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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먹는 대마법사-218화 (217/249)

쓰레기 먹는 대마법사 218화

218. 버선발(3)

사실 상혁은 훨씬 이전에 텐진항에 도착했다.

주석을 통해 납치범들과 텐진항에 대한 간략한 브리핑만 듣고 곧바로 텐진으로 점프한 상혁이 마지막 순간에야 모습을 드러낸 것은 다른 이유 때문이 아니었다.

‘더럽게 넓고 사람도 많네. 괜히 인해전술의 나라가 아니야.’

상혁은 혀를 내둘렀다. 지난번 상해에서도 한 번 경험해 보긴 했지만 중국은 땅도 크고 사람은 더 많았다. 게다가 납치범과 유영이 숨어 있는 컨테이너는 텐진항에 입고된 거의 이만 개의 컨테이너 중 하나였기 때문에 찾아내는 데 물리적인 시간이 그만큼 필요했던 것이다.

‘미국도 놓쳤으니까.’

헤르츨도 도움을 줄 수 없다면서 미안하다고 했다. 제아무리 과학이 고도로 발달했다고 해도 사람이 직접 발로 뛰는 걸 때로는 놓칠 수 있는 법이다.

그 때문에 상혁은 가까스로 마지막 순간에 이르러서야 마호메드를 찾았고, 마호메드의 단검이 유영의 가슴팍에 꽂히기 전에 가까스로 멈출 수 있었다.

“휘유, 조금만 늦었으면 큰일 날 뻔했다. 그치?”

상혁은 사지가 결박된 채 누운 자세로 고정된 유영을 보면서 눈을 찡긋했다. 얼마나 운 것인지 두 눈이 퉁퉁 부어올라 있었고 팔다리에서는 생채기가 생겨 피가 흐르는 것을 보니 꽤 고초가 심했던 모양이다.

하지만 그때.

틱!

상혁의 감각이 찌릿거리며 소리쳤다. 마법사라고 해서 발달한 육감이 없는 게 아니다. 마법사는 마나로 자연과 소통하는 존재이기에 고서클 마법사가 될수록 육감이 발달하게 된다.

“격리.”

파바바박!!

상혁의 손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의 속도로 움직이며 수인을 맺었다. 찰나의 순간, 상혁은 1초를 쪼개서 마법을 영창했다.

우우웅!!

7개의 마나 고리가 세차게 회전하면서 공간을 격리했다. 그러나 이 정도로는 부족했다. 상혁의 마나안에서 새파란 마나가 피어오르며 7개의 마나 고리가 격렬하게 진동하기 시작했다.

부우웅!

마나로 이뤄진 수인이 상혁의 손가락을 따라 솟아오르고, 상혁의 머리가 바람도 불지 않는데 펄럭였다. 상혁의 양손에서 흘러나오는 마나가 빼곡하게 전면에 새겨진 순간 상혁이 마법을 영창했다.

“그리드.”

파지지직!

상혁의 눈앞에 전자기장이 스파크를 튀기며 피어올랐다. 그리고 상혁이 그리드에 마나를 쏟아부으며 또 다른 마법을 영창했다.

“배리어.”

트리플 캐스팅.

상혁의 두 눈에 핏발이 솟았다. 순간 상혁의 몸속의 혈관을 따라 마나가 흐르며 상혁이 푸르게 빛을 발했다. 하지만 상혁은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귀신 같은 대마법사의 감이 최선을 다하라 소리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쩌저정!!

그리드 자체로는 어떠한 위력을 가진 마법이 아니었다. 그리드로 생성된 전자기장의 역할은 하나다.

시전된 마법의 유지.

한마디로 그리드 마법은 외장하드의 개념이었다.

본래 공격 마법은 영창-시전-발사 순으로 이뤄진다. 상혁처럼 쿼드러플 캐스팅 정도가 불가능하다면 마법사의 공격 마법은 많아야 한 번에 두 개가 최선이다.

하지만 그리드 마법은 마법을 정지시켜 발사의 순서를 지연시키는 것이 가능했다.

그렇기 때문에 대개 7서클 마법사는 그리드 마법을 펼쳐 놓고 그 위에 마법을 빼곡하게 시전해 한 번에 날려 버리는 대단위 마법을 시전하는 것을 선호했다.

그건 마법사의 마법의 위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수단이었기 때문이다.

전략 병기.

시간만 주어지고 마나만 충분하다면 7서클 마법사가 홀로 도시 하나를 날려 버리는 건 어렵지 않을 것이다.

물론 실전에서는 적도 그 점을 잘 알기 때문에 7서클 마법사가 등장한 순간 7서클 마법사를 저지하기 위해 기사들이 벌떼처럼 달려들거나 그와 비슷한 수준의 마법사가 등장한다.

그런 7서클의 그리드 마법이 상혁의 손에서 펼쳐졌다.

‘그리드’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7서클의 그리드 마법은 구역으로 나누어져 있었다. 그리고 한 구역에 마법 하나를 저장할 수 있었다.

마법사의 역량에 따라 그리드 마법에 몇 개의 구역이 형성되는 것인지가 달라진다. 그리고 상혁은 가나안에서도 모든 마법사를 통틀어 그리드의 구역이 가장 많았다.

쩌저정-!!

“배리어, 배리어, 배리어, 배리어.”

그런 그리드에 상혁의 배리어가 수십 겹이 중첩됐다. 얼마나 많은 그리드가 중첩된 것인지 마치 단단한 금속으로 된 반투명한 벽을 앞에 세운 것만 같았다.

거기에 충격을 흘려낼 수 있도록 그냥 일자로 된 벽이 아니라 거북이의 그것처럼 웅크린 모양새가 된 것이다.

격리 마법으로 한 번.

그리고 배리어 중첩으로 또다시 한 번.

든든하게 존재감을 뿜어내던 7개의 마나 고리가 빠르게 소진됐다. 5서클의 배리어 마법이 딱 100개가 됐을 때 폭발이 터져 나왔다.

콰가가가강!!

6개의 컨테이너.

마호메드가 단검을 내리찍는 게 신호인 모양이었다. 상혁은 그제야 시간이 제대로 흘러가는 것을 느끼며 거대한 열 폭풍이 배리어를 두드리는 것은 느꼈다.

투다다다다!

컨테이너가 터지자 폭발의 위력에 의해 컨테이너 안에 들어 있던 파편들이 사방으로 튀었다. 마치 기관총을 쏟아붓는 것처럼 배리어에서 콩 볶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테러범들은 치밀하게도 그들이 폭탄을 설치한 6개의 컨테이너 안에 수류탄의 원리로 폭발하는 즉시 안의 파편을 흩날리게 만들어 살상력이 높아지도록 만반의 조치를 취해 놓은 것이다.

“이 새끼.”

상혁의 두 눈이 불을 뿜었다. 상혁이 있는 컨테이너는 근방에서 가장 높은 위치였기에 주변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끄아아악!

으아악!

테, 테러다!

사, 살려 줘!

“텐진항을 함정으로 만들어?”

주석의 딸이 납치된 사건으로 인해 공안과 군은 벌집을 들쑤셔 놓은 것처럼 발칵 뒤집혀 있었다. 그 때문에 주석의 딸이 납치됐다는 텐진항에 공안과 군이 잔뜩 몰려든 것이 피해를 크게 만든 것이다.

“이단자!!”

마호메드가 상혁을 보면서 기함했다. 마호메드는 신에게 아직 제물을 바치지 못했다. 마호메드가 유영의 사지를 결박하고 있던 테러범 중 하나에게 눈짓을 하자 그 테러범이 상혁을 향해 총을 겨눴다.

“닥쳐!”

스윽!

상혁은 수인을 맺거나 마법을 영창할 필요도 없었다. 상혁의 분노가 일어나 의지가 되는 순간 마법이 저절로 발현되며 테러범의 사지를 구속했기 때문이다.

끼긱, 끼기기긱!

테러범이 들고 있던 총이 기이한 소리를 내면서 휘었다. 마치 거대한 손이 총을 쥐고 구부린 것만 같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거기서 끝이 아니다.

쫘자자작!

“어쭈. 폭탄 조끼까지 입으셨어?”

상혁은 바람을 일으켜 테러범을 발가벗게 만들었다. 그러자 놈이 착용한 시커먼 폭탄 조끼가 상혁의 눈에 들어왔다.

마지막 순간 그것으로 자살이라도 할 셈이었던 것 같다. 상혁이 삭풍을 일으키자 폭탄 조끼가 서걱거리는 소리를 내면서 후두둑하고 바닥에 떨어졌다.

둥실, 둥실.

쫘자자작!

서거걱!

끼기긱!

나머지 테러범들도 마호메드를 제외하고는 다 순수의 시대로 돌아가게 만들었다. 그러고 나니 상혁은 못 볼 것을 봤다는 듯 얼굴을 찌푸렸다.

“어우. 앞으로 이러진 말아야지.”

폭탄 조끼는 한 명도 빠짐없이 입고 있었다. 폭탄의 양을 보니 제대로 작동시키면 웬만한 건물 하나는 그냥 날려 버릴 수 있을 정도의 양이었다.

이런 걸 걸치고 테러를 일으키는 광신도들이라니.

광신에는 약도 없다. 상혁은 손가락을 딱하고 튕겼다.

“마나석이나 주고 가라. 선악의 저울.”

끄아아아악!

크아아악!

사, 살려…….

네 명이 선악의 저울에 섰다. 상혁은 굳이 마나안으로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테러범에 의해 지금까지 희생된 무수히 많은 무고한 영혼들이 악귀가 되어 그들을 뜯어먹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상혁이 고개를 돌려 마호메드를 쳐다봤다. 상혁을 보는 마호메드의 눈은 여전히 분노하고 있었지만, 그 너머에 옅은 공포가 드러나 있었다.

광신도 결국 사람이다.

약은 없지만, 무서운 것을 보면 무서워하는 것이 당연한 인간이다.

“뭐야. 겨우 이 정도에 무서운 거야? 네 신이 너한테 무서워 말라거라 그렇게 말해 주지 않던?”

가나안의 광신도보다는 마호메드가 믿는 신의 끗발이 부족한 모양이다. 그곳의 악신은 진짜 인외의 탈을 뒤집어쓰고 광신도의 몸에 강림하는 일도 여럿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런 놈 중 제대로 죽은 놈은 단 한 명도 없었지만 말이다.

“닥쳐라, 이단!”

“흐흐흐. 이단이라. 늘 그러더라고. 너희 같은 신쟁이들은 마법을 보면 꼭 이단이니 믿음이 없다느니 하면서 말이야.”

저벅.

상혁이 마호메드에게 다가갔다. 마비 마법이 걸린 마호메드는 손가락 하나 까닥할 수 없어 물러날 수조차 없었다.

상혁은 그런 마호메드 옆에 쭈그리고 앉았다.

“그런데 다들 어땠는지 알아?”

배움이 적은 이일수록 삿된 것들에 빠지기 마련이다. 삿된 것은 그들이 처한 우울한 현실을 바꿔 줄 수 있다며 악마의 혀로 그들을 유혹하기 때문이다.

상혁은 그런 이들을 수도 없이 상대했다. 절대 왕권 앞에 삿된 악신을 믿는 광신도들은 반드시 쳐 내야 할 썩은 가지였기 때문이다.

“이 입을.”

상혁이 마호메드의 입술 끝에 손가락을 대고는 귀까지 주욱 선을 그었다.

“여기까지 찢으니까 더 이상 신을 안 찾더라고. 신이 자신을 구해 줄 수 없다는 걸 아는 거지. 신이 원하신다는 이유만으로 갓난아이의 배를 갈라 그 피를 마시던 그 미친놈들이 말이야.”

상혁은 깊은 살기가 섞인 조소를 흘렸다. 그 살기에 노출된 순간 마호메드는 눈앞이 뿌옇게 변했다.

“너무 심했나?”

짜악!

“어헉!”

하지만 그때 상혁이 마호메드의 뺨을 후려치자 마호메드의 시야가 되돌아왔다. 그리고 마호메드는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저 남자의 미소를 보는 것만으로 자신이 죽을 뻔했다는 것을 말이다.

끄아아악!

으아악!

머, 먹지 마! 먹지 마!!

그런 상혁의 뒤로 그 누구보다도 충실한 그분의 종들이 목숨을 구걸하면서 비명을 내지르고 있었다. 그 순간 마호메드는 자신의 두 눈을 뒤덮고 있던 꺼풀 하나가 벗겨지는 것을 느꼈다.

“아, 아아아…….”

“벌써 깨졌어? 에이. 재미없네. 역시 여긴 약해. 가나안보다 훨씬.”

상혁은 생각보다 일찍 현실감각이 돌아온 마호메드를 보며 재미없다는 듯 입술을 비죽 내밀었다. 광신이 깨진 순간 광신도는 자신을 지켜 주는 단단한 보호막이 깨졌음을 직감하고 공포에 떨기 시작한다.

신의 이름으로 저질렀던 죄업이 그 순간부터 자신에게로 쏟아진다는 것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까딱.

서거걱!

그때 소름 돋는 절삭음과 함께 결박되어 있던 유영이 자유로워졌다. 유영은 재갈을 풀어내며 자리에서 일어나 상혁을 쳐다봤다.

위즈니랜드의 마법사.

자신이 죽기 직전 나타난 그 슈퍼히어로가 유영을 쳐다보고 있었다.

“선택해. 이제부터 아마 너는 평생 잊지 못할 악몽을 보게 될 거야. 그러니 보기 싫다고 하면 눈을 감겨 주고.”

상혁은 마호메드를 그대로 둘 생각이 없었다.

“죽일 건가요?”

“죽이진 않을 거야. 아마 네 아비가 간절히 이놈을 바라고 있을 거거든.”

마호메드의 목숨은 주석에 의해 결정이 될 것이다. 유영은 입술을 꾹 깨물었다. 저 아래 연달아 일어난 6번의 거대한 폭발로 인해 자신을 구하기 위해 몰려든 공안과 군이 피를 흘리며 내지르는 비명이 그녀의 귀를 시끄럽게 찔러 댔다.

‘여섯 개?’

그 순간 유영은 한 가지가 빠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폭발은 여섯 번이 아니라 일곱 번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유영이 상혁에게 말했다.

“한 번 더 있어요.”

“뭐가?”

“테러요. 여섯 번이 아니에요. 일곱 번째 폭발이 있어요.”

“뭐?”

상혁이 주변을 살폈다. 그때 상혁의 눈에 저 멀리서 거대한 바지선 하나가 항으로 접안하고 있는 것이 들어왔다.

그 순간 상혁의 본능이 경종을 울렸다.

“여섯 번이 전부 다 미끼였구나.”

여섯 번의 폭발이 전부 다 미끼였다. 진짜 테러는 일곱 번째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깨달은 것이다.

접안하고 있는 거대한 바지선 위에는 창고로 보이는 구조물이 서 있었다. 폭발이 일어났는데도 태연히 항에 접안하려는 저 바지선이 제정신일 리 없었다.

“유영. 내 등 뒤로 저 새끼 데리고 와.”

“네!”

유영이 빠릿빠릿하게 움직였다. 그때 저 멀리서 접안한 바지선 근처에 있던 컨테이너가 폭발했다.

콰아아아앙!!

그 폭발은 바로 인근에 접안한 바지선까지 당연하게 영향을 미쳤다.

그리고.

푸화아아악!!

꽈르르릉!

콰앙-!!

백색의 화염이 바지선 위에서 치솟았다. 그러더니 천둥이 우는 듯한 소리가 울려 퍼진 순간, 상혁의 시야가 하얗디하얀 백색의 화염으로 물들었다.

“헬파이어?”

상혁이 고리가 가속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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