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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먹는 대마법사-223화 (222/249)

쓰레기 먹는 대마법사 223화

223. 복수의 맛(3)

“백상혁의 소재지가 다시 북경으로 바뀌었습니다.”

“다 처리했다는 뜻인가?”

“……예.”

주석의 비서실장인 롱하이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리창위의 비서가 되어 주석 비서실의 실장이 되기까지 무려 20년이란 세월이 걸렸다.

그동안 롱하이는 여느 민주주의 국가와는 완전히 다른 중국의 정치문화를 겪었고, 그 길은 가히 파란만장한 가시밭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지만 그런 그에게도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다.

‘마법사. 위자드.’

왜 미국이 위자드, 위자드 거리며 중국을 압박했는지 롱하이는 그제야 이해했다. 그 ‘하루’라는 시간 동안 상혁은 중국의 전역을 누볐다.

세계 4위의 땅덩어리를 가졌고, 22개 성, 4개 직할시, 5개 자치구, 2개 특별행정구로 인구만 해도 15억에 육박하는 중국을 상혁은 제집처럼 누빈 것이다.

“피해는?”

“전혀 신고된 바가 없습니다.”

“전혀 없다고?”

“예.”

롱하이는 그 대목에 가서는 거의 공포에 질린 얼굴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리창위는 상혁에게 GPS 기능이 내장된 위성폰을 건네주었다. 중국의 거대한 땅덩어리 중에는 핸드폰 신호가 안 터지는 곳도 있기 때문에 만약 그런 곳에서 도움이 필요하면 연락하라는 뜻에서였다.

그러나 핸드폰 신호가 터지지 않는 곳에서도 마법은 잘만 터졌다.

상혁이 소지한 위성폰 덕분에 리창위는 실시간으로 상혁의 소재를 파악할 수 있었다. 그리고 상혁은 정확히 24시간 만에 북경으로 되돌아왔다.

상혁이 북경으로 돌아왔다는 것.

그건 상혁이 중국에서 볼일을 다 끝냈다는 뜻이다.

그런데 접수된 신고가 제로라는 건 상혁이 그만큼 신출귀몰했다는 뜻이다. 이상을 느끼고 신고할 생각조차 하지 않을 정도로 마치 유령처럼 상혁이 움직인 것이다.

“사실상 이곳에 이름이 오른 사람은 내일의 해를 보지 못한다고 봐야 하겠군.”

“예, 아무래도.”

리창위는 종이 위에 빼곡하게 프린트된 명단을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렸다. 리창위는 생각이 많아 보였다. 중국이란 국가의 원수인 자신이 어쨌거나 국민을 상혁에게 넘긴 셈이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상혁의 사적 복수를 위해서.

“이게 옳은 걸까?”

“고민되십니까?”

“은공 덕분에 유영이가 살았어. 은공이 없었더라면 유영이는 물론이고 텐진항에서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었을 거야. 하지만.”

리창위는 얼굴을 쓸어내렸다. 어젯밤을 꼴딱 새웠다. 혹시나 모를 일에 대비하기 위해 집에도 들어가지 않아 벌써 수염이 까끌까끌하게 자랐다.

“그래도 국민이잖아.”

“각하. 국민이 아닙니다. 전직 국안부 요원들이지요.”

“나라의 자산이었던 이들이 아닌가.”

“전 주석의 도구였던 자들입니다.”

롱하이는 강경했다. 상혁의 가족에게 일어난 비극은 다행히 리창위가 집권할 때 일어난 일이 아니다. 만약 리창위가 그때 집권하고 있었고, 그런 일이 벌어졌다면 리창위에게도 상혁의 마법이 향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전 주석이 백성철과 맺은 밀약이었다.

“전 주석의 세력이 아직 당내에 상당합니다. 그러니 이건 각하께도 기회입니다. 그 자리에 각하의 사람을 채우실 절호의 기회 말입니다.”

리창위는 자신의 집권 이후 헌법을 수정하여 황제에 한없이 가까운 절대 권력을 구축했다. 하지만 절대 황권이 있던 시절에도 늘 황제의 반대파는 조정에 있었고 그와 대립각을 세웠다.

지금 리창위에게는 그것이 바로 전 주석의 흔적이었다.

“샤오핑이 건재한 이상 언제든 샤오핑의 주자당이 권력에 도전할지 모르는 일입니다. 각하. 차라리 잘된 일이라 생각하십시오.”

샤오핑의 주자당은 리창위의 태자당에 의해 권력의 중심부에서 밀려났다. 영원할 것만 같던 샤오핑의 주자당은 샤오핑의 비리와 주자당에 속한 주요 멤버의 치명적인 비리가 터지면서 리창위에게로 대권이 기울어졌다.

리창위와 그를 지지하는 태자당이 그 자리를 대신했지만 무려 20년간 중국 공산당의 정점에 올랐던 주자당의 세력은 쉽게 일소되지 않았다.

부잣집은 망해도 3년은 간다고 했던가.

태자당이 주자당이 미끄러진 틈을 노렸던 것처럼 주자당은 여전히 살아남아 태자당의 실책을 바라고 있었다.

리창위가 집권하며 주자당의 많은 이들을 쳐 냈고 피의 숙청을 단행했음에도 여전히 주자당의 흔적은 당내에 남아 있었다.

그리고 그런 주자당의 든든한 기반이 되는 것이 바로 리창위의 숙청이 일어나기 전에 일제히 사임한 뒤 중국의 재계로 태자당의 마지막 권력의 줄을 붙잡고 스며든 이들과 그들의 하수인들이었다.

롱하이는 리창위를 보며 가슴을 퉁 두드렸다.

“제가 각하에게 충성을 바치기로 한 이유는 바로 각하의 사명감 때문입니다.”

“사명감?”

“예. 각하와 대립각을 세웠고, 아국의 암 덩어리 같았던 주자당임에도 그들이 중국 국민이라며 주석으로서 그들을 지키려고 하신 그 사명감 말입니다.”

“원, 사람도.”

리창위는 고개를 슬쩍 돌렸다. 롱하이의 금칠에 어디를 볼지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겉으로 리창위는 철혈 군주에 수없이 많은 피를 부른 잔혹한 군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리창위는 철저히 중국만을 위해 모든 판단을 하고 결정을 내렸을 뿐이다.

그 와중에 필연적으로, 권력을 집중하기 위해 주자당의 잔존 세력을 쳐 내는 건 어쩔 도리가 없는 일이었다.

“그러니 각하. 각하께서는 계속해서 그리 고민해 주십시오. 각하 대신 손에 피를 묻히는 일은, 저 롱하이가 하겠습니다.”

“롱하이.”

“양이 있으면 음이 있는 것이 이 세상의 이치입니다. 각하. 그러니 각하께서는 양지에 계십시오. 마법사는 제가 만나겠습니다.”

리창위는 눈을 지그시 감았다. 롱하이는 자리에서 일어나 리창위에게 깊숙이 허리를 숙였다.

“주자당의 샤오핑은 내일 해를 보지 못할 겁니다. 마법사의 부모를 암살하기 위한 작전을 입안한 것은 바로 그니까요. 그만 사라진다면 주자당은 최소 10년은 각하의 자리에 도전하지 못할 겁니다.”

* * *

“중국에 제석천과 용왕을 수출할 겁니다.”

[예? 중국이요?]

“이쪽 주석과 이야기가 오갔으니 아마 조만간 정식 루트를 통해 공문이 갈 겁니다. 청와대에서 교수님을 부를지도 모르겠어요.”

[으어어?]

김상돈이 당황해서 이상한 소리를 내자 상혁은 쿡하고 웃었다. 그의 심정이 백분 이해가 갔기 때문이다. 자신 같아도 난데없이 중국 주석이니, 청와대 이야기가 나온다면 당황할 것 같았다.

“중국이 앞장서서 용왕과 제석천을 전 세계에 홍보해 줄 겁니다. 당분간 전 세계의 눈이 중국으로 쏠리겠지요.”

[어, 어떻게 하신 겁니까?]

“글쎄요. 그건 비밀입니다. 그러니 일단 생산 시설부터 늘리세요.”

[그, 그게. 음. 하도 놀라니 무슨 말부터 해야 할지를 모르겠습니다. 허허.]

중국의 공해 와 수질 오염은 상상 그 이상이다. 가파르게 제조업을 기반으로 성장하며 세계의 공장이라 불릴 정도이니 그에 따른 오염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다른 나라처럼 환경법 같은 것이 엄격하지 않고, 워낙 큰 땅덩어리 탓에 웬만한 국가 규모인 각 성의 유착 관계 등이 심해 따라야 할 절차를 거치지 않고 그냥 방류하는 경우도 흔했다.

지금까지 지구의 환경 위기를 미국이 이끌어왔다면, 앞으로는 중국이 환경 위기를 주도할 것이라는 국제사회의 우려를 불식시키겠다는 것이 중국의 입장이었다.

“용왕과 제석천은 개당 일만 달러에 팔 생각입니다.”

[이, 일만이요?]

“예.”

[마진율이 엄청납니다.]

용왕과 제석천은 엄밀히 말해 아티팩트다. 마정석을 대체하기 위해 보석을 쓰고 있는데 보석값을 제하면 사실상 공임비가 전부다.

하지만 그 공임을 할 수 있는 것이 기한이 만들어 낸 서번트밖에 없었다. 마법진을 새기는 건 현대 공정을 통해 가능하나 결국 그것을 완성하는 건 마나석을 품은 서번트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1차로 각각 천 개씩 구입할 겁니다.”

[처, 천 개요? 도합 이천 개?]

“예.”

상혁을 은공이라 생각하는 주석은 용왕과 제석천 값으로만 각각 2천만 달러를 지불했다. 2천만 달러면 한화로 250억에 달하는 규모다.

그리고 그게 1차다.

“2차부터는 그 수가 1만 개로 늘어날 겁니다.”

[최대한 빨리 공장을 수배해야겠군요.]

“초정밀 세공 기계도 필요할 겁니다. 거의 반도체 설비 수준으로요.”

[명심하겠습니다.]

상혁의 말에 김상돈은 침을 꼴깍 삼켰다.

“필요하신 인력은 미국 쪽에 문의해서 보내드리겠습니다. 수출과 생산 관련 전문가들을 미국에서 수배해 보내드리겠습니다.”

친구 찬스를 이용할 생각이다. 상혁의 말에 김상돈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안 그래도 그게 걱정됐던 모양이다.

[참. 김지예 원장님이 이사장님을 찾고 있습니다.]

“저 없다고 해 주세요. 연락 안 된다고요.”

[아니요. 그것 때문에 매일 제 사무실에 계시는데 어떻게 좀…….]

“끊습니다.”

뚝.

김지예가 두 눈을 시퍼렇게 뜨고 상혁을 찾아다니고 있었다. 상혁이 대학병원 건립과 관련된 모든 것을 그녀에게 맡겨 버렸기 때문이다.

그러고는 상혁이 싹 연락 두절이 됐으니 김지예가 길길이 날뛰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거칠기는 해도 자신이 할 일은 깔끔하게 해내는 김지예이니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똑똑.

그때 문을 누군가 노크했다. 상혁이 문을 열자 그곳에 리창위의 비서실장인 롱하이가 상혁을 향해 고개를 꾸벅 숙였다.

“이것 때문인가? 바로 찾아오셨네요?”

“예. 마지막으로 전달해 드릴 것이 있으니까요.”

“마지막이라. 하긴, 머리와 몸통은 잡지 못하고 팔다리만 잘랐군요.”

지난밤에 상혁의 손에 유명을 달리한 이들만 삼백 명이 넘었다. 모두 직, 간접적으로 상혁의 아버지와 어머니의 죽음에 연루된 자들이었다.

중국답게 일 하나에 붙어 있는 인력이 어마어마했는데 더 놀라운 건 그들이 다들 중국 전역에서 은밀한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내가 중국 정부 좋은 일만 한 거 아닙니까?”

“예?”

“마약 제조 공장. 인신매매 소굴. 밀무역 조직. 폭력조직 등등.”

권력이 비호하지 않으면 일어날 수 없는 일을 버젓이 사업체로 운영하고 있던 놈들이 99퍼센트였다. 그 때문에 상혁은 꽤 추악한 몰골을 많이 봐야만 했다. 그러나 상혁으로 인해 중국을 좀 먹고 있던 놈들이 전멸한 셈이다.

“그 일에 대해서는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그 정도로 썩어 있어도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게 정치였으니까요.”

“뭐, 나중에 그만큼 또 다른 보상을 요구할 겁니다.”

“예.”

롱하이는 손에 들고 있는 서류를 내밀었다. 그 안에서 딱 두 장의 종이가 나왔다. 상혁은 두 장밖에 안 되는 종이를 팔락거렸다.

“머리입니까?”

“샤오핑. 전 주석 정권에서 국안부 국장에서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자리에까지 올랐습니다.”

“그게 얼마나 높은 겁니까?”

“의전 서열 4순위입니다.”

휘익.

상혁은 휘파람을 씩 불었다. 사진 속 남자의 나이는 60대에서 70대로 보였다. 두꺼운 금테 안경에 얼굴이 검버섯이 핀 얼굴을 상혁은 머릿속에 집어넣었다.

이자가 마지막이다.

상혁의 부모님의 죽음에 연루된 중국의 주동자의 마지막 흔적이다. 이제 이 자를 정리하면 중국에서 볼일은 끝난다.

그 뒤에는 한국으로 갈 것이다.

‘백성철.’

백성철의 가슴 한복판에 비수를 꽂아 넣을 것이다. 그 뒤 부모님의 묘에 찾아갈 생각이었다.

“그래서, 어디 있습니까 샤오핑이란 남자?”

“저기.”

롱하이가 위를 가리켰다.

“하늘?”

“예. 지금 러시아에서 전용기를 타고 미국으로 넘어가고 있을 겁니다.”

“미국이요?”

롱하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샤오핑은 주자당의 머리이자 핵심이었다. 그 때문에 주자당은 리창위가 집권하자 샤오핑을 곧바로 외국으로 빼돌렸다.

리창위가 권력을 잡는데 샤오핑이 분명히 걸림돌이 될 것이란 것을 미리 짐작했기 때문이다.

그 이후 샤오핑은 러시아와 미국을 오가며 생활했다. 중국을 견제하고 싶은 미국과 러시아의 이해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주석의 정적입니까?”

“공교롭게도, 그렇습니다.”

“뭐.”

상혁은 피식 웃었다. 자신으로 인해 결국 리창위로 적지 않은 이득을 볼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설명이 없어도 상혁은 롱하이의 태도에서 그걸 눈치챌 수 있었다. 롱하이가 고집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것도 제 손에 피를 묻히기로 했기 때문이란 것이 느껴졌다.

“샤오핑은.”

상혁의 두 눈이 깊은 바다처럼 고요하게 가라앉았다.

“미국 땅을 밟아 보지 못할 겁니다.”

마법사가 마지막 혈채를 받기 위해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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