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쓰레기 먹는 대마법사-197화 (196/249)

쓰레기 먹는 대마법사 197화

197. 누구시라고(2)

세기의 스캔들이라며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사만다 허드와 SG그룹 백상혁의 약혼이 파혼했다는 소식이 전 세계를 강타했다.

그 소식은 처음 스캔들이 퍼졌을 때처럼 무수히 많은 루머를 양산하였으나 사만다 허드는 강단 있게 루머를 만든 자들을 찾아내어 일벌백계하겠다며 전쟁을 선포했다.

그리고 그런 사만다 허드의 행태에 루머를 양산한 이들과 악플을 써 내려간 익명의 키보드 워리어들은 조소를 금치 못했다.

[언론을 탄압하겠다고? 여기가 로켓맨의 나란 줄 알아?]

[찾아보라지. 날 찾아내면 기꺼이 울면서 그랜절하고 반성문 300장 쓴다.]

[사만다 성격이 저러니까 그 재벌이 못 버티고 도망간 거지. 인정?]

그들은 루머 양산자와 악플러들을 합의 없이 처벌하겠다는 사만다 허드의 의지가 담긴 기사에도 몰려가 댓글을 우르르 달았다.

그리고 온라인상에서는 또다시 그와 관련한 무수히 많은 루머들이 양산되었다.

하지만 그렇게 기사가 나간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하나둘씩 사만다 허드를 욕하던 악플과 그녀를 저격한 영상들이 내려가기 시작하더니 이내 사과문이 하나씩 올라오기 시작한 것이다.

SNS, 커뮤니티, 동영상 스트리밍 사이트 등 파혼에 대해 루머를 양산하거나 누구의 탓이라면서 악플을 조장했던 이들의 사과문과 선처를 바라는 영상이 수십 개, 수백 개씩 올라오기 시작했다.

[X발. 뭔데. 악플 하나 달았다고 FBI가 왜 찾아오는데.]

[실화냐? 방금 NYPD에서 연락 옴. 악플 달았다고 법정에 출두하라는데.]

[인터넷에 올린 댓글 지우는 방법.]

[인터넷 장의사 구함.]

미국 내에서만 무려 50만 명 이상이 고소를 당했고 사만다 허드와 그녀를 돕는 로펌은 단 하나의 선처도 없이 그들 모두에게 벌금형을 매기거나 심한 경우에는 징역형까지 때렸다.

그리고 그건 세계 역사상 처음으로 악플을 달았다거나 루머를 양산했다는 이유만으로 감방까지 가게 된 판례를 만들어 냈다.

또한 가십지의 기자들도 연이어 쇠고랑을 찼다. 일각에서는 이건 사만다 허드가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고, 다른 거대한 배후 세력이 그녀를 돕고 있는 것이란 이야기도 나왔지만 팝콘을 먹으며 강 건너 싸움 구경을 하고 있던 사람들은 또 다른 음모론자 납셨다며 비웃었고 그 의견은 곧 묻혔다.

그러나 그렇게 미국이 시끄러운 사이 상혁은 미국의 일에서 아예 신경을 껐다. 그리고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자신의 구기동 저택에 틀어박혀 작업에만 집중했다.

“됐다. 이제 딱 10호네.”

번쩍!

스르륵!

마지막 마나석 하나가 세공된 채 인체를 그대로 본떠서 만든 금속 인형의 이마에 박혔다. 그러자 눈두덩이 부분에서 안광이 확 피어오르더니 상혁의 손끝에서 흘러나온 마나와 맞닿았다.

부드럽게 일어난 금속 인형은 당연하다는 듯 상혁 앞에 무릎을 꿇었다. 무릎을 꿇는 사이 금속이 아닌 인간의 살결을 가진 나신의 남자가 상혁에게 고개를 숙였다.

“마스터를 뵙습니다.”

“넌 십호다. 아니, 십호는 좀 그러네. 열호하자.”

“열호…… 이제부터 저는 열호입니다, 마스터.”

상혁은 서번트를 10호까지 늘렸다. 선악의 저울을 통해 그곳에 떠돌던 원귀들을 성불시키면 마나석이 나왔는데, 미국에서 선악의 저울을 대량으로 사용한 덕분에 여덟 개나 되는 마나석을 챙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서번트는 이 정도면 됐다.”

일호부터 열호까지.

상혁은 서번트를 열 기 만들었다. 전투 골렘 대신 서번트를 집중적으로 만든 이유는 상혁이 운영해야 되는 더 위자드 컴퍼니 때문이다.

“588조나 되는 돈은 사람에게 맡기는 것보다 서번트에게 맡기는 게 더 낫지.”

욕망이 있는 인간보다는 차라리 서번트가 더 낫다. 그리고 믿음직스러운 일호가 서번트들을 통솔할 것이기 때문에 아마 그 효율은 백 명 그 이상으로 나올 것이다.

“마스터, 이창엽 씨가 찾아오셨습니다.”

“한국대학교 때문인 것 같네. 올라간다고 해.”

“예.”

더 위자드 코퍼레이션은 한국에도 그 지부를 세웠다. 그에 필요한 모든 절차는 이미 로스차일드에서 해결해 놓았기 때문에 일호와 서번트는 이미 그곳으로 출근을 하고 있었다.

구기동 저택은 서번트 하나만 있으면 되기에 삼호가 일호의 일을 대신하고 있었다.

“참, 아직도 회사 주변에 기자들 많아?”

“예. 상주하고 있는 기자들의 수만 서른네 명입니다.”

“뜨거운 관심에 몸 둘 바를 모르겠네.”

미국발(發) 찌라시가 한국을 강타했다. 바로 새롭게 미국 시총 10위에 모습을 드러낸 더 위자드 코퍼레이션의 주인이 한국 사람이라는 것이 국내에 소문이 난 것이다.

“계속해서 애 좀 타라고 해. 결정적인 순간에 나타나야 더 임팩트가 심하지.”

그리고 그 소문을 낸 것은 바로 상혁이었다. 김태양을 통해 은밀히 찌라시를 날린 상혁은 일부러 더 꽁꽁 숨었다.

그러다 나타나야 더 충격이 크기 때문이었다.

588조면 대한민국의 1년 예산이다. 그 정도 규모의 자금을 가지고 ‘투자회사’로 이름을 올린 더 위자드 코퍼레이션이 한국에 지부를 세웠다는 것이 확인이 되자 경제란은 또다시 시끄러워졌다.

588조.

그런 엄청난 자본금을 가진 투자회사가 한국에 지부를 세웠다는 것이 무엇을 뜻하겠는가.

한국에 투자하겠다는 뜻이다.

그런 메시지이기 때문에 더 위자드의 1,000억짜리 빌딩을 사서 입주한 강남의 한국지부 주변에는 별의별 인간들이 다 모여들었다.

소문으로만 떠도는 한국인 사주를 찍겠다며 모여든 기자들과, 어떻게든 투자를 받겠다는 의지로 모여든 어중이떠중이들까지 강남 한복판에 도떼기시장이 열린 셈이다.

개중에는 그냥 무작정 건물 안으로 들어가겠다며 난동을 피운 사람도 분명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상혁이 미국에서 데려온 골렘의 거친 용병 출신 경호원들에 막혀 건물에 발끝도 닿지 못한 채 쫓겨났다.

몇몇 기자들은 그 와중에 카메라가 부서지고 옷이 찢기기까지 했다.

그러니 알 권리 운운하며 자기들 편할 때만 국민의 권리를 찾는 기자들이 가만히 참을 리 없다. 그러나 그들의 기사는 단 한 줄도 인터넷이나 지면에 실리지 못했다.

언론사.

언론사에 전방위에서 압박이 들어갔다. 기사를 실으면 광고를 빼겠다며 같이 합심이라도 한 것처럼 연락을 가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자들은 울분을 집어삼킬 수밖에 없었다.

언제나 알 권리로 무장하여 기자란 직책을 남용했던 그들은 최초로 더 위자드 앞에서 자신의 기자증이 무색해지는 것을 느꼈다.

결국 다른 수가 없다면 몸으로 부딪치는 수밖에.

그 때문에 아직도 더 위자드 앞에는 기자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상혁이 빙글거리며 손에 꼈던 토시를 옆에 내려놓고 눈에 꼈던 루페를 내려놓았다.

“으그그극.”

기지개를 켜며 뭉친 어깨를 대충 풀어 준 상혁이 바깥으로 나와 손바닥으로 햇볕을 가렸다.

“따갑네.”

부스스하게 웃은 상혁에게 이창엽이 다가와 고개를 꾸벅 숙였다. 상혁이 고개를 끄덕이자 이창엽이 품에서 태블릿을 꺼내며 보고사항을 요약하여 말했다.

“한국대학교 용산 캠퍼스 건립은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SG건설의 백이현 사장이 이사장님을 뵙고 싶다고 연락을 계속해서 주셨습니다.”

“백이현이?”

“예.”

백이현은 여전히 SG건설의 사장이었지만 그 위상은 예전과 같지 않았다. 백성철이 구속되고 백도현이 죽은 뒤, 백이현마저 회장 자질에 크게 결함이 있다는 것이 밝혀진 뒤 그는 쥐 죽은 듯이 지냈다.

백정연과의 사이도 좋게 유지하려고 애를 쓰는 것을 보니 돌아가는 분위기가 자신에게 그리 좋지만은 않다는 것을 눈치채고 있었기 때문이다.

“삼합회는요?”

“백이현을 버린 듯합니다.”

“그런가요.”

상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줄 알았다. 삼합회는 백이현과 손을 잡은 듯했지만 그건 헐거운 동맹 관계였던 모양이다.

백이현이 줄이 끊어진 것처럼 보이자 가차 없이 그를 버린 것을 보면 알 수 있었다.

“백이현이라. 한 번 만나줄 때도 됐지요. 약속 잡으세요.”

그러자 이창엽이 고개를 퍼뜩 치켜들었다. 설마 상혁이 백이현을 만나려 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그는 고개를 꾸벅 숙여 보였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걱정되는 게 있으면 말을 하세요. 혼자 속만 썩이시지 마시고.”

상혁의 말에 이창엽이 고개를 들었다. 상혁이 희미하게 웃고 있는 것을 보자 신기하게도 이창엽은 걱정스럽던 마음이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자신은 비서다.

상혁에게 혹시 모를 여러 가능성에 대해서 미리 언급을 해 주고 경고해 주는 것 역시 그의 일이다.

“백이현 사장이 지금껏 조용히 있었다는 것이 마음에 걸립니다.”

“삼합회도 손을 놓았는데, 또 뭐가 있습니까?”

상혁은 빙글거리며 웃었다. 그러자 이창엽이 힘겹게 입술을 떼며 상혁에게 말했다.

“백이현 사장이 아무래도 미국과 손을 잡은 것 같습니다.”

“미국.”

상혁의 눈이 살짝 커졌다. 이창엽은 상혁의 표정을 놓치지 않고 덧붙였다.

“아무래도 로스차일드라고 아십니까?”

“알지요. 소설이나 영화에 많이 나오는 이름이 아닙니까?”

“예. 그런데 얼마 전 갑작스레 미국 기업들 중 시총 30위 권 이내의 기업 세 곳의 계약을 SG건설이 수주했다는 것 때문에 제가 조사를 따로 해 봤습니다.”

상혁이 재밌다는 듯 웃었다.

“그리고요?”

“놀라지 마십시오. 시총 30위 권이면 사실상 국내에서는 SG전자를 제외하고는 비교 대상이 없는 기업들이지 않습니까. 그런데 그런 회사와 SG건설이 갑자기 이어졌다는 것인데 그 세 기업의 회장이 전부 유대인이었습니다.”

“유대인이라. 재밌네요. 하지만 고작 유대인이라는 것 때문에 로스차일드가 나온 겁니까?”

이창엽은 줄곧 진지했다. 하지만 전말을 아는 상혁은 진지한 이창엽의 모습이 웃겼다.

“물론 아닙니다. 제가 미국을 통해 여러 가지 방면으로 조사를 한 결과.”

스윽.

이창엽이 상혁에게 사진 한 장을 내밀었다. 그곳에는 헤르츨이 있었고 그 주변으로 로스차일드의 주요 장로들로 보이는 이들이 찍혀 있었다.

“이자. 그리고 이자. 그리고 이 사람까지. 가운데 있는 사람이 로스차일드 가의 가주로 추정이 되는데 로스차일드 가의 회동 때 찍힌 사진에 찍혀 있다는 게 무슨 의미겠습니까.”

“기업사냥이다?”

“예. 만약 백이현 사장에게 로스차일드가 지원을 한다면 대단히 힘든 싸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짝짝짝.

이창엽의 결론에 상혁은 손뼉을 짝짝 쳤다. 자신이 시키지도 않았는데 혼자서 열심히 추리하고 추론하여 나름 결론에까지 도달한 것에 박수를 쳐 줄 만했기 때문이다.

“이사장님?”

“좋은 접근에 좋은 추론, 그리고 좋은 결론이었어요. 비록 사실은 아니지만.”

로스차일드는 백이현에게 접근하지 않았다.

그들은 백이현이 아니라 상혁이 속한 SG그룹을 위해 ‘선물’이라는 이름으로 일거리를 준 것뿐이다.

“그렇게도 볼 수 있겠군요. 백이현도 이걸 알고 있습니까?”

상혁은 시시콜콜하게 이창엽에게 설명해 주는 대신 백이현도 알고 있냐고 물었다. 그러자 이창엽은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예. 백이현 사장이 이걸 기회로 사람들을 다시 모으고 있다고 합니다.”

삼합회, 그리고 SG그룹 따위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곳이 바로 로스차일드 가문이다. 상혁은 백이현이 갈 곳까지 갔다는 것을 깨달았다.

‘허장성세가 필요한 곳까지 내몰렸다는 뜻이군.’

상혁은 빙긋 웃었다. 그러고는 여전히 혼란스러워하는 이창엽에게 상혁이 말했다.

“백이현 사장은 만나는 걸로 합시다. 그리고 만약 정답을 원한다면 이쪽으로 연락해 보세요. 그럼 알려 줄 겁니다.”

상혁은 종이쪽지에 번호를 휘갈겼다. 그리고 그건 헤르츨에게로 거는 직통 전화였다. 무려 로스차일드 가주의 개인 번호를 알려 준 것이다.

“친구가 전화하라고 했다면 친절하게 대답해 줄 겁니다.”

“그게 무슨…….”

이창엽은 쪽지를 받아 들고는 멍청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상혁이 시계를 보고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이창엽에게 말했다.

“용산 캠퍼스는 이창엽 씨에게 계속 맡기겠습니다. 그럼 저는 김상돈 교수님을 만나러 가야 해서.”

상혁은 이창엽만 덩그러니 남겨 둔 채 오승택이 대기하고 있던 차에 올라타고는 떠났다. 그렇게 혼자 남은 이창엽은 핸드폰을 들어 쪽지에 쓰인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와…… 왓??”

경악에 찬 이창엽이 손에서 핸드폰을 툭 하고 떨어뜨렸다.

[헬로, 헬로? 아임 헤르츨 로스차일드. ‘친구’는 어디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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