸나.”

“무리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마스터.”

상혁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건 무리가 아니다. 일호가 서클을 높이기 위해서는 마나석을 더 박아 넣는 수밖에 없었다, 일호가 마법 재능이 없다면 모를까 마법적인 재능이 있다면 상혁 대신 더 많은 일을 해 줄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지금 조금 무리하는 게 나중에 곱절이 되어 돌아올 테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예, 마스터.”

상혁은 다시 초아를 불러냈다.

이파리를 단 초아가 날아오르며 상혁의 주변을 맴돌았다.

파앗-!

우웅!

상혁의 오른눈에서 시퍼렇게 마나안의 안광이 뿜어져 나왔다. 하지만 아까처럼 초아의 머리 위로 이어진 끈은 보이지 않았다.

“안 보이네.”

뽀르르-!!

상혁이 손가락으로 초아와 놀아 주었다. 초아는 상혁의 손가락과 씨름하듯 붙잡고 이리저리 끙끙하더니 힘든 듯 하늘 위로 뿅 날아올랐다.

“초아, 세계수에 대해 아는 게 있니?”

뽀르릉.

“모르는구나.”

자신의 사념체가 초아에게 문제의 해답이 있다고 했다. 상혁이 가나안으로 가고, 다시 그곳에서 넘어오면서 차원에 상처가 났다.

차원에 난 상처는 사람의 몸에 난 상처처럼 자연적으로 치유되지 않는다. 즉, 아주 작은 균열이지만 상혁으로 인해 평생 닫히지 않는 균열이 차원의 벽에 남은 것이다.

‘그리고 그곳으로 내가 치워야 할 똥들이 흘러 들어오고 있다고 했는데 말이지.’

상혁은 어깨를 으쓱했다. 사념체의 말이 도통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나안의 똥이라. 생각나는 것이 한둘이 아니라 하나만 딱 꼬집을 수 없었다.

“흠.”

우웅-!!

상혁은 눈을 지그시 감았다. 그리고 자신의 의념을 네 개로 나누었다. 이 상태로 마법을 캐스팅하면 쿼드러플 캐스팅이 된다. 가나안의 마법 역사 이래 상혁만이 인간의 몸으로 도달한 초월한 경지가 바로 그 쿼드러플 캐스팅이었다.

상혁은 마법을 시전하는 대신 자신의 의념으로 서번트와 유일한 골렘인 일영을 살피고 점검했다.

주인인 상혁 본인과의 연결고리가 견고한지, 일호처럼 원래의 기능과는 다른 기능을 발휘한 것이 있는지 점검한 것이다.

“일호.”

“예, 마스터.”

상혁은 자신의 사념을 네 개로 나눈 채로 일호와 대화도 나눌 수 있었다.

“혹시 보름달이 떴나?”

“확인할까요?”

“응, 왠지 모르게 마법이 가벼운데.”

일호가 곧바로 커튼을 열었다. 그러자 상혁이 물어본 대로 밤하늘에 보름달이 떠 있었다. 보름달이 떠 있으면 음의 마나가 강해지며 영혼과 정신 계열의 마법을 사용하는 것이 한결 편해진다.

의념을 네 개로 나눠 서번트와 골렘을 한 기씩 점검하는 것도 정신 마법의 일환이다. 마법의 수발이 너무나도 가벼워 혹시나 물었는데 역시나였다.

“벌써 보름달이 떴구나.”

시간이 정신없이 흘러갔다. 보름달의 도움으로 상혁의 마법은 금방 끝이 보였다. 마지막 한 기까지 점검을 마친 상혁이 눈을 뜬 순간, 상혁의 눈이 커졌다.

“어?”

분명 잘못 본 것이 아니었다. 보름달이 비추고 있는 그 아래, 창가에 앉아 유리창을 똑똑 두드리고 있는 초아의 머리 위로 머리카락처럼 피어오른 끈이 상혁의 눈에 들어온 것이다.

“보름달.”

정신과 영혼 계열의 마법이 강해지는 날. 상혁이 손바닥에 초아를 올려놓은 뒤 외쳤다.

“블링크.”

번쩍!!

상혁의 신형이 밤하늘에 번쩍하고 나타났다. 집 밖으로 나가자 초아의 머리 위에 드리워진 끈이 어디론가 휘었다.

휘이잉-!!

끈이 드리워진 방향에서 세찬 바람이 휘몰아쳤지만, 끈은 흔들리지 않았다. 애초에 물리적인 현상에 영향을 받지 않는 물질이라는 뜻이었다.

“저기?”

뽀르릉?

초아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초아는 전혀 모르는 표정이었다. 상혁은 초아에게 묻는 대신 끈이 휘어 있는 방향으로 공간을 접었다.

번쩍!

번쩍!

번쩍!

번쩍!

구기동, 성수동, 구리, 미사, 양평, 춘천…….

상혁은 쉴 새 없이 블링크를 사용했다. 상혁의 모습이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했지만 그 시간이 찰나에 불과했고 밤하늘을 통해 이동하는 터라 상혁을 목격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상혁은 산을 넘었다. 갑자기 나타난 상혁 때문에 놀란 멧돼지가 도망을 치는 일도 있었다.

상혁이 그다음 번에 눈을 떴을 때 상혁은 너른 해변 위에 서 있었다.

처얼썩!

파도가 철썩하고 해변의 모래를 끌고 올라왔다. 아무것도 없는 한밤중의 모래사장은 을씨년스러웠다. 하지만 상혁은 그 너머 수평선을 쳐다봤다.

“바다라고?”

초아의 머리 위에 맴도는 끈이 동해 위로 드리워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때 무언가 데구루루 굴러 나와서는 상혁의 발치에 탁 하고 닿았다.

스윽.

상혁은 자신의 발치에 걸린 무언가를 집어 들었다. 그러고는 상혁의 눈가가 잘게 떨렸다. 그건 현재 상혁에게 있을 수 없는 물건이었기 때문이다.

“마나석……?”

선악의 저울을 이용해 사람의 죄업으로 만들거나 세계의 의지가 보상으로 준 것이 아니면 상혁은 자연산 마나석을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그 마나석이 모래사장에 돌멩이처럼 굴러다니고 있었다.

“3서클.”

게다가 마나석이 작은 것도 아니었다. 자그마한 1서클 마나석이 아니라 족히 3서클은 될 만한 마나석이 상혁의 손에 들려 있었기 때문이다.

그 마나석은 파도에 밀려 이 해변까지 밀려온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초아의 머리 위에 드리워진 끈이 동해를 가리키고 있었다.

“울릉도. 독도.”

상혁은 핸드폰 앱을 열어 지도를 확인했다. 상혁이 서 있는 곳으로부터 주욱 동쪽으로 나아가다 보면 나오는 곳은 울릉도와 독도뿐이었다.

“그곳에 세계수가? 아니. 차원의 틈이라면 내가 귀환한 곳에 있어야 하지 않나?”

아산이 아닌 울릉도, 독도라니. 그리고 마나석은 또 무엇이란 말인가. 저 차원의 틈을 이용해 지구로 건너온 가나안의 마나석이란 말인가?

“디텍트 마나!”

상혁이 한 손을 하늘로 들어 올렸다. 그러고는 7서클 마나의 절반을 덜어 냈다. 1억 올의 마나실로 이뤄진 7서클 마나 고리의 절반을 덜어 시전한 디텍트 마나는 삽시간에 동해 전체를 뒤덮을 기세로 쭉쭉 뻗어 나갔다.

그리고.

“미친, 사념체 이 미친놈이…… 이게 무슨 똥 수준이야?”

상혁의 입에서 육두문자가 튀어나왔다. 상혁의 기감에 동해 전체에서 아주 녹진한 마나가 느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나를 품은 무언가가 동해안에 잔뜩 있었다. 해양오염이나 폐기물, 오·폐수 따위가 아니라 진짜 마나를 품은 물질이었다.

“무슨 동해 바다가 마나석 광산이냐?”

마나석.

상혁은 그것이 마나석이란 것을 단박에 알아챘다. 마나석이 마치 무슨 광산에 박힌 금속 수준으로 동해안에 빼곡하게 깔려 있었다.

“이거 위험한데.”

동해에서 느껴지는 마나 농도가 정상치 수준을 넘었다. 마나석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상혁은 마나 농도가 지나치게 한 곳에 고이게 되면 재앙이 일어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내가 귀환한 이후부터 이렇게 고였다고?”

무엇이든 한 곳에 과도하게 쏠리면 사고가 일어난다. 그건 마나 역시 마찬가지다. 마나석처럼 마나를 품고 있는 물질이 한 곳에 과도하게 밀집되면 마나 농도가 올라가며 재앙이 일어난다.

바다.

바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재앙은 하나뿐이다.

“이런 미친.”

게다가 이건 자연적으로 일어나는 재앙도 아니다. 아무런 전조도 없이 마나의 존재를 모르는 이 지구에서는 마나로 인한 재앙은 대피할 새도 없이 발생할 것이다.

“이게 내가 치워야 할 것이라고?”

상혁이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그런 상혁의 귀에 자신의 사념체가 얄밉게 ‘그럼 쉬울 줄 알았어?’라고 속삭이는 듯한 소리가 들려오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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