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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먹는 대마법사-190화 (189/249)

쓰레기 먹는 대마법사 190화

190. 내놓을래 다 잃을래(5)

“파월입니다!!”

파월은 잔뜩 긴장한 채 두 손을 전화기를 붙들었다. 마치 전화기가 이 세상의 유일한 보물이라는 것처럼 파월은 숨 쉬는 것조차도 조심스러워했다.

[나, 백상혁입니다.]

“아, 알고 있습니다. 언제 전화 주시려나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런 것치고는 너무 많이 했다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죄, 죄송합니다.”

상혁이 짧게 웃었다. 파월은 상혁의 반응이 나쁘지 않다는 것에 안도했다. 이미 상혁의 신위를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한 파월은 절대로 상혁의 미움을 사고 싶지 않았다.

[죄송할 것까진 없습니다. 날 간절하게 찾는다는 뜻으로 받아들였으니.]

“무, 물론입니다. 저희는 최선을 다해 미스터 백을 만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희라. 그러면 파월 국장님, 나를 만나고자 하는 사람이 누굽니까? 프리메이슨입니까?]

파월의 말문이 턱 막혔다. 상혁에게 모든 것을 설명하기에는 통화로 하기에는 짧았다. 때문에 그를 납득시켜야 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상혁이 프리메이슨을 알고 있었다.

그가 원탁의 주요 직계와 간부를 양패구상한 것처럼 연출을 한 것부터 짐작은 하고 있었다. 하지만 미국 내에도 고위 관료급을 제외하고는 그 실체를 아는 사람이 없는 프리메이슨이 상혁의 입을 통해 나오자 파월은 순간적으로 말문이 막혔다.

[그런 모양이군요. 하긴. 원탁을 내가 박살을 내 버렸으니 프리메이슨에서 관심을 보이는 건 당연하죠. 적의 적은 친구니까요.]

적의 적은 아군이다.

로스차일드의 가주인 헤르츨이 상혁을 만나고 싶다면서 파월에게 한 말이었다. 파월은 상혁의 반응이 부정적이지 않자 서둘러 말했다.

“물론입니다. 로스차일드 가의 가주께서 미스터 백을 만나고 싶어 하십니다. 혹시 시간을 내주실 수 있으십니까?”

[이런. 안 되겠군요. 제가 조금 바빠서.]

상혁의 거절에 파월은 입이 바싹 탔다. 상혁과 프리메이슨이 만나 긍정적인 방향으로 손을 잡게 된다면 미국 내 수백 년간 이어져 온 질서와 힘의 균형이 무너지게 된다.

원탁이 무너지면 미국은 그대로 프리메이슨의 세상이 되기 때문이다.

물론 그 반대급부로 상혁이라는 새로운 존재가 떠오를 것이고, 파월은 새로운 세상의 마법사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걸어 볼 생각이었다.

“솔직하게 말씀드려도 되겠습니까?”

파월은 상혁에게 솔직하게 모든 것을 털어놓기로 했다. 상혁에게 귀의하기 위해서는 숨기는 것이 없어야 한다.

그렇게 파월은 자신이 생각하는 바와 그로 인해 일어날 파급효과, 그리고 그 안에서 상혁이 가질 위상을 모두 가감 없이 상혁에게 설명했다.

“이상입니다.”

[내가 로스차일드와 손을 잡게 되면 그런 일이 벌어진다? 괜찮은 추측입니다.]

그러나 상혁은 그런 파월의 의견을 ‘추측’으로 일축했다.

[지금 내가 어디 있는지 프리메이슨이면 알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닌 모양이군요. 제 번호, 추적해 보세요.]

“예? 알겠습니다.”

그는 지금 로스차일드 가의 안가 중 한 곳에 있었다. 헤르츨은 상혁을 만나기 위해 그에게 많은 권한을 내주었고, 파월의 신호에 따라 곧바로 신호 추적에 들어갔다.

그리고 파월의 입에서 김빠지는 소리가 새어 나왔다.

“브, 블랙스컬?”

[오, 그건 또 빠르시네. 맞습니다. 블랙스컬에 있습니다.]

파월은 바보가 아니다. 그러니 블랙스컬이 제피렐리의 산하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어떻게 거기에…….”

[날 먼저 치려고 했으니, 그 보상을 받아야죠.]

“블랙스컬이 보상이라는 겁니까?”

파월이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이건 상혁이 괜히 드러낸 것이 아니라는 것 역시 깨달았다. 상혁은 보상이라고 했으니 상혁을 움직이려면 프리메이슨도 그 ‘보상’을 내놔야 한다는 뜻이었다.

[설마 고작 블랙스컬 따위가 보상이겠습니까?]

PMC 업계 1위, 블랙스컬이 고작이라니. 파월은 상혁의 스케일이 남다르다고 생각하며 그에게 물었다.

“그러면…….”

[제피렐리 가문의 모든 것. 난 제피렐리의 모든 것을 받아 낼 겁니다. 그쪽에 선택지를 줬는데 굳이 권주를 마다하고 벌주를 들겠다고 하더군요.]

“헉!”

파월이 헛숨을 들이켰다. 제피렐리의 모든 것을 갖겠다는 것, 그건 곧 선전 포고였기 때문이다. 개인에 불과한 상혁이 수백 년간 암중에서 미국을 지배한 세력 중 하나인 제피렐리를 상대로 하는 전쟁이다.

[내가 파월 국장님에게 연락드린 이유는 간단합니다.]

상혁의 목소리가 계속해서 이어졌다.

[난 대가 없는 노동을 아주아주 싫어합니다. 당신 부탁으로 내가 아이언 포레스트 갔던 것도 마찬가집니다.]

꿀꺽.

파월은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만약 상혁에 대해서 알고 있었더라면 목에 칼이 들어오더라도 파월은 상혁에게 감히 아이언 포레스트로 가 달라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건 말이 가달라는 것이지 상혁의 능력이 부족했다면 그냥 가서 죽으라는 소리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상혁이 그에 ‘합당한’ 보상을 원하고 있었다.

“예, 그리고.”

[제피렐리는 본보기가 될 겁니다.]

“본보기…… 아!”

파월의 눈이 커졌다. 상혁이 하는 말을 알아들은 것이다. 상혁이 제피렐리와 하는 전쟁은 말 그대로 본보기다.

그걸 보고, 다른 이들이 경거망동할 수 없도록 하는 본보기.

상혁이 그 이야기를 파월에게 한 건 간단한 이유에서다.

“원탁에게 그 사실을 알려 주면 되겠습니까?”

[되도록이면 실시간 중계도 괜찮습니다. 하루 안에 전쟁을 끝낼 생각이거든요.]

상혁의 목소리는 평온했다. 제피렐리 가문과 하루 만에 전쟁을 끝내겠다는 게 마치 집에 라면이 떨어져 옆에 편의점을 다녀와야겠다는 것처럼 들렸다.

“…….”

파월은 상혁에게 그게 가능하냐, 그게 정말이냐 물을 뻔했지만 허벅지를 꼬집어 가까스로 참아 냈다. 이미 신위로 자신을 증명한 상혁에게 되묻는다는 건 그의 능력을 의심한다는 뜻이었기 때문이다.

[전 합당한 대가를 원합니다. 그래서 프리메이슨에게 제안을 하나 하죠.]

상혁의 제안.

파월은 상혁이 하는 제안이 그냥 평범할 리 없다는 것을 알고는 긴장의 고삐를 바짝 조였다. 상혁의 말을 한마디라도 놓치는 순간 큰 기회를 놓칠 것 같다는 직감을 받았기 때문이다.

[애초에 난 원탁에게 그들이 가진 것의 절반을 내놓으라 했습니다. 내가 무슨 강도도 아니고, 팬티 한 장까지 벗겨서 가져갈 필요는 없으니까요.]

원탁의 절반.

파월은 그 가치가 얼마 만큼일지 머릿속으로 가늠도 되지 않았다. 하지만 상혁은 그게 가능하다는 어투였다. 자신의 목숨값이 그것보다 훨씬 더 비싸다는 자신감마저 느껴질 정도였다.

“그럼.”

[프리메이슨에서 협상하세요. 제피렐리 가문 꼴이 날 건지. 아니면 가진 것을 내놓을지. 그 와중에 프리메이슨이 무엇을 챙기든 난 상관하지 않겠습니다. 내가 원하는 건 딱 절반.]

파월의 두 눈이 커졌다.

상혁이 한 제안이 프리메이슨 쪽에 엄청난 이득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상혁이 원하는 절반만 충족시켜 준다면 그 가외로 프리메이슨이 그들에게서 무엇을 받아 내든 상관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다시 말하지만 절반입니다. 욕심을 내는 순간 절반은 내놓아야 하는 건 프리메이슨 역시 마찬가지일 겁니다. 그럼 제피렐리가 어떻게 무너지는지 재밌게 보시고, 그 뒤에 다시 연락하죠.]

뚝.

전화가 끊겼다. 파월은 전화기를 손에 들고는 덜덜 떨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가주! 가주님을 뵈어야 한다!!”

* * *

24시간.

24시간 사이 미국 전역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와 폭발 사고가 일어났다. 대부분 로키드마틴 소속의 군수공장이거나 관련 산업체가 그 대상이었다.

상혁은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텔레포트를 통해 주와 주를 이동했다. 상혁은 정확히 제피렐리 가문의 사업체만 타격했는데 그걸 가능케 한 것은 바로 김태양과 그가 데려온 두 명의 부하들이었다.

그들은 상혁이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유능했다.

숨겨져 있는 정보라면 모를까 용병 기업의 서버실 내부에서 발견된 자료를 통해 제피렐리 가문이 소유하고 있는 사업체의 90퍼센트 이상을 밝혀냈기 때문이다.

스윽.

화르르륵!!

상혁이 손을 들어 올리자 공장 부지 주변으로 둥그렇게 원을 그리든 불벽이 타올랐다. 5서클의 파이어월 마법이 공장을 포위한 것이다.

이글거리는 불꽃이 2m 가까이 솟아오른 모습은 장관이었다. 게다가 이미 마법을 시전하기 전에 환각 마법으로 안에 있던 사람들을 모두 대피시켰기에 인명 피해가 날 위험성도 없었다.

따악-!

불의 벽을 끌어 올린 상혁이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불의 벽 주변으로 공기가 뭉치더니 눈에 보이지 않는 바람의 칼날 수백 개가 불의 벽을 지나 공장을 휩쓸었다.

휘오오오오!!

파바바박!!

바람과 불을 이용한 융합 마법은 마법사에게 있어 클래식이나 다름없는 수법이다. 바람과 불은 서로를 강하게 만드는 상호보완적인 존재이다.

전기와 물처럼 바람과 불을 이용한 마법은 광범위한 구역에 피해를 입힐 수 있었다.

불꽃에 휩싸인 바람의 칼날이 공장지대를 휩쓰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었다.

쿠구구궁!!

콰아아아앙-!!

화악!

불꽃에 휘감긴 바람의 칼날이 공장을 휘저을 때마다 공장이 부서졌다. 그리고 견디지 못한 공장 내부에서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펄럭펄럭

상혁의 머리카락이 이리저리 휘날렸다. 순간 폭발이 일어나며 사방이 한낮이 된 것처럼 밝아졌지만 폭발은 더 커지지 못하고 금세 사그라졌다.

파앗!

치이익-!

상혁이 중력을 이용해 불이 번지려는 것을 진공 상태를 만들어 꺼버렸기 때문이다. 상혁은 괜한 불이 주변으로 번져 애먼 이들에게 피해를 입히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에 거의 완벽하게 사후 처리까지 마쳤다.

툭툭.

“이게 마지막이네. 으하아아암!”

쩌억-!

상혁은 자신이 말한 24시간을 정확하게 지켰다. 상혁이 24시간 동안 미국 전역을 돌아다니며 깨부순 제피렐리의 공장과 사업체만 삼백팔십여 개가 넘었다.

그렇게 수많은 공장을 깨부쉈고 제피렐리는 어떻게든 그런 상혁을 막으려고 애를 썼다.

하지만 상혁에게 가장 힘들었던 건 총을 들고 우르르 몰려온 용병 따위가 아니었다. 24시간 내내 마법을 쓰려니 나중에 가서는 졸린 게 더 힘들었다.

지금도 입을 벌리자마자 하품이 쩍하고 나오지 않았던가.

“뉴스에 기사 한 줄 안 떴네. 프리메이슨 쪽에서 잘 움직이고 있는 모양이야.”

무려 380여 개가 넘는 공장이 폭발하고 난리가 났다. 그러나 SNS를 제외한 미디어에는 그와 관련한 기사가 단 한 줄도 뜨지 않았다.

프리메이슨.

그쪽에서 아마 제대로 힘 좀 쓰고 있는 모양이었다. 상혁은 기껍게 웃었다.

“자. 그럼 마지막 보스 만나러 가 볼까?”

우우우웅!!

상혁의 주변으로 마나가 뿜어져 나왔다. 그렇게 뿜어져 나온 마나가 상혁을 휘감더니 이내 상혁의 모습이 그 자리에서 꺼지듯이 사라졌다.

“텔레포트.”

번쩍-!

* * *

파앗-!!

눈부신 빛이 뿜어져 나오고 상혁이 뉴욕 한복판에서 불쑥 모습을 드러냈다. 주변은 온통 푸르른 녹음으로 뒤덮여 있는 것이 낯익은 장소를 떠올리게 했다.

센트럴 파크.

조금 전까지만 해도 미국 내륙의 흙먼지 날리는 황야에 있던 상혁이 텔레포트 한 번에 대륙을 가로질러 뉴욕에 나타난 것이다.

스하아아아.

상혁의 입에서 아지랑이 같은 연기가 뭉게뭉게 뿜어져 나왔다. 텔레포트로 소진된 마나 고리를 오염된 공기를 빨아들여 채우기 위해서였다.

“어질하네.”

상혁은 장난스레 웃으며 관자놀이를 톡톡 두드렸다. 하지만 상혁이 티를 내지 않을 뿐이지 상혁의 고리는 뜨끈하게 느껴질 정도로 달아올라 있었다.

24시간 내내 텔레포트 마법과 공장을 날려 버리기 위한 고서클의 마법을 펑펑 쓰고 다녔기 때문이다.

“휘유. 이미 마나는 탈 인간급이라 다행이네.”

1억 개의 마나실로 만들어진 일곱 번째 고리. 그 마나 고리 덕분에 상혁은 380번의 텔레포트와 380번의 고서클 마법을 펼치고도 멀쩡할 수 있었다.

“마지막 보스만 잡으면 최고급 펜트하우스에서 이틀 동안 뜨끈한 물에 몸이나 담그고 자야지.”

상혁은 하품을 쩌억 했다. 그런데 그때 상혁의 뒤에서 누군가 털썩하고 쓰러지는 소리가 났다.

“음?”

상혁이 고개를 돌리니 품속에 총을 가지고 있던 웬 남자가 바닥에 털썩 쓰러진 것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 뒤로 또 다른 이가 나오더니 상혁을 향해 고개를 꾸벅 숙였다.

“모시겠습니다.”

프리메이슨.

상혁을 암살하기 위해 먼저 모습을 드러냈던 원탁의 암살자를 처치한 프리메이슨 소속의 남자가 상혁을 향해 고개를 꾸벅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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