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먹는 대마법사 191화
191. 참고로 난 욕심쟁이(1)
‘괴물.’
제피렐리 가문의 본가는 뉴욕에 위치하고 있었다. 원래는 미국 중부 지방에 있었지만 원탁에 뛰어들고 본격적으로 가세를 넓히기 시작하며 세계의 권력의 중심지인 뉴욕으로 가문이 이전했기 때문이다.
맨해튼의 땅값은 어마어마했다. 그 맨해튼의 땅값을 올린 주범 중 하나가 원탁의 노리치 가문이다. 노리치 가문은 맨해튼과 LA 등 미국의 가장 비싼 땅의 거의 30퍼센트 이상을 독점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가문이다.
땅을 팔아 나라를 살 수 있다는 말이 농담처럼 나올 정도.
어쨌거나 그 노리치 가문이 원탁의 멤버였기에 제피렐리 가문은 뉴욕으로 본가를 이전하면서 원탁 베네핏으로 큰 땅을 구입해 그 위에 본가를 지었다.
맨해튼 최남단의 배터리 파크 앞을 지나는 거대한 물줄기.
허드슨강의 시작이 되는 지점에 거대한 인공섬을 만들고 그곳의 소유권을 취득한 다음 그 위에 본가를 지어 올린 것이다.
투두두두!!
상혁은 미리 대기하고 있던 헬리콥터 위에 올라탔다. 그냥 부유 마법으로 건너갈 생각이었지만 프리메이슨에서는 아예 작정하고 상혁을 대접하기 위해 모든 준비를 끝마쳐 놓았기 때문에 그에 맞장구를 쳐 주기로 했다.
“아파치 공격 헬기입니다. M230 체인건이 탑재되어 있어 분당 600발씩 TADS를 통해 원하는 목표에만 쏟아부을 수 있는 무지막지한 놈입니다.”
프리메이슨이 배터리 파크 인근의 헬리포트에 준비해 놓은 건 거대한 공격헬기였다. 상혁이 자신에게 신나서 설명하는 이를 빤히 쳐다보자 그가 뒤늦게 설명했다.
“제피렐리의 본가가 있는 플로팅 아일랜드에는 각종 대공 방어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습니다. 저기, 저기, 보이십니까?”
맨해튼 최남단인 배터리 파크에서는 저 멀리 자유의 여신상이 보였다. 그리고 그 자유의 여신상으로부터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인공섬이 있었다.
플로팅 아일랜드.
원탁이 자금력과 기술력을 쏟아부어 자신들의 세와 기술력을 과시하기 위해 만든 인공섬이자 제피렐리 가문이 바로 저곳에 있었다.
그리고 프리메이슨의 요원이 가리킨 곳에는 무인도임이 분명한 작은 섬들이 보였다.
“저곳에 MIM-23 호크를 탑재한 미사일 발사대가 있습니다. 그리고 저곳에는…….”
요원이 한 말을 간추리면 간단했다.
[오는 족족 다 격추시킬 무기들을 갖추고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그래서 이쪽도 같이 맞서 싸우려고 뜨는 겁니까?”
아파치 헬기만이 아니었다. 거의 무슨 전쟁을 나가는 것처럼 프리메이슨에서는 꽤 많은 것을 준비해 놓았다. 1서클 안력 마법을 사용해 안력을 높이자 저 멀리 작은 구축함까지 떠 있었다.
“이 양반들이 대낮에 뉴욕 한복판에서 전쟁한다고 광고할 생각인 건가.”
하지만 동시에 프리메이슨은 그런 일을 벌이고도 얼마든지 상황을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을 상혁에게 보여 주려고 하는 것 같았다.
제피렐리를 본보기로 상혁이 원탁의 무릎을 꿇리면, 이후에 있을 프리메이슨과의 협상에서 자신들이 이 정도 역량이 있음을 보여 주기 위해서겠지.
‘이걸 보고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신다고 해야 하나?’
미국인이니 김칫국은 아닐 것이다. 상혁이 수프라고 해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하다가 어깨를 으쓱하고는 요원을 쳐다봤다.
“그쪽. 이름이 뭡니까?”
“로렌스라고 합니다. 영광입니다 위자드.”
“위자드요?”
로렌스는 상혁이 부담스럽게 느낄 정도로 두 눈을 반짝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매번 미스터 백이라고 부르기는 힘들어서 저희 나름대로 코드네임을 정했습니다만. 싫으시다면 바꾸셔도 됩니다.”
“위자드.”
상혁은 피식 웃었다. 마법사임을 뜻하는 위자드. 그 소리를 지구에서 다시 듣게 될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상혁이 마음대로 하라는 듯 고개를 끄덕이자 로렌스가 뛸 듯이 기뻐했다. 그 모습이 마치 록스타를 만난 소녀 같았기 때문에 상혁은 짐짓 떨떠름한 표정을 짓고는 그에게 말했다.
“여기 허드슨강, 얼마나 더럽습니까?”
“정확히 지형학적으로 말하면 이곳은 허드슨강이 아니라 뉴욕만입니다만…… 그게 중요하신 건 아니겠죠. 잠시만 알아보겠습니다.”
상혁이 말하는 건 무조건 들어주라는 명령을 받은 모양이었다. 로렌스는 누군가와 연락을 주고받더니 상혁에게 말했다.
“엄청나다는데요. 허드슨강에 침전된 PCB 퇴적층의 양이 무려 12만 kg이라고 합니다.”
“PCB?”
“폴리클로러네이티드 바이페닐이라는 물질입니다. 올바니 지방 북부의 공장지대에서 방류한 발암물질인데 주로 절연체나 윤활제에 사용되는 화학물질…….”
“그건 관심 없고. 어쨌든 많다는 거죠?”
“예. 지난 77년에 방류 금지 결정이 난 후에는 더 이상 방류하지 않았지만 무려 30년 동안 쌓인 12만 kg나 되는 화학물질이 고스란히 퇴적되어 있습니다.”
“흐으. 그럼 그쪽에 물어봐요. 그거 내가 정리해 주면 뭐 해 줄 거냐고.”
“예?”
투두두두두!!
눈앞에서 공격 헬기가 어서 타라는 듯 프로펠러를 돌려 대고 있었지만 상혁은 로렌스를 재촉했다. 로렌스는 주춤하다가 이내 상혁이 하라는 대로 상부에 연락했다.
[뭐가 어쩌고 어째? 허드슨강의 침전물을 정화해 주겠다고?]
“예, 가능할 겁니다. 그 위자드니까요.”
그러자 저쪽에서 잠시 침묵이 흘렀다.
[2억 8천만 달러. 퇴적층을 준설하는 데 있어 가장 많은 폐수를 방류한 기업이 징벌적 배상으로 책임져야 하는 돈이지. 그런데 그 기업이 원탁이란 말이지.]
로렌스는 목소리에 웃음기가 담겼다는 것을 깨달았다.
[두 배. 5억 6천만 달러.]
“5, 5억…….”
5억 달러라니. 로렌스는 5억이란 달러를 듣는 것만으로도 그 무게에 짓눌리는 것 같은 압박감을 느꼈다. 하지만 로렌스는 이내 정신을 차리고는 씩씩하게 대답했다.
“위자드. 5억 6천만 달러에 달하는 작업비를 지급할 수 있다고 하는데,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5억 6천…….”
한화로 약 7천억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거액이다. 하지만 그 거액을 듣고도 상혁은 별반 놀라지 않았다.
“뭐. 이게 시작이니 작게 작게 하는 걸로 합시다.”
‘작게 작게.’
로렌스는 상혁의 배포에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자신은 5억 달러를 듣는 것만으로도 기가 질렸는데 상혁은 마치 그걸 10달러쯤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틀린 말은 아니지. 위자드가 과학으로도 해결할 수 없는 것들을 해결해 줄 수 있다면.’
네바다주 전체를 뒤덮을 뻔했던 어마어마한 방사선 수치가 정상으로 돌아왔다. 상혁이 아이언 포레스트를 들린 다음이었다.
그전에는 러시아의 방사능 오수를 보석이 박힌 용왕 하나로 해결해 주었다.
그리고 만약 지금 허드슨강의 고질적인 문제점인, 미국의 젖줄이라 불리는 허드슨강의 PCB 퇴적층을 해결해 준다면 상혁은 그야말로 위자드로 그의 몸값이 지금보다 몇 배는 더 수직으로 상승할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로렌스가 의문을 품고 있을 때 상혁이 때마침 그를 보며 말했다.
“헬기는 한 대만 띄우는 걸로.”
“하, 하지만 대공 방어 시스템이…….”
“그게 뭐요?”
따악-!
상혁이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로렌스가 가리켰던 플로팅 아일랜드 주변의 작은 인공섬 중 하나에서 펑 하고 폭발이 일어났다.
따악, 따악-!
콰지직!
으드득!
휘오오오!!
상혁의 손가락이 한 번씩 튕길 때마다 인공섬에 있는 제피렐리의 대공 방어 시스템이 무력화됐다.
섬 전체가 폭발하고, 날카로운 폭풍이 찢어발기고, 대지에 균열이 일어나며 그 위에 있던 것들을 집어삼키는데 작은 인공섬이 그에 버틸 수 있을 리 만무했기 때문이다.
풍덩!!
“위, 위자드!”
상혁은 섬에 검은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것을 확인하고는 망설임 없이 강으로 몸을 던졌다. 뒤에서 당황한 로렌스가 다급히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지만 상혁은 깔끔하게 무시했다.
스하아아아-!!
그리고 물속에 들어간 상혁이 천천히 마나 호흡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인공섬에서 일어난 충격으로 허드슨강 하부의 PCB 퇴적층에 충격이 가해지며 침전되어 있던 발암물질이 모락모락 연기처럼 피어오르고 있었다.
상혁은 그것들을 남김없이 흡수해서는 마나로 치환했다.
‘좋네.’
지난 24시간 동안 수백 번의 마법으로 거진 바닥을 드러내고 있던 일곱 번째 마나 고리에 다시 신선한 마나가 차오르기 시작했다.
푸화아악!!
그리고 잠시 후 무려 12만 kg에 달하는 PCB 퇴적층을 깔끔하게 흡수한 상혁이 부유 마법으로 수면 위로 날아올랐다.
처억!
상혁의 몸에 묻은 수분이 수면으로부터 날아오르는 그 짧은 시간 동안 순식간에 말랐다. 그 모습이 마치 시간을 거꾸로 돌리는 것만 같았다.
“허억…….”
로렌스는 헛숨을 들이켰다. 하지만 이내 로렌스는 경외가 어린 눈으로 상혁을 쳐다봤다.
“5억 6천만 달러 끝. 그리고 헬기는 한 대만. 오케이?”
“예. 예! 위자드!”
두두두두!!
잠시 후 헬리포트에서 아파치 공격 헬기 한 대가 바람을 가르고 날아올랐다.
* * *
두두두두.
처억.
아파치 헬기가 플로팅 아일랜드 내부에 있는 헬리포트에 착지했다. 거의 흔들림 없이 착지하는 걸 보니 조종사의 실력이 뛰어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상혁은 혹시나 모를 위험에 헬기가 하도 이리저리 돌아오느라 약간 짜증이 난 상태였다.
‘부유 마법이면 5분이면 올 거리인 것을.’
하지만 상혁은 파일럿의 우려를 이해했다. 플로팅 아일랜드에 자신이나 프리메이슨에서 파악하지 못한 또 다른 무언가가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상혁은 설령 제피렐리 가문이 헬기에 대고 미사일을 쏘더라도 막아 낼 수 있었지만 마법이란 것을 믿지 못하는 파일럿은 자신의 목숨을 위해서라도 보수적으로 비행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을 이해했다.
조용.
상혁은 헬리콥터의 문을 열고 내렸지만 그를 맞이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플로팅 아일랜드는 인공섬인 만큼 애초에 설계 당시부터 거대한 부지를 계획하고 뉴욕만의 플로팅 아일랜드를 만들었다.
그렇기에 플로팅 아일랜드의 크기는 거대했는데, 그 거대한 인공섬 전체가 기분 나쁠 정도로 조용했다.
철썩!
선착장에 비치된 요트와 크루즈 수십 대가 마치 버려진 것처럼 파도에 이리저리 흔들렸다.
번쩍-!!
상혁을 중심으로 마나가 파문을 그렸다. 그리고 그 파문은 삽시간에 플로팅 아일랜드 전체를 뒤덮었다.
디텍트 마나로 섬 전체를 탐색한 상혁이 로렌스를 쳐다봤다.
“제피렐리 가문의 가주가 누굽니까?”
“짐 제피렐리입니다.”
“그 사람밖에 없는 것 같은데.”
상혁이 히죽 웃었다. 디텍트 마나로 살펴본 결과 섬 전체에서 느껴지는 생명 반응은 딱 하나뿐이었다.
상혁은 저 멀리 보이는 웅장한 성 같은 저택을 턱짓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아무래도 저 안에 가주라는 놈만 있는 모양이네요. 그런데 영화를 너무 많이 봤어. 뭐 가주답게 당당한 최후를 맡겠다, 이런 생각으로 자기 빼고 다 내보낸 모양인데.”
놈은 영화 속에서 비장한 최후를 맡는 그런 중대한 비중이 있는 역할이 아니었다.
그저 주제도 모르고 자신에게 이를 들이밀었다가 실패한 루저일 뿐이다.
“누가 주인공인지 제대로 알려 줘야겠네요. 안 그래요?”
로렌스가 옆에서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숫제 무조건적인 상혁의 신봉자가 된 것처럼 굴었다.
“옳습니다, 위자드님!”
“그럼.”
상혁이 손가락을 휘저었다. 그러자 만약 마나를 느낄 수 있는 사람이 있었다면 상혁으로부터 뿜어지는 마나에 기겁했을 정도의 마나의 물결이 흘러나오며 대지가 흔들리고 심상치 않은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고작 엑스트라의 관짝으로 쓰기에는 저 건물이 너무 웅장하니까 저것부터 부수고 생각해 봅시다.”
지진과 폭풍.
콰드드득!
휘오오오오!!
지진과 폭풍이 강림하자 채 5분도 지나지 않아 제피렐리 가문의 자존심이나 마찬가지였던 플로팅 아일랜드의 본가가 재활용으로도 쓰지 못할 정도로 파괴되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리고 그 폭풍과 지진 속에서도 상혁의 특별한 배려로 인해 가문의 마지막 자존심이 처절하게 무너지는 것을 아주 안전하게 지켜보아야만 했던 제피렐리 가문의 가주, 짐 제피렐리가 완벽하게 전의를 상실한 채 상혁 앞에 날아와 엉덩방아를 찧었다.
“크읏.”
“반갑네. 우리 처음이지? 백상혁이다.”
상혁이 그런 짐에게 손을 내밀며 히죽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