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쓰레기 먹는 대마법사-240화 (239/249)

쓰레기 먹는 대마법사 240화

240. 회장 백상혁(5)

[미츠비시의 사과, 과거사에 대한 고백]

[미츠비시의 야타로 회장, 고개를 숙이다]

[미츠비시 회장의 고백, 일본의 추악한 진실]

[흔들리는 일본, 과거에 대한 인정인가 아니면 다른 꿍꿍이인가?]

미츠비시의 야타로 회장이 소집한 기자회견에서, 놀랍게도 야타로 회장은 미츠비시가 과거 일본의 군수 기업으로 일본과 결탁하여 저지른 수많은 전쟁 범죄에 대해 고개를 숙였다.

[미츠비시, 헤이쇼 총리의 비리 폭로]

[일본회, 극우단체의 도시 괴담은 사실이었다?]

[망연자실 일본, 국가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범죄 카르텔이었다!]

그와 동시에 현 정권인 자민당 및 헤이쇼 총리와 일본회에 대한 모든 비리를 폭로했다. 이유를 묻는 기자에 야타로 회장은 더 이상 과거를 외면하고 사는 건 후대에 막대한 빚을 안겨 주는 것이라 생각했고, 그를 자신의 대에서 바로잡기 위해 나섰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간 일본 내에서도 일부 의식있는 학자들이 과거사에 대해 재조명해야 한다면서 목소리를 높였지만, 그들과 야타로 회장의 이름값은 하늘과 땅 차이였다.

다른 곳도 아니고 대표적인 일본의 군수 기업으로 일본에 의해 세워져 사실상 국가기업이나 마찬가지이던 미츠비시의 배신에 일본의 정계는 물론 재계가 발칵 뒤집힌 것이다.

그 말미에 야타로 회장은 미츠비시의 회장에서 전격 사임할 것임을 밝혔다.

[모든 책임은 진실을 묻고 외면하였던 나에게도 있다, 야타로 회장, 사임 의사 밝혀.]

[야타로 회장, 경찰 수사에 성실하게 임하겠다고 다짐]

야타로 회장의 기자회견은 무려 두 시간 동안이나 이어졌다. 30분 동안 간략하게 정, 재계가 결탁하여 일어난 일들을 밝힌 야타로 회장은 기자들의 질문에 무려 한 시간 반을 성실하게 답변했다.

그러자 사람들의 이목은 총리관저로 향했다. 그곳에서 이번 일에 그냥 귀를 닫고 가만있을 리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총리관저에서 나온 소식은 모두의 기대를 완벽하게 배반했다.

[헤이쇼 총리, 전격 사퇴 발표]

헤이쇼 총리가 이번 일에 대해 어떠한 반박을 하거나 반격을 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헤이쇼 총리의 사퇴 발표가 나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뿐만이 아니었다.

[신이치 중의원, 사퇴 발표]

[사쿠라 중의원, 사퇴 발표]

[츠기노 중의원…….]

[츠바사 중의원…….]

자민당 소속의 의원이 줄줄이 사퇴 의사를 밝힌 것이다. 전부 다 일본회에 속한 의원들로 그들 모두가 한 번에 사퇴 의사를 밝힌 것은 일본 정치 역사에 있어서 처음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행동은 야타로 회장에 의해 제기된 의혹들이 전부 사실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자민당의 추락.

수십 년간 일본의 정계를 차지했던 절대다수의 정당인 자민당이 추락하기 시작했다. 자민당을 신뢰했던 수많은 일본인들이 등을 돌림에 따라 약소정당으로 목소리조차 내기 힘들었던 보수 정당이 이 기회를 노리고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일본 정계의 춘추전국시대가 바야흐로 시작된 셈이다.

정계의 이슈가 너무나도 거대했기에 야타로 회장의 사임과 함께 미츠비시의 대주주가 뒤바뀐 일은 조용히 묻혔다.

원래라면 그 자체가 일본 전역을 시끄럽게 만들 수 있는 일이었지만 워낙 야타로 회장이 터뜨린 폭탄의 폭발력이 거대하여 미츠비시에 대한 이슈가 깔끔하게 묻힌 것이다.

상혁은 후쿠시마의 작은 여관방 안에 있는 TV로 진보정당의 새로운 얼굴로 정치에 뛰어든 다나카 부장관보의 낯익은 얼굴을 보며 피식 웃었다.

“뭐, 원하는 거 다 이뤘으니 됐나?”

상혁은 다시 후쿠시마에 와있었다. 야타로 회장이 사임 의사를 밝힌 지 이 주 뒤였다. 잠시 한국에 돌아가 유유자적 느긋한 시간을 보내던 상혁이 은밀히 후쿠시마로 돌아온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이쯤이면 좀 괜찮으려나?”

후쿠시마 원전.

그곳에 유출된 냉각수를 그냥 보고 지나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이야 다들 처리하고 싶어 안달 난 방사능을 품은 냉각수이지만 상혁에게는 아니었다.

보물.

상혁의 전신이 어둠에 휩싸였다. 상혁은 어둠 속으로 동화하며 눈으로 지그시 호선을 그렸다.

“용왕도 비싸게 팔고, 마나 고리도 채우고. 미츠비시도 얻고. 이번 일본 출장은 거의 일석삼조였는데?”

일본에서 오로지 얻어만 가는 것은 상혁이 유일했다. 그러나 그것이 바로 강자의 특권이니 상혁은 자신의 특권을 마음껏 즐길 셈이었다.

번쩍!

상혁의 주변이 바뀌었다. 작은 료칸 방이던 곳에서 어둠이 가득한 곳으로 바뀐 것이다. 그런 상혁의 눈에 거대한 격납용기가 들어왔다.

“으음.”

그곳에서 폴폴 피어오르는 방사능의 향연에 상혁이 히죽 웃었다. 벌써부터 마나 고리가 불끈거리는 것이 저 방사능을 보자 몸이 절로 반응하는 기분이었다.

“그래도 옷이 젖으면 곤란하니까 옷은 벗어 놓고.”

공간이동으로 서울과 후쿠시마 사이의 거리를 건너뛰었기에 상혁에게는 여벌의 옷이 없었다. 그러니 옷이 젖으면 곤란했다. 그렇게 전라가 된 상혁은 스트레칭을 쭉쭉하고는 그대로 코를 쥐었다.

졸졸졸.

상혁의 발밑으로 냉각수가 흘렀다. 격납용기가 훼손되면서 바깥으로 유출된 냉각수의 유출로를 틀어 모아 놓은 거대한 냉각수 수영장이었다.

수영장은 상혁이 붙인 이름이지만 뭐, 특별히 상관은 없었다.

풍덩!!

상혁이 냉각수 안으로 그대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바로 다음 순간 어마어마하게 고인 냉각수 안에서 오색찬란한 서기가 번쩍이면서 마나가 들끓어 오르기 시작했다.

7서클 마법사가 방사능이 듬뿍 담긴 냉각수를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 * *

“SG건설을…… SG건설을!! 이 머저리 같은 놈!!”

상혁이 방사능 냉각수에서 헤엄치고 있을 그즈음, SG그룹의 회장실에서는 진노한 백성철 회장의 노성이 터져 나오고 있었다.

그 대상은 그의 앞에 손을 모은 채 죽을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는 백이현, 백성철의 장남이었다.

“미국 놈들이, 그 양키 놈들이 SG건설을 야금야금 먹어치우는 동안 사장이라는 놈이 그것도 눈치를 못 챘다고?”

“죄송합니다, 회장님.”

“죄송해야지!! 내 아들만 아니었으면…… 내 아들만 아니었으면…….”

부르르

노구인 백성철의 얼굴이 귀 끝까지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백성철이 이 정도로 분노하는 일은 극히 드물었다. 그러나 SG건설 소식에는 백성철도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컨소시엄을 구축한 미 사모 펀드, 통칭 ‘이터’라고 자칭한 그놈들에 의해 SG건설의 경영권이 홀라당 그들의 손으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두 눈 뜨고 SG건설을 빼앗긴 백성철로서는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소식이었다. SG건설은 전자와 함께 SG그룹을 지금까지 만들어 준 가장 중요한 자회사 중 하나다. 그런데 그걸 홀라당 미국 놈들의 손에 넘어가게 내버려 둔 것이다.

만약 백이현이 백성철의 아들이 아니었다면 백이현은 내일의 해를 보지 못했을 것이다.

그 정도로 백성철의 분노가 컸다.

“머저리 같은 놈!!”

휙!

쨍그랑!!

유리잔이 쨍그랑 소리를 내며 깨졌다. 백이현의 볼에 튀긴 파편이 붉은 실선을 만들었다. 아들의 피를 본 백성철이 이를 뿌득하고 갈았다.

“그래서. 그 이터란 놈들에게서 답은?”

“오지 않았습니다.”

“그렇겠지. 아마 우리가 애가 닳아서 돈을 보따리로 싸 들고 가지 않은 다음에야…….”

SG건설을 빼앗길 수는 없다. 그리고 기업사냥을 하는 사모 펀드 놈들은 SG건설을 운영할 생각이 없었다. SG건설을 인수해 경영권을 확보한 다음 SG건설을 다시 되팔 것이다.

SG그룹이나, 돈이 맞는다면 다른 기업에.

그런 것으로 악명 높은 사모 펀드가 뭉쳐서 이터를 만든 것이다.

“도대체 왜!”

백성철은 버럭 소리를 질렀다. 머리를 아무리 굴려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왜 미국의 사모 펀드가 자신조차 모를 정도로 갑자기 움직여 SG건설을 공격했을까.

SG그룹은 늘 헤지 펀드를 비롯한 사모 펀드가 호시탐탐 노리는 먹음직스러운 먹잇감이었다. 하지만 지금껏 백성철이 그들의 준동을 사전에 눈치채지 못한 적은 없었다.

한 기업의 경영권을 확보할 정도의 주식을 확보한다는 것은 대규모 자금이 움직여야 한다는 뜻이기 때문에 반드시 그 흔적이 시장에서 드러나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그치들이 노리는 걸 내가 몰랐던 거지? 백이현. 넌 정말로 아는 것이 없었느냐?”

백성철이 백이현을 보며 으르렁거렸다. 그 기백이 살벌하기 그지없었다. 백이현은 죄인이었기 때문에 아무 말 없이 고개만 푹 숙였다.

하지만 고개를 푹 숙인 백이현의 표정은 절대로 잘못을 반성하는 이의 표정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의 표정은 먹잇감의 약점을 노리는 사냥꾼의 그것처럼 매섭기 그지없었다.

‘건설을 넘기고, 그룹을 내가 먹는다.’

사촌 동생이자 더 위자드의 회장인 상혁이 약속한 것이다. 그리고 백이현의 협조 아래 프레이저 대사의 말대로 미 정부는 사모 펀드를 움직여 SG건설을 꿀꺽했다.

백이현이 이십 년이 넘게 관리해 온 SG건설이지만 백이현은 더 큰 그룹의 회장을 위해 SG건설을 포기했다. 이제 백이현은 뒤로 물러설 곳이 없었다.

‘아버지. 그 자리에 너무 오래 계셨습니다.’

백성철이 SG건설을 잃고 이성을 잃은 채 분노하는 것을 보며 백이현은 확신했다. 백성철은 이제 늙었다. 늙음으로 인해 평정을 잃고 분노하는 백성철은 SG그룹이라는 거대한 제국의 황제 자리에 더 이상 걸맞지 않았다.

“꺼져! 근신해라! 해외 지사로 발령을 보낼 테니 그렇게 알고 있고. 머저리 같은 놈. 저런 머리로 회장을, 이 그룹을 어찌 물려줄까!”

백이현에게 사형 선고나 마찬가지인 백성철의 선고가 떨어졌다. 백이현은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자신을 해외로 보내겠다는 것은 한 가지밖에 없었다.

그룹으로 돌아오지 못하게 하겠다는 것.

백이현이 쫓겨났고, 백도현은 죽었다. 그러면 이 그룹의 후계는 대체 누가 될 것이란 말인가. 백성철의 욕망 가득한 눈을 마주친 백이현은 고개를 다시 숙였다.

‘자식이 아니라 노예를 원하시는구나.’

백성철은 죽어서 관짝의 문을 닫기 전까지 그룹 회장에 대한 욕망과 야심을 놓지 않을 것이다. 백성철은 자식이 아니라 노예를 원했다. 백이현은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예, 회장님.”

백이현은 그렇게 고개를 숙인 뒤 회장실에서 나왔다. 회장실에서 나온 백이현에게 김대엽 비서실장이 말했다.

“너무 실망하진 마라.”

“삼촌.”

“회장님이 실망이 크셔서 그래. 기다리면 다시 부르실 거다.”

김대엽은 백이현을 위로했다. 백성철이 후려치면 김대엽이 백이현이나 백도현을 위로해 왔다. 백이현은 표정 없이 고개를 숙인 뒤 바깥으로 나와 전화기를 들었다.

“다 끝났다. 아버지가 아셨어.”

[그래요? 그럼 넘어가야겠네요.]

“나와 약속은 지킬 것이라 믿는다.”

백이현의 눈에 불안감이 떠올랐다. 상혁을 믿고 그는 베팅했다. 그렇기에 마지막 동아줄이던 건설조차도 내놓았다.

지금의 백이현은 SG의 후광을 업지 못한 그저 평범한 개인일 뿐이다. 그러자 수화기 너머의 상혁이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물론이죠, 형님.]

“그래.”

전화가 끊겼다. 백이현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찌를 것처럼 높게 치솟은 마천루를 쳐다봤다. 그곳의 최상층, 그 자리가 머지않았다.

욕망으로 들끓는 자신의 눈빛을 한숨으로 감춘 백이현이 몸을 돌려 그룹에서 멀어졌다.

* * *

김대엽 실장은 당황을 감추지 못했다. 갑작스럽게 자신을 찾아온 상혁 때문이다. 그리고 상혁은 김대엽에게 태연하게 말했다.

“회장님을 뵈러 왔는데요.”

“미리 선약이 없다면 힘들다는 것, 모르시진 않을 텐데요.”

김대엽은 상혁이 무언가 다르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꼈다. 비단 그뿐만이 아니었다. 상혁을 본 모든 이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상혁은 혼자가 아니었다.

“일호?”

“예, 마스터.”

“어떻게 된 거야?”

“죄송합니다. 소통에 오류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상혁의 뒤로 외국인으로 보이는 수행원들이 상혁을 따르고 있었다. 경호원과 수행원의 절반 이상이 외국인이었는데 그런 상혁의 뒤에 익숙한 얼굴도 있었다.

‘박상원.’

원래 SG전자의 간부급이던 박상원이 그곳에 있었다. 그러나 박상원은 최근 화제의 중심에 있었고 김대엽도 그것을 알고 있었다.

‘더 위자드의 한국 지부장인 사람이 왜 백상혁과 함께 있지?’

김대엽의 머리가 복잡해졌다. 그때 상혁이 어깨를 으쓱하며 김대엽에게 말했다.

“회장님께 전하세요. 더 위자드의 회장인 백상혁이 면담을 요청한다고. 뭐, 이유는 간단한데.”

상혁이 히죽 웃었다.

“혹시 돈 필요하지 않으시냐고. 돈 좀 빌려 드리겠다고 그렇게 전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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