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먹는 대마법사 202화
202. 더 위자드를 찾아라(2)
[SG건설, 미국 투자법인 ‘더 위자드’로부터 15조 투자 유치]
[SG건설의 호실적, 주주들은 방긋!]
[15조 유치의 SG건설, 앞으로의 향후 행보는?]
백이현은 박상원과의 만남 이후로 곧바로 대대적으로 크게 언론을 이용해 홍보했다.
1, 2억도 아닌 무려 15조.
그런 어마어마한 금액의 투자는 일개 사기업을 대상으로 일어난 투자 중에서는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큰 투자였기 때문에 삽시간에 재계가 들끓어 올랐다.
경제지에서는 연신 그 투자자의 정체에 대해서 수소문했고 SG건설의 주가는 곧바로 고공행진을 기록했다.
상한가, 또 상한가.
그렇게 SG건설이 끝을 모르고 치고 오르고, 백이현이 잃었던 신망을 실적으로 되찾아가던 와중 그 미스터리 미국 투자법인에 대한 정보가 알려지자 대한민국은 한 번 더 난리가 난다.
더 위자드 코퍼레이션.
투자회사 단일로는 거의 국가급 자본금인 588조의 자본금을 보유한 더 위자드가 SG건설을 대상으로 투자를 진행했음이 드러난 것이다.
특히 경제에 대해서 민감하거나 정보가 빠른 자들은 더 위자드가 불과 한 달 전에 미국 시총 10순위에 모습을 드러내며 일약 신데렐라처럼 나타난 회사란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 파장은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이미 더 위자드의 존재에 대해서 알고 있던 사람들과 정보가 빠른 기자들로 인해 안 그래도 도로가 마비되던 강남 더 위자드 한국지부의 본사는 이제 관할 경찰서에서 통제를 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수많은 사람이 몰리기 시작했다.
무려 588조나 되는 돈을 거머쥔 투자법인이 SG건설에 투자를 진행함으로써 한국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더 위자드의 행보는 모든 사람들에게 있어 초유의 관심사가 되었다. 그리고 실제로 채 보름이 지나지 않아 더 위자드가 다른 곳에 투자를 진행했다는 것이 알려졌다.
SG환경재단.
SG건설에 이어 이번에도 또다시 SG라는 것이 작은 소음을 만들어 냈지만, 대부분의 기자나 관심을 가진 사람들은 이번에는 더 위자드가 얼마나 많은 투자금을 집행하였는지를 초미의 관심사로 여겼다.
[더 위자드, SG환경재단에 9,000억 투자 결의.]
[9,000억 투자 SG환경재단, 대한민국의 환경을 책임지다]
[더 위자드의 환경에 대한 관심, 무슨 의미?]
9,000억.
15조나 투자한 SG건설에 비하면 빛이 바래는 투자 금액이었다. 그러나 그건 15조에 비해서란 말이지 무려 9,000억이다.
1조에 가까운 금액.
그러자 세간의 관심은 대체 SG환경재단이 무엇을 하는 곳이길래 더 위자드로부터 9,000억이나 되는 투자금을 유치했는지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그곳의 이사장인 김상돈은 공식 기자회견을 열었고 300석 규모의 기자회견장에 무려 600명이나 되는 기자들이 몰려들며 성황을 이루게 된다.
그렇게 수백 명의 기자가 김상돈의 입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와중에 김상돈은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
“저희 SG환경재단에서는 신기술을 이용하여 대기와 수중오염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정화 장치를 개발하였습니다.”
김상돈은 기자들이 웅성거리는 것을 보면서도 흔들리지 않았다. 그도 알고 있었다. 기자들이 관심이 있는 건 SG환경재단과 더 위자드의 연관성이라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김상돈은 계속해서 꿋꿋하게 말을 이어 나갔다.
“정화 장치의 이름은 각각 제석천과 용왕이라 명명하였습니다.”
그때, 몇몇 정보에 빠른 기자들의 눈이 반짝였다. 그들이 들어 본 이름이 김상돈 교수의 입을 통해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용왕.
러시아가 자국의 방사능 해역을 정화하였고, 그 가운데 용왕이란 정화 장치가 혁혁한 역할을 했다는 것.
그 출처가 당시 러시아 진출을 논의하고 있던 SG호텔&리조트의 백정연 대표라는 사실도 러시아 쪽에서 흘러나온 정보를 통해 알고 있던 기자들이 그곳에 있었던 것이다.
‘그 기술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는 건.’
‘상용화가 끝났다는 소리인가?’
‘그럼 더 위자드가 관심을 가진 이유가?’
몇몇 기자들의 손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중 몇몇은 김상돈의 말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더 위자드가 아니었다면 신기술이라고 해도 검증이 안 되었다며 무시했을 그들이지만 더 위자드가 9,000억이나 되는 돈을 일개 재단에 투자했다는 건 그 신기술에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보시다시피 이 자료를 보시면 용왕의 정화 능력은…….”
김상돈의 말이 이어지자 처음에는 관심이 없던 기자들의 눈이 커지기 시작했다.
“저, 정말인가?”
“그렇겠지. 그러니까 9,000억이나 투자한 거 아니겠어?”
“환경재단에서? 연구소가 아니라?”
“에이. 너 김상돈 교수 몰라?”
김상돈은 단상 앞에 서서 용왕과 제석천의 효용에 대해 설명하며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이다. 다들 납득하는 분위기군.’
넘어야 할 산이 아직 많았지만 적어도 용왕과 제석천이 첫선을 보이는 지금 당장은 더 위자드와 자신의 명성으로 인해 무난히 기자들이 이해하고 넘어가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이해하지 않아도 상관이 없다라.’
하지만 그중에 의문을 품는 이가 있더라도 상관없었다. 아직 용왕과 제석천의 과학적 토대는 완성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혁이 든든하게 한 말이 아직도 김상돈에게는 충격으로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용왕과 제석천을 적극 이용한다면 대한민국은 물론 전 세계의 환경 파괴로 인한 오염과 기후 변화에 대한 문제를 10년 이내에 현 수준의 10퍼센트 내외로 떨어뜨린 뒤 제어할 수 있을 것이라 전망하고 있습니다.”
김상돈의 말은 희망으로 끝났다. 그리고 그건 그가 바라 마지않던 것이었다. 자신이 사는 이 지구의 푸르름이 영원불멸하길, 그리하여 환경을 공부하기 시작했던 김상돈이었기 때문이다.
“SG환경재단이 신기술로 개발한 정화 장치, 용왕과 제석천에 대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김상돈의 설명은 무려 한 시간 동안이나 이어졌다. 마치 자신이 다시 교수가 되어 제자들을 앞에 내려놓고 가르친 것 같았다.
하지만 그때와 다른 점은 교단에서는 이론이나 현상에 대한 설명이 전부였지만 지금은 미래에 대한 청사진과 확실한 결과물을 만들어 앞에 내놓았다는 점이다.
“질문 있으신 분?”
김상돈이 기자들에게 물었다. 그러자 마치 비가 온 뒤 죽순이 자라는 것처럼 기자들의 손이 번쩍하고 들렸다.
* * *
[검증이요? 조만간 실사 검증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그 기술은 공개할 생각이 없습니다. 단.]
김상돈의 기자회견은 인터넷을 통해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김상돈이 개발해 낸 신기술을 적용한 정화 장치는 말 그대로 다음 시대의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을 만한 기술이었기 때문이다.
[저희 SG환경재단은 용왕과 제석천을 돈을 받고 팔 생각이 없습니다. 이는 환경재단의 설립 목적과 공익성에 위배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용왕과 제석천의 생산 설비를 갖춘 뒤, 차례대로 생산하여 공평하게 전 세계에 배포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김상돈은 그 대단한 신기술을 개발했으면서도 그걸 돈을 받고 팔 생각이 없다는 건 아예 못을 박아 버렸다.
사실 자본 주의가 만연한 이 세상에서 김상돈의 말은 그저 허울 좋은 메아리가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김상돈의 기자회견이 인터넷상에서 큰 호응을 이끌어 낸 이유는 그저 허울 좋은 메아리로 끝나지 않을 만한 능력이 그와 SG환경재단에는 충분했기 때문이다.
[그것을 위해 더 위자드를 만났고, 더 위자드에서는 향후 용왕과 제석천의 개발과 생산에 필요한 모든 제반 비용을 투자하였고, 미래에 재투자할 가능성에 대한 확약을 받아 냈습니다.]
기껏 일개 재단에, 아무리 SG의 이름이 붙었다고 해도 그럴 만한 깜냥이 되냐며 의심하는 이들의 입을 김상돈이 꽉 다물게 만들었다.
더 위자드.
그곳이 한국에서 이름을 드러낸 건 딱 두 번이었지만 그들의 자금력에 대해서 의심하는 자들은 없었다.
오죽하면 이제 인터넷을 사용하는 이들 중에서는 10대나 80대 노인까지도 더 위자드의 무지막지한 자금력에 대해서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을 정도로 이미 널리 더 위자드에 대한 것이 퍼지고 또 퍼진 탓이다.
[또한 지구를 좀 먹고 있는 토양 오염 및 방사능 오염에 대한 개발도 착수 중에 있습니다. 이 역시 더 위자드에서 개발을 보장하고 있으니 본 재단의 역량에 대한 의심은 하지 않으셔도 될 겁니다. 그럼.]
김상돈은 그 말을 한 뒤 단상에서 내려갔다. 그 패기와 기백에 사람들은 감탄하면서 박수를 보냈다.
[키야. 저 패기 봐라. 전 세계에 무료로 용왕과 제석천을 배포한단다.]
[그런데 그게 그냥 저절로 수질 오염이랑 대기 오염을 해결한다는 게 사실임?]
[그게 아니라면 전 국민 사기인데. 사기꾼 아냐?]
[사기꾼이면 돈 받고 팔겠다고 하지. 미쳤다고 대국민 기자회견을 열어서 그걸 무료로 판다고 했을까?]
[9,000억 투자를 받았다잖아. 9,000억을 투자한 회사가 눈뜬장님도 아니고.]
[돈느님이시다! 캬! 주모!]
인터넷에서는 당연히 설왕설래가 오고 갔다. 하지만 중론은 대충 하나로 모아졌다.
[두고 보지 뭐. 저게 구라라고 해서 우리가 손해 볼 건 없지 않음?]
어차피 SG환경재단은 재단이다. 그렇기 때문에 주식 시장에 상장한 회사도 아니어서 사기를 쳐서 주식이 오른 다음 나중에 손해를 볼 일도 없었다.
그렇다고 자기네들이 신기술을 적용시켜 생산한 제품을 판다는 것도 아니고, 심지어 무료 배포다. 그러니 그냥 자신들은 팝콘이나 먹으면서 구경하면 되는 일인 것이다.
하지만 일반인이 아닌 이들은 엉덩이를 들썩거렸다.
기회.
아이디어는 뛰어나지만 자금력이 부족해 합당한 기술력을 갖추지 못한 회사나 개인은 김상돈 교수의 기자회견을 보면서 희망을 품기 시작한 것이다.
막대한 자본력을 갖춘 그들의 눈높이만 통과하면 자신의 꿈을, 아이디어를 얼마든지 현실화가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기회가 생긴 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이 회사고, 개인일지라도 더 위자드를 만날 수 있는 길은 묘연했다. 더 위자드는 지부를 가지고 있으나 그들이 어떤 방식으로, 어떤 절차를 거쳐 투자할 만한 회사를 찾는지에 대한 것이 전혀 알려진 바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찾아가려고 해도 일차적으로 주변을 관할 경찰서에서 출동하여 통제하고 있어 접근이 용의치 않았고, 1차를 뚫더라도 이차적으로 회사 건물 주변을 산더미만 한 덩치를 가진 경호원들이 철통같이 지키고 있어 도저히 내부로 들어갈 수가 없었다.
그러니 당연히 그들이 두드릴 곳은 정부밖에 없었다.
[투자법인 하나가 막대한 자본금으로 국내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 정부는 뭐함?]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에 투자할 수 있도록 정부는 더 위자드를 만나라!]
[나라에서 이건 밀어줘야지.]
[정부는 움직여라!]
더 위자드를 못 찾은 사람들은 인터넷으로 몰려갔다. 그러자 더 위자드의 회장이나 그와 관련해서 궁금한 사람들까지 그곳으로 달려들었다.
그러자 난감해진 것은 정부다.
[박기태 청장님.]
“예, 장관님.”
중소기업청의 청장인 박기태는 바싹 군기가 든 모습으로 전화를 받았다. 지금 전화를 건 사람은 산업통상자원부의 장관으로 박기태의 5년 선배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그를 정계로 끌어 주고 밀어준 사람이었기 때문에 박기태는 그가 죽으라면 죽는시늉까지도 해야만 했다.
[더 위자드의 책임자를 부르세요.]
“예. 그래서 향후 더 위자드의 투자에 대해서 논의를 해 보겠습니다.”
[믿습니다.]
“걱정 마십시오, 선배님.”
박기태는 장관의 입속의 혀처럼 굴었다. 그가 선배님이라고 한 것을 장관은 나무라지 않았다. 그러고는 전화가 끊기자 박기태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지금 당장 각 부처의 팀장들 모이세요. 특히 기획조정팀, 중소기업정책팀, 창업벤쳐혁신팀, 소상공인정책팀의 팀장은 필수입니다. 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