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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먹는 대마법사-230화 (229/249)

쓰레기 먹는 대마법사 230화

230. 내가 아직도 백상혁으로 보이니(5)

[미국 사모 펀드, 실적 하락한 SG그룹의 계열사 지분 매입]

[미국, 한국을 삼키나?]

[SG그룹의 미래를 논하다]

상혁이 프레이저 대사와 회담을 마친 그다음 날.

미국과 한국의 언론이 일제히 미국 금융계의 움직임을 헤드라인으로 대서특필했다. 미국에 기반을 둔 사모 펀드가 SG그룹를 노리고 지분 매입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최근 SG그룹의 글로벌 위상이 여러 요인으로 인해 주춤하면서 외인이 오히려 SG그룹의 주식을 매도하는 등의 시장에서 일어났기에 사모 펀드의 갑작스러운 매입은 그와 반대되는 경향을 보여 주었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SG그룹의 주가가 약진하는 효과를 발휘했다.

미국 큰 손의 SG건설에 대한 파상공세와 그걸 막아 내려는 SG그룹의 혈투가 벌어지고 있을 때, 상혁은 비행기를 타고 일본으로 날아올랐다.

이번에 가는 건 더 위자드의 회장이 아니라 SG환경재단의 대주주이자 용왕과 제석천의 특허권을 가진 개발자로 향하는 것이었다.

후쿠시마.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해 원자력 발전소가 물에 잠겨 심각한 방사능 오염을 일으키고 있는 그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비공식적으로 일본 정부의 초청을 받아 일본으로 향한 것이다.

쉬이이이-!!

비행기의 고도가 서서히 낮아졌다. 상혁을 태운 비행기가 후쿠시마 공항에 도착하고 있다는 소리였다. 상혁은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을 만끽하며 일호를 팔꿈치로 쿡하고 찔렀다.

“마스터.”

“이창엽 씨가 와도 되는데. 네가 자리를 비워도 돼?”

“예, 상관없습니다.”

이번에는 일호가 상혁을 수행했다. 일호는 상혁이 가진 500조라는 거대한 자금을 운용하는 운용팀의 수장이었기에 최근 자리를 비우는 일이 거의 불가능했는데, 어떻게 시간을 낸 것이다.

“널 괴물이라고 하더라.”

“전 사람이 아니니 어느 정도 맞지 않습니까?”

“하긴. 지구에서는 그럴지도.”

가나안에서야 마법사의 서번트가 그렇게 희귀한 건 아니다. 당장 상혁이 탑주로 있던 마탑에만 해도 서번트를 한둘씩은 전부 데리고 다녔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구의 기준으로 보면 일호는 괴물이 맞다.

“열흘 내내 자지도, 먹지도 않았다고 수군대는 직원이 많은 모양이던데.”

“어차피 자신이 직접 보지 못한 걸 인간은 쉽게 믿지 못하니까요.”

“네가 만든 미래 예측 프로그램이 외계인을 잡아다가 고문한 끝에 나온 기술이라고도 하고.”

“간단한 이진법과 알고리즘으로 만들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무려 500조다.

만약 일호가 사람이었다면 절대로 500조나 되는 자금을 굴리는데 프로그램을 짜서 굴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일호는 서번트이기에, 야수의 심장보다 더 차가운 서번트의 영혼을 달고 있어 500조를 프로그램을 짜서 굴리는 데 일말의 망설임도 없었다.

애초에 주식 시장의 변동성을 예측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든다는 것 자체가 사람에게는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일호에게는 가능했다.

자지도, 먹지도, 지치지도 않는 일호는 주식과 IT 분야에서는 기존의 천재들을 뛰어넘는 역량을 보여 주었기에 주식이란 것이 DB화되어 디지털로 기록이 되었던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의 모든 데이터를 분석하고 그것을 모델링하여 프로그램을 만들어 냈다.

무려 500조를 굴릴 수 있는 그런 프로그램을.

그 때문에 미국에 떼어 주기로 한 약 230조 원을 제외한 270조 원 넘는 거대한 금액이 일호가 만든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전 세계 주식 시장을 잠식하고 있었다.

수익률 5퍼센트.

270조 원의 5퍼센트면 13.5조 원이다. 그런데 더 무서운 건 프로그램이 스스로 머신러닝으로 학습하며 점점 매입, 매도 시기나 방법 등이 다원화되기 때문에 수익률이 점진적으로 상승할 것이라는 것이다.

“간단한 프로그램인데 예상 수익률이 얼마라고?”

“10년 기준 10,000퍼센트를 예상하고 있습니다.”

“미쳤군.”

270조 원의 100배. 무려 한화 27경 원을 달성하는 것이 일호의 목표라는 데 있어서는 상혁도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역시 서번트의 심장.”

“그게 뭡니까?”

“야수의 심장보다 한 단계 위라는 뜻이야. 그 정도가 되면 네가 벌어들이는 돈으로 전 세계 사람을 부양할 수도 있겠어.”

“그것도 나쁘지 않은 아이디어인 것 같습니다.”

한화 27경 원. 상혁은 살면서 자신이 조의 다음 단위를 언급하게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 정도가 되면 정말 전 세계를 먹여 살릴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돈이야 중요한 건 아니라지만, 그래도 많아서 나쁠 건 없지.”

상혁이 빙긋 웃었다. 일등석의 부드러운 쿠션감이 상혁을 더욱 기분 좋게 만들었다.

“이제 프로그램이 자금운용팀을 대체해 줄 테니 이제부터는 다시 제가 마스터를 모시겠습니다.”

일호가 상혁에게 간청했다. 일호의 존재 의의는 상혁이 있어야만 가능한 것이다. 상혁의 명령이기에 군말 없이 그가 시키는 것을 했지만 일호는 상혁 곁에 있을 때 비로소 자신의 존재 의의를 찾을 수 있었다.

“그래. 너무 오래 떨어져 있었지?”

“그렇습니다, 마스터.”

“잠깐만. 착륙까지 시간이 남았으니 오랜만에 점검이나 하자.”

상혁이 눈을 감았다. 그리고 손끝으로 심장의 고리를 풀어 올려보냈다. 모든 기계가 점검과 유지, 보수 작업이 필요하듯 서번트나 골렘 역시 마찬가지다.

서번트가 골렘을 점검할 수 있는 건 그걸 만든 마법사밖에 없기 때문에 가나안에서는 그런 서번트나 골렘을 전문적으로 점검해 주는 마법사가 따로 있을 정도였다.

우우우웅!!

상혁의 의념이 손끝을 따라 일호의 어깨를 타고 일호의 몸속으로 스며들었다. 일호는 마법 생명체이기 때문에 상혁의 마나를 스펀지처럼 쑥쑥 빨아들였다.

“관절은 문제없고. 골격에도 상한 부분은 없네. 조금 마모된 부분은 부드럽게 만들면 되고.”

스스스슥.

우우웅!

상혁의 마나가 일호를 스캔하며 중간중간 드러나는 이상 부위를 실시간으로 고치며 일호를 보수했다. 그리고 상혁의 마나가 일호의 몸을 한 바퀴 돈 뒤 일호의 머리로 향했다.

‘여긴 조심히.’

상혁은 마나를 세심하게 조절했다. 사람에게 머리가 가장 중요하듯 그건 서번트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 서번트의 뇌 역할을 하는 마나석의 마법진은 세심한 마나 제어가 필요했다.

그곳을 잘못 건드렸다가는 서번트가 폭사하거나 이상 작동을 일으킬 수 있었다. 상혁은 조심조심 일호의 외골격을 점검하며 이상이 없는지를 확인했다.

‘여기까진 이상이 없다. 그러면.’

상혁의 집중력이 깊어졌다. 상혁의 마나가 일호의 이마에 박힌 마나석으로 향했다. 상혁의 마나가 부드럽게 마나석을 감싸 안았다.

스스슥.

지직, 지직!

지직거리는 소리가 간헐적으로 울려 퍼졌지만 그건 이상 현상이 아니었다. 마법진을 상혁의 마나가 다시금 점검하는 소리다.

마나석의 마법진은 필연적으로 그 위에 마나가 흐르기 때문에 마법진에 변형이 올 수 있었다. 마법진에 변형이 오기 전에 다시금 마법진을 원래의 형태대로 유지하는 것이 까다로운 부분이었다.

그러나 상혁은 땀 한 방울 흘리지 않은 채 마법진을 자신의 마나로 다시 한번 더 연성했다.

‘영혼을 가진 일호니까 더 세심하게.’

상혁은 자신이 모르는 무언가가 있을 수도 있다고 계속해서 상기시켰다. 일호에게는 가나안에서 없던 것이 생겼다.

영혼, 혹은 그에 준하는 무언가.

마법 생명체의 모든 것은 그를 창조한 마법사에게서 나온 것이다. 하지만 일호에게는 상혁이 모르는 무언가가 생겼다.

그것이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 상혁은 알지 못한다. 영혼이나 그에 준하는 개념은 대마법사인 상혁에게도 낯선 개념이었기 때문이다.

차라리 영혼을 다루는 제사장이나 드루이드, 혹은 지구의 무당이 상혁보다 그 개념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고 있으리라.

그것이 상혁으로 하여금 탐구심을 불러일으켰지만 완벽한 마법 실험을 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지지 않았고, 일호가 하나의 생명체가 되었기 때문에 그것을 자제하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상혁은 더욱더 조심스러웠다.

자신의 마나가 자칫하며 일호의 영혼을 훼손할까, 수천 번, 수만 번은 새긴 마법진을 상혁은 장님 코끼리 다리 만지듯 차근차근 조금씩 천천히 나아갔다.

상혁의 마나가 일호의 마나석과 그 마법진의 구석구석을 닦고 기름칠했다. 그동안 다행히 상혁이 우려한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영혼.

마나보다 상위의 개념인 그 영혼의 존재가 다행히 마나석에는 남아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 대체 뭐지?’

가나안의 일호가 지구의 일호가 되었다. 그렇다는 건 강렬한 사념이, 혹은 그에 준하는 무언가가 일호를 존속시켰다는 뜻이다.

우우우웅!!

상혁의 마나가 마지막으로 마법진이 유기적으로 모두 활성화가 되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시험 삼아 일호의 마나석 안에 새겨진 마법진을 정확하게 이었다. 그 순간 상혁의 눈이 커졌다.

쑤우욱-!!

상혁의 의식이 어디론가로 빨려들었다. 마법진에 상혁의 마나가 들어찬 순간 마치 제3의 공간이 열리는 것처럼 마나석 안의 무언가가 상혁의 의념을 진공청소기로 빨아들이듯 순식간에 빨아들였기 때문이다.

‘무슨?’

상혁의 의념이 재빨리 마법을 영창했다. 상혁이 다룰 줄 아는 영혼 계열의 마법 중 하나를 시전하려고 했다.

“각서…….”

피시식.

하지만 마법은 완성되기 전에 취소됐다. 상혁은 자신의 마나 배열이 흩어지는 것을 느끼며 눈을 크게 떴다.

누군가 상혁의 마법을 캔슬한 것이다.

“대체?”

상혁의 마법을 캔슬하기 위해서는 상혁보다 더 뛰어난 마법사가 있어야 한다. 상혁이 7서클이니 최소한 8서클, 그 이상의 실력을 갖춘 마법사가 상혁의 마법을 캔슬했다는 소리다.

펄럭!

상혁의 귀가 쫑긋했다. 상혁의 귀에 무언가 펄럭거리는 소리가 들렸기 때문이다. 상혁은 단박에 그게 무슨 소리인지 알아챘다.

“로브?”

상혁이 머리 위를 올려다보자 가나안에서 지겹도록 보았던 로브 자락이 펄럭이는 것이 상혁의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상혁을 놀라게 한 건 로브 자락 따위가 아니었다.

상혁의 마법을 캔슬할 수 있는 마법사.

[뭐야. 겨우 7서클밖에 안 됐어?]

바로 상혁 본인, 정확히 말하면 가나안의 대마법사, 일란이라는 가명으로 살았던 가나안의 상혁이었다.

* * *

상혁은 자신의 앞에 마탑주의 상징인 화려한 의복과 휘황찬란한 로브를 입은 채 부유 마법으로 내려오고 있는 스스로를 보며 인상을 찡그렸다.

“뭐야 이건?”

[뭐긴 너야. 너지.]

“내 사념이라고?”

[정확히 말하면 일호의 간절한 사념과 네 마나가 결합한 존재라고나 할까.]

“사념?”

상혁의 눈이 커졌다. 상혁은 위대한 마법사다. 마법의 서클이 올라가고, 8서클쯤에 도달하면 인간의 탈을 반쯤 벗어던진 초인이 된다.

그렇다는 건 영혼의 격이 올라간다는 뜻인데, 강력한 령은 필연적으로 주변에 그 흔적을 남긴다.

그것이 바로 사념이다.

“무슨 사념이 8서클 마법을 써?”

[내 마나가 서린 사념이니까.]

“오.”

이곳이 현실이 아니라 의념 속이기 때문에, 8서클 대마법사의 흔적이 담긴 마나와 사념이 결합하여 8서클 대마법사인 가나안의 상혁이 사념체로 나타났다는 소리다.

“뭐, 그러니까 나라는 소리지?”

[그래. 내가 겨우 7서클이란 게 실망이긴 하네.]

“겨우 7서클이라니. 말이 심하네.”

상혁이 키득거리며 웃었다. 그러자 로브를 입은 상혁도 같이 키득거리며 웃었다. 상혁이 웃음기를 슥 지우고는 자신에게 물었다.

“그래서. 날 여기로 초대한 이유가 뭔데?”

[일호의 강렬한 사념이 지구로 이어진 셈이잖아.]

“어, 그런데?”

[이해가 안 되나? 통로가 생겼잖아.]

“어?”

상혁의 표정이 슬쩍 변했다. 자신의 사념이 그 말을 한순간 머릿속에 무언가 섬전처럼 스치고 지나갔기 때문이다.

“가나안이랑 지구가?”

[뭐 소설 속에 나오는 거창한 두 차원의 결합, 두 세계의 붕괴 이런 건 아니고.]

“에이, 그럼 뭐야.”

판타지 영화급의 거대한 스케일을 기대했던 상혁이 김샜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상혁의 사념체는 손가락을 까딱였다.

[뭐긴. 네가 치울 똥이 많아졌다는 뜻이지.]

“똥?”

[참, 네 옆에 붙어 있는 정령 말이야.]

“초아?”

[응, 걔.]

사념은 상혁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아니, 대답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답을 모르는 듯했다. 상혁이 모르는 걸 상혁의 사념이 알고 있을 리 없으니까.

“왜. 지구가 날 감시하기 위해 보낸 CCTV라고 말하려고?”

[그건 당연하고. 그것도 모르면 나가 죽어야지.]

“아까부터 말이 심하네.”

[꼬우면 덤벼. 7서클 주제에.]

상혁은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이 딱 저랬다. 가나안의 대마법사는 저렇게 싸가지가 없었다. 그래서 적도 많았다.

자기 자신을 이렇게 마주하고 나니 상혁은 왜 가나안의 귀족들이 자신만 보면 치를 떨었는지 약간은 이해가 갈 것 같았다.

[통로가 열린다는 게 무슨 말인지 알고 싶으면 세계수를 찾아.]

“세계수? 엘프의 그 세계수? 지구에?”

[어. 시간이 다 됐네. 이렇게 얼굴도 봤으니 선물도 하나 줄게.]

“아니. 무슨 소리야. 지구에 세계수가 있다고? 그거나 자세히…….”

화악!

상혁은 강렬한 인력을 느꼈다. 그건 상혁이 저항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상혁은 그대로 사념 속에서 튕겨져 나왔다.

“어헉?”

쿠르르륵!

비행기가 덜컹거리며 착륙하는 진동이 느껴졌다. 그때 일호가 눈을 떴다. 일호가 머리를 긁적이면서 상혁을 보더니 고개를 갸웃했다.

“마스터, 무언가 느껴집니다.”

“일호, 너.”

화륵!

그 순간 일호의 손에서 작은 불꽃이 피어올랐다. 그것을 본 상혁의 눈이 커졌다. 자신의 사념이 말한 선물, 그건 바로 일호의 마법 각성이었다.

“미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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