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쓰레기 먹는 대마법사-233화 (232/249)

쓰레기 먹는 대마법사 233화

233. 중요한 건 그게 아니라(3)

상혁은 잘 알고 있었다.

‘일본의 군국주의와 제국주의에 대한 망령은 거대하지. 특히 그 일본회라는 놈들.’

일본의 정치 체제는 한국이나 중국의 그것과는 또 달랐다. 공산당인 중국에 비해 민주주의인 한국과 선거를 통해 국가수반이 정해진다는 것이 같았으나 그 내면을 들어 보면 완전히 달랐다.

수십 년간 일본의 권력은 보수 진영에서 나온 것이 바로 일본이다. 일본은 일본회라는 거대한 카르텔을 형성하였고 그 안에서 지속적으로 유력 대권 주자를 길러냄으로써 단 한 번도 반대 진영에 권력을 넘겨주지 않았다.

그 때문에 일본 내의 진보 진영은 거의 지리멸렬한 상황이었다.

그리고 그 일본회가 꿈꾸는 것이 바로 전쟁할 수 있는 나라다.

전쟁을 금지한 헌법을 야금야금 고치며 전쟁 수행이 가능한 나라로, 군대를 창설할 수 있는 나라로 만드는 것이 일본회의 목적이었다.

그리고 다시금 대일본제국을 꿈꾸는 헛된 과거의 망상을 가진 이들이 모인 곳이 바로 일본회인 것이다.

‘그런 놈들에게 먼저 한국에 선빵을 날린 일을 먼저 접으라?’

한국을 속국이라 부르며 다시 점령해야 할 식민지로 보는 놈들이다. 그런 놈들이 후쿠시마의 냉각수가 터지기 직전이건 말건 신경 쓸 리 없다.

오로지 그놈들이 바라는 건 제국주의의 부활일 뿐이다. 그러니 과거 식민지였던 한국에 날린 수출 규제라는 선빵을 먼저 철회한다는 것은 그들의 자존심에 비추어 봤을 때 용납하지 못할 일일 것이다.

그렇다면 상혁이 해야 할 일은 단순했다.

“내 손을 잡을 수밖에 없게끔 만들면 되는 거 아냐.”

상혁의 눈에 활활 타오르고 있는 냉각수 보존 부지를 내려다보며 히죽 웃었다. 화마로 인해 상혁의 얼굴이 붉게 보였다.

“일본회 놈들은 상관없겠지만 그래도 일본 내에 정신이 제대로 박힌 놈이 한둘은 있겠지.”

냉각수의 보존이 여의치 않다는 것을, 한계가 바로 목전까지 도달했다는 것을 깨닫는다면 어떤 식으로든 일본 정부 내에서 상혁에게 다른 루트로 접근해 올 것이다.

“미국. 중국에는 우호적인 내 사람을 심었지. 그럼 남은 건 일본이고.”

상혁은 미국에는 헤르츨 로스차일드를, 중국에는 리창위라는 뿌리를 내렸다. 그리고 그들은 상혁에게 적지 않은 힘이 되어 줄 것이다.

SG그룹을 백성철이 손 쓸 수 없는 방법으로 무너뜨리기 위해, 그래서 백성철이 자신의 손으로 일군 모든 것이 무너지는 것을 어쩔 도리 없이 지켜볼 수밖에 없게 만들기 위해 상혁은 일본에도 자신의 사람이 필요했다.

“부디 제정신이 박힌 놈이 있으면 좋으련만.”

상혁은 한국인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려서부터 뼈저리게 일본에 대한 반일 감정을 주입 받았다. 일본과는 가위바위보도 져서는 안 된다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20년을 살아온 것이다.

그러니 지금 상혁이 하려는 것은 애국의 일환이기도 했다.

“아니면 뒤집어엎어 버리면 되고.”

방사능이 듬뿍 함유된 냉각수가 터져서 일본 앞바다를 오염시키고 있는데도 일본에서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면 상혁이 뒤집어엎어 버리면 된다.

죄 있는 건 정치를 하는 윗대가리이지 아무런 죄도 없는 무고한 일반 국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게 솎아 버리고 적절한 이에게 정권을 양도해 주면 된다.

“일본회를 날려 버리면 되겠지.”

상혁은 일본회에서 듣는다면 거품 물 이야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했다. 만일 일본회를 날려 버리면 사실상 일본 정계의 90퍼센트 이상을 날려 버리는 셈이 된다.

일본이 삽시간에 무정부 상태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상혁은 개의치 않았다.

“정 급하면 천황이 나서겠지. 그러라고 있는 명목상의 천황이니까.”

상혁은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어차피 일본의 일이기도 하고, 그렇게 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일본에 더 좋을 것이라는 확신도 있었기 때문이다.

모든 변화는 혼란과 고통을 필수적으로 동반한다. 일본이 겪을 고통은 그들이 더 나아가기 위한 하나의 단계일 뿐일 것이다.

‘내가 겪을 고통도 아니고.’

물론 가장 중요한 건 상혁이 겪을 고통이 아니란 것이었다. 상혁의 눈에 펑펑, 소리를 내며 냉각수가 담긴 거대한 격납용기 주변에서 작은 폭발이 일어났다.

그러자 방호복을 입은 이들이 급히 달려왔고 이내 사이렌이 번쩍거리며 소방차와 경찰차, 구급차가 총출동해서는 현장에 도착했다.

펑! 퍼벙!

상혁은 교묘하게 폭발을 조종했다. 당연히 격납용기에 직접적으로 충격을 준 것은 아니다. 그랬다가는 아무리 상혁이라도 해도 걷잡을 수 없는 일이 터질 것이기 때문이다.

‘꽉 찼어.’

격납용기의 내부가 조금만 건드려도 터질 정도로 꽉 찼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이니 내각관방의 부장관보가 상혁을 직접 맞이한 것이다.

그렇게 현 상황의 위태로움을 알고 있는 이들이 있다는 건 일본 정부 내부에서 일본회처럼 제국주의에만 미친 각료들이 있는 건 아니라는 증거였다.

“살살. 심각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실질적인 피해는 없도록.”

상혁이 일으킨 폭발은 교묘하게 격납용기를 보호하고 있는 주변 설비만 부쉈다. 그 전에 미리 쇼크 마법으로 주변 회로를 태워 버렸고 사고가 일어날 법한 흔적을 조작했기 때문에 외부의 테러나 공격이라는 결론에 도달하지는 못할 것이다.

콰과과강!!

소방차에서 불길이 붙은 곳에 물줄기를 쏘아냈다. 상혁은 그들의 뒤를 따라 도착한 승합차에서 카메라를 든 기자들이 내리는 것을 보면서 씩 웃었다.

“이 정도면 됐나.”

기자들까지 현장에 도착했다. 그러니 이 정도면 냉각수 격납용기가 위험 수위에 도달했다는 것이 대중에게까지 알려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저들은 급히 상혁을 협상 테이블로 부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때는 맨 처음 협상과는 조건이 조금 달라질 것이다.

“급한 사람일수록 협상에서 지는 법이지.”

상혁은 자신이 쥔 칼자루를 놓을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

* * *

혼란스러운 밤이 지나고 난 다음 날.

상혁은 도착한 룸서비스를 방 안에 들여놓은 뒤 뚜껑을 열었다. 그러자 정갈한 일식 정식이 놓여 있었고 상혁은 젓가락을 들어 탐스럽게 윤기가 좔좔 흐르는 밥을 퍼서 입에 넣었다.

“으음.”

상혁의 두 눈이 부드럽게 감겼다. 상혁은 입에서 부드럽게 녹아 없어지는 듯한 밥맛을 즐겼다. 하지만 그것보다 상혁을 더 만족스럽게 만드는 건 이 밥과 정식에 쓰인 모든 재료에 담긴 방사능이었다.

“마나가 차근차근 느는구만. 이런 곳에 살면 10년 안에 8서클을 저절로 이루겠는데.”

굳이 몸이 힘들게 세계를 누비고 다닐 필요도 없었다. 후쿠시마는 숨 쉬는 것, 씻는 것, 먹는 것 모든 것에 방사능에 절어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냥 일상생활만 해도 상혁의 몸속의 마나가 늘어났다.

“뭐, 그 전에 후쿠시마 전체가 유령도시가 되겠지만.”

물론 상혁에게는 보약이었으나 인간에게는 치명적인 독이다. 일호를 오겠다고 하는 걸 말리지 않은 이유가 바로 그것 때문이었다.

상혁과 일호를 제외한 나머지에게 후쿠시마의 환경은 결코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뉴스나 볼까?”

상혁은 리모컨으로 TV를 켰다. 그러고는 채널을 돌리며 일부러 뉴스 채널을 돌아다녔다. 처음 보는 앵커와 아나운서가 나란히 앉아 있었다. 상혁은 밥을 먹으며 그들이 하는 뉴스를 끝날 때까지 틀어 놓았다.

상혁은 일본어를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상혁의 귀에는 그들이 말하는 것이 외계어처럼 들렸다. 그럼에도 상혁이 밥상이 다 빌 때까지 알아듣지도 못하는 뉴스 채널을 틀어 놓은 것은 하나 때문이었다.

“와, 중국 못지않은 언론통제인데?”

분명 어제 현장에 기자가 도착했었다. 그렇기 때문에 뉴스가 그 일로 시끄러울 것이라 상혁은 예상했다. 일본 전역에 충격을 줬던 동일본 대지진, 그 이후의 뉴스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놀라울 정도로 뉴스는 조용했다.

격납용기의 격자도 그 어디에서도 나오지 않았다. 그렇다는 건 의도적으로 일본 정부에서 그 뉴스를 차단했다는 뜻이다.

“에이, 재미없네.”

상혁이 피식 웃었다. 그러고는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이후 어딘가로 전화를 건 상혁이 전화를 받은 상대에게 말했다.

“친구, 납니다. 오랜만이네요. 어제 통화하긴 했지만.”

상혁은 룸서비스와 함께 온 카트를 발로 슥 밀어내면서 뒤로 벌러덩 누웠다.

“그, 어제 봤죠? 네. 그거요. 기자가 왔길래 뉴스 좀 시끄럽게 하려고 했는데, 언론통제가 중국이나 북한 급이네요. 네네. 움직여 주세요.”

상혁이 전화를 뚝 끊었다. 전화기를 옆에 툭 떨어뜨리며 입이 찢어져라 하품을 크게 했다.

“얼마나 버티나 볼까?”

* * *

일본 내각 총리대신, 소위 일본의 수상이라 불리는 일본 정치 권력의 정점인 헤이쇼 수상은 이마를 손가락으로 문질렀다.

‘에이, 인상 쓰면 주름지는데.’

마초를 좋아하는 일본 남자에게 미용은 계집이나 하는 일이었다. 그렇기에 헤이쇼 수상은 겉으로는 마초인 척했지만 매달 피부과에 40만엔 이상을 지출하는 에스테틱 광이었다.

자신의 피부 나이에 자부심이 가득한 그가 평소에는 절대로 하지 않을 인상을 쓰고 있는 이유는 어젯밤 후쿠시마에서 일어난 일 때문이다.

“다나카 부장관보.”

“예, 수상.”

“격납용기의 수용량이 98퍼센트까지 찼다는 이거, 사실입니까?”

“예, 수상.”

그 때문에 이른 아침에 긴급 호출로 도쿄에 올라온 다나카 장관보는 바짝 긴장한 채 침을 꿀꺽 삼켰다.

‘내가 보고한 횟수만 200번 가까이 되거늘. 모른 척하는 건가 아니면 정말 모르는 것인가?’

어쨌거나 둘 다 다나카로서는 기운이 빠질 수밖에 없는 일이다. 그렇게 그가 자신의 고향을 살리기 위해 냉각수의 위험성을 경고했지만 헤이쇼 수상은 별 관심이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한국의 백상혁을 불렀다고?”

“예, 그가 러시아의 방사능 해역을 해결한 용왕의 개발자입니다.”

“용왕의 개발자라. 거참 아쉽군. 조센징 따위가 아니라 대일본의 일꾼이었다면 더 좋았을 것을.”

헤이쇼 수상의 말에 다나카는 보이지 않게 인상을 찌푸렸다. 헤이쇼 수상은 뼛속까지 일본인 우월주의에 빠진 극단주의자였다.

그가 일본의 수상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철저한 일본회의 이미지 메이킹뿐이다. 일본회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헤이쇼는 수상이 될 수 없었다. 심각한 무능력자였지만 일본회의 뜻을 따르는 멍청한 극단주의자이기 때문에 일본회의 말에 맹목적이라 일본회가 그를 수상으로 민 덕분이다.

다나카는 그런 헤이쇼 수상의 말에 역겨움을 느꼈다. 하지만 꾹 참을 수밖에 없었다. 그는 다나카의 상사이자 일본 정치의 정점이었기 때문이다.

‘그래 봤자 일본회의 꼭두각시겠지만.’

무능한 상사, 그것도 낙하산으로 내려온 무능한 상사를 보는 다나카의 마음이 영 편치 않았다.

헤이쇼 수상이 턱을 쓰다듬었다.

“수출 규제 완화와 백만 달러? 만일 격납용기의 냉각수를 정화해야 한다면 용왕이 얼마나 필요할 것으로 예상하지?”

“최소 100기 이상은 필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칙쇼!”

100만 달러짜리 용왕이 100기?

무려 1억 달러다. 1억 달러어치의 용왕을 구매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러나 비단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후쿠시마 원전의 피해가 가장 크다뿐이지, 최소한 3기의 원전에서 냉각수 문제가 나오고 있지 않나?”

“예.”

그렇다면 3억 달러.

일본의 혈세가 무려 3억 달러나 조센징의 손에 들어가게 된다는 소리다. 헤이쇼 수상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잠시 시간을 같지.”

“각하.”

“잠깐만.”

헤이쇼 수상이 신경질적으로 대답한 뒤 핸드폰을 들고 회의실 바깥으로 나갔다. 다나카는 그런 헤이쇼 수상을 보며 고개를 떨궜다.

일국의 수상이 되어 일본회의 허락을 받기 위해 나가는 모습이라니.

그리고 잠시 후 헤이쇼 수상이 다나카에게 말했다.

“좋아. 그러도록 하지. 백상혁에게 제안을 받아들인다고 전해.”

다나카의 표정이 밝아졌다.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는 것 때문이다. 그 때문에 급히 후쿠시마로 돌아온 다나카는 상황이 그가 예상한 것처럼 만만치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해, 해리슨 대사?”

주일 미국 대사인 필 해리슨. 다나카도 몇 번 본 적이 있었던 그가 상혁과 함께 있었기 때문이다.

“어이구. 손님이 한 번에 두 명이나 찾아오셨네. 다나카 부장관보. 여기 대사님이 먼저 오신 손님이시니 잠깐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예, 예.”

다나카는 얼이 나간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해리슨 대사가 한 말에 다나카는 자리에서 다시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미스터 백. 미국 정부에서 용왕 한 기에 오백만 달러를 지불하겠습니다. 저희 측에 먼저 조건을 맞춰 주시면 여러 특혜도 제공해 드리지요.”

“흠, 글쎄요. 생산 수량에 제한이 있어서. 먼저 선약을 한 곳이 있는지라.”

상혁이 다나카를 쳐다봤다. 다나카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그가 해리슨 대사와 상혁 사이에 뛰어들었다.

“자, 잠시만. 잠시만 두 분 대화를 멈춰 주시겠습니까?”

상혁이 씩 웃었다. 자신을 불러 놓고 명분으로 삼으려고 했던 건 일본이다. 그러니 그 응분의 대가를 치를 것이다.

‘속옷까지 싹 다 벗겨서 털어 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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