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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먹는 대마법사-185화 (184/249)

쓰레기 먹는 대마법사 185화

185. 지구 유일인데 세계 최강이다(5)

파괴는 창조의 어머니다.

모든 문명 신화는 파괴를 거론한다. 성경 속 대홍수도 세계가 파괴되고 다시 창조되는 과정을 설명한다.

콰직, 콰지지직!!

상혁은 이 아이언 포레스트를 파괴하여 자신의 서클을 새로 창조할 생각이었다. 그렇기에 상혁은 자신의 주변으로 마나의 와류가 일어나며 하늘을 찌를 것처럼 치솟은 철의 첨탑들이 구부러지고 무너져 내리는 것을 투명한 눈에 담았다.

이 아이언 포레스트의 주인인 제피렐리와 원탁에게는 일말의 미안함 같은 것도 없었다. 어차피 이 안에서 만들어지는 모든 것들은 사람을 학살하기 위해 만들어지는 무기들이었기 때문이다.

“다 무너져 내려라.”

상혁이 손짓을 하자 가부좌를 틀고 앉은 상혁의 주변부터 철근과 콘크리트가 수수깡처럼 부러지고 휘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마치 믹서기 안에 들어온 것처럼 분자 단위로 분해되기 시작하며 원래의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아, 아아아…….”

상혁이 할 수 있는 최대는 쿼드러플이다. 그렇다는 것은 곧 상혁은 자신의 의식을 최대 네 개까지 분리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 때문에 선악의 저울에서 빠져나온 이들은 벌벌 떨면서 신의 징벌이 이뤄지고 있는 것 같은 주변의 광경에 고개를 제대로 들지도 못한 채 벌벌 떨었다.

인간병기라 부르는 특수부대 출신의 용병들도, 진리를 위해서라면 인간의 뇌도 기꺼이 열 수 있는 매드 사이언티스트들도 상혁이 보이는 기적 앞에 사시나무 떨듯 떨었다.

자연재해.

두께 1m가 넘는 쉘터의 강철로 만들어진 문이 가루가 되어 흩날리는 모습은 자연재해라는 말 외에는 묘사할 방법이 없었다.

우드득, 우득!

퍼버버벙!!

콰아아아앙-!!

아이언 포레스트 내부에서 개발되고 있던 수많은 무기들이 크고 작은 폭발을 일으켰지만 그건 상혁이 일으키고 있는 재해에 티끌만큼의 피해도 입히지 못했다.

오히려 그 무기들이 와류에 집어삼켜지기 전에 미력한, 그러나 아무런 쓸모없는 반항을 하는 것처럼 보일 정도.

그 일부 중 일부만 외부로 흘러나가도, 그리고 그것이 아프리카의 반군 손에 들린다면 불리한 판도를 뒤엎고 반군의 세상을 만들 수 있는 그런 최신 기술이 반영된 무기들이었지만 마나의 와류는 그것들을 거침없이 집어삼켰다.

스으으으.

하아아아아.

상혁은 천천히 폐부 끝까지 차오른 호흡을 내뱉었다. 그러자 상혁의 칠공으로 검녹색의 아지랑이가 흘러나왔다.

마나의 와류는 주변에 보이는 모든 것을 때려 부쉈다. 상혁은 태풍의 눈이었다. 그러나 더 놀라운 것은 이 와류는 아직 마법이 완전히 발현된 것도 아니라는 점이었다.

스윽.

상혁은 바닥에서 벌벌 기고 있는 수백 명의 연구원과 용병들을 바라봤다. 상혁의 눈은 마치 신의 그것과 같아서, 연구원과 용병들은 감히 상혁을 쳐다볼 생각도 하지 못했다.

휘몰아치는 바람이 그들의 피부에 생채기를 내고, 옷을 찢어 놓아 거적때기처럼 만들어 놓았지만, 그들은 살기 위해 바닥에서 발버둥을 치고 있었다.

상혁은 그들을 갉아먹기 위해 기꺼이 일어난 망자들을 기억하고 있었다.

저들이 쌓아 올린 살업은 결코 작지 않았으나, 상혁은 저들을 죽일 생각이 없었다.

‘너흰 나의 나팔수들이다.’

저들은 이곳에서 벗어난 뒤 자신들이 보고, 듣고, 경험한 것을 외부로 퍼다 나를 나팔수들이 될 것이다.

상혁은 단순히 저 하늘 위에서 위성으로 보고 있을 권력자들만을 믿고 있지 않았다. 본래 마법사란 계획하고 준비하는 자, 플랜1이 막히면 2, 3을 준비해서 자신의 뜻을 반드시 이루고 관철시키는 것이 바로 마법사다.

그 덕분에 그들은 대마법사의 자비를 얻어 살아남게 될 것이다.

물론 그들의 모든 것은, 대마법사인 상혁을 세상에 알리기 위한 용도로만 쓰일 것이다.

콰우우우-!!

“템페스트.”

번쩍-!!

상혁의 마나가 주변의 모든 것을 파괴하고 있던 와류에 방점을 찍었다. 그러자 순간 대기의 흐름이 멈춘 것 같은 느낌이 일순간 들었다.

그러나 그건 더욱더 격해지기 위한 폭풍전야였다.

그리고.

콰드드드득!!

상혁이 가부좌를 튼 그 높이 위의 모든 것이 입자가 되어서는 말 그대로 분해됐다. 상혁의 입꼬리가 비죽 올라갔다.

수백 명의 용병과 연구원들.

그들은 상혁보다 낮게 바닥에 엎드려 있었기에 살았다. 그건 마치 사신이 거대한 낫으로 세상을 벤 것만 같은 말도 안 되는 풍경이었다.

6서클의 풍계 마법인 템페스트.

그걸 거의 7서클에 육박한 상혁의 마나로 펼친 순간 상혁이 펼친 격리 마법 내부의 모든 철탑들이 뎅겅 잘려 나간 것이다.

그러나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진짜배기들은 지하에.’

상혁은 템페스트 마법을 캔슬했다. 그러면서 상혁은 주변의 방사선을 싹 다 끌어모았다. 그러자 쿼드러플 캐스팅으로 밑 빠진 독처럼 빠져나가던 마나가 차올랐다.

‘미친 곳이군.’

상혁이 한 번 더 비죽하고 웃었다. 이렇게 마나가 풍부한 곳이라니. 그게 모든 생명체를 파괴하는 방사선으로 가득한 죽음의 대지란 건 아이러니였지만 상혁에게 있어서는 최고의 순간이었다.

마치 풀리지 않았던 몸이 풀리는 것 같은 느낌.

8서클 대마법사였다가 일순간에 모든 마나를 잃고 바닥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던 상혁이다. 그러니 그 괴리감이 클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주어진 자원에서 최대한 효율을 뽑아내며 서서히 서클을 올렸지만, 그럼에도 마나를 펑펑 써대던 그때가 그립지 않을 리 없다.

그런데 지금 그 그리움이 깔끔하게 씻겨나가고 있었다. 운동선수로 따지면 웜업이 제대로 된 셈.

‘그러니 이제부터 시작이란 말이지.’

콰아아아아!!

상혁의 마나 고리가 대해 와도 같은 마나를 뿜어내며 대지 속으로 스며들었다. 마치 가뭄으로 갈라진 논에 물을 부은 것처럼 대지 속으로 스며든 마나가 상혁에게 똑똑히 느껴졌다.

그리고 상혁은 느낄 수 있었다.

대지 위의 첨탑은 그저 장식품에 불과했다는 것을. 아이언 포레스트는 지상보다 지하가 훨씬 더 그 크기가 방대했고, 훨씬 더 은밀한 것들이 많았다.

꿀꺽

상혁은 자신도 모르게 군침을 꿀꺽하고 삼켰다. 더 은밀한 것들이 많다는 건 그만큼 상혁에게 아주 맛있는 먹잇감들이 도처에 깔려 있다는 뜻이었기 때문이다.

인류 최악의 생화학 무기인 TC-01와 그 외의 수많은 생물 무기와 화학 무기들.

지하에서 은밀히 만들어지고 있던 핵무기와 그를 만드는 데 필요한 우라늄과 플라토늄까지.

피폭당하는 즉시 사람을 즉사시킬 지상 위의 방사선 수치는 아무것도 아닌 끔찍한 대재앙이 아이언 포레스트의 지하에서 살아 숨 쉬고 있었다.

그리고 상혁은 눈앞에 차려진 만찬에 정신을 못 차릴 지경이었다. 뭐부터 먹을지 정할 수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뭐부터 먹을지 모르겠으면.’

맛있는 것들이 온 천지에 깔려 있다. 그렇다면 뭐부터 먹을지 모를 때에는 간단한 방법이 있었다.

‘다 섞어 먹으면 되지.’

히죽

상혁의 손이 수인을 맺었다. 복잡하기 짝이 없는 수인이다. 3차원으로 그리고 맺어야 하는 수인의 수가 가볍게 백을 넘어갔다.

8서클에 도달했던 대마법사인 상혁이 그 정도의 마법진을 그리고 수인을 맺는다는 건 그만큼 강력한 마법을 준비하고 있다는 뜻이다.

드드드드!!

그리고 상혁이 수인을 맺어 갈수록 조금씩 땅에서 진동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걸 가장 먼저 느낀 건 살기 위해 바닥에 엎으려 허우적거리던 용병과 연구원들이다.

“이, 이건…….”

땅이 흔들린다는 것.

그것이 어떤 재해의 징조인지 모르는 사람은 그곳에 없다.

파바바바바!!

아이언 포레스트 같은 극한의 환경에서도 바퀴벌레는 살아남는다. 그런데 그 바퀴벌레들이 정신없이 아이언 포레스트의 바깥으로 수천, 수만 마리가 이동하는 것이 용병과 연구원의 눈에 들어왔다.

드드, 드드드득!

우르르!!

콰과과광!!

사람의 앉은키만 하게 남았던 철탑들이 흔들리면서 마저 무너져 내렸고, 그 사이로 폭발과 굉음이 일어났지만 용병과 연구원은 그걸 들을 수 없었다.

드드드득!!

땅속에서 울려 퍼지는 굉음과 진동이 그 모든 소리를 집어삼켰기 때문이다. 그 소리는 마치 땅속에 거대한 무언가가 똬리를 틀고 있는 것만 같았다.

상혁은 그 모든 것을 보고, 느끼고, 즐겼다.

그리고 마침내 상혁의 손이 마지막 수인을 맺었다.

“어스퀘이크.”

쿠궁-!!

상혁의 입가로 미약한 핏줄기가 흘러내렸다.

7서클, 어스퀘이크.

지진 마법은 6서클인 상혁이 사용할 수 없는 마법이나 상혁은 일부러 무리했다. 웬만한 7서클 마법사보다도 많은 자신의 고리의 마나와 8서클에 도달했던 자신의 경험을 믿고.

부족한 경지를 상혁은 수많은 마법진과 수인으로 채웠다.

그 결과가 지금 바로 이것이었다.

‘버틸 만하네.’

주르륵

입가로 피가 더 많이 흘러내리기 시작했지만 상혁은 피로 물든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서클을 뛰어넘은 마법을 펼쳤음에도 몸에 과부하가 이 정도라면 얼마든지 견뎌 낼 만한 수준이다.

적어도 상혁에게는 그랬다.

가나안에서 오십 년을 살며 그가 겪어 온 풍파에 비하자면 이 정도 고통은 우스운 정도다. 그리고 상혁의 손을 통해 펼쳐진 지진이 상혁과 용병, 연구원들이 주저앉은 곳을 제외하고 일어나기 시작했다.

쩌저적-!!

단단한 대지가 유리처럼 금이 가고 깨져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거대한 땅이 움직이며 분노를 토해 내듯 내부의 있는 모든 것들을 갈아내기 시작했다.

쾅! 콰과과과광!!

들썩들썩

땅속에 잠들어 있던 핵무기가 터졌다. 그리고 균열이 일어난 대지 위로 TC-01과 무수히 많은 생물, 화학 무기들이 새어 나왔다.

핵무기가 터지며 일어난 방사성 물질이 그와 함께 튀어나왔다.

그 양은 네바다주, 아니 네바다를 넘어 미국 절반을 죽음의 대지로 만들어도 이상할 것이 없는 끔찍한 오염이고 재앙이다.

인간의 기술은 이미 그들의 손으로 그들을 파멸시키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그 순간 상혁이 두 눈을 번쩍 뜨며 전력을 다해 그것들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드드드득!!

방사능 물질과 생화학 무기.

인간의 연약한 신체는 그것이 노출되는 즉시 어떻게 죽었는지도 모르게 즉사할 것이다. 그 끔찍한 무기는 아이언 포레스트의 지하에서 비밀리에 개발되고 있었고 그건 미 국방성에서도 모르는 일이었다.

원탁.

미국의 암중 세력 중 하나인 원탁이 비밀리에 그것들을 개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그들이 수십 년에 걸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어 만든 그 모든 것들이 상혁에게로 빨려들고 있었다.

우득, 우드득!

상혁의 전신이 푸르고 검은색으로 뒤덮였다. 그리고 뼈와 근육이 찢어지고 부서지는 소리를 냈고 상혁의 피부 위로 반점이 덮였다가. 피부가 달아오르고 피가 빠져나간 것처럼 창백해지는 등 실시간으로 다양한 변화가 일어났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상혁의 전신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스으으으으

그저 상혁의 칠공으로 온갖 색이 섞인 듯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며 상혁이 살아 있다는 것을 알려 줄 따름이었다.

아이언 포레스트의 지하 시설이 지진에 의해 모두 곤죽처럼 변했고 그 흔적조차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부서졌다.

그리고 일어난 균열에서 피어오른 온갖 오염 물질이 상혁의 몸으로 빨려들었고, 상혁은 칠공에서 아지랑이를 피워 올렸다.

드드드드…….

지진의 진동이 줄어들었다. 그러자 용병과 연구원은 간신히 고개를 들었다. 공포에 질린 그들은 인간이 만들어 낸 재해에 간신히 고개를 들어 상혁을 바라봤다.

꿀꺽

상혁은 가부좌를 튼 채 미동도 하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이미 공포에 질린 그들은 무방비해 보이는 상혁에도 불구하고 감히 움직일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그들의 눈앞에 신이 앉아 있었으니까.

폭풍을 불러일으키고 지진을 일으키는 이가 신이 아니라면 대체 무엇일까.

그리고 조금 더 시간이 흐른 순간 그들은 볼 수 있었다. 물감이 끼얹어진 것처럼 각양각색으로 변하던 상혁의 몸이 마치 지우개로 색을 지워 내는 것처럼 돌아오고 있다는 것을.

스아아아아!

동시에 상혁의 칠공에서 흘러나오는 불길한 색의 아지랑이의 색이 점점 더 옅어지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사아아아아!!

“아!”

그와 동시에 아이언 포레스트를 덮고 있던 유리 돔이 얼음이 태양에 녹듯 스르르 녹아내리며 푸른 하늘이 용병과 연구원의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번쩍!!

그 순간 감겨 있던 상혁의 눈이 뜨였다. 그리고 눈을 뜬 상혁을 보고 있던 용병과 연구원은 각자 숨이 넘어가는 소리를 내면서 자신들의 목을 움켜쥐었다.

감았던 눈을 다시 뜬 상혁을 본 순간 그들의 숨이 막혔기 때문이다.

우우우우!!

대기가 떨고 땅이 우는 듯했다. 상혁이 눈을 뜬 순간 마치 세상 천지 만물이 상혁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 같은 느낌이 느껴졌다.

커흑!

커흐으윽!

그러나 잠시 후 그들의 숨통을 조이던 상혁의 기세가 줄어들었다. 간신히 숨을 다시 쉴 수 있게 된 그들이 거칠게 숨을 몰아쉬는 순간.

타앙-!!

퍼억!!

저 멀리서 들려온 총성과 함께 상혁의 머리에 총알이 날아와 박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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