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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먹는 대마법사-215화 (214/249)

쓰레기 먹는 대마법사 215화

215. 도와주십쇼(5)

국정원과 외교부가 동시에 발칵 뒤집혔다. 전혀 예상치 못한 귀빈이 갑자기 한국을 방문한다고 일방적으로 통보를 했기 때문이다.

“안보수석, 외교수석. 무슨 일입니까?”

급히 소집된 청와대 회의에서 대통령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황망한 기색이 역력한 외교, 안보수석에게 물었다.

“중국 주석, 그러니까 리창위 주석이 한국에 오고 있다구요?”

“예. 주석 전용기로 이미 북경 공항에서 이륙했다고 합니다.”

“왜요? 사전에 언질 있었습니까?”

국가원수가 움직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최소한 한 달, 길게는 반년 전부터 의전부터 시작해 경호까지 조율해야 할 문제가 한둘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자칫 소홀했다가는 외교적 결례를 저지를 수 있기 때문에 신경이 잔뜩 곤두설 수밖에 없었다.

“전혀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갑자기 온다는 뜻인데. 주석이 갑자기 왜 오는 것 같습니까?”

“외교부에 알리기로는 개인적인 일정 때문이라고 전달했다고 합니다.”

“개인적인 일정이요?”

한 나라의 대통령쯤 되면 그 순간 개인의 사적인 일 따위는 사라지게 된다. 거의 모든 일거수일투족이 나라의 공식 행사가 되기 때문에 사적으로 어딘가를 방문하거나 돌아다니는 일은 거의 없다.

그런데 중국 주석이, 현대판 천자라 불리는 리창위가 사적인 일로 한국을 방문한다?

“국정원은요?”

“마찬가지입니다. 현지에 잠입한 블랙에게서도 아무런 정보를 받지 못했습니다. 거의 즉흥적으로 정한 것 같습니다.”

“설마요. 리창위 정도 되는 양반이 그냥 올 리 없지. 일단 얼마나 남았죠?”

“한 시간 남았습니다.”

“촉박해도 너무 촉박하네. 외교수석. 한 시간 동안 최대한의 의전을 준비해 공항에 나가세요. 내 다음 일정은 취소하고.”

한국의 가장 가까운 이웃을 꼽으라 하면 일본과 중국을 꼽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이웃 국가와 사이가 좋냐고 물으면 그건 또 아니었다.

세 국가는 오래전부터 역사가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대부분 한국은 피해자 입장이지만, 일본은 그 피해를 준 사실을 부정하고 있었고 중국은 자꾸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자국의 것이라면서 주장하고 있었다.

거기에 중국은 아시아에서 서구의 흔적을 지우고 중국의 중화(中華)를 꿈꾸며 한국을 경제적으로 압박하고 있었기 때문에 국민감정부터가 일단 좋지 않았다.

그러나 그럼에도 수출에 의존하는 한국은 중국을 무시할 수 없었다.

중국의 대무역 의존도가 높고 중국의 15억 거대한 시장을 그냥 무시하기에는 잃을 것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치사하고 더러워도 나라가 작은 것을 욕할 수밖에.

대통령이 다급히 자신의 일정을 조정해 가며 리창위가 한국을 방문한 이유를 찾고 있을 때, CIA 동아시아 지부가 위치한 광화문 미대사관에서도 난리가 났다.

“중국 주석? 그게 정말이야?”

“예, 그런 것 같습니다. 지금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긴급회의가 열렸다고 합니다.”

“아니, 리창위가 왜?”

중국 주석은 미 CIA의 최우선 감시대상 1순위다. 미국에 대적할 수 있는 러시아와 중국의 국가원수가 최우선 감시대상인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확실히 미국이라는 것인지 청와대에서 입수하지 못한 정보를 미국은 가지고 있었다.

“어젯밤 자정쯤 중남해의 위성사진입니다.”

“줘 봐.”

펄럭.

사진 한 장이 펄럭하고 깔렸다. 그리고 그 사진이 스크린에 출력되자 지부장이 눈을 좁혀 뜨고 자세히 보면서 말했다.

“뭐야. 중남해 맞아?”

“예. 중남해입니다.”

“그런데 왜 공안이 포위하고 있어?”

중남해는 자금성 바로 옆에 위치한 중국 최고 권력 기관들이 모인 구역이다. 그런데 그곳에 공안이 새카맣게 깔려 있었다.

“랭글리에서는 뭐래?”

“일주일 전 교신기록입니다.”

“보자.”

CIA의 정보력은 세계 제일이다. 그리고 CIA의 본부가 위치한 랭글리에는 정보 분석 쪽에 있어 스페셜리스트들이 수백 명이나 있었다.

“ISCN이라고?”

“예, 그들이 북경 내 잠입한 흔적입니다.”

“미친놈들이군. 그게 제정신으로 했던 소리란 말이야?”

ISCN은 극단주의 무장 조직 이슬람국가, IS의 한 분파다. IS China의 줄임말로 중국 내 이슬람이 만든 조직으로 중국 공안에 의해 추적을 받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놈들이 난데없이 북경에 나타나다니.

그러나 CIA는 ISCN이 모습을 드러낸 데에 특별한 이유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얼마 전 IS의 기승이 심해지면서 서구를 비롯하여 중국의 접경지역인 파키스탄 등에서도 테러가 일어나자 주석인 리창위가 직접 나서 강력하게 IS를 비판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IS의 다음 목표가 중국 내 이슬람의 해방이라고 했기 때문인데, 리창위는 IS는 중국 영토에 발을 딛는 즉시 전부 사살해 버릴 것이라는 무관용 정책을 선포한다면서 사실상 IS와의 전쟁을 선포했기 때문이다.

“공안국에서 직접 중국 내 모든 이슬람들을 소환한 것 때문에 더 그런 것 같습니다.”

“하긴. 무식한 나라야, 무식한 나라.”

리창위의 말은 진짜였다. 리창위가 IS와의 전쟁을 선포한 이후 중국 모든 주에 거주하고 있는 무슬림들을 공안국에서 소환하였고 강도 높은 조사를 벌였기 때문이다.

중국 내 IS의 잔당을 색출해 낸다는 것이었는데, 인권 따위는 가볍게 무시되는 조치인 터라 국제사회에서 많은 비난이 잇따랐지만 리창위는 눈 하나 꿈쩍하지 않았다.

안전한 중국을 만들기 위해서는 외세의 그 어떠한 모욕도 감내할 수 있다며 거꾸로 IS에 의해 피해를 본 서구 국가를 향해 반격을 가한 것이다.

그놈의 인권 때문에 자국의 국민이 다치고 죽는 것을 보고만 있는 한심한 놈들이라면서.

문제는 모든 무슬림들이 극단주의 성향을 지닌 IS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공안국의 IS에 대한 이해도는 낮았고 결국 사고가 터진 것이다.

강압 수사로 조사를 받던 무슬림 신자 한 명이 자살을 한 것.

그러자 IS에서 곧바로 성명을 발표하며 다음 타깃이 리창위가 될 것임을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그리고 일주일 전 ISCN의 교신기록이 북경에서 나타났고 어젯밤 자정 공안이 중남해를 포위했다.

그러자 주석은 비행기를 탔다.

“뭔가 이상한데? 일이 터졌으면 주석이 중국에 있었어야 하는 거 아니야?”

“어, 그건 그러네요.”

“청와대에 연락해 봐. 무슨 일로 들어오는 거냐고.”

그러자 몇 분 뒤 지부장의 명령을 받고 나갔던 요원이 돌아왔다.

“주석의 개인적인 일정이라고만 말했다고 합니다.”

“개인적인 일정…… 개인적인 일정이라.”

그 순간 지부장의 눈이 살짝 커졌다. 엉덩이가 무거운 걸로 소문 난 중국 주석이 갑자기 한국으로 날아올 법한 요소 중에 최근 랭글리 본부를 통해 세계 각지의 지부장들에게 내려온 코드 네임 하나가 있었기 때문이다.

‘위자드.’

코드 네임 위자드. 랭글리에서는 만약 위자드와 관련된 일이라면 전후좌우 따지지 말고 모든 우선순위를 위자드에게 맞추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그리고 지부장 정도 되면 어느 정도 보는 눈과 듣는 귀가 생긴다.

‘원탁, 그리고 로스차일드.’

코드 네임 위자드가 랭글리에서 지시로 내려온 건 원탁이 무너지고 웅크리고 있던 로스차일드가 기지개를 켜면서 무서운 속도로 몸집을 불려 나가면서 내려온 지시다.

그렇다는 건 코드 네임 위자드에서 유추할 수 있는 사실이 있었다.

‘로스차일드가 후원하는 요인. 그리고 원탁을 무너뜨린 주범.’

“지부장님?”

“아., 뭐라고?”

“중남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파악해 보겠습니다. 최소한 주석은 아닙니다. 어젯밤 주석은 중남해의 근정전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그럼 저 포인트는?”

“아무래도…….”

근정전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이다. 하지만 그곳에는 중국 주석의 가족들이 사는 관사가 있었다.

“리창위의 가족에게 변고가 일어난 듯싶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이해가 안 되는 건 주석이 왜 한국에 오느냐는 것입니다.”

“그건 내가 짐작이 가는 게 있어.”

지부장이 헛기침을 큼하고 했다.

“기밀이라 발설은 불가. 아무래도 나 혼자 움직여야 할 것 같은데.”

위자드, 백상혁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은 그뿐이다. 그렇기에 그 혼자 움직여야만 했다. 기밀 레벨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은 지부장인 그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자, 그럼 내가 움직이는 사이 너희들은 공항 쪽을 예의주시해. 주석이 어디로 움직이는지, 누구를 만나는지 놓치지 말고. 청와대의 움직임 역시 마찬가지로.”

상부에서는 그에게 단단히 경고했다. 코드 네임 위자드에게 섣불리 접근하지 말라고. 혹여 접근할 일이 생기더라도 그가 미 대통령이라 생각하고 대하라고.

‘백상혁, 대체 넌 뭐냐?’

로스차일드가 비호하는 한국인. 그가 원탁을 무너뜨렸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기에 지부장이 속으로 궁금해했지만 그는 쓸데없는 호기심이 단명의 지름길이란 것을 알고 있었다.

‘접자, 접어.’

* * *

CIA는 분명 세계 최고의 정보력을 가진 정보기관이다. 하지만 늘 이 세상에는 하늘 위의 하늘이 있는 법이다.

[친구, 급하게 연락해서 미안합니다.]

“뭐 미안할 것까지야. 무슨 일이죠?”

로스차일드.

로스차일드의 정보는 CIA에서만 들어오지 않는다. 로스차일드의 영향력은 영국과 프랑스 등 EU 내에도 퍼져 있었다. 하나보단 둘이 낫고, 둘보다는 셋이 나은 법이었던 것이다.

[중국 주석이 한국으로 가고 있습니다. 위자드, 친구를 만나러요.]

“엑?”

[북경 중남해에 큰일이 벌어졌습니다. 테러인데, 그 대상이 주석이었던 모양입니다.]

“주석이요? 그 주석이 한국으로 오고 있다면서요. 도망이라도 치는 겁니까?”

[다릅니다. 대상이 주석이어야 하는데 하필이면 딸이 그 자리에 있었던 모양입니다.]

상혁의 머릿속에 위즈니랜드에서 보았던 소녀, 유영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런데 누가 중국 주석을 테러합니까?”

[ISCN이라고, IS의 한 분파입니다. 중국 내 활동하는 극단주의 무슬림들이지요.]

“주석이란 양반. 황제니 뭐니 하더니 한 방 먹었네. 근데 난 왜요?”

[그거야 친구가 주석에게 친구가 마법사란 것을 숨기지 않았으니까?]

상혁은 피식 웃었다. 헤르츨의 말에 뼈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주석이 직접 찾아오게 만들 생각은 아니었다.

“거기도 유능한 사람들 많은 거 아니에요. 공안이니 MSS니 이런 양반들.”

[24시간입니다.]

“뭐가요?”

[24시간 이내에 주석이 무슬림을 국교로 인정해 주지 않으면 주석의 딸을 참수하여 지하드의 시작을 알리겠다고요.]

“하.”

지하드.

그들의 말에 따르면 성전이다. 그런데 그 성전의 시작을 유영을 참수하는 것으로 시작하겠다니. 상혁은 광신의 끝이 어딘지를 질로도록 봐 왔기에 가나안이나 지구나 거기서 거기라는 것을 또다시 깨달았다.

“중국을 건드리면 감당 못 할 텐데.”

[12시간 남았습니다.]

“12시간 동안 노력했는데 엄두도 못 낸 모양이네요.”

[흔적도 못 찾은 모양입니다.]

“흐흐. 그럼 마법사가 필요할 때죠.”

지난번 보았던 유영이라는 소녀의 목숨이 경각에 처했다고는 하나 농담 따먹기 하는 상혁의 목소리는 가볍기 그지없었다.

그런데 그때 바깥이 소란스러워졌다. 상혁은 최소한 수백 명의 인기척이 느껴지는 것에 헤르츨에게 태연하게 말했다.

“도착한 모양인데요.”

[도와주실 겁니까?]

“왜요. 중국과도 친구가 될까 봐 걱정되십니까?”

[친구는 원래 적을수록 더 깊은 우정을 쌓을 수 있는 법이니까요.]

“내 이해심은 바다와도 같습니다.”

상혁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손님이 오니 사고가 나지 않게 마법 정도는 해결해야 한다. 상혁이 손가락을 튕기자 구기동 저택을 감싸고 있던 마법이 해제됐다.

쿵쿵쿵!!

그리고 누군가 대문을 두드렸다. 상혁은 전화를 끊고는 오승환을 비롯한 저택 내 동거인들에게 나오지 말라고 손짓하고는 자신이 대신 나갔다.

끼익.

구기동은 서울 안에 있는 동네지만 재건축이나 도시계획과는 거리가 먼 곳이다. 그 때문에 골목이 굉장히 비좁았고 상혁의 저택 앞에는 차 한 대도 못 다닐 정도로 좁았다.

그 때문에 입구에 차를 세우고 걸어온 주석 뒤로 빼곡히 많은 인파가 늘어선 것을 본 상혁이 어깨를 으쓱했다.

“따님 때문에 오셨죠?”

상혁이 리창위에게 말했다. 눈매가 지난번에 본 유영과 흡사해 한 눈에 알아보았다. 유영과 주석을 차례대로 보니 주석도 젊을 때 여자들 꽤 울리고 다녔을 관상이었다.

털썩.

하지만 그때 주석이 상혁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 순간 그 모습을 담기 위해 몰려든 기자들의 카메라가 불을 뿜었다.

파지지직!

그리고 실제로 카메라들이 불을 뿜었다. 상혁이 남몰래 터뜨린 쇼크웨이브가 정확히 기자들이 들고 있는 카메라와 핸드폰만 깔끔하게 날려 버렸기 때문이다.

그런 상혁을 향해 주석이 고개를 푹 숙이면서 외쳤다.

“도와주십쇼. 부디 제 딸을 구해 주십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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