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쓰레기 먹는 대마법사-221화 (220/249)

쓰레기 먹는 대마법사 221화

221. 복수의 맛(1)

IS가 중국 물류의 심장부인 텐진항에 테러를 가했다!

특보는 순식간에 전 세계로 퍼졌다. 텐진항에서 폭발 테러가 일어나며 100여 명에 달하는 사상자가 발생했고 텐진항이 마비되면서 그에 따른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하지만 한 가지 고무적인 것은, 100명의 사상자 중 사망자는 10명 내외에 불과하다는 것이었으며 테러의 수괴인 마호메드를 생포했다는 점이었다.

지금까지 IS의 테러는 대부분 자살테러로 이어졌기 때문에 피해만 보고 그 주동자를 잡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이번에는 ISCN의 수괴라 할 수 있는 마호메드를 생포함으로써 중국 내 IS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창구가 생긴 셈이다.

그러나 그 테러의 내면에 혁혁한 공을 세운 이가 따로 있다는 걸 중국의 수뇌부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북경시 중난하이 영빈관.

해외 귀빈을 맞이하는 용도로 쓰이는 영빈관은 지금껏 각 나라의 정상들이 주석과 만나는 장소였지만 테러가 일어난 다음 날, 리창위의 명령으로 인해 영빈관의 문이 활짝 열렸다.

주인공은 바로 상혁.

한국의 재벌인 백상혁이 주석의 금지옥엽인 유영을 구해 냈다는 소식은 미디어로만 나가지 않았을 뿐이지 중국 군부와 정치권에 널리 알려졌다.

특히 공격 헬기 한 대가 현장을 찍은 영상이 있었고, 텐진항 내부에도 설치된 CCTV와 영상 장비로 인해 테러를 막아 낸 것이 일개 개인에 불과한 상혁이란 것이 밝혀지면서 군부와 정치권이 발칵 뒤집힌 것이다.

심지어 리창위가 한국행을 결정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중국 수뇌부의 리창위에 대한 신뢰도는 오히려 더욱더 깊어졌다.

소국의 개인에게 고개를 숙였다는 것은 대중화의 수반인 리창위가 할 만한 행동은 아니었으나, 자칫하면 큰 사고로 이어져 중국의 국제적인 위상을 떨어뜨릴 뻔한 대규모 테러를 막았다는 점에서 리창위의 과감한 결단을 높이 평가한 것이다.

물론 여기에 약간 가미된 것은 있었다.

리창위는 텐진에서 테러가 일어나리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어쨌거나 그런 일이 있었지만, 상혁이 영빈관에 초빙된 데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미국.

원래라면 아무리 상혁이 테러를 막아 낸 주인공이라고 할지라도, 중국의 드높은 자존심과 콧대를 생각해 보면 상혁이 영빈관에 초대될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상혁의 안위에 대해 미국 정부가 전방위적으로 중국에 압박하자 중국의 수뇌부는 그에 불쾌해하면서도 상혁에 대해 궁금해할 수밖에 없었다.

[대체 소국의 기업가에 왜 미국이 그렇게 관심을 보이는가?]

이 명제를 놓고 중국은 휴민트를 돌려 미국 내부의 사정을 알아보았고, 그 결과 충격적인 진실을 알게 되었다.

코드 네임 위자드.

로스차일드와 깊은 밀월 관계를 맺고 있으며 최근 미국 내 지각변동에 큰 지분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사료된다는 것.

심지어 하루 만에 군수 기업으로 유명한 기업의 사업체와 연구소 수백 곳이 무너졌다는 것과, 그 뒤에 위자드가 있다는 것까지.

마법사.

미국은 말도 안 되는 그 개념을 진짜로 받아들이고 인정했다는 사실이 중국 수뇌부에게 알려진 것이다.

중국은 미국을 라이벌로 여겼다.

그 때문에 미국의 마법사를 코웃음을 치며 믿지 않는 척을 했지만, 그럼에도 부정할 수 없는 대중화의 라이벌인 미국의 정보를 마음속으로는 믿었다.

끼이익 탁.

리창위가 전용기를 통해 출국하며 자신의 비서실에 내린 특명으로 공수한 최고급 리무진이 영빈관 앞에 도착했다.

영빈관 주변은 가용할 수 있는 모든 병력을 동원하여 철통처럼 방비하고 있었다. 그곳에 리무진이 도착하자 조수석에서 늘씬한 다리를 가진 미녀가 내려서는 리무진의 문을 열었다.

“백상혁 님. 도착했습니다.”

남자는 미녀에 약하다.

물론 비서실은 이런 복잡한 수뇌부의 사정 따위는 알지 못했다.

그러나 주석이자 황제인 리창위가 직접 리무진을 보낼 정도라는 건, 눈칫밥으로 먹고사는 비서실에 있어서는 그냥 넘길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국빈을 모실 때 구성하는 인원을 꾸려 텐진으로 보냈다.

그리고 그 문으로 누군가 나왔다.

그런데 리무진에서 나온 건 상혁이 아니었다. 리창위와 눈매가 똑 닮은 그의 딸인 유영이었다. 유영은 열린 문으로 내린 뒤 문을 잡은 채 고개를 숙이고 있는 비서를 힐끗 째려봤다.

‘예쁘잖아.’

유영은 바보가 아니다. 18살밖에 되지 않았다고는 하나 어째서 저런 예쁜 비서가 상혁을 모시겠다며 왔는지 알 정도의 나이는 됐다.

자신을 한 번 보고, 비서를 한 번 쳐다본 유영은 괜히 진 듯한 기분에 심술 맞은 표정을 지었다. 유영은 납치를 당하는 등 꽤 고초를 겪은 탓에 꼬락서니가 말이 아니었기에 더욱 비교됐다.

‘나도 꾸미면 괜찮다고.’

괜히 머리를 한 번 쓸어넘긴 유영은 리무진 안에서 꾸물거리며 나오지 않는 상혁을 향해 언제 그랬냐는 듯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말했다.

“오라버니, 도착했대요. 어서 나오세요.”

“응, 알았어.”

상혁은 리무진 안에서 끙끙거리며 마치 노인처럼 무릎과 허리를 부여잡은 채 내렸다. 그러고는 있는 힘껏 기지개를 켜자 상혁의 몸 곳곳에서 우둑하는 소리가 났다.

“으갸갸갹! 어후, 개운하다.”

“많이 피곤하셨어요?”

“딱히 피곤하진 않았는데. 그냥 편하더라고 리무진이.”

중국에 방문한 국빈을 위해서 최고의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진 리무진이다. 그 때문인지 흔들림 없는 편안함이 바로 이거구나란 걸 상혁은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가능하면 한국에 가서도 이런 리무진 하나가 있으면 좋겠다 싶을 정도였다.

“마음에 드세요?”

“응, 좋네 이거.”

“그래요?”

유영이 눈을 반짝였다. 유영은 상혁을 오라버니라 불렀다. 둘은 영어로 대화했지만 한국 드라마를 많이 본 유영은 어디서 본 오라버니란 말을 기억하고는 상혁을 그렇게 불렀다.

조금 닭살이 돋기는 했지만, 자신이 고마워서 그렇게 부르고 싶다는데 딱히 말릴 이유도 없어 상혁은 내버려 두었다.

“먹을 거랑 마실 것도 많고. 나도 모르게 잤다니까. 넌 안 자는 것 같던데.”

“저도 잤어요.”

“그래?”

거짓말이다.

유영은 텐진에서 북경까지 한숨도 자지 못했다. 상혁은 그런 유영을 이해했다. 18살에, 감수성이 풍부한 소녀가 납치라는 험한 일을 당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반응이었기 때문이다.

제아무리 성숙한 18살이라고 해도 인간은 살아온 세월 이상의 것을 경험할 수는 없는 법이다. 의연한 척을 하는 유영은 아마 꽤 오래 트라우마에 시달릴지도 모른다.

“어른인 척해 봤자 아무도 대견하다고 생각 안 해. 그러니까 울고 싶을 때는 울어. 그러다 병든다.”

상혁이 자신의 가슴팍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러자 유영의 두 눈이 흔들렸다. 상혁의 말이 유영의 심금을 건드렸기 때문이다.

“그…….”

“여긴 병들면 약도 없어.”

마음의 병은 약도 없다. 어떤 건 가끔 시간도 해결해 주지 못한다. 그 때문에 그 병을 달고 사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마음의 병은 생겼을 때 최대한 빨리 털어 내야 한다. 참는 건 마음의 병을 털어 내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또르륵.

유영의 눈망울에 눈물이 맺히더니 그녀의 볼을 따라 주륵 흘러내렸다. 상혁은 그녀의 어깨를 툭툭 두드려 준 뒤 고개를 돌렸다.

“비서실장 롱하이라고 합니다.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그곳에는 주석의 비서실장이 나와 기다리고 있었다. 황제의 최측근인 비서실장은 권력 서열의 10위 안에 드는 고위 관료다.

그런 비서실장이 주석의 자리를 비우고 상혁을 맞이하러 나왔다는 것 자체가 중국이 상혁에게 그만큼 공을 들이고 있다는 뜻이다.

“뭐, 그러시죠.”

비서실장은 그런 상혁을 찬찬히 관찰했다. 상혁이 리무진에 탈 때부터 그는 전력을 다해 상혁이란 사람을 분석하기 위해 총력을 다했다.

하지만 까면 깔수록 상혁은 새로운 모습을 보였다.

‘전혀 당황해하지 않는다. 마치 이런 일에 익숙한 것처럼.’

영빈관은 첫인상부터가 극도로 화려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주눅이 들게끔 일부러 설계했다. 국빈의 첫인상이 되는 곳인 만큼 중국의 위상을 보여 주면서 환영의 분위기가 느껴지도록 중국 최고의 건축가가 설계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대부분은 영빈관에 도착하는 순간 화려한 디자인에 넋을 놓고 구경하거나, 아니면 주눅이 들곤 한다.

하지만 상혁은 그 둘 중 어떠한 곳에도 속하지 않았다.

‘어우, 눈 아파.’

상혁은 태연하게 눈을 비볐다. 이 정도 화려함은 사실 상혁에게 있어 대단한 축에 끼지도 못한다. 마법과 오러가 현존하는 가나안에는 이것보다 거의 몇십 배는 화려한 곳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이 정도는 그냥 난잡해 눈이 아픈 정도에 불과했다.

“뭐 하세요?”

“아, 죄송합니다.”

비서실장이 움직이지 않고 있자 상혁이 그를 재촉했다. 그렇게 안으로 들어간 상혁이 코를 벌름거렸다.

“오, 맛있는 냄새.”

“최고의 숙수들을 모셨습니다. 중국을 위해 힘써 주신 백상혁 님을 위한 선물입니다.”

“호오.”

최고의 요리.

상혁은 입맛을 다셨다. 비서실장은 그런 상혁의 반응을 보면서 안 보이게 고개를 끄덕였다. 상혁이 식탐이 강하다는 걸 알아 놓은 게 주효했다.

‘혼자 거의 1, 20인분을 해치운다고 했지.’

마법이란 걸 쓰면 식성도 그렇게 늘어나는 것일까. 비서실장은 리창위 옆에서 상혁이 손짓 하나로 폭발을 막아 내고, 군경을 쓰러지게 만들었던 독성 물질을 분리해 내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폭풍이 불고, 얼음 결정이 맺히고, 바람이 일어나고.

그런 상혁은 마법사가 아니라 거의 신처럼 보였다.

‘유영 아가씨를 구해 주셨다. 텐진에서의 모습을 보면 미국의 첩보도 대부분 사실일 것이다. 주석께서 직접 찾아가 고개를 숙이실 만해.’

이런 인재가 대국인 중국이 아니라 소국인 대한민국 출신이라는 것이 아쉬울 지경이다. 마법사의 힘은 그간 드러난 것만 봐도 웬만한 전략 병기를 뛰어넘는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국가에 속한 전략 병기가 아닌 살아 있는 생체 전략 병기.

이런 마법사의 존재가 지금껏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에 각국에서는 그들의 문화권에서 내려오는 신비를 다시금 되돌아보기 시작했을 정도였다.

중국 역시 마찬가지.

산해경, 무공 등등.

그러나 마법사와 같은 그런 신비는 발견하지 못했다.

드르륵.

벌떡!

“오셨습니까!”

상혁이 만찬장에 입장하자 앉아 있던 리창위가 벌떡 일어나 버선발로 상혁에게 다가와 손을 잡고 크게 흔들었다.

“예, 뭐.”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덕분에 제 딸도 살려 주시고, 텐진의 테러도 피해를 최소화해 주셨습니다. 선생은 우리 중국의 영웅이십니다.”

상혁에 대한 호칭도 이름에서 선생으로 상승했다. 그 모습을 비서실장이 보면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 상혁에 대한 주석의 고마움이 비서실이 상정한 그것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선생?’

중국은 선생이란 표현을 아무에게나 붙이지 않는다. 거기에 주석이 선생이라 부르는 사람이다. 황제의 선생이니 삼공이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일단 앉으시지요. 만한전석입니다.”

“만한전석?”

“예. 옛 황제가 먹었던 음식으로 만 개의 요리가 나온다고 하여 만한전석입니다.”

“오.”

식문화 하면 또 중국 아닌가. 상혁의 두 눈이 기대감으로 차올랐다.

만한전석은 절대로 사람더러 그릇을 싹싹 비우라고 나오는 코스가 아니다. 그건 곧 황제와 제국의 번영을 과시하기 위한 수단으로 개발한 것이다.

하지만 상혁은 그날, 만한전석이란 것이 만들어진 이후 어쩌면 최초로, 만한전석의 모든 음식을 해치우는 기염을 토했다.

세 시간.

세 시간이란 긴 식사 끝에 상혁은 마지막으로 나온 접시를 싹 비우고는 자신을 보며 경악하는 리창위를 향해 말했다.

“자, 식사는 이쯤이면 됐고. 그러면 이제.”

상혁이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하는 리창위를 보며 손가락을 딱 튕겼다.

“침묵.”

상혁과 리창위가 앉은 이곳 바깥으로는 내부의 소리가 새 나가지 않을 것이다. 상혁은 자신과 리창위의 대화가 바깥으로 흘러나가는 것을 원치 않았다.

“쇼크.”

빠지지직!

빠직!

상혁의 몸에서 일어난 전자기장이 만찬장을 가볍게 쓰다듬자 안에 설치되어 있던 전자 장비들이 모두 꺼졌다.

리창위가 울려 퍼지는 작은 소음을 들으며 제정신을 차린 순간 상혁이 그에게 말했다.

“내가 한 일에 대한 보상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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