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먹는 대마법사 217화
217. 버선발(2)
ISCN은 IS의 한 분파로 극단주의 이슬람을 표방한다. 뒤에 붙은 CN은 중국, CHINA의 약자로 그들의 존재 목적은 이라크와 시리아의 IS와는 약간 달랐다.
해방과 성전.
이 세상에 종교를 믿는 사람 중 1/3은 이슬람을 믿는 무슬림이다. 하지만 그 무슬림들이 중국에서는 탄압을 받았다.
특히 IS가 이슬람 국가를 선포하면서 중국 내 모든 무슬림은 고통을 받아야만 했는데 그것을 좋은 명분으로 삼은 IS에서 중국 내 무슬림의 해방을 외치며 ISCN을 조직했다.
그건 중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티베트 및 소수민족의 탄압 등과 어우러지면서 ISCN은 확실한 명분을 손에 쥐게 되었고, 공산당은 그에 격노한 것이다.
공산당은 주석을 살아 있는 신이자 하늘의 아들, 현대판 천자로 만들 생각이었다. 그런데 무슬림이 자기네들의 신을 주장하면서 날뛰며 방해하고 있으니, 당연히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중국 내 무슬림 전수 조사를 착수했다.
그러다 무슬림 청년 하나가 자살한 것은 어찌 보면 불운한 사고였다. 이슬람 국가라는 헛된 망상을 가진 극단주의자와 21세기에 절대 황권을 확립하려는 중국의 권력자라는 고래가 싸우자 새우등이 터진 것이었다.
정부에서 반 무슬림 기조가 강해지자 이슬람을 믿는 사람들은 자기가 이슬람 신자라는 것을 밝힐 수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갑자기 전수 조사를 통해 그가 이슬람 신자라는 것이 지역 사회에 밝혀지자 자신의 신세를 비관하고 한탄하여 자살한 것이다.
그건 슬픈 비극이었으나 그로 인해 눈을 번뜩인 건 ISCN이었다.
이슬람을 믿는다는 이유만으로 미래가 창창한 청년 하나가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명백한 공산당의 실책에 IS는 길길이 날뛰며 중국 공산당을 공격했고 머지않아 공산당에서 그런 IS의 적대 행위에 반격을 가하겠다고 공표한 셈이다.
“누가 알았을까.”
ISCN의 지도자인 모하메드가 히죽 웃었다. 그는 중국과 파키스탄 혼혈로 국경 지방에서 태어났다. 그는 평생 혼혈이라는 딱지 때문에 빈곤했는데 IS를 만나 기꺼이 중국에 반기를 들고 지도자가 됐다.
“그 리창위가 딸에 죽고 사는 머저리였을 줄이야.”
“화가 복이 되었습니다.”
“그렇지. 덕분에 일이 쉽게 풀리게 생겼어.”
이국적인 그들의 생김새는 북방계들이 모인 북경에서 눈에 띌 수밖에 없었지만 혼혈이라는 건 여러모로 편리했다.
중국의 15억이라는 인구는 설령 15억의 1퍼센트가 안 되는 비율이라고 해도 수천만, 수백만 명이 기본이었기에 그들을 찾아낸다는 건 백사장에서 바늘을 찾는 것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우리 동포들이 겪었던 탄압과 폭력을 그대로 돌려줄 차례다.”
“맞습니다, 이맘.”
모하메드는 동지들에게 이맘이라 불렸다. 이번 작전에 동원된 인원은 스무 명 정도였다. 스무 명으로 중남해에 있는 주석 관사에 침입해 리창위의 딸을 납치할 수 있었던 건 알라의 도우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의 숭고한 성전은 영속한 희생이 되어 우리 동지들에게 자유를 줄 것이다. 두려운 자가 있는가?”
밖에서는 철썩거리며 파도가 치는 소리가 들렸다. 마호메드는 목소리를 높여 사기를 북돋웠다. 이곳에서 그들은 성전을 벌일 것이고, 그 성전은 중국과 그 주석에게 강력한 경고가 될 것이다.
“없습니다!”
“아크후 알라바르!”
마호메드의 말에 대답하는 이들의 눈은 모두 풀려 있었다. 그들이 자살테러를 서슴지 않는 광신도라고는 하나 그렇다고 하여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그들은 성전 장소인 텐진에 도착한 순간 이맘인 마호메드를 제외한 모두가 약을 투여했다.
신께서 보우하신다는 데브-뗴박을 일찍이 나눠 주었다. 알라의 약이라 불리는 데브-떼박은 공포를 느끼지 않게 해 준다.
고대 알라를 모시던 제사장 때부터 대대로 내려온 데브-뗴박을 성전에 사용할 수 있다는 건 알라를 추앙하는 그들에게 있어 영예로운 일이다.
마호메드는 고개를 끄덕인 뒤 그들이 몸을 숨기고 있는 텐진항 부두의 컨테이너 안에 미리 준비된 나무 상자를 뜯었다.
뿌각!
“모두 나와서 충분히 챙겨 가라! 너희들의 죽음은 알라께서 보우하실 것이다.”
“알라후 아크바르!!”
약에 취해 눈이 붉게 물들고 숨이 거칠어진 알라의 전사들이 나무 상자 속에 들어 있던 광택이 나는 소총을 한 정씩 집어 들었다.
한 정을 손에 들고, 또 한 정을 받아 어깨에 맨 뒤 허리춤에는 권총과 소총탄에 삽탄할 탄창을 허리춤에 주욱 둘렀다.
그리고 수류탄까지.
“기억하라. 7개. 7, 17, 27, 37, 47, 57, 67번이다.”
“알라후 아크바르!”
7은 이슬람에서 인간과 신 사이를 가르고 있는 7개의 빛과 어둠으로 만들어진 장막이다. 그 때문에 텐진항에 끝이 7로 끝나는 컨테이너 7개에 준비를 끝마쳤다.
“성전이 성공적으로 시작되는 순간, 영광의 순간에 우리는 절대신 마호메트와 그의 아들, 알라와 함께하리라.”
“알라후 아크바르!”
마호메드가 이들의 복명복창에 희게 웃으며 작게 중얼거렸다.
“왈라히, 빌라히, 탈라히.”
신의 뜻으로, 라고 중얼거린 마호메드는 전사들에게 명령했다.
“휴식하라.”
약에 취한 전사들은 이대로 움직여도 되지만, 그들의 신체는 신의 곁에 아직 도달하지 못했기에 쉬어 줘야만 한다.
머리로는 피로함을 느끼지 못하더라도 약에 취해 휴식 없이 강행군을 이어 나갔다가는 중요한 순간 그냥 쓰러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데브-떼박은 신에 닿기 전에 마지막으로 인세의 모든 것을 불태우는 순간에 쓰는 것이다. 그렇기에 성전을 앞둔 전사들이 주로 쓰곤 했다.
마호메드는 자신의 가슴팍에 들어 있는 데브-떼박을 쓰다듬었다. 이맘으로 적확한 순간 타이밍을 잡아야 하는 그이기에 그는 신께서 주신 약물을 아직 복용하지 않았다.
성전이 시작하는 순간 먹을 생각이었다.
끼익.
마호메드는 전사들을 쉬게 한 후 컨테이너 뒤편에 마련된 문 하나를 열고 들어갔다. 그러자 그곳에 팔다리가 의자에 묶인 채 재갈을 입에 문 유영이 있었다.
유영의 두 눈인 퉁퉁 부어 있었고 얼굴에는 눈물 자국이 가득했다. 납치됐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 격렬하게 반항한 유영이었지만 전사의 힘을 이겨 낼 수는 없었다.
“넌 좋은 재료가 될 것이다.”
마호메드는 유영을 보며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마호메트와 알라께서 우리를 보우하사, 중국 최고 권력의 딸을 숭고한 성전의 제물로 삼을 수 있으니. 반드시 신께서는 기뻐하시리라. 제물인 너는 우리가 겪은 모든 고통을 대리하여 그 죄업을 대신할 것이다. 너는, 지옥으로 떨어질 것이다.”
“으으읍!!”
유영은 그 상태로 마호메드를 보면서 발버둥을 쳤다. 하지만 얼마나 세게 묶어 놓은 것인지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꿈쩍도 하지 않았다.
“네 아비의 죄를 탓하거라. 모든 원죄는 그에게서 나온 것이니.”
턱.
마호메드는 그렇게 말한 뒤 문을 닫았다. 문이 닫힌 순간 실내가 빛 한 점 없는 어둠에 잠겼다. 그렇게 홀로 남은 순간 유영은 어깨를 바르르 떨었다.
‘무서워. 아빠, 엄마. 어디 있어요. 나 너무 무서워요.’
불과 18살 소녀인 유영이다. 난데없이 집 안에 있다가 납치당한 것부터 시작해 그녀에게는 모든 것이 다 낯설고 무서웠다.
무엇보다 자신이 죽을 수도 있다는, 죽음에 대한 공포가 점점 더 커지기 시작했다. 이대로 있다가 허무하게 죽을 것이라는 공포가 그녀를 엄습하기 시작한 것이다.
‘죽고 싶지 않아.’
‘살려 줘.’
‘아무나 나를 좀 도와줘.’
‘구해 주세요.’
으으읍!
유영은 소리조차도 내 맘대로 낼 수 없다는 사실에 절망했다. 그녀의 두 눈에서 눈물이 흘렀지만 눈물이 흘러도 눈앞에 보이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 그녀를 더욱 미치게 만들었다.
‘신이시여. 부처님, 하느님이시여. 저를 구해 주세요. 평생 착한 일만 하면서 살게요.’
유영은 꺼윽 꺼윽 하면서 울었다. 그러나 그녀에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어둠 속에서는 시간이 얼마나 흐른 것인지, 아니면 흐르긴 흐르는 것인지도 감이 오지 않았다.
덜컹!
그리고 다시 문이 열렸다. 유영은 희망을 품었지만 그 안으로 들어온 건 총기를 주렁주렁 단 마호메드와 납치범들이었다.
“시간이 됐다.”
파르르
“제물을 바칠 준비를 하라.”
“예! 이맘!”
유영은 어깨를 떨었다. 하지만 마호메드의 차가운 목소리는 유영의 끝을 고했다. 그가 말하자 납치범들이 유영에게로 다가왔다.
‘저, 저리 가! 내 몸에서 손 떼! 저리 가!!’
“으으읍!!”
버둥버둥
유영은 힘껏 발버둥을 쳤지만, 성인 남성의 힘을 견딜 수 있을 리 만무했다. 유영이 발버둥을 치자 납치범이 유영의 복부에 주먹을 꽂아 넣었다.
퍼억.
“우우욱!!”
추욱.
유영이 축 늘어졌다. 정신은 잃지 않았지만, 고통에 숨이 넘어갈 것만 같아 힘이 쭉 빠져 버렸기 때문이다.
질질질.
유영은 그대로 바깥으로 끌려나갔다, 그런 그녀의 눈에 파도가 보였다. 코끝에 와닿는 짭짤한 냄새를 보니 바닷가인 것 같았다.
끌려가는 유영의 발은 그 어떠한 흔적도 남기지 않았다. 차라리 아스팔트가 아니라 흙 위로 끌려가는 자신의 자국이라도 남으면 좋으련만.
유영의 두 눈에서 눈물이 뚝뚝 흘러내렸다. 그렇게 축 늘어진 채 끌려간 그녀를 납치범이 들어서는 머리 위로 올렸다. 그렇게 공중으로 붕 든 유영의 등이 딱딱한 바닥에 닿았다.
휘이이잉!!
그러자 세찬 바람이 불어왔다. 유영의 머리가 바람에 나부꼈다. 유영이 겨우 숨이 다시 쉬어지자 헉헉거리며 고개를 들었다. 그런 유영의 눈에 마호메드가 들어왔다.
“보아라. 가장 높은 곳이니까. 네가 마지막으로 보게 될 풍경일 것이다.”
유영은 고개를 돌렸다. 마호메드의 말이 맞았다. 그들은 텐진 부두의 컨테이너 중 가장 높은 곳에 올라와 있었다. 그런데 유영의 눈에 사이렌들이 번쩍거리는 것이 들어왔다.
“아!”
“네 아비가 보낸 공안들이다. 저기에는 국가안전부도 있고. 군인들도 있구나.”
마호메드는 덤덤했다. 유영은 자신이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품었다.
두두두두!!
헬기가 내는 로터 소리가 유영의 귀를 흔들었다. 마호메드는 살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은 유영의 눈을 보면서 빙긋 웃었다.
“왜, 살 수 있을 것 같으냐?”
“…….”
재갈이 물린 유영의 눈빛이 살아났다. 마호메드는 그런 유영을 보며 그녀의 희망을 산산조각 냈다.
“걱정 말거라. 넌 여기서 반드시 죽는다. 애초에 우리는 널 인질로 삼은 건, 우리가 이곳에서 살아나가기 위함이 아니다.”
마호메드의 눈빛은 텅 비어 있었다. 그건 죽음을 각오한 순례자의 눈빛이었다. 그런 눈빛을 본 순간 희망의 불씨를 살린 유영의 눈빛이 파들거리며 떨렸다.
마호메드는 거짓말을 하고 있지 않았다. 유영은 그것을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우린, 너와 함께 모두 죽을 것이다. 그리고 저들은.”
스릉.
마호메드가 품에서 번뜩거리는 단검을 뽑아 들고는 사지가 테러범들에게 결박된 채 하늘을 보고 누운 유영을 보면서 살기로 번들거리는 눈을 빛냈다.
“우리의 저승길 동무가 될 것이다. 너와 함께, 우리가 알라께 바치는 제물들이니라.”
“으으읍!!”
유영이 몸부림을 쳤다. 하지만 유영은 꼼짝도 할 수 없었다. 마호메드가 그런 유영의 옆에 무릎 꿇고 앉은 뒤 하늘로 단검을 들어 올렸다.
“알라시여! 이곳에서 오늘, 당신께 우리의 영혼과 제물을 함께 바치노니! 위대한 알라의 계시가 이 땅에 현신할 것이오!! 알라후 아크바르!!”
알라후! 아크바르!!
유영은 직감했다. 저 단검에 자신의 피가 흐르는 순간, 이곳에 모여든 공안과 군인 전부가 희생될 것이라고.
마호메드는 협상이나 그런 걸 기다리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이곳에 저토록 많은 이들이 오기를 기다린 것이었다.
유영의 사지를 누르고 있는 테러범들이 알라의 위대함을 외쳤다. 그리고 번뜩거리는 마호메드의 단검이 유영의 심장을 노리고는 떨어져 내렸다.
부릅!
유영이 눈을 크게 떴다. 저 단검이 곧 자신의 심장을 찢어발기는 고통이 몰려올 것이라 예상했다. 그게 얼마나 고통스러울지 예상이 되지 않았고, 유영은 죽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그때.
“패럴라이즈.”
우뚝.
유영의 심장에서 1cm를 남기고 마호메드의 단검이 멈춰 섰다. 유영의 눈에 마호메드의 머리 위로 옷자락을 펄럭이며 공중에서 내려오는 남자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위즈니랜드의 마법사.’
위즈니랜드의 마법사가 나타났다. 그 마법사가 유영을 향해 뭐라 뭐라 했지만 유영은 마법사가 하는 말을 알아듣지 못했다.
콰가가가가강!!
퍼엉!!
텐진항 전체를 날려 버릴 것 같은 거대한 폭음이 터져 나온 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