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먹는 대마법사 183화
183. 지구 유일인데 세계 최강이다(3)
제피렐리 가문 산하에는 세 개의 사설 용병 회사가 있었다. 미국은 자국의 군인을 전쟁으로 소모하는 대신 막대한 부를 이용해 용병 회사를 고용하여 대리전쟁을 치렀는데, 그 때문에 미국에는 수백 개의 사설 용병 회사(PMC)가 존재했다.
그중 제피렐리 가문의 블랙스컬, 레드혼, 아이언실드는 수백 개의 사설 용병 회사 중 업계 1위, 4위, 5위를 차지한 대형 용병 회사였다.
그런 만큼 전 세계의 특수부대 출신으로 구성되어 있었으며 록펠러 가문의 골든소드, 디스트로이어, 디펜더와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었다.
그런 세 용병 회사의 가장 큰 수입원 중 하나는 바로 아이언 포레스트의 경비였다.
51구역 내, 아이언 포레스트 자체가 외부에 알려진 바가 거의 없는 극비로 다뤄지는 장소이기 때문에 용병 회사 내에서도 철저히 검증받은 인원만 임무를 받을 수 있었다.
그들을 전부 입이 무겁고, 충성심이 깊거나 돈에 절박한 이들이었다.
한 번 아이언 포레스트에 들어오면 최소한 1년 이상 나가지 못하고 이곳에 주둔해야 하는 조건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많은 용병들이 자원했다.
그런 용병들은 둘 중 하나다.
큰돈이 필요하거나 원탁에 한 다리 걸치고 싶어 하는 기회주의자들.
그리고 제피렐리 가문은 그런 용병들의 심리를 아주 적절히 이용하여 아이언 포레스트를 철통같이 방비하는 보안 시스템을 갖추었다.
그런데 지금 그 보안 시스템이 휘청거리고 있었다.
중심지 방사선 검출량이 1,000시버트를 초과하는 아이언 포레스트에서 갑작스레 방호복 하나 없이 등장한 상혁 때문이다.
“마나도 충분하겠다.”
뭉클뭉클.
상혁은 자신을 보고 크게 놀란 듯, 기민하게 움직여야 하는 용병들이 손가락 하나 까닥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서 양손에서 마나를 크게 키웠다.
[저, 저게 뭐야.]
[지금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건가?]
[미친 새끼들! 정신 똑바로 안 차려!!]
철컥!!
상혁이 마나를 피워 올리자 개중에 위기감을 느끼고 정신을 차린 용병이 나온 모양이다. 철컥거리는 소리는 총기의 잠금장치를 푸는 소리다.
[갈겨!!]
아이언 포레스트에는 인가받지 않은 인원이 함부로 들어올 수 없었다. 51구역 자체가 철저히 비밀리에 운영되는 곳이기 때문에 허락받지 않은 이가 침입하려고 한다면 체포가 아니라 사살하게끔 되어 있었다.
그건 용병들 역시 마찬가지.
그들의 임무는 간단했다.
비인가 접근자, 소위 ‘침입자’라 부르는 이들을 보이는 즉시 모두 사살할 것.
전원이 특수부대 출신으로 인간병기인 데다가 각종 해외 파병이나 실전을 경험해 본 이들로 구성되어 있는 용병만이 아이언 포레스트에서 근무할 수 있었다.
사람을 쏴 죽이는데 거부감이 없는 이들만 아이언 포레스트에 뽑힐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정신을 차린 용병이 가장 먼저 방아쇠를 당겼고 뒤늦게 정신을 차린 용병들의 총구가 상혁을 향해 불꽃을 뿜어내었다.
투다다다다!!
삽시간에 총탄이 비처럼 상혁을 향해 쏟아졌다. 그러나 용병들이 아무리 방아쇠를 당겨도 상혁은 쓰러지지 않았다.
오히려 우뚝 선 상혁의 주변으로 총탄 수백 발이 빼곡하게 들어찼다 총탄이 상혁의 근처에서 무언가에 붙잡힌 것처럼 그대로 멈춰 섰기 때문이다.
“신기하지?”
상혁이 히죽 웃으며 방아쇠를 계속해서 당기면서도 믿을 수 없다는 듯 쳐다보는 용병들을 향해 말했다.
“나도 신기해. 이게 총알에도 되네.”
공간과 중력을 이용한 역장 마법.
마찬가지로 6서클의 공간 계열 마법 중 하나인 역장이 펼쳐지면 투사체가 느려진다. 그 때문에 전쟁터를 오가는 마법사들에게는 필수인 마법 중에 하나가 바로 이 역장 마법이다.
그러나 마나 소모가 심하기 때문에 투사체의 속도를 피할 수 있을 정도로 느리게만 만들곤 하지만, 아이언 포레스트의 마나와 상혁의 마나 고리는 무려 총알을 멈춰 서게 만든 것이다.
저벅, 저벅.
상혁은 여유롭게 총탄 사이를 걸었다. 그러자 용병들이 주춤거리면서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했다.
투다다다다!!
계속해서 그들이 손에 쥔 소총은 총탄을 뱉어 내고 있었지만 그중 상혁에게 닿는 건 단 한 발도 없었다.
위이이잉! 철컥!
그런데 그때 기계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더니 저 멀리서 기관총구가 땅에서 솟아오르며 상혁을 겨눴다.
드르륵, 드르륵!!
눈 깜짝할 사이에 수백 발에 달하는 총탄이 우박처럼 쏟아져 내렸다. 소총보다 훨씬 더 구경이 크고 파괴력이 강한 기관총이 불을 뿜은 것이다.
“더 없어?”
히죽.
하지만 그 기관총 역시 상혁의 역장을 뚫지 못했다. 기관총을 막아 내면서 막대한 마나를 소모했지만 상혁은 눈 하나 깜박하지 않았다.
스하아아.
상혁이 호흡을 내쉴 때마다 수상하기 짝이 없어 보이는 검녹색의 아지랑이 같은 것이 입을 통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럴 때마다 상혁의 핏줄이 꿈틀거리면서 솟아 올랐다. 상혁이 대기 중의 방사선을 그대로 흡수하며 그 중의 마나를 흡수한 뒤 방사능을 깔끔하게 정화시키고 남은 찌꺼기가 흘러나온 것이다.
대기 중의 방사선을 흡수하여 마나로 치환하는 상혁 주변으로 농축된 방사선이 몰려들었다. 그러자 용병들이 입고 있는 방호복에 일제히 경고등이 떠올랐다.
[후퇴!!]
[물러나!]
[미친. 방사선 수치가 왜 이렇게 급격하게 올라가는 건데?]
그들이 입고 있는 방호복은 우주비행사들이 입는 방호복과 동일한 수준으로 만들어진 방호복이다.
다양한 방사선이 여과 없이 날아드는 우주에서 입을 수 있을 정도인데 갑작스레 그 방호복으로 버티지 못할 정도로 방사능 수치가 올라간 것이다.
1,200, 1,300…….
“음. 좀 독한 것 같네.”
상혁은 용병들이 방아쇠를 당기는 것도 잊은 채 황급히 뒤로 물러나는 모습을 보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마나를 흡수하기 위해 대기 중의 방사선을 끌어모은 탓에 일대의 방사선 수치가 급속도로 올라가게 된 것이다.
아마 이대로 상혁이 계속해서 주변의 방사선을 끌어모은다면 상혁 주변으로 지금껏 인간이 경험해 보지 못한 수준의 방사능이 몰리는 현상이 벌어지게 될 것이다.
“일단.”
상혁이 주변의 방사선을 모두 흡수했다. 그러자 격리 마법 등으로 인해 소모됐던 마나가 바짝 차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만약 지금 용병들이 다시 상혁의 주변으로 접근한다면 오히려 놀랄지도 모른다.
상혁이 주변의 방사선을 모두 흡수해 버렸기 때문에 상혁 주변의 방사선 수치가 거의 정상 수준으로 떨어져 버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건 찰나의 순간이었다.
다시 방사선이 빈자리를 채웠다. 상혁은 용병들이 자신으로부터 점점 더 멀어지는 것을 보면서 키득하고 웃었다.
“뭐야. 나 막으려는 거 아니었어?”
기관총구도 시뻘겋게 달아올라 총열을 교체하고 있었다. 상혁이 어깨를 으쓱거리고 있을 때, 드론이 사출되면서 무인 드론이 날아오르는 것이 상혁의 눈에 보였다.
부우우우웅!!
카메라와 총기가 달린 무인 드론이다. 그 드론이 한두 기도 아니고 서른 기 이상이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것을 보며 상혁은 어깨를 으쓱했다.
“환영 인사가 제법 거치네.”
아마 용병들이 지원을 요청한 모양이다.
지잉-!!
상혁의 온몸에 빨간 레이저 포인트가 생겼다. 드론이 상혁을 목표물로 지정한 것이다. 그와 동시에 드론이 사방으로 산개하며 총구를 상혁을 향해 겨눴다.
“호오.”
상혁은 누가 조종하는지는 모르지만 꽤 센스가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 느껴졌다.
“그 짧은 시간 안에 역장의 약점을 알아챘어?”
역장 마법은 마법사의 전면에만 펼칠 수 있었다. 그렇기에 드론이 지금처럼 산개해 버리면 역장 마법으로 모든 총탄을 잡아낼 수 없었다.
위이잉-!!
상혁이 감탄하는 사이 산개한 드론의 기관총구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드론이 일제히 상혁을 향해 수천 발의 총탄을 쏟아 내기 시작했다.
드르르르…….
총탄이 휩쓸고 간 자리에 마치 거대한 맹수가 할퀴고 지나간 것 같은 흔적이 남았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 안에서 사람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쾅-!!
바로 그때 드론 한 기에서 불꽃이 치솟으며 기우뚱하더니 바닥으로 추락했다. 남은 드론이 일제히 카메라를 돌리자 상혁이 있던 곳의 정반대편에서 상혁이 손을 흔들고 있었다.
“어잇차. 한 대 더 맞아라.”
쩌적-!!
상혁의 손에서 사출된 얼음창이 드론 한 기를 또다시 격추시켰다. 상혁은 히죽 웃으며 드론을 향해 손가락을 까딱이고는 그대로 몸을 돌려 도망치기 시작했다.
부우웅-!!
헤이스트 마법으로 바람처럼 달려 나간 상혁이 멀어지자 드론이 일제히 상혁의 뒤를 따라 날기 시작했다.
* * *
“이게 뭐야?”
“모르겠어. 사람은 맞아?”
“관측상으로는 분명히 사람인데…….”
쉘터의 지휘통제실을 말 그대로 난리가 났다. 휴식 중이던 케찰코아틀의 연구원들까지 총동원령이 내리며 지통실이 도떼기시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혼잡스러웠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에는 물론 상혁이 있었다.
“무인 드론 더 사출해!”
“이미 오십 대까지 쫓고 있어.”
“방어 타워는?”
“너무 빨라!”
지통실에서는 거의 모든 것이 원격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거의 완벽하다고 생각했던 방어 시스템이 불과 한 사람에게 무력화되는 것을 보며 연구원들의 눈이 흔들렸다.
“그럼 용병들은?”
“아이언 포레스트 외곽에 포위망을 형성했어.”
“가문에도 알리고! 위성이건 뭐건 싹 다 동원해서 잡아야 돼!”
1,000시버트의 방사선 수치가 측정되는 아이언 포레스트에서 갑자기 나타난 동양인은 방호복 하나 없이 드론을 격추하며 도망 다니고 있었다.
“능력은? 파악했어?”
“지금 확인한 것만 대략 다섯 개. 가속, 역장, 순간이동, 불과 얼음!”
“마법사야? 초인이야? 아니면 슈퍼히어로?”
그들은 갑자기 나타난 침입자의 모든 정보를 수집했다. 하지만 그들은 그 결과를 믿을 수 없었다.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마법을 펼치고 있는 상혁 때문이다.
“SSP? 그게 발동했다고?”
“백상혁!”
“SG그룹!”
“한국인이라고?”
상혁은 자신의 얼굴을 가리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원탁에서 발동한 SSP를 통해 곧바로 상혁의 정체를 알아냈다.
“드론 격추!!”
“불 폭풍!!”
화르륵!
화면 너머에서는 상혁이 불러낸 화염 폭풍, 파이어스톰이 드론 스무 기를 한꺼번에 집어삼키고 있었다.
아이언 포레스트의 모든 방어 시스템이 가동되고 있었지만 잡으려 치면 순간이동으로 빠져나가고, 쫓아오는 드론들을 격추시키는 등 그들은 상혁의 옷자락 하나도 제대로 스칠 수 없었다.
그리고.
쩡-!!
상혁이 허공에 손을 내질렀다. 그 순간 쉘터 안에 있던 모든 사람의 귀에 커다란 유리가 깨지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그들 모두는 볼 수 있었다.
“오, 주여.”
하늘이 왜곡됐다. 케찰코아틀의 연구원들은 그것을 보는 순간 깨달았다. 자신들이 일종의 거대한 유리 돔 비슷한 것 안에 갇혔다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쿠구구구구!!
유리 돔 안이 어둠으로 뒤덮이기 시작했다. 분명 해가 쨍쨍한 날인데도 불구하고 몰려드는 어둠에 드론의 카메라를 이리저리 돌리던 케찰코아틀의 연구원들은 흠칫하고 놀랐다.
드득, 드드득!!
갑자기 드론의 통제권이 빼앗기더니 드론에 달린 카메라가 동시에 모두 한곳을 비췄기 때문이다.
펄럭, 펄럭.
그리고 그곳에서는 어둠을 휘감은 상혁이 공중으로 떠오르고 있었다. 그런 상혁이 손가락을 까딱이자 드론들이 일제히 상혁에게로 끌려왔고 카메라가 상혁을 가까이서 비췄다.
[너희들 중 누가 살 가치가 있는지 한 번 심판대에 올려 볼까?]
상혁이 말하는 소리가 수십 대의 카메라를 통해 스테레오처럼 울려 퍼졌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연구원들은 자신들도 모르게 목과 팔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무언가 그들의 힘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거대한 일이 벌어지려 하고 있다는 것이 본능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파앗-!!
그리고 그들은 상혁의 등 뒤로 거대한 저울이 생겨나는 것을 보며 깨달았다.
악몽은 지금부터 시작일 뿐이라는 것을 말이다.
으, 으아아아악!!
쉘터 곳곳에서 시커먼 악령들이 스멀스멀 쏟아져 나와 연구원들의 몸에 들러붙어 그들의 살을 찢고 피를 받아 마시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