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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먹는 대마법사-194화 (193/249)

쓰레기 먹는 대마법사 194화

194. 참고로 난 욕심쟁이(4)

파월의 눈이 돌아가는 소리가 상혁의 귀에 들리는 듯했다. 자신의 한마디에 파월이 대혼란에 빠져든 것을 보며 상혁이 속으로 웃었다.

‘그래도 선의로 다가온 사람인데. 조금의 여지는 줘야겠지?’

프랑스에 있는 제피렐리 소유의 포도밭 다녀온 후 어떻게 찾아낸 것인지 원탁의 나머지 가문의 전권을 위임받은 책임자라는 프랭크 글레이저가 상혁을 찾아왔다.

그리고 그들은 전격적으로 상혁에게 두 손 들고 항복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맨 처음 상혁이 바란 50퍼센트뿐 아니라 더 나아가 70퍼센트를 바치겠다면서 무조건적인 항복 의사를 밝힌 것이다.

물론 조건은 있었다.

자신들을 지켜 달라는 것.

누구에게서 지켜 달라고 한 것인지는 뻔했다.

‘프리메이슨이겠지.’

원탁의 가장 큰 적이자 가장 위험한 적은 바로 프리메이슨이다. 그런 프리메이슨에서 어떤 식으로든 상혁에게 메시지를 보냈다는 것을 예상하고 먼저 선수를 친 것이다.

그러니 프리메이슨이 어떻게 나오냐에 따라 상혁의 스탠스가 달라질 것이다.

원탁의 70퍼센트를 받고, 새로운 원탁의 맹주가 될 수도, 그게 아니라면 프리메이슨에게 모든 것을 넘기고 그에 합당한 대가만 받고 빠질 것인지 정해질 것이다.

‘무슨 선택을 할까?’

상혁은 심히 궁금해졌다. 절대적인 신비를 다루는 상혁이라는 존재에 대해 프리메이슨이 과연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지가 관건이다.

벌떡

그때 파월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상혁에게 허리를 넙죽 숙였다. 서양에서는 하지 않는 동양의 방식이지만 그새 그걸 몸에 익힌 모양이다.

“잠깐만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시간이 필요한 일입니까?”

“로스차일드 가의 가주이신 헤르츨님께서 오신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요.”

상혁의 눈에 이채가 맴돌았다. 로스차일드는 한국에서 나고 자란 상혁도 들어 본 이름이다. 미국 영화에서 단골 소재로 등장하는 것이 바로 로스차일드였기 때문이다.

미국의 부를 막후에서 조종하는 거대한 유대인 세력.

그곳의 가주를 직접 보게 되었다니 흥미가 생겼다.

두두두둑!

잠시 후 창밖으로 헬리콥터 소리가 스윽 스쳐 지나갔다. 소리는 호텔의 옥상으로 향했다. 미국에는 웬만한 고층 건물의 옥상에는 전부 다 헬리포트가 있었다.

‘편하고 빠르던데. 한국에서는 무리겠지?’

한국도 헬리포트가 많으면 좋을 것 같았다. 텔레포트보다는 느리지만 차보다는 빨랐다. 무엇보다 지옥 같은 서울의 교통체증을 겪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뭐, 안 되면 만들지 뭐. 돈도 많은데.’

원탁의 50퍼센트를 가져올 예정이다. 잘하면 70퍼센트까지도 가져올 수 있다. 정확히 그게 얼마인지는 모르나 미국을 배후에서 조종한 암중 세력의 절반이면 헬리콥터가 이착륙을 할 수 있는 건물을 쇼핑하듯 쓸어 담아 옥상에 헬리포트를 설치하는 건 별로 어렵지 않을 것이다.

‘진정한 재벌의 돈지랄이지.’

SG그룹도 한 수 접어 주는 원탁이다. 그 원탁의 50퍼센트면 정말로 돈지랄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기,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가주님께서 오셨습니다.”

그때 파월이 숨을 헐떡이면서 상혁에게 가주가 도착했음을 알렸다. 상혁은 카트를 슥 옆으로 밀고는 파월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오시라고 하세요.”

“예.”

파월은 프리메이슨의 사람인지 아니면 상혁의 사람인지 모를 정도로 상혁의 한마디에 군말 없이 움직였다. 그 때문에 호텔 방에 앉아 편안히 로스차일드 가주를 맞이할 수 있었다.

열린 문으로 검은 머리에 정갈하게 기른 수염, 그리고 진한 이목구비를 가진 중년인이 걸어 들어왔다.

헤르츨 로스차일드.

로스차일드 가의 당대 가주가 바로 그였다.

“처음 뵙겠습니다. 헤르츨 로스차일드입니다.”

“백상혁입니다. 앉으시죠.”

헤르츨은 상혁과 눈을 마주한 순간 머릿속에서 벼락이 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수많은 사람을 만나 본 헤르츨이 이런 느낌을 받은 적은 단연코 단 한 번도 없었다.

미국 대통령도, 유럽 정상들 중에서도 이런 압도적인 느낌을 가진 사람은 없었다. 불과 이십 대에 불과한 동양인 청년임에도 불구하고 헤르츨은 순간 자신이 압도되는 느낌을 받았다.

‘거인이다.’

위자드.

신적인 신위를 선보인 위자드를 실제로 처음 본 헤르츨은 그가 요행이나 손에 쥔 힘을 함부로 휘두르는 망나니가 아니라는 것을 보는 즉시 깨달았다.

그는 그럴 힘을 휘두를 자격이 있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상혁이 빙긋 웃으며 헤르츨에게 말했다.

“어떻습니까. 나란 사람은?”

“예?”

“지금 보시고 하신 생각이 있으시지 않습니까.”

방 안에는 헤르츨과 파월, 딱 둘 뿐이었다. 그 외의 로렌스와 수행원들은 전부 바깥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그리고 로스차일드 가의 가주가 움직인다는 건 그 혼자만 움직인다는 뜻이 아니어서 호텔 전체가 어느새 로스차일드의 통제하에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혁은 마치 옆집 친구를 만난 것처럼 친근하게 헤르츨에게 말했다. 오히려 바짝 긴장한 것은 헤르츨 쪽이었다.

‘가주님께서 긴장하셨다.’

파월은 그것을 눈치채고는 속으로 매우 놀랐다. 그가 본 헤르츨은 한 시대를 풍미하는 거인이었다. 로스차일드 가의 가주로 원탁을 견제하며 막대한 부를 쌓아 올리는 그는 어떤 의미에서는 진정한 왕이었다.

대통령처럼 선출직도 아니고, 로스차일드는 세계의 이면에 자신만의 왕국을 세워 놓은 거대한 왕가였으니까.

그 앞에서 무수히 많은 세계 유명 인사들이 고개를 숙이고 심지어 프리메이슨의 다른 가주들까지도 그를 존중하는 모습을 보였고 그는 그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그런데 그런 헤르츨이 상혁 앞에서는 마치 황제 앞에 신하가 된 것처럼 긴장하고 있었다.

“내가 아는 사람 중에도 나를 보고 평가한 사람이 있었죠. 그 사람과 같은 의견인지, 궁금해서 그럽니다.”

상혁은 가나안에서의 기억을 떠올렸다.

왕의 스승이자 대현자라 불렸던 페데리코 후앙. 그는 왕의 정신적 지주이자 왕이 왕자이던 시절부터 그를 가르쳤던 스승으로 귀족과 평민들이 존경해 마지않는 국사(國師)였다.

그가 상혁에 대해 남긴 한마디로 유명했다.

[그는 난세에 영웅이 되었으나 만약 난세가 오지 않았더라면 범인으로 살다 죽었을 것이다.]

다른 마법사들이나 상혁을 알고 있는 귀족들, 그리고 기사들은 대현자가 틀렸다면서 수군거렸지만 상혁만 고개를 끄덕였다.

가나안에 떨어졌기 때문에 살려고 발버둥을 치다 보니 대마법사까지 되었지만, 지구에 있었더라면 그저 평범한 고시생으로 살아갔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현자는 예언을 남겼다.

[미래에 그가 피를 흘릴 때, 그는 두 개의 세상에 그의 이름을 남기게 되리라.]

대현자의 예언은 틀린 적이 없었다. 그의 예언은 대개 추상적으로 모호하여 그의 예언을 들은 이들은 그 뜻을 이해하기 위해 애를 썼지만 제대로 해석한 사람이 없었다.

단 한 명.

상혁만을 제외하고.

지구와 가나안.

대현자는 상혁이 지구에서 왔다는 것을 그의 신통력 같은 것을 통해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나중에 하기는 했다.

하지만 어쨌거나 결론적으로 그의 예언이 지금까지는 맞았다.

8서클 대마법사인 상혁에게 피를 흘릴 날이 올까 싶었지만 결국 시원하게 배신당해 수로로 떨어졌다가 지구로 돌아왔으니까.

“거인이십니다. 역사에 풍미하실, 역사에 이름을 남기실 그런 거인.”

헤르츨이 상혁에게 말했다. 상혁의 눈이 호선을 그렸다. 헤르츨은 대현자와 비슷하게 상혁을 봤다.

‘이름이라.’

상혁은 자신의 이름에 별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어차피 육신이 썩어 없어지면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 바로 남겨지는 이름이기 때문이다.

“되도록이면 살아 있을 때 역사에 새겨야겠지요. 그 영광과 명성을 누리려면. 어쨌건.”

상혁은 그리 말하고는 손뼉을 짝 쳤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갈 시간이다.

“얼굴 보고 서로 소개하는 건 이쯤까지 합시다. 소개팅하는 것도 아니니까. 미스터 로스차일드. 파월 국장님에게 들었으리라 생각하고 묻겠습니다.”

상혁이 화제를 바꾸자 헤르츨의 얼굴이 굳었다. 이제 본격적으로 본론이 나올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프리메이슨에서는 뭘 제시할 겁니까?”

상혁이 그렇게 물은 순간 헤르츨은 숨을 들이마신 뒤 참았다. 배에 힘을 팍 주자 눈빛이 살아났다.

헤르츨은 상혁이 불러서 급히 여기에 오기까지 많은 조건들을 검토했다. 그것들은 전부 로스차일드 가의 실력 있는 전략팀에서 내놓은 조건들이었다.

그러나 상혁을 본 순간 헤르츨은 자신의 본능을 따라야 한다는 것을 직감했다.

‘이런 남자와는 적이 되지 않는 것만으로도 만족해야 한다.’

상혁은 힘을 쥐고 있고, 그 힘을 마구잡이로 휘두르는 것 같지만 결코 생각 없이 휘두르는 남자가 아니다.

힘에 휘둘리는 것이 아니라 그 힘의 마지막 하나까지 자신의 뜻대로 휘두를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상혁이다. 제피렐리 가문을 24시간 만에 날려 버릴 수 있을 정도의 힘을 가진 상혁에게는 끝을 모르는 힘뿐만 아니라 그것을 쓸 수 있는 냉철한 머리까지 있었다.

‘마음을 산다.’

이런 사람은 마음만 사도 이득이다. 더군다나 상혁과는 이번 한 번이 끝이 아닐 것이다. 프리메이슨, 아니 로스차일드가 앞으로도 부흥하기 위해서는 상혁과 절대로 척을 져서는 안 된다.

마음을 사기는 쉽지 않겠지만, 그렇지 않는다면 좋은 파트너, 혹은 반갑게 안부 인사를 나눌 수 있을 정도의 사이라도 되어야 한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래서 헤르츨은 질렀다.

“원탁을 전부 드리겠습니다.”

파월의 턱이 턱하고 벌어졌다. 순간 잡지 않았더라면 툭하고 빠졌을지도 모른다. 원탁의 전부라니. 그렇다면 프리메이슨에서는 아무것도 손을 대지 않겠다는 뜻이다.

“호오, 전부요?”

하지만 상혁의 반응을 본 파월은 헤르츨이 제대로 된 결정을 했다는 것을 직감했다. 상혁은 조금도 놀라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생각해 보니 상혁이 원탁의 전부를 흡수하는 것이 사리에도 맞는 일이었다.

‘프리메이슨이 한 건 아무것도 없으니까.’

상혁은 실실 웃었다.

“흐흐흐. 내가 욕심쟁이인 건 또 어떻게 아시고.”

“저희 프리메이슨이 이번 일에 한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러니 모든 걸 가져가시는 것이 맞지요. 대신 앞으로 친구가 되었으면 합니다.”

헤르츨의 말에 상혁은 빙글거리며 웃었다. 친구. 헤르츨도 초등학생이 손을 잡고 친구가 되자 하는 식의 친구를 말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필사적으로 상혁의 심기를 거스르려고 하지 않는 헤르츨의 신중함이 상혁은 제법 마음에 들었다. 눈치가 빠르기도 하고, 상혁이 생각하지도 못한 조건을 제시하는 그 과감함도.

“물론 원탁의 모든 것을 가져가실 수 있도록 깔끔하게 포장해서 드리는 것까지 저희가 맡겠습니다. 친구를 위한 선물로요.”

딱.

상혁은 손가락을 튕겼다. 이 정도면 패스, 아니 합격이다. 상혁이 헤르츨에게 손을 내밀었다.

“환영합니다, 친구.”

상혁이 친구라고 한순간 헤르츨이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근심과 걱정을 다 덜어 낸 듯한 홀가분한 미소였다.

“앞으로 좋은 친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상혁이 히죽 웃었다. 그러고는 헤르츨에게 말했다.

“친구가 된 기념으로 내가 와인 한 잔 대접하겠습니다. 프랑스에 괜찮은 포도밭이 있는데, 거기서 만든 와인이 끝내주거든요.”

“와인? 좋죠. 그런데 프랑스까지 가려면 꽤 시간이…….”

덥썩.

“시간은 무슨.”

상혁이 입꼬리를 끌어 올리며 웃었다. 친구가 되었으니 친구가 어떤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약간 보여 줄 생각이었다.

‘절대로 무력시위는 아니고. 그냥 친구니까.’

상혁이 손가락을 딱하고 튕겼다. 그러자 상혁과 헤르츨의 몸이 빛에 휩싸였다. 그렇게 상혁과 헤르츨이 눈앞에서 사라지자 파월이 입을 쩍 벌리고 있다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이, 프랑스, 프랑스!! 가주님께서 프랑스로 가셨다! 찾아!!”

로스차일드 가가 시끄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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