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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먹는 대마법사-213화 (212/249)

쓰레기 먹는 대마법사 213화

213. 도와주십쇼(3)

[이번 상하이에서의 일은 저희도 완벽하게 막지 못했습니다. 미안합니다, 친구.]

헤르츨은 전화를 걸어 다짜고짜 사과했다. 어젯밤 늦게 잠들었다가 벨소리에 일어난 상혁은 인상을 살짝 쓰고는 고개를 갸웃했다.

“뭘요?”

[상하이 말입니다. 위즈니랜드.]

“아하.”

상혁의 눈이 커졌다. 잠이 번쩍 깨는 기분이었다. 그러고는 새삼 감탄했다. 로스차일드의 눈이 거기까지 있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알았어요?”

[위즈니가 저희 산하인 거, 아시죠?]

“네. 그렇죠. 하지만 중국이잖아요.”

[중국…… 그렇긴 하죠.]

헤르츨이 피식 웃었다. 그의 기준에 중국은 참 특이한 국가였다. 자본주의를 받아들여 놓고 정치체제는 공산주의를 지향하는 국가이자 독재 수준으로 정부가 국가의 모든 것을 통제하는 곳인데도 불구하고 그에 저항하는 국민이 거의 없는 특이한 나라였기 때문이다.

헤르츨의 기준에 중국인들은 기본적으로 노예 근성이 있었다. 자신 같으면 그런 통제 속에서 단 하루도 살 수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중국의 압도적인 인구를 바탕으로 세계 IT산업의 공룡으로 떠올랐던 말리바바의 회장이 공산당 고위 관료의 한마디에 공식 석상에 석 달쯤 모습을 감추었다가 초췌해진 모습으로 나타나 공산당에 사과하는 일이 당연하게 벌어지는 곳이다.

[그런데 돈이 잘 통하더라고요.]

“돈이요?”

[꽌시니 뭐니 중국인이 아닌 외국인은 활동하기가 까다롭게 만들어 놨는데, 사실 그 위즈니랜드도 겉으로는 위즈니 상표를 단 중국 기업에서 운영하는 거지만 저희가 직접 운영하는 겁니다.]

“아, 그래서.”

그러나 그런 중국도 사람이 사는 곳이다. 돈으로 해결되지 않는 일이 없다는 뜻이다. 어지간한 돈이라면 모를까 로스차일드 정도의 돈이라면 그게 충분히 가능했다.

[물론 그 전에 중국 공안이 수상한 움직임을 보인다는 것 때문에 관심을 가진 겁니다만.]

“저라는 건 어떻게 아셨고요?”

[위성을 움직였습니다.]

중국의 일거수일투족이 미국에서도 관심사이긴 한 모양이다. 하긴, 중국은 오랜 기간 최강대국 자리를 고수해 왔던 미국에게 강력하게 도전장을 내민 유일한 국가였기 때문이다.

서양에 미국이 있다면 동양에는 중국이 있다.

중국은 이런 식으로 세계인들의 인식을 바꿔 놓고 싶었기 때문에 실제 국력은 미국의 절반의 반도 되지 않는 수준이면서 계속해서 미국을 건드리고 있었다.

“중국이 알아챘을 텐데요.”

[모르더군요. 중국의 우주 굴기가 우리 미국을 따라오려면 백 년은 더 안간힘을 써야 할 겁니다.]

그런데 정작 중국은 그 미국이 위성으로 자신의 땅을 손바닥 들여다보듯 보고 있었지만, 그것조차도 모르고 있었다.

애초에 압도적으로 과학 기술에 차이가 나니 그런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그곳에서 백도현을 구하셨더군요.]

“미워도 피붙이니까요.”

[그것 때문에 조금 더 조사해 봤는데 재밌는 게 나왔습니다.]

헤르츨의 목소리에 웃음기가 서렸다. 그리고 그가 재밌다면서 상혁에게 건넨 정보는 꽤 의외였다.

‘역시 미국인가?’

헤르츨은 백도현이 사실은 살아 있었던 것과 서해 공해상의 컨테이너선에 구류되어 있었다는 것, 그리고 그걸 중국 국가안전부가 움직여 백도현의 신병을 확보하고 있었다는 것까지 정확하게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 가지 더 흥미로운 게 있습니다.]

대충 끝났다고 생각했지만 해르츨은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갔다. 그는 로스차일드의 정보력을 자랑하듯 상혁과 양질의 정보를 공유하는 것을 전혀 꺼려 하지 않았다.

“뭐죠?”

[중국 주석인 리창위가 상하이 503호실, 즉 국가안전부 상하이 지부가 단독으로 작전을 펼친 사실을 뒤늦게 보고를 받고 알았다고 합니다.]

“오?”

상혁의 눈이 반짝였다. 상혁은 그곳에서 유영, 중국 주석의 딸을 만났다. 유영이 그곳에 버젓이 돌아다니고 있었다는 건 황제의 권력을 가진 중국 주석이 백도현의 도주 사실을 몰랐다는 뜻이다.

“백성철의 뒷배가 태자당이라고 하지 않았나요?”

태자당은 중국 공산당의 실세 중의 실세들이 모인 조직이다. 수십 년간 그 안에서 주석이 나왔다.

리창위 역시 그곳 출신이고, 백성철이 연을 맺어 놓은 곳이 태자당이었다. 그리고 그걸 알려 준 것이 바로 로스차일드였다.

[맞습니다.]

“그런데 국가안전부가 움직이는 걸 리창위가 몰랐다고요?”

[예. 상혁이 상하이에 다녀온 바로 그다음 날 긴급히 국가안전부장이 중남해의 근정전으로 불려 갔다고 합니다.]

로스차일드의 눈은 중국의 고위 관료들을 전부 추적하고 있었다. 북경 내 최고의 보안을 자랑하는 중남해도 로스차일드에게는 제집 안방이나 마찬가지였다.

“백도현도 잃었고, 국가안전부도 주석의 허락 없이 움직였고.”

[아마 국가안전부는 백도현의 도주 사실을 숨기기 위해서 독단적으로 움직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문제가 있죠.]

주석은 황제다. 상혁은 가나안의 신분제, 왕과 황제가 있는 그 나라의 정치와 모략에 이골이 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상혁은 곧바로 문제점을 캐치했다.

“주석이 의심하기 시작하겠군요.”

[……정확하시군요. 할 말이 없을 정도로요.]

헤르츨은 땀 한 방울이 관자놀이에 스윽 흘러내리는 것을 느꼈다. 상혁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이십 대가 아니라 마치 자신보다 더 노회한 기업가나 정치인을 보는 것 같았다.

말 한 마리도 열, 아니 백을 유추해 내는 상혁의 능력은 경이로울 정도다. 상혁이 더 대단한 것은 그런 건 경험이 있어야만 가능한 것인데 그걸 아무렇지도 않게 해낸다는 점이다.

상혁의 영혼이 이미 관짝을 열고 들어갈 만한 나이라는 것을 모르는 헤르츨이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그가 그러건 말건 상혁은 씩 웃었다.

“그런 주석의 의심은 그냥 의심으로만 끝나지 않을 거고요.”

절대권력자의 의심은 필연적으로 피를 흐르게 만든다. 그리고 그 의심에 편승하여 제 정적을 제거하려는 승냥이들도 함께 날뛸 것이다.

“분명 피가 흐를 겁니다.”

[예, 덕분에 저에게는 좋은 기회가 온 것 같습니다만.]

주석의 의심은 칼날이 되어 몇몇 고위 관료의 목을 날릴 것이다. 리창위는 그런 점에 있어서는 한 점의 의심도 남기지 않는 쪽을 선호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었다.

최고 권력자가 의심을 남기지 않기를 좋아한다?

그렇다는 건 의심 가는 놈들을 다 죽이고 본다는 뜻이다.

‘그 애랑 안 어울리긴 하네.’

자신을 보며 잔뜩 경계하던 새끼 고양이 같은 주석의 딸. 유영을 떠올린 상혁은 돌연 생각이 났다며 헤르츨에게 말했다.

“참. 저에 대한 것도 주석의 귀에 들어갈 겁니다.”

[……예?]

당황한 것인지 헤르츨의 대답이 한 박자 늦었다. 상혁은 친절하게 한 번 더 설명해 주었다.

“현장에서 주석의 딸을 만났습니다. 유영인가. 꽤 당돌한 소녀던데요. 그래서 마법도 몇 번 보여 주고, 그랬습니다만.”

[어, 어째서.]

“어째서라뇨.”

상혁은 그렇게 묻는 헤르츨이 오히려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내가 왜 숨깁니까?”

[…….]

“난 숨겨야 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드러내서 나에게 피해가 온다? 뭐, 원탁으로 그게 아니란 걸 증명했습니다만.”

상혁의 말에 헤르츨은 말을 잃었다. 상혁은 광오하고 오만했다. 하지만 상혁의 말에 틀린 점이 없는 것도 사실이었다.

마법이라는 초능력을 사용하는 상혁은 자신이 국가전력과 맞먹는다는 것을 불과 24시간 만에 원탁을 무릎 꿇리면서 직접 증명해 냈다.

꿀꺽.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앞으로는 그런 말 하지 마세요. 이해는 합니다만 실망할 수도 있거든요. 알아들을 만한데 계속해서 같은 말을 하는 거, 별로 좋아하지 않는 터라.”

로스차일드와 상혁.

이 둘 사이의 균형의 추는 당연히 상혁 쪽으로 기울어 있다. 헤르츨은 그것을 떠올리고는 침을 꿀꺽 삼켰다.

로스차일드를 중심으로 한 프리메이슨에 맞서 200년 가까이 치열하게 경쟁했던 원탁, 그중에서도 가장 큰 제피렐리를 24시간 만에 무릎 꿇린 것이 자신이 대화하고 있는 상혁이란 것을 늘 상기해야만 한다.

그가, 로스차일드 가의 가주인 그가 모든 자존심을 집어던지고 상혁의 친구가 되기로 한 건 바로 그 때문이다.

[명심하겠습니다.]

“뭐. 좋아요. 그나저나 주석의 의심이 시작됐다라…….”

상혁은 입가에 맴도는 말을 중얼거렸다. 안 그래도 주석과 그 태자당이란 양반들을 한번 만나 보기는 해야 한다.

백성철과의 관계, 그리고 자신의 부모님을 죽인 이들.

백성철이 내민 달콤한 과실을 대가로 그들은 단지 청부를 받아 움직였을 뿐이라고는 하나 그들에게는 그게 하필이면 상혁의 부모님이었다는 것이 불행일 것이다.

‘죗값은 치러야지. 단, 어떻게 나오는지를 보고.’

다 지워 버릴지, 아니면 책임자만 골라내서 죗값을 치르게 할지 생각해 봐야 한다.

“재밌네요.”

[그, 백성철 회장 건은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부모님의 원수요?”

상혁이 피식 웃으며 말하자 수화기 너머의 헤르츨이 헛숨을 들이켜는 것이 느껴졌다. 백성철을 숙부 따위가 아니라 원수라 부르는 것을 보고 대충 짐작한 모양이었다.

“제가 알아서 하죠.”

[예. 하지만 필요한 일이 있다면 언제든 주저하지 말고 제게 연락을 주십쇼. 우린 친구이니까요.]

“친구. 좋습니다.”

그 친구란 걸 어지간히도 우려먹는 헤르츨이었다. 그러나 헤르츨이 그렇게 나오는 데는 이유가 다 있다는 걸 상혁은 알고 있었다.

‘떨어지는 콩고물이 꽤 크니까. 전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끼치는 SG가 휘청거리면 로스차일드가 군침을 삼킬만한 매물이 나올 확률이 올라간다는 소리이기도 하고.’

그러니 선뜻 상혁을 도와주겠다고 손을 내민 것이다. 상혁의 마법을 무서워한다는 것도 머릿속 한편에 있기는 할 테지만 그보다는 그게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헤르츨과의 통화가 끝났다. 상혁은 기지개를 쭉 켰다. 역시 잠이 보약이다. 상해에 다녀온 것도 멀리 다녀온 것이라고 꽤 푹 잘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우우웅!!

일어나자마자 상혁이 하는 건 마나 고리를 점검하는 일이다. 마나도 뽑아보고, 고리도 풀린 곳이 없나 한 번씩 점검을 한 다음 상혁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어나셨습니까, 마스터.”

“응. 너도 좋은 아침.”

이호가 닿으면 베일 것 같은 각으로 정리한 옷을 가지고 들어오자 상혁이 손을 대충 흔들어 주었다.

“일호는?”

“일호는 업무 중이십니다.”

“그래.”

일호는 자의적으로 생각하고 새로운 것을 학습하여 스스로의 의지로 움직일 수 있었다. 하지만 이호에서 열호까지는 그냥 보통의 서번트였다.

지시하는 것만 할 줄 알고, 물어보는 것에만 대답하는 그런 마법 생명체.

우우웅!!

그런데 그때 상혁의 핸드폰이 울렸다. 김지예다. 상혁은 고개를 갸웃했다.

“벌써 스태프를 꾸렸나?”

용산 캠퍼스에 설립할 대학병원의 전권을 김지예에게 일임한 상혁이다. 사실은 귀찮은 일을 전부 다 그녀에게 떠맡긴 셈이지만 맡는다고 했으니 낙장불입이다.

걸걸한 김지예의 성격상 전화를 받으면 육두문자라 날아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상혁이 마음의 다짐을 한 다음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김 원장님?”

[큰일 났다! 큰일 났다고!]

하지만 김지예에게서 날아온 것은 육두문자가 아니었다. 꽤 황망해 보이는 그녀의 목소리에 상혁이 차분하게 말했다.

“일단 진정하시고. 심호흡하세요.”

[후읍, 하아. 후읍, 하아.]

“이제 말씀하세요. 무슨 일입니까?”

상혁의 말에 조금 진정을 되찾은 김지예가 말했다.

[백도현, 그 인간이 사라졌다고요! 어제 새벽이 몰래 빠져나간 모양인데!]

“그래요?”

백도현이 다시 사라졌다는 소리지만 상혁은 별로 놀라지 않았다. 그럴 것이라 예상했으니까.

“내버려 두세요. 다시 나타날 겁니다.”

[그래도 돼요? 아니, 정연이나 그쪽에 알려야 하지 않아요?]

“뭐, 금방 알게 될 겁니다.”

[뭐라고요?]

“그렇게 아세요. 그럼 이만.”

상혁은 전화를 끊었다. 그러고는 턱을 쓰다듬으며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진짜 인간이 달라진 건가?”

사람은 고쳐 쓰는 것이 아니라고 상혁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때로 기적이 일어난다는 걸, 그 기적은 사람만이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백도현의 개과천선이라.”

상혁은 백도현과 개과천선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비죽 웃은 상혁이 이호에게 말했다.

“착한 마음을 먹었으면 가는 길이라도 도와줘야지. 일호에게 말해. 백도현을 도와주라고.”

“예. 마스터.”

“그리고 백도현이 움직이면 SG의 주가가 개박살이 날 거야. 그때 떨어지는 거 전부 주워 담고, 빅딜 하나 준비하라고 해.”

상혁이 히죽 웃었다.

“자신이 세운 제국이 얼마나 연약한 모래 위에 지어졌는지 확인한 뒤 절망하는 백성철의 얼굴을 꼭 한번 보고 싶은데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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