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먹는 대마법사 184화
184. 지구 유일인데 세계 최강이다(4)
스팟!!
“…….”
“…….”
“…….”
위성이 잡던 화면이 시커멓게 물들었다. 분명 조금 전까지만 해도 삭막한 사막과 철탑들이 어우러져 있던 아이언 포레스트가 화면 안에서 사라져 버린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자리에 모인 프리메이슨의 가주들은 단 한 명도 입을 열지 못했다.
파월은 자신도 모르게 목줄기를 타고 흐르는 식은땀을 느끼며 갑자기 한기를 느꼈다.
‘그는 사람인가?’
파월은 더 이상 이곳에 모인 프리메이슨의 가주들이 무섭지 않았다. 진짜 무서운 것은 조금 전까지 화면으로 보던 상혁이란 것이 피부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사람이 그런 신위를 보일 수 있을 리 없지. 그는 신이다.’
이해하지 못할 일이라면 이해하려고 애를 쓰는 것보다 그것을 기적,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 그냥 하나의 현상이라도 생각하고 받아들이고 인정하면 마음이 편해진다.
파월이 선택한 방법이 바로 그 방법이었다.
동시에 그는 왜 상혁이 자신을 드러내기로 했는지를 완벽하게 이해했다.
‘일부러 보여 주는 것이다. 아이언 포레스트는 제피렐리 가문이 외부에 비밀을 유출하지 않기 위해 온갖 기술과 인력을 동원하여 보호하는 곳. 그곳을 홀로 초토화시켰다는 건.’
파월은 침을 꿀꺽 삼켰다. 그가 원탁과 프리메이슨의 존재를 알게 된 후 절대로 바뀌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던 원탁과 프리메이슨의 세상에 균열이 가고 있는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원탁과 프리메이슨이 두렵지 않다는 뜻이니까.’
상혁은 의도적으로 자신을 숨기지 않았다. 저런 신위를 보이는 남자라면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도 얼마든지 움직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건 동시에 경고이기도 했다.
‘원탁과 프리메이슨. 더 나아가 이 영상을 입수하여 보게 될 모든 국가에 보내는 경고.’
과학 따위는. 군사력 따위는. 모든 국가들이 절대적으로 맹신하고 있는 과학과 군사력 따위로는 자신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을.
[너희들 중 누가 살 가치가 있는지 한번 심판대에 올려 볼까?]
상혁의 마지막 말이 머릿속에 울려 퍼지는 듯했다. 위성으로 전송받은 영상은 음성까지도 들을 수 있었다.
정확히는 독순술의 형태로 사람의 입술이 움직이는 것을 보고 자막처럼 입히는 것이었지만 파월은 팔에 돋은 소름이 아직까지고 가라앉지 않았다는 것을 느꼈다.
‘우릴 보고 있었어.’
상혁은 그 말을 한순간 하늘을 쳐다봤다.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이 자리에 앉은 모두가 같은 것을 느끼고 있었다.
상혁은 그곳에 있는 이들뿐만 아니라, 이것을 보고 있는 모두에게 그렇게 말한 셈이다. 파월은 다리가 허전해 오는 것 같은 느낌을 받으며 다리를 달달 떨었다.
“파월 국장.”
“예.”
로스차일드의 가주인 헤르츨이 가장 먼저 충격을 수습하고는 입을 열었다. 그러자 나머지 가주들이 막혔던 숨을 그제야 쉬는 것처럼 숨을 몰아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신 앞에 모든 인간은 공평할지니.’
파월이 신이라 생각했던 프리메이슨의 가주들도 결국 상혁 앞에서는 자신과 별반 다르지 않은 인간이라는 것이 확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그런 파월에게 헤르츨이 말했다.
“저분을 만나고 싶습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무슨 대가를 치르더라도 반드시.”
헤르츨의 두 눈이 목이 타는 듯한 갈증 끝에 드디어 오아시스를 발견한 낙오자처럼 간절한 빛을 뿜어냈다.
* * *
위성을 통해 그 영상을 보고 있던 건 프리메이슨뿐만이 아니었다.
원탁의 화상회의.
[너희들 중 누가 살 가치가 있는지 한번 심판대에 올려 볼까?]
상혁의 이 한마디와 함께 분명 위성을 통해 실시간으로 전송되고 있던 영상 속의 아이언 포레스트가 사라졌다.
마치 공간을 일그러뜨려 놓은 것 같은 거대한 유리 돔에 가려진 것이다.
그리고 그 끝에 남은 건 침묵뿐이었다.
[이게 대체 뭡니까?]
[지금 우리가 제대로 본 게 맞습니까?]
노리치 가문의 가주와 포든 가문의 가주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들도 느꼈을 것이다. 상혁이 그들에게 경고를 날린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게 그냥 말뿐만 아니라 그럴 만한, 아니 신이 일으킨 기적 같은 능력을 보유한 초인이나 다름없는 상혁의 입에서 나온 말이란 것도.
[영상이 조작되었을 가능성은 없습니까?]
고먼 가문의 가주가 프랭크를 향해 물었다. 그의 목소리 역시 잘게 떨리고 있었는데 그건 마치 인간이 감히 범접할 수 없는 거대한 자연을 마주했을 때 인간이 느끼는 무력감이 배어 있었다.
프랭크는 더블아이에게서 올라온 보고를 확인했다.
[없습니다.]
글레이저 가문의 더블아이는 CIA나 FBI에 견줄 수 있는 정보력을 보유한 곳이다. 정보는 단순히 수집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분석하여 유의미한 결론을 도출하는 것 역시 그 일부분이기 때문에 분석력이 그 두 곳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다.
그런데 그런 더블아이의 분석 결과는 간단명료했다.
[0퍼센트]
영상이 조작되었거나 했을 가능성이 0퍼센트. 하지만 그 말에 놀라는 사람은 없었다. 이미 SSP가 가동된 상황이었기에 수천 대에 달하는 위성이 동시에 같은 장면을 전송했기 때문이다.
하나, 둘 정도라면 모를까 수천 개에 달하는 영상이 같은 것을 보여 주었다면 거기에는 더 이상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그러자 제피렐리 가문의 가주, 짐이 목소리를 높였다.
[아이언 포레스트 내부의 비밀은 외부로 새어 나가서는 안 되는 것들뿐입니다. 그러니 지금 즉시 저자를 막아야 합니다.]
[무슨 수로요?]
제피렐리 가문의 비밀은 원탁 전체의 비밀이나 다름없다. 제피렐리 가문은 그들의 권력과 힘을 위해 비윤리적인 실험도 얼마든지 강행했고 모든 가문들에 그에 동조했다.
그런 실험이 진행된 곳이 바로 저 아이언 포레스트다.
[핵을 터뜨리겠습니다.]
[제피렐리 가주!!]
[지난번 핵 실험도 프리메이슨 쪽에서 냄새를 맡은 걸 무마하느라 얼마나 힘들었는지 아시오?]
[국방성에서도 더 이상 좌시하지는 않을 텐데요!]
[핵이라니!]
핵을 사용한다는 말에 가주들의 입에서 경악성이 터져 나왔다.
핵은 국가의 자산이며 전략적으로 사용되어야 하는 병기다. 핵의 파괴력이란 익히 알려져 있기 때문에 제아무리 원탁이라고 해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없었다.
사용하기 전에 국방성이나 정부와 기나긴 조율을 해야 하는데, 짐 제피렐리는 그냥 그걸 사용하겠다는 뜻인 것이다.
[여러분!]
짐이 이를 뿌득 갈며 소리쳤다.
[아직도 정말 모르시겠습니까? 아니면 모른 척을 하시는 겁니까! 저 백상혁이란 동양인은 지금 우리에게 경고장을 던진 겁니다!]
[…….]
[…….]
경고장.
그 말이 딱 지금 상황에 맞았다. 다른 이들도 비슷하게 느꼈기 때문에 아무도 그 말에 태클을 걸지 못했다.
[국방성과 정부요? 지금 그걸 걱정할 때라 생각하시는 겁니까? 그들은 정치인들입니다! 우리가 컨트롤할 수 있는 자들이에요! 하지만 저자!]
제어할 수 있는 자와 제어할 수 없는 자.
어느 것이 더 큰 문제를 일으킬지는 깊이 생각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알 수 있는 사실이다.
[우린 저자에 대해 아무것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자는 우리를 알고 있어요! 애초에 우리와 계속해서 악연으로 이어져 온 자라는 겁니다. 고먼 가주! 그리고 글레이저 가주!]
짐은 상혁에게 아들을 잃은 고먼과 글레이저를 지목했다.
[더 이상 누군가를 잃어야만 움직이실 겁니까?]
[……!!]
[그건…….]
짐의 말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우리의 자리를 위협할 자입니다. 동시에 우리의 적이기도 하구요. 그런 자를 이곳에서 완벽하게 처리하지 않는다면 우리에게는 암울한 미래만이 있을 뿐이라는 겁니다!]
짐의 말은 원탁의 모든 가주들이 경각심을 가지게 만들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그러자 가주들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때 노리치 가문의 가주가 손을 들고 말했다.
[만약 핵도 통하지 않는다면요?]
그러자 흔들리던 가주들이 고개를 돌려 짐을 쳐다봤다. 상혁의 존재 자체가 아예 그들의 예상에서 벗어나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저 백상혁을 과연 핵으로 죽일 수 있다. 100퍼센트 확신할 수 있는가?
[그건…….]
짐 제피렐리는 결국 그 질문에 시원하게 대답할 수 없었다. 그가 할 수 있는 말은 이것이 고작이었다.
[핵에 살아남지는 못할 겁니다. 그게 있다면 그건 인간이 아니라 정말 신이겠지요. 해 볼 수 있는 모든 것을 해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흔들리던 가주들이 확신 없는 짐의 말에 멈칫했다. 확신을 가지고 움직여도 핵을 원탁에서 쏘아 올린다는 건 정치적으로 너무나 큰 리스크를 짊어져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짐은 이를 으득 깨물었다.
‘이 빌어먹을 기회주의자들! 내가 무너지면 다음은 너희인 것을!’
그러나 방법이 없다. 아이언 포레스트에서 상혁이 멀쩡히 나온다면 그 안에서 대체 무슨 비밀을 가지고 나오게 될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원탁은 서로가 순망치한의 관계다. 그러니 입술이 사라지면 이가 시려운 것은 당연하지만 다른 가주들은 나서려고 하지 않았다.
그러니 가장 먼저 사라질 확률이 높은 입술이 먼저 나서는 수밖에.
[핵 사용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우리 제피렐리에서 지도록 하겠습니다.]
짐의 입에서 그 말이 나오자 그제야 가주들이 동조하기 시작했다. 짐은 불만을 품은 채로, 다른 가주들은 상혁을 보며 느낀 두려움을 품은 채 위태위태한 배가 심상치 않은 바다를 계속해서 항해하기로 결정한 셈이다.
짐은 화상회의를 종료한 뒤 아래층에서 기다리고 있던 가문 산하의 모든 기업의 경영자들을 불러 놓고는 선언했다.
“핵 사용을 허가합니다. 로키드마틴은 그쪽에 집중해 주시고 나머지는 정부와 관련된 기관을 담당하는 걸로.”
인류를 멸절시킬 수도 있는 무기가 짐의 입에서 거론되자 경영자들의 눈이 커졌지만 그들 중 발 벗고 나서는 사람은 없었다.
짐의 입에서 핵의 이야기가 나왔다는 것 자체가 이미 위에서 다 결정된 일이기에 돌이킬 수 없는 일이라는 소리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미국에서 불기 시작한 폭풍이 점차 거세질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 * *
끄아아아!
살려 줘!!
아아아악!
거대한 저울이 선악의 무게를 재자 산 자들의 절규와 비명이 사방에서 터져 나왔다. 상혁은 대지에서, 철탑에서, 공중에서 망자들이 나타나 새카맣게 산 자들에게 들러붙는 것을 보며 낮게 웃었다.
“역시나.”
사선을 몇 번이나 넘나들었던 인간병기나 다름없는 용병들도, 쉘터 안에 안전히 피신해 있던 연구원들도 예외는 없었다.
상혁의 눈에 보이는 모든 산 자들이 망자들을 몸에 매단 채 바닥에 쓰러졌다.
저벅, 저벅.
그런 상혁을 위협할 수 있는 건 더 이상 아무것도 없었다. 제아무리 성능이 좋은 기관총이라고 해도 쏘는 걸 결정하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그런데 그것을 결정한 사람들이 전부 다 산 채로 망자에게 뜯어먹히고 있었다.
“그러니까 착하게들 사셨어야지.”
상혁은 쉘터로 향했다. 쉘터의 문은 활짝 열려 있었다. 연구원들이 망자들을 피해 도망치다가 결국 쉘터의 문을 열고 바깥으로 도망갔기 때문이다.
스하아아아.
상혁의 입가로 검녹색으로 정화된 기체가 계속해서 뿜어져 나왔다. 아이언 포레스트의 방대한 부지 주변으로 격리 마법을 펼치고 수백 명을 대상으로 선악의 저울을 펼쳤다.
가장 까다롭다는 공간과 영혼 마법을 하나도 아니고, 더블 캐스팅으로 펼친 상혁의 마나 소비는 무시무시한 수준이다.
심장이 뻐근할 정도로 고리 안의 마나가 빠져나가는 듯한 느낌,
키잉-!
그 때문에 상혁은 자신의 의식을 하나 더 분리해 내었다. 그러고는 마법을 사용하면서 동시에 대기 중의 방사성 물질을 흡수하여 그 안의 마나를 분리해 내는 식으로 소모하는 마나를 유지했다.
“더 많이. 더 크게.”
상혁의 주변으로 검녹색의 막이 생긴 것 같은 환각이 보였다. 두 개의 마법이 소모하는 마나를 충당하기 위해 점점 더 많은 방사성 물질을 흡수하면서 방사선이 유형화될 정도로 농축된 체 상혁의 주변을 맴돌았기 때문이다.
상혁의 주변으로 1000시버트까지 치솟아 올랐던 방사선 수치가 빠르게 내려가고 있었다. 격리와 선악의 저울을 유지하기 위해 상혁이 흡수하는 방사능의 양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그걸 알아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저벅, 저벅.
몸부림치는 연구원들을 지나쳐 쉘터 안으로 들어간 상혁은 그곳에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아이언 포레스트의 정중앙이 바로 이곳이지.”
상혁이 가부좌를 틀고 앉은 이유는 간단했다.
“언제 하나씩 찾고 있냐. 그냥 싹 다 날려 버리고 취할 것만 취하면 되겠지.”
콰우우우우우!!
상혁의 의식이 마지막 하나까지 분리됐다. 쿼드러플 캐스팅. 그리고 상혁의 몸을 중심으로 거대한 마나의 와류가 뿜어져 나오자 쉘터의 벽이 덜컹거리면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상혁은 이곳의 모든 구조물을 하나도 남김없이 날려 버릴 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