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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먹는 대마법사-205화 (204/249)

쓰레기 먹는 대마법사 205화

205. 더 위자드를 찾아라(5)

“예.”

“어떻게?”

예상대로 백성철이 활어처럼 미끼를 탁 물고 파다닥 튀어 오르자 상혁이 속으로 씩 웃었다. 하지만 겉으로는 전혀 내색하지 않으며 일부러 어수룩하게 뒷머리를 긁적였다.

“운이 좋았습니다.”

“운?”

“예. 맨해튼대학교와 업무협약을 하기 위해 미국에 출장을 간 도중, 그곳에서 스캇 고먼이란 사람을 만났습니다.”

“고먼이라…….”

백성철이 흐음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고먼은 백성철도 잘 알고 있었다. 원탁에 속해 유수의 대기업을 거느리고 있는 재계의 가문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SG전자와도 몇 번 부딪친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 사람이 자기가 연 파티에 절 초대했습니다. 그리고 그곳에 헤르츨 로스차일드가 있었습니다.”

“고먼의 파티에 로스차일드가 있었다?”

꿈틀.

이상한 일이다. 고먼은 원탁 소속이고 로스차일드는 프리메이슨 소속이다. 상혁을 향한 백성철의 눈이 세모꼴이 됐다. 의심을 하는 것이다.

“정말 고먼의 파티였느냐?”

하지만 백성철은 한 번 더 물었다. 상혁이 정말 로스차일드의 가주와 연을 맺었을 수도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거기에 비밀에 꽁꽁 쌓인 더 위자드의 회장까지.

상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고먼의 파티였습니다.”

“지금 거짓말을 하는 것이냐?”

“예?”

상혁은 짐짓 당황했다는 듯 허둥지둥하는 표정을 지었다. 백성철은 그런 상혁을 보며 노한 표정으로 말했다.

“김 실장!”

“예, 회장님. 고먼 가문은 로스차일드의 대척점에 서 있는 세력의 가문입니다. 이사장님. 그런 고먼 가문의 파티에 로스차일드가 왔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이야깁니다.”

“혹시 사기를 당한 것이 아니냐!”

상혁이 사기를 당했을 수도 있다. 하룻밤에 일약 SG의 로열패밀리가 된 상혁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상혁을 노리고 아예 누군가 상혁에게 작정하고 사기를 쳤을 수도 있는 법이다.

옆에서 백정연이 움찔거렸다.

‘속에 구렁이 백 마리는 숨겨 놓은 것 같은 상혁이가?’

당연히 그럴 리 없다. 그러나 백정연은 굳이 상혁의 편을 들지 않았다. 영악한 상혁이 그것을 몰랐을 리가 당연히 없었기 때문이다.

“사기라니요.”

“꼭 돌아가는 상황이 그렇다. 그러니 네가 사기를 당했을 수도 있음이다.”

그러면 그렇지. 백성철은 고작 백상혁 따위가 자신도 모르는 로스차일드의 가주를 만나고 더 위자드의 회장을 알고 있을 리 없다고 판단을 내렸다.

SG그룹의 회장인 자신에게도 들어오지 않은 첩보를 백상혁 따위가 가지고 있을 리 없다는 결론에 이른 것이다.

“분명 헤르츨이 제게 언질했습니다. 얼마 전에 가문에 좋은 일이 있었다고. 그래서 고먼과 좋은 관계가 되기로 했다구요.”

“……뭐?”

“더 위자드의 회장과 만나서도 그 이야기를 했습니다. 우호의 의미로 노리치가 소로스 빌딩을 더 위자드에 팔았다구요. 오랜 기간 앙숙이나 다름없었는데 이렇게 하나가 되어 다행이라고.”

“하나?”

백성철의 눈이 커졌다. 그는 고개를 돌려 김대엽을 쳐다봤다. 하지만 김대엽도 모른다는 표정이었다.

‘알 리가 없지. 적절히 진실을 섞은 거짓말이니까.’

상혁은 속으로 키득거리면서 웃었다. 자신이 한 일을 삼자가 되어 보는 것처럼 설명하는 것도 썩 재미가 있었다.

더불어 백성철을 놀려 먹는 재미도 쏠쏠했고 말이다.

‘누님은 놀라시지도 않네. 그러려니 했다는 건가?’

하지만 백정연은 표정 변화가 하나도 없었다. 너무나도 태연한 그 표정에 백정연이 자신을 신뢰하고 있음을 눈치챘다.

“그게 정말이냐? 하나가 됐다고?”

“예, 노리치와 고먼이 자기네와 손을 잡았다고.”

“뭐라?”

백성철의 눈이 빛났다. 상혁의 저 어수룩함을 보니 상혁이 진실을 말하고 있는 것은 분명했다. 고려할 부분이 있기는 하나 고작 스무 살밖에 되지 않은 상혁에게 저런 빈틈이 있는 건 당연한 일이다.

만약 그렇다면 이건 중차대한 사실이다.

‘프리메이슨과 원탁이 손을 잡았다?’

프리메이슨과 원탁은 기나긴 세월 동안 서로가 서로를 견제해 온 숙적이다. 그들은 각기 미국이란 최강대국을 절반씩 갈라 암중에서 움직이는 이들이었는데, 그런 그들이 손을 잡았다는 건 지각변동을 일으킬 수 있는 중대한 사건이다.

‘김 실장도 전혀 모르는 눈치다. 그렇다면 사실일 확률이 크다. 미국에 다녀온 상혁이 놈이 우연히 정확한 정보를 가져왔음이.’

더 위자드의 발호.

백성철은 그것이 곧 두 세력의 결합을 의미하는 것이라는 결론에 다다랐다. 두 세력의 비호가 없이는 단박에 시총 10위 규모의 새로운 기업이 탄생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사실이다!’

백성철은 김대엽을 불렀다. 그러고는 그의 귀에 대고 빠르게 명령을 내렸다.

“한 시간. 미국 쪽에 있는 모든 네트워크 동원해서 단서라도 잡아 와. 저 말이 사실이라고 가정하고.”

“예, 회장님.”

김대엽이 바삐 사라졌다. 그가 사라지는 모습을 보며 일견 어리둥절한 모습을 한 상혁이지만 속으로는 피식하고 비웃었다.

‘머리 돌아가는 소리 들린다,ㄴ 백성철.’

아마 머릿속의 계산기를 두드리느라 정신이 없을 것이다. 만약 원탁과 프리메이슨이 하나의 기치 아래 뭉쳤다면 SG전자의 사업 방침도 완전히 뒤바뀌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이후에는?”

“로스차일드가 한국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거기에는 이유가 있었구요.”

“이유라 하면?

“더 위자드 때문이었습니다.”

더 위자드란 이름이 나오자 백성철의 귀가 쫑긋하고 서는 것처럼 보였다. 무려 500조라는 투자금을 가진 더 위자드의 행보에 대기업 총수인 백성철이 주목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더 위자드?”

“예. 더 위자드의 회장님이.”

상혁이 히죽 웃었다.

“한국분이셨거든요.”

백성철의 눈이 커졌다.

* * *

그날 상혁은 백성철과 함께 저녁 식사까지 했다. 만약 더 위자드의 회장이 한국인이 아니었다면, 아니 상혁이 헤르츨이나 더 위자드의 회장에 대해서 안다고 말하지 않았더라면 금방 축객령이 내려졌을 것이다.

어쨌거나 배부르게 먹고 나오는 길에 상혁은 자신을 마중 나온 김 실장에게 말했다.

“최선은 다해 보겠습니다.”

“예. 회장님께서 기대가 크십니다.”

“그러면 저, 이사장 조금 더 하는 겁니까?”

상혁이 그렇게 묻자 김대엽이 멈칫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리고 아마 더 위자드 회장님과 자리를 주선해 주신다면…… 한국대가 이사장님에게 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만.”

“그래요?”

“회장님께서 은원은 확실하신 분이시니까요.”

“노력해야겠네요.”

더 위자드의 회장과 자리를 주선해 준다면 한국대를 준단다. 상혁은 속으로 대소하며 웃었지만 겉으로는 전혀 드러내지 않고는 고개를 꾸벅 숙였다.

그런데 백정연이 가지 않고 상혁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의 눈에도 한껏 궁금증이 가득 차 있었다.

“너 정말 더 위자드의 회장님을 알아?”

“왜요? 누님도 관심 있으세요?”

“그럼. 그 사람에 대해서 관심이 없는 기업인이 누가 있을까.”

당연히 더 위자드가 미국 회사기에 회장도 미국인일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더 위자드의 회장이 한국인이라는 것이 알려지면 말 그대로 더 난리가 날 것이다.

한국계 미국인이 미국에서 작은 성공만 거둬도 한국인의 쾌거이니 하면서 뉴스가 나는 곳이 한국이다. 국뽕을 사랑하는 나라인 만큼 그 사실이 알려진다면 마치 마른 장작에 성냥개비를 던진 것처럼 미친 듯이 타오를 것이다.

“왜요?”

“왜긴. 잘 만나서 투자를 받으면, 그만큼 얻는 게 크니까.”

“대기업도요?”

“왜. 대기업은 투자를 싫어할 것 같아?”

백정연이 싱긋 웃었다. 남의 돈을 가져다 쓰는 투자를 싫어하는 기업은 없다. 사업 중 가장 좋은 건 바로 남의 돈으로 하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게 실패를 한다면 져야 할 책임이 있지만 그건 어차피 자기 돈으로 해도 마찬가지다.

“잘 생각하세요. 로스차일드가 뒤를 봐주고 있는 투자기업이잖아요. 혹시나 실패했다가 미국이 나서면 어떻게 하시려고.”

“음, 그건 좀 그렇다. 그치?”

그래도 기업들은 부나방처럼 달려들 것이다.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것보다 깔끔하게 한 곳을 통해 들어오는 돈이 나중에 처리하기에도 더 간편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 생각에는 왜 로스차일드가 더 위자드의 뒤를 봐주는 게 아닐 것 같지?”

“그럼요?”

“로스차일드가 더 위자드의 눈치를 보는 것 같은데. 아니야?”

백정연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그러나 이내 둥글둥글해졌다. 상혁은 피식 웃었다.

‘하여간 눈치는 빨라서.’

백정연은 눈치챈 것이다. 어쩌면 더 위자드의 회장이 한국인이라고 했을 때부터 눈치를 챘을지도 모른다.

“혹시 그 회장님 만나면 한번 슬쩍 물어나 봐줘. 호텔 앤 리조트에는 관심이 없냐고.”

“거긴 노리치가…….”

“노리치와 고먼이 로스차일드의 손을 잡았다면서. 그러니까 다 한통속이란 소리지.”

“뭐. 한번 물어는 보겠습니다.”

상혁이 어깨를 으쓱했다. 백정연이 해사하게 웃으며 상혁의 어깨를 툭 쳤다.

“그럼 이 누님은 간다. 이제 회장직도 얼마 안 남았으니 슬슬 호텔로 복귀할 준비 해야지.”

“조심해서 들어가세요.”

“알았어. 참. 그냥 듣기나 하라고 하는 말인데, 난 내가 운영하는 호텔을 파리와 로마에 세우는 게 꿈이거든. 뭐, 그냥 그렇다고.”

탁.

부우웅.

백정연은 자기 할 말만을 하고는 차를 타고 가 버렸다. 혼자 남은 상혁은 피식 웃었다.

“뭐, 더 위자드라면 어렵지 않을지도?”

상혁의 앞에 오승택이 운전하는 차가 섰다.

* * *

“오셨습니까, 마스터.”

상혁이 구기동 저택에 도착하자 기다리고 있던 일호가 반겼다. 상혁은 고개를 끄덕여 준 뒤 일호에게 말했다.

“보고할 일이 있는 모양이지?”

일호부터 열호까지. 서번트 열 기를 만든 상혁은 보고할 것이 있을 때만 일호를 통해 보고를 받았다. 일호가 고개를 끄덕이자 상혁이 넥타이를 풀며 말했다.

“뭔데?”

“백도현과 관련된 일입니다.”

“백도현? 상하이에서 놓쳤다고 하지 않았나?”

백도현은 서해 공해상에 있던 컨테이너선을 폭파시키고 중국으로 도피한 뒤 일호의 감시망에서조차도 사라졌다.

“상하이의 혼잡도에 대해 미리 대비하지 못한 측면이 큽니다. 죄송합니다, 마스터.”

“이제 와서 탓하려고 그러는 게 아니야. 그런데 다시 찾은 거야?”

“예, 우연히 포착했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상혁은 물 한 잔을 들이켜고는 손에 잔을 든 채로 고개를 갸웃했다.

“도주 중인 것으로 보였습니다.”

“도주?”

상혁의 눈이 커졌다. 상혁은 일부러 백도현의 소재를 백성철에게 흘렸다. 아무리 백성철이라고 해도 제 아들이 죽지 않았다는 것을 알면 무언가 움직임을 취할 것이라고 예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백성철은 실제로 움직였다.

그것도 정체불명의, 신원미상의 조직을 이용해서 백도현을 구출하여 사라진 것이다. 그리고 상혁은 그게 중국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금처럼 손발이 다 묶인 백성철이 움직일 수 있는 건 오래전부터, 상혁의 부모님의 죽음을 청부할 정도의 사이였던 중국 공산당밖에 없었으니까.

백도현을 구해 낸 그들이 상하이로 사라졌고, 그들이 국가안전부 소속일 것이라는 증거를 찾기 위해 수색 중이었는데 백도현을 발견한 셈이다.

“왜지? 설마.”

그런데 백도현이 도주 중이라는 것은 그곳에서 탈출했다는 뜻이다. 상혁은 왜 그럴까 싶어 생각하다 눈을 가늘게 좁혀 떴다.

“설마, 백성철이 제 아들을 살리려는 게 아니라.”

백도현은 골칫덩어리다. 살리기도, 죽이기도 그런 애매한 포지션에 있었기 때문이다. 대외적으로는 백도현이 죽었다고 알려져 있었는데, 그런 백도현이 살아 있다고 하면 생길 문제가 한둘이 아니다.

당장 백도현이 실행했던 인체 실험에 대한 조사가 다시 처음부터 이뤄질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죽이려는 거였어?”

그렇다면 백성철은, 그 번거로움을 피하기 위해 제 아들을 죽이려고 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자기 동생에 이어 자기 아들까지?”

참 재밌는 인간이라고 생각하며 상혁이 히죽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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