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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먹는 대마법사-239화 (238/249)

쓰레기 먹는 대마법사 239화

239. 회장 백상혁(4)

일본회의 회장, 아소 후미오는 상혁을 보자마자 대뜸 야타로냐고 물었다. 상혁은 솔직한 심정으로는 꽤 놀랐다는 것을 인정했다.

야타로 회장.

미츠비시의 회장이자 일본회의 가장 큰 우군이기도 한 야타로 회장이 상혁의 손을 잡았다는 것을 아무런 증거도 없이 감으로만 때려잡았기 때문이다.

‘과연 노회한 구렁이란 건가?’

한 국가의 권력을 한 손에 쥐고 흑막에서 암약한 인물이 그냥 평범할 리 없다.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번쩍이는 한 수가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그래도.’

상혁은 흑막이나 다름없는 아소의 주름진 얼굴을 보며 피식 웃었다.

‘더 큰 힘 앞에서는 모두가 동등한 약자일 뿐이지.’

흑막에 숨어 그 힘으로 권력을 휘두르며 강자로 군림해 온 자는 더 큰 힘 앞에서 또 다른 약자가 될 뿐이다. 힘의 무게와 책임을 회피하여 그림자 속에 은거한 이들을 상혁은 진정한 강자로 보지 않았다.

권력에 기생한 기생충.

상혁이 아소를 보는 것이 딱 그러한 수준에 지나지 않았다.

“감히 조센징 주제에 나 아소 후미오를 그런 눈으로 보는가?”

“얼씨구.”

“마법사, 그깟 알량한 4,500억 달러를 믿고 이리 방자하게 구는 것이냐. 아니면 미국과 중국을 믿는 것이냐?”

미국과 중국이 자신을 위해 움직인 모양이다. 상혁은 아소의 말을 듣고 깨달았다. 분명 미국에서는 친구가 움직였을 것이고 중국에서는 자신을 은인이라 부르는 사람이 나섰을 것이다.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

자신을 대체 뭐라고 생각하는 것인지. 자신의 힘을 그들 앞에서 충분히 보여 줬음에도 기어코 나선 모양이었다. 상혁이 키득거리며 웃었다.

“4,500억 달러. 그렇지. 알량한 돈이기는 하지. 안 그래, 노인네?”

“감히, 감히, 70년 전만 해도 내 눈도 똑바로 보지 못했을 조선의 미천한 종자가.”

“키야.”

짝짝짝.

상혁은 손뼉을 쳤다. 아소가 하는 말이 기가 막혔기 때문이다.

“일본회라는 곳의 머저리들이 핵폭탄을 얻어맞고 침몰한 빛바랜 군국주의를 꿈꾸는 망상주의자들이라고 하더니. 어디 손볼 곳도 없는 평가네?”

“뭐라?”

“그렇잖아. 기껏해야 핵 앞에서는 모두가 평등한 인간에 불과했거늘.”

세상을 지배하겠다며 호기롭게 진주만을 공격한 일본은 미국으로부터 핵을 통해 겸손을 배웠다. 그런데 그 과거를 잊지 못하고 자신 앞에서 종자 이야기를 꺼내는 아소의 무지함에 절로 박수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흐흐흐.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총리?”

“으, 으…….”

헤이쇼 총리는 상혁을 보고는 귀신을 본 것처럼 그 자리에 딱 굳었다. 다짜고짜 화를 내는 아소도, 그걸 들으며 실실 웃고 있는 상혁도 제정신이 아닌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경호원! 경호원!!”

헤이쇼 총리는 하얗게 질린 안색으로 경호원을 찾았다. 낯선 침입자가 나타났는데 바깥이 너무나도 조용했기 때문이다. 상혁이 아, 하는 표정을 지었다.

“참, 거기 총리 각하 친구들 찾아요? 여기 있는데.”

상혁이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기초 염동 마법이 발현되며 일본의 전통을 살린 가옥의 모든 간살 문이 활짝 열렸다.

철컥.

“끄으으으으.”

바닥에 수십 명에 달하는 경호원들이 쓰러져 있었다. 그리고 무표정한 표정으로 그들의 등 뒤를 겨누고 있는 묵색의 총기를 들고 있는 이들이 아소를 동시에 쳐다봤다.

쭈뼛.

“칙쇼!!”

아소는 순간 자신이 그들의 눈빛에 위축되었다는 사실에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상혁이 그런 아소를 보면서 혀를 끌끌 찼다.

“저기 골렘이라고, 내 경호원인데. 내가 오지 말라는 데도 굳이 왔네. 응?”

골렘.

전원 해외 특수부대원으로 구성된 용병 출신의 경호원들이 상혁을 따라 일본에 들어와 있다가 일호의 호출 한마디에 작전에 돌입한 것이다.

그들 덕분에 상혁은 마법 한 번 쓰지 않고 아소를 만날 수 있었다.

“조센징!”

“자, 이야기를 하기 전에 그 말버릇부터 고치고.”

상혁이 손가락을 까닥했다. 그러자 살살 불던 미풍이 순간 예리한 칼날이 되어 아소의 귓가를 훔쳤다.

서걱!

“끄아아아악!”

아소의 귓가에 달려 있던 살덩이 하나가 툭 하고 바닥에 떨어졌다. 아소의 70 인생 중 이런 고통은 처음이었다. 아소가 귀를 감싸 쥐고 바닥을 구르자 상혁이 무릎에 묻은 먼지를 떼어 내면서 입으로 후하고 불었다.

“분명히 경고했을 텐데. 노인네의 명줄을 조심해야 할 거라고.”

헤이쇼 총리의 눈이 커졌다. 마법사. 방금 상혁은 손가락 하나로 아소의 귀를 잘랐다. 애초에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서 상혁이 나타난 것 자체가 이상한 일이었다.

덜덜덜.

어쩌면, 자신은 상상하기도 싫은 괴물을 깨운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 암담한 상상력이 헤이쇼 총리의 머릿속에서 힘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노인네, 일어나. 나머지 귀라도 지키고 싶으면.”

“끄으으으으.”

“아니면, 다리를 하나 잘라 줄까?”

상혁의 목소리는 나른했다. 살벌한 경고를 하면서도 상혁에게는 그 어떠한 살기도 보이지 않았다. 그것을 느낀 순간 아소는 겁을 덜컥 집어먹었다.

상혁은 아소가 평생 쌓아 온 부와 권력이 통하지 않았다. 지금껏 일본의 최강자로만 군림했던 아소에게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다.

거기에 속국이라 생각했던 한국인에게, 조선인에게 이런 취급을 받는 것 역시 처음이었다. 하지만 상혁의 나른한 목소리에서 아소는 분명히 느꼈다.

‘나를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지 않다.’

자신에게 경고하면서도 목소리에는 살기가 없었다. 그저 잡초를 뽑는 것처럼 마치 다른 생명체를 보는 듯한 그런 말투였다.

사람이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않을 때, 얼마나 끔찍한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아소는 잘 알고 있었다.

아소에게 있어 조선, 한국이 바로 그런 존재였으니까.

선대, 그리고 그 선대의 사고방식과 관념을 그대로 물려받은 아소에게 한국은 일본의 통치를 감사하게 여겨야만 하는 곳이지, 그때의 과거사를 반성하라며 항의해서는 안 되는 곳이었다.

일본의 통치로 인해 한국은 선진문명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고, 근대화할 수 있는 동력을 일본이 직접 품을 들여 조선에 선사해 준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은혜는 모르고, 사과?

그렇게 생각했던 아소는, 상혁의 눈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마치 자신의 눈에 비친 한국인과 다르지 않다는 것에 등줄기에 소름이 돋는 것이 느껴졌다.

“안 들리는 모양이네?”

“자, 잠까…….”

서걱!

“끄아아악!”

아소의 남은 귀 하나가 떨어졌다. 툭 하는 소리와 함께 자신의 살점이 볼을 스쳐 떨어지는 건 불쾌하고 끔찍하기 그지없는 느낌이다.

아소는 귀가 있던 부분을 인두로 지지는 듯한 통증을 느끼며 바닥을 굴렀다. 상혁을 상대로 노호성을 내질렀던 일본회의 수장은 더 이상 그 자리에 없었다.

그 자리에 있는 건 상혁의 압도적인 폭력에 바닥을 구르며 고통스러워하는 노인뿐이었다.

“으, 으아아아.”

모락모락.

헤이쇼 총리는 하늘과도 같은 어르신이 바닥을 구르는 것을 보며 자신도 모르게 지렸다. 바지춤이 뜨뜻해지는 것을 느꼈지만 헤이쇼 총리는 일어날 수조차 없었다.

“일어나 노인네.”

상혁의 차가운 목소리가 내려앉았다. 그러자 아소는 언제 그랬냐는 듯 부들거리는 손으로 일어나 무릎을 꿇었다.

굴복.

상혁은 겨우 이 정도에 간단히 굴복하는 아소를 보며 비웃음을 숨기지 못했다. 공포에 절은 아소의 눈을 보니 사람이란 것이 이리도 연약한 것인가 싶었다.

“아니지. 너희 일본회 놈들의 간악한 특성일 뿐이지. 살아 있어 봤자 인류에 도움이 되지 않을 하등 바퀴벌레 같은 놈들.”

상혁의 폭언이 쏟아졌지만 아소는 분한 기색조차도 눈에 싣지 못했다. 강자 앞에 굴복하는 건 일본에서 손가락질받을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사무라이는 더 강한 사무라이에게 굴복했고 다이묘는 더 큰 다이묘에게 충성을 바친다.

그리고 일본은 핵을 떨어뜨린 미국에 무릎을 꿇었다.

그런 역사가 반박된 일본이다. 그렇기에 아소는 상혁 앞에 무릎을 꿇었다. 상혁이 아소와 헤이쇼 총리를 보면서 히죽 웃었다.

“오늘 밤.”

상혁의 코끝에 새벽의 가라앉은 밤공기가 서늘하게 느껴졌다. 상혁은 그 공기를 만끽하며 아소와 헤이쇼 총리를 향해 두 눈을 빛냈다.

“일본회는 이 일본 땅에서 사라질 것이다.”

부르르.

마치 선전 포고와도 같은 상혁의 선언이었지만 아소는 고개조차도 들지 못했다. 일본회의 수장인 그가 상혁에게 굴복한 순간 일본회의 운명은 그 자리에서 끝난 것이다.

상혁은 일본회를 살려서 쓸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

“안내해라. 일본을 좀 먹고 있는 일본회라는 버러지를 모두 다 박멸해 주마.”

* * *

일본회는 일본에서 가장 큰 극우단체다. 그리고 설립 이후 일본의 재계, 정계, 예술계 등 일본 전 분야의 극우 인사들이 손을 잡으며 실질적으로 일본 전체를 커튼 뒤에서 조종해 왔다.

그러나 겉으로 드러난 일본회의 극우 인사는 허수아비일 뿐이다.

그들은 일본회에서 시키는 대로 입만 움직이는 허수아비이며, 밖에서 보기에는 그들이 일본회의 성향을 대표하는 줄 알지만 사실 그들에게 가이드라인을 내려 주는 이들은 그 뒤에 숨어 있었다.

관동오가와 관서육가.

후지산을 중심으로 관동, 관서로 나뉜 일본의 지리적인 특성에 따라 관동 지방의 다섯 개 명문가, 관서 지방의 여섯 개 명문가가 일본회의 실질적인 주인이었다.

그들을 상징하는 것은 벚꽃 문양이고, 상반기에 한 번, 하반기에 한 번 해서 총 일 년에 두 번씩 사쿠라 회의가 열려 일본회의 방향을 논하는 회의가 열렸다.

일본회를 다스리는 열한 개 가문.

한 가문당 역사가 최소 300년 이상 되었고, 각 가문은 최소 에도 시대부터 다이묘를 해 온 가문이 열한 개 가문 안에 들었다.

그런데.

그 역사 깊은 열한 개의 가문의 가주가 하룻밤 사이에 모두 죽었다.

하룻밤 사이에 관동과 관서 지방의 열한 개 가문의 본가가 무너졌다. 그러나 사상자는 딱 열한 명밖에 나오지 않았다.

열한 명의 가주.

한밤중에 일어난 변고에 일본회가 발칵 뒤집혔다. 하지만 이 사실은 절대로 일반인들에게는 알려지지 않았다. 곧바로 일본회 자체가 극심한 균열의 조짐을 보였기 때문이다.

“당신의 작품이오?”

야타로 회장은 긴장한 눈으로 자신의 눈앞에서 찻잔을 홀짝이고 있는 젊은 남자, 상혁을 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어젯밤 상혁을 찾아올 때와는 모든 것이 완전히 달라졌다. 야타로 회장은 등받이에 등을 붙이지도 못했다. 상혁은 바짝 긴장한 그를 보며 빙긋 웃었다.

“약속한 대로 물러나세요.”

“……그리하겠소. 그러면 내, 내 손자만은.”

“자신이 어떤 가문에서 자란 것인지, 역사를 새로 배우겠지만 적어도 새로운 역사에서 자라날 수는 있겠지.”

관동과 관서 지방을 돌아다니며 일을 처리하는 데 걸린 시간은 딱 세 시간이면 충분했다. 아소가 손아귀에 있었기 때문에 아소 후미오의 이름으로 각 가문의 가주들을 불러내는 건 별로 어렵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남은 것은 미츠비시의 야타로 회장이다. 그러나 그는 굳이 처리할 필요가 없었다. 어차피 미츠비시의 경영권을 결정할 수 있는 수단이 상혁의 손에 들려 있었기 때문이다.

야타로 회장이 결정해야 할 것은 둘 중 하나.

잡을 수 없는 것을 움켜쥐려고 애를 쓰면서 침몰하느냐, 아니면 자신이 모든 책임을 뒤집어쓰고 자폭하느냐.

“정말 미츠비시가 과거 일본 정부와 손을 잡고 벌였던 수많은 전쟁 범죄에 대한 고백과 사과. 그리고 일본회와의 결탁을 공개하고 대표직에서 사임하면 되는 것이오?”

“으흠. 죄는 당신네에게 있는 것이니까. 난 미츠비시를 굴려 돈을 벌고 싶은 것이지 무고한 이들의 일자리를 빼앗고 싶은 것은 아니니까.”

일본회의 추악한 진실을 드러낼 수 있는 패로 야타로 회장을 짚은 것이다. 그는 모든 것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상혁의 손을 잡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그렇게 된다면.”

“일본 정치는 잠시 무정부 상태가 되겠지. 하지만 다나카 부장관보 같은 사람이 나설 것이고. 일본은 드디어 제대로 된 민주주의 국가가 될 것이고.”

“…….”

미국과 중국은 빚을 지워 두었다면 일본은 힘으로 다스렸다. 상혁이 희미하게 눈을 빛내며 빙긋 웃자 야타로 회장은 고개를 떨궜다.

“말씀을…… 따르겠소.”

“지켜보지. 기억해. 열한 명의 가주를.”

다른 생각하지 말라며 경고를 남겨 둔 상혁이 그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야타로 회장이 고개를 든 순간, 상혁은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야타로 회장은 상혁이 마신 찻잔만이 그 자리에 상혁이 있다는 것을 알려 주고 있었기에, 식은땀이 흐르는 이마를 손수건으로 눌러 닦으며 긴장을 풀지 못했다.

“회장님. 기자들이 모였습니다.”

그때 비서가 들어와 기자회견이 준비되었음을 알렸다. 야타로 회장은 목을 갑갑하게 조이는 넥타이를 살짝 풀며 긴장 어린 한숨을 쏟아 냈다.

하지만 해야만 한다. 자신의 손자를 위해서라도.

제 발로 기자회견장까지 가는 길을 본 야타로 회장은 순간 가시밭길이 보이는 듯해 눈을 한 번 질끈 감아야만 했다.

그리고 그날.

한일 양국 언론이 발칵 뒤집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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