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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먹는 대마법사-186화 (185/249)

쓰레기 먹는 대마법사 186화

186. 내놓을래 다 잃을래(1)

[털썩]

벌떡!

상혁의 몸이 힘없이 모로 쓰러졌다. 그러자 손에 땀이 난 채로 시야를 2km 바깥의 저격수와 공유한 채 거대한 스크린으로 보고 있던 원탁의 가주들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됐나?”

짐이 설마 하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그러나 모로 쓰러진 상혁은 다시 일어나지 못했고 이내 가주들의 얼굴에 환희가 서렸다.

[됐습니다!]

[됐다구요!!]

[그자를, 백상혁을 정말 쓰러뜨리다니!]

아이언 포레스트를 위성으로부터 차단한 거대한 유리 돔이 사라지기를 끈질기게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그걸 위해 짐은 미국의 모든 용병들에게 현상금을 내걸었다.

무려 10억 달러.

목숨을 걸어야 하는 미션이라는 것을 쳐도 단일 개체에 건 현상금 중에서는 단연 최고봉이었다. 그러자 구름처럼 용병들이 모여들었고 짐은 그 모든 용병들을 깡그리 모아 51구역으로 급파했다.

방사선을 차단하는 방호복과 로키드마틴에서 개발한 최신식 저격총을 용병들에게 무상 대여해 주었고 그렇게 아이언 포레스트로 떠난 용병들의 수만 900명가량.

그중 절반가량이 아이언 포레스트의 중심지로 들어갈수록 심해지는 방사선 수치에 겁먹고 물러나 500명가량으로 줄어들었지만 기이하게도 점점 아이언 포레스트에 다가갈수록 방사선 수치가 줄어 무려 500명이 유리 돔 바깥에 저격 포인트를 잡고 유리 돔이 걷히기만을 기다렸다.

그 안에 들어간 상혁이 언젠가는 나와야 한다는 것에 짐은 모든 것을 건 것이다.

그리고 그마저도 통하지 않으면 바로 핵을 터뜨릴 생각이었다.

그런데 정말 가장 최선의 시나리오로 유리 돔이 걷힌 순간 발사된 총탄에 상혁이 옆으로 쓰러졌다.

그러고는 일어나지 않았다.

[괴물이 쓰러진 게 맞는 겁니까?]

[다시 일어나지 않고 있잖아요! 쓰러진 겁니다!]

[제피렐리 가주의 혜안에 축배를!]

그 때문에 원탁의 가주들이 난리가 났다. 이미 원탁은 정치적으로 대단히 부담스러운 결정을 여러 번 내렸기 때문이다.

미국을 비롯한 유럽의 각국 정부는 이미 원탁에게 당장 SSP 프로그램을 중지시키라며 통보했다. 전략 자산으로 철저하게 통제되어야 하는 위성을 원탁이 억지를 부려 끌어간다는 것 자체가 심각한 안보 위기를 초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거기에 아이언 포레스트에는 원탁에서 숨겨야만 하는 수많은 비밀들이 숨어 있는 곳이었다.

그곳 지하에서 실행되고 있던 은밀한 핵 실험과 여러 비윤리적인 생체 실험들, 그리고 생화학 무기까지.

국제적으로 생산조차도 금지된 여러 가지 무기들이 그곳에서 은밀하게 만들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핵.

최후의 수단이지만 원탁은 상혁을 죽이기 위해 아이언 포레스트 지하에 이미 만들어 놓은 핵무기와 핵시설 자체를 폭발시켜 아예 확실하게 상혁을 지워 버리려는 것도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리고 실제로 제피렐리 가문은 언제든 핵을 터뜨릴 수 있게 핵 가방까지 확보한 상태였다.

그런 엄청난 정치적인 부담을 져 가면서까지 원탁은 상혁을 반드시 없애야 하는 최우선 목표로 삼았다. 그의 위험성을 절실하게 느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상혁이 저격에 당했다.

“모든 것이 완벽해 보여도 찰나의 순간에 방심하는 건 사람이라면 당연할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다행이었지요. 백상혁이 사람이란 것이요.”

방심.

그리고 그 방심이 만들어 낸 찰나의 순간.

짐은 기쁨을 억누르며 짐짓 의젓하게 그렇게 평가했고 가주들이 그런 짐을 경외했다.

하지만 그들은 너무 일찍 샴페인을 터뜨렸다.

들썩.

상혁이 쓰러진 곳에서 작은 흙먼지가 들썩하며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걸 본 순간 원탁의 가주들은 마치 석화 마법이라도 맞은 것처럼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세상과 운명은 언제나 잔인한 법이다.

“어서 해, 핵, 핵을…….”

짐이 자신도 모르게 말을 더듬으며 스크린 속에서 풀썩대며 피어오르는 흙먼지를 두려운 눈으로 응시했다.

* * *

들썩.

흙먼지가 한 차례 들썩였다.

콜록!

상혁이 기침을 내뱉었기 때문이다. 하도 주변이 지진 때문에 뒤집혀 있었기 때문인지 잠깐 누워 있었을 뿐인데 흙먼지가 어느새 상혁의 몸에 뽀얗게 내려앉았다.

‘뭐였지?’

상혁은 모로 누운 채로 잠시 생각했다. 1초? 상혁은 자신의 의식이 날아갔다가 돌아왔음을 깨달았다.

그러고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와 씨. 방금 나 죽을 뻔했네.’

상혁은 유리 돔이 해제되는 찰나의 순간, 무언가 날아와 자신의 머리를 때렸음을 깨달았다. 그러자 식은땀이 주륵 등줄기에서 흘러내리는 듯했다.

‘습관대로 안 했으면 그냥 끝장이잖아.’

상혁의 과거는 험난하고 파란만장했다. 자신에게 인체 실험을 가한 마법사의 이름으로 마법사의 삶을 대신 살아갔던 상혁에게는 수많은 정적들이 있었다.

똥 누다가 변소 안에서 암살자가 튀어나오기도 하고, 자다가 천장에서 뛰어다니는 맹독거미를 보기도 했다. 늘 세숫물을 가져왔던 하녀가 세숫물 대신 염산을 받아 온 적도 있고 자신의 망토를 챙겨 주던 하인이 망토 안에 몸을 태우는 히드라의 극독을 발라 놓은 것도 여러 번이었다.

수없이 이어진 암살 시도에 상혁은 거의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었다.

물론 상혁에게 암살자를 보냈다가 실패한 놈들은 그것이 귀족이건, 왕족이건, 심지어는 다른 국가의 왕이건 간에 단 한 놈도 살아남지 못했다.

그러나 상혁은 이렇게 살다가는 언젠가 인간에 대한 애정을 잃을 것만 같았다. 그래서 이런저런 시시콜콜한 것들에 신경 쓰는 대신 자신을 완벽하게 지킬 수 있는 마법을 고안해 냈다.

‘AOS(Always on shield)가 아니었으면 큰일 날 뻔했네.’

24시간 일주일 365일.

상혁은 자신에게 방어마법을 둘렀다. 나중에는 신경을 쓰지 않아도 절로 발동이 되도록, 아예 네 개의 의식 중 하나를 할애해 마법을 펼쳤고 그걸 거의 잊고 살았다.

‘그렇다는 건.’

상혁은 무의식적으로 그 AOS를 켰다. 그리고 AOS를 켰다는 건.

‘7서클.’

상혁의 입꼬리가 히죽 올라갔다. AOS는 상혁이 만들어 낸 마법 중 효용성으로는 상혁이 늘 첫손가락 안에 꼽는 마법으로 가나안에서도 유일무이하게 상혁만이 펼칠 수 있는 마법이었다.

모든 독, 물리, 마법 충격에서 사용자를 보호해 주는 마법.

AOS가 있는 한 상혁은 더 이상 기습이나 암살에 조심할 필요가 없었다.

‘딱 한 번. 딱 한 번만 버티면 대응하는 데 문제가 없으니까.’

상혁이 AOS에 바란 건 뭐 절대적인 방어막이 아니다. 딱 한 번. 그 어떠한 암살이건 기습이건 딱 한 번만 막아 주는 것.

그렇기에 7서클 마법임에도 마나의 소모량이 적었다. 대신 정신력 소모가 컸다. 늘상 전신 실드 마법을 두르고 생활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드디어 7서클이다!’

상혁은 드디어 7서클에 올랐다. 아슬아슬한 순간에, 딱 한 올이 부족해서 6서클에서 멈춰 섰던 상혁은 아이언 포레스트에서 마지막 한 올을 7서클의 고리에 탁하고 꿰었다.

벌떡!

상혁은 벌떡하고 상체를 일으켰다. 그러고는 양손을 번쩍 들어 올리고는 미친놈처럼 웃기 시작했다.

무려 1억 개의 마나실로 만들어진 7서클 고리가 웅장한 모습으로 상혁의 심장에 자리를 잡았다. 상혁은 그 크기가 웬만한 8서클을 훌쩍 뛰어넘는다는 것을 느끼고는 대소를 터뜨리며 소리쳤다.

“으하하하학! 성공이다! 내 이론은 맞았어! 내가 세계 최고의 대마법사다! 크하하하하!”

상혁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마나 한 톨 없는 지구에서 이 짧은 시간에 무려 7서클에 도달하다니.

자신은 천재임이 틀림없었다.

하지만 그 천재는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자신의 눈이 시퍼런 멍이 들었다는 것을. 총탄이 머리를 부수는 건 막아 주었지만 총탄에 실린 힘까지 완벽하게 해소하진 못했다는 것을 말이다.

눈탱이가 밤탱이가 된 대마법사가 주먹을 들고 환호했다.

그러나 변화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오렐리! 네 방호복에 구멍이!”

“뭐? 으아아아!!”

연구원 하나가 다급히 자신의 방호복에 뚫린 구멍을 손바닥으로 막았다. 아마 지진이 일어나고 폭풍이 몰아치면서 어딘가 찢긴 모양이었다.

저 위에서는 미친 마법사가 미친놈처럼 웃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피폭당해 처참한 몰골로 죽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렐리는 알고 있었다.

무려 1,000시버트나 되는 방사선에 노출이 되는 순간 자신의 몸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그가 모를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죽는구나.’

오렐리는 자신이 죽는다고 생각했다. 아무런 고통이 느껴지지 않는 건 고통을 느낄 새도 없이 자신의 신경이 망가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응?”

한참 전에 죽었어야 할 오렐리는 죽지 않았다.

“어? 왜…….”

오렐리는 자신의 몸을 여기저기 매만졌다. 단신으로 아이언 포레스트를 날려 버린 마법사 때문인가 싶었지만 그게 아니었다.

“이, 이게 뭐야.”

오렐리는 방호복의 뚜껑을 열었다. 고통과 땀에 얼룩졌던 그의 얼굴이 그대로 맨 공기를 맞았다.

미친 짓이었지만 여전히 오렐리는 죽지도, 쓰러지지도 않은 채 멀쩡했다.

“방사선, 방사선은?”

오렐리는 자신의 방호복에 부착된 기계를 작동시켰다. 그러자 수치가 측량되며 오렐리의 눈앞에 결과를 내놓았다.

[0시버트]

“……어?”

그럴 리 없다. 오렐리는 시버트를 더 낮은 단위인 밀리시버트로 나누었다. 소수점 이하의 숫자가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0.000…….]

그러나 나오는 건 0의 향연. 오렐리는 멍한 눈으로 저 위에 홀로 앉아 있는 상혁을 보며 믿을 수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자연 상태의 방사선 수치보다도 월등하게 낮은 방사선 수치. 인공적이 아니라면 자연 상태에서도 이보다는 많은 방사선이 검출되어야 한다.

게다가 이곳은, 지하에서 핵 실험이 이뤄진 그라운드 제로이며 인위적으로 방사능 물질을 살포한 탓에 무려 1,000시버트에 달하는 방사능이 검출된 곳이기도 했다.

그런데 그 방사능이 모두 사라졌다?

“저 사람은, 신인가.”

신을 믿지 않는 과학자, 오렐리가 처음으로 신이란 존재를 믿게 된 순간이었다.

* * *

[쏴! 쏘라고!!]

500명에 달하는 용병들.

제피렐리 가문의 지원을 받아 최신식 무기로 무장한 용병들은 인이어를 통해 울려 퍼지는 명령에도 불구하고 방아쇠를 당길 수가 없었다.

끼기기긱

“끅!! 당겨지지 않아.”

“몸이, 내 몸이 움직이지가 않는다고!”

누군가는 방아쇠를 당길 수 없다고, 몸이 굳어 단 1미리도 움직일 수 없다며 구해 달라고 소리쳤고.

두둥실

“총이!”

“하늘을 날아다닙니다! 총이요!”

누군가는 총이 제멋대로 자신의 손을 떠났다면서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현상에 구조를 요청했다.

그리고 어떤 이들은.

퍼버버벙-!!

“끄악!”

“아아아악!!”

총기에 삽탄했던 화약이 터지면서 얼굴과 상체에 화상을 입고 바닥을 뒹굴며 비명을 내질렀다.

스슥

그렇게 500명이 일거에 무력화된 곳에 상혁이 나타났다. 물론 여전히 상혁의 얼굴은 한쪽 눈이 시퍼렇게 멍들어 있었지만 그런 상혁을 보고 비웃을 수 있는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스윽

상혁은 자신을 보고 얼어붙은 용병의 귀에서 인이어를 뽑아 자신의 귀에 꽂았다.

[응답! 응답하라! 타깃을 제거하라고 이 새끼…….]

“너 누구냐?”

[……!!]

상혁이 말한 순간 인이어 너머에서 들려오던 목소리가 뚝 하고 끊겼다. 하지만 상혁은 대답을 바라지 않았다. 굳이 대답이 돌아오지 않더라도 여긴 그들을 대신해 대답해 줄 사람들이 무척이나 많았기 때문이다.

“자. 여기 명령 내리는 놈이 누군지 알려 주는 사람만 살려 줄게. 말해 줄 사람?”

저격총을 머리에 얻어맞고도 눈에 멍든 게 전부인 상혁이다. 그런 상혁이 한 말에 용병들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손을 들었다.

그들은 돈을 벌러 온 것이지 죽으러 온 것이 아니다.

죽일 수 없는 상대가 눈앞에 버젓이 있는데 의뢰인에게 의리를 지킬 용병 따위는 없었다. 그리고 있다고 해도 그건 용병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지금 그 자리에 있는 500명은 전부 다 뼛속까지 용병들이었다.

“딱 기다려라. 그리 오래 걸리진 않을 거야.”

누군지 얼굴은 본 적 없지만 반드시 그 면상을 똑똑히 확인해 주겠다며 상혁이 사납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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