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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먹는 대마법사-181화 (180/249)

쓰레기 먹는 대마법사 181화

181. 지구 유일인데 세계 최강이다(1)

네바다주의 51구역, 아이언 포레스트.

그곳은 지금껏 외부에는 밝혀지지 않은 51구역 내의 유일한 공장도시였다.

도시인데 그곳에 공장이란 수식어가 붙은 이유는 간단했다. 말 그대로 공장이 마치 도시의 빌딩들처럼 빽빽하게 들어차 있어 공장들의 도시라는 이유에서 붙은 이름이기 때문이다.

크고 작은 1,821개의 공장.

그 공장들을 관리하는 건 수만 대의 무인 로봇들이었다. 24시간 365일 내내 1800여 개의 공장은 쉴 새 없이 움직이며 인간으로는 낼 수 없는 수준의 노동력으로 물건을 양산해 내었다.

록펠러와 함께 세계 최대의 방산기업인 로키드마틴의 군용기는 물론 군과 경찰에 납품하는 각종 소모품과 최신 과학 기술이 접목된 다양한 군사 장비들의 개발과 생산이 그곳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수만 대에 달하는 무인 로봇을 제어하고 유지 및 보수를 하는 건 네바다로부터 수천 km 떨어진 뉴욕의 로키드마틴의 본사에서 이뤄지고 있었지만 그래도 아이언 포레스트 내부에도 시설의 물리적인 유지와 감시, 그리고 보안을 위한 인원이 머무르고 있었다.

블랙스컬, 레드혼, 아이언실드 출신의 최정예요원으로 이뤄진 보안요원 백여 명과 로키드마틴의 케찰코아틀이 아이언 포레스트 내부에 주둔하고 있었다.

케찰코아틀은 아즈텍 문명의 최고신 중 한 명이자 인간에게 옥수수를 키우는 법과 베를 짜내는 법 그리고 시간을 알아내는 법을 알려 준 지혜의 신이다.

그리고 로키드마틴의 케찰코아틀은 외부에 밝혀지지 않은 연구원들로 구성된 연구조직으로 로키드마틴 내에서도 가장 은밀하고 위험한 연구를 하는 자들이었다.

TC-01.

기존의 비대칭 전력이라 불렸던 핵무기를 위협할 수 있는 강력하기 짝이 없는 생화학 무기를 개발해 낸 것 역시 바로 그들이었다.

그들은 총 예순네 명의 선임 연구원과 백스물여덟 명의 보조 연구원들로 이뤄진 이들로 그들의 인적 사항은 철저하게 비밀에 감춰져 있어 제피렐리의 가주만이 그들의 인적 사항을 확인할 수 있게끔 되어 있었다.

케찰코아틀의 연구원들이 개발해 낸 신기술로 로키드마틴은 록펠러와 어깨를 견주는 세계 최대의 방산업체가 되었다.

그러나 동시에 그들은 TC=01처럼 인류 전체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는 위험한 실험을 로키드마틴, 더 나아가 제피렐리로부터 인가받아 진행하고 있었고 로키드마틴이나 제피렐리는 그런 기술을 하나씩 풀며 미국 정부와 협상을 벌여 어둠 속에서 은밀히 미국 정부를 조종하기도 했다.

푸쉬이익!!

“후우.”

아이언 포레스트 내부에는 외부에 철저하게 격리된 쿼런틴 쉘터가 있었다. 그리고 그곳은 아이언 포레스트 내 거주하는 이들이 사용하는 장소였다.

쿼런틴 쉘터는 각종 최신 과학 기술로 외부와 내부를 완벽하게 차단하는 기능이 있었다. 들어오기 위해 입구에서 다섯 차례에 걸쳐 전신을 깨끗하게 소독하여야 했고 우주선에서 사용하는 차폐 기능으로 외부와 내부를 완벽하게 격리했다.

그 때문에 외부의 방사능이나 그 어떠한 독성 물질, 심지어는 인간이라면 품고 있을 수밖에 없는 균들까지 완벽하게 살균하여 무균실 수준의 상태를 유지하도록 만들어진 것이 쿼런틴 쉘터였다.

아이언 포레스트는 애초에 무인으로 돌아갈 것을 상정하고 만든 공장도시였기에 인간의 안전을 고려하여 설계된 곳이 아니다.

또한 이 안에서는 지하 500m 지점에서 핵 실험이나 생화학 무기의 실험 등 지상까지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는 다양한 실험들이 진행되었기에 외부에 나가는 인원은 우주복과 비슷한 수준의 방호복을 입어야만 했다.

“오렐리 연구원. 피폭 수치가 높아졌어. 내일은 하루 쉬어야겠네.”

“드디어.”

조금 전 차폐 장치를 열고 쉘터로 돌아온 오렐리는 두 주먹을 불끈 쥐고는 기쁨의 표정을 지었다. 실시간으로 모든 케찰코아틀 연구원의 생체 정보가 AI에 의해 갱신되었기 때문에 방사선 수치가 올라가자 공식적으로 휴가가 부여됐기 때문이다.

“어차피 할 것도 없을 텐데 휴가가 그렇게 좋아?”

오렐리의 동료이자 같은 선임 연구원인 나카무라는 어깨를 으쓱했다. 실험 물리학과 화학의 박사학위를 딴 그는 복잡한 그래프를 보며 어깨를 으쓱했다.

“인간성이 마모되는 느낌이랄까. 너 같이 공부에 미친놈은 내 감정을 모를 거야. 그냥 누워서 핸드폰만 봐도 마음이 치유되고 안정되는 느낌이 드는데.”

“그 정도면 원격으로 정신 상담을 받는 게 어때. 내가 추천해 줄까.”

“누굴 정신병자로 아나.”

오렐리와 나카무라가 잠시 투닥거리고는 이내 피식 웃었다. 코찰케아틀의 연구원들은 사실상 사회에서 격리된 상태로 살아야 하기 때문에 흡사 군대처럼 서로의 관계가 돈독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들의 모든 인적 사항이나 심지어는 사생활까지도 로키드마틴의 특급 기밀도 분류되기 때문에 그들은 결혼도, 연애도 마음대로 할 수 없었다.

심지어 코찰케아틀에서 퇴사하는 것도 기억 부분을 관리하는 뇌수술을 받고 케찰코아틀이란 것 자체를 잊었다는 것을 1년 이상 길게 관찰당하며 확정받아야만 가능할 정도.

그럼에도 그들이 케찰코아틀의 연구원으로 일을 하는 이유는 단 하나 때문이었다.

과학.

바깥에서는 할 수 없는 파괴적인 과학의 신봉자들이 바로 그들이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나카무라가 초록색으로 올라가는 그래프 선을 확인한 뒤 액정을 끄면서 고개를 주억거렸다.

“방사능 수치는 일정하게 유지되고 있네. 1,000㏜가 지난 24시간 동안 균일하게 유지됐어.”

“그럼 거의 성공인가?”

“그런 셈이지. 방사능 제어 프로그램이라니. 그게 가능할 줄은.”

나카루마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건 놀라운 사실이었다. 핵무기나 원전의 가장 큰 위험성은 핵무기가 터지거나, 원전이 터졌을 시 사방으로 퍼질 수밖에 없는 방사능 때문이다.

방사능은 생태계 자체에 큰 충격을 주고 무엇보다도 인간에게 수십 년에 걸쳐 큰 악영향을 끼친다. 그리고 그 방사능을 인위적으로 없애는 건 수십 년이 걸리는 일인지라 사실상 그 지역 일대가 수십 년간 불모지가 되어 버린다.

하지만 코찰케아틀의 연구원들은 방사능 제어 프로그램을 개발하였고, 실험에 성공했다.

방사능 제어 프로그램은 말 그대로 방사능을 일정 지역에 머무르게끔 제어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만일 방사능 자체를 제어할 수 있다면 원전과 핵무기로 인한 방사능 부작용을 제어할 수 있다는 소리다.

그리고 현대 과학 기술에서 어떤 것이 제어 가능하다는 것은 곧 그것을 무기화할 수 있다는 뜻이다.

“영속 가능한 방사능 지대를 만들어 낼 수 있다니. 이건 혁명이야. 현대전을 뒤바꾼 핵무기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발견이라고.”

핵을 터뜨린 뒤 방사능을 그라운드 제로에서 몇 킬로미터 반경 이내에 계속해서 머무르게 할 수도 있었다. 혹은 적의 원전을 터뜨린 뒤 방사능을 그 반경 이내에만 유지시킬 수도 있었다.

“아직 끝이 아니야. 방사능 ‘제어’ 프로그램이니까 그렇게 노출된 방사능을 이동시킬 수도 있어야겠지.”

유지시키는 것이 끝이 아니다. 그들의 다음 목표는 그 방사능을 이동시키는 것이다. 만일 특정 지역의 방사능 수치를 일정하게 유지시킬 수 있고, 더 나아가 그 방사능 지역을 이동시킬 수 있다면 그건 곧 재앙이 된다.

막말로 그 방사능 지대를 하늘로 움직여 구름과 섞이게 한 다음, 그 구름에서 비가 내리면 해당 지역에 방사능비가 내리게 된다.

핵무기 폭발 후 떨어진 낙진 같은, 재앙 그 자체가 되는 것이다.

“무시무시하군.”

오렐리는 그로 인해 일어날 수 있는 일을 떠올리고는 어깨를 부르르 떨었다. 인간이 완벽하게 제어할 수 있는 재앙.

방사능 제어 프로그램이 완성되는 순간 제피렐리 가문은 한 단계 또 다른 차원으로 도약하게 될 것이다.

그걸 쥐고 있는 이상 미국 정부도, 라이벌인 록펠러도 건드릴 수 없는 초월적인 가문이 탄생하게 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삐익-!

그때 쉘터 한쪽에서 소리가 들어오면서 불이 탁 켜졌다. 나카무라는 오렐리에게 어깨를 으쓱했다.

“오늘이지? 부식 들어오는 날.”

“오, 정말?”

오렐리는 자신의 캘린더를 확인한 다음 화색을 띠었다.

“그럼 퍼니언즈도 들어왔나? 내가 그렇게 보내 달라고 요청했는데.”

“글세, 오면 알겠지. 그런데 넌 군것질이 그렇게 좋아?”

나카무라가 하는 말에 오렐리는 단호한 표정을 짓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지. 군것질 없이 어떻게 살아.”

“나 참.”

나카무라가 고개를 내저었다. 그러는 사이 쉘터 바깥의 CCTV를 통해 아이언 포레스트의 육중한 게이트가 열리고 그 안으로 무인 트럭이 들어오고 있었다.

“퍼니언즈!”

잔뜩 기대감이 서린 오렐리의 목소리에 나카무라는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 * *

덜컹덜컹.

상혁은 트럭의 짐칸에서 느껴지는 진동에 육두문자를 내뱉었다.

“승차감이 개똥이네. 똥이야.”

그러나 잠시간은 전신에 느껴지는 그 진동을 느껴야만 했다. 그동안 유지하던 마법을 취소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51구역의 활주로에 착륙한 수송기의 짐칸에서 투명 마법으로 몸을 숨긴 뒤 아이언 포레스트로 향하는 트럭의 화물칸에 올라탄 지 한 시간이 지났다.

부유 마법으로 몸을 띄운 채 흔들리는 화물칸 안에서 홀로 평온을 유지했던 상혁이지만 트럭이 아이언 포레스트에 접근하자 마법을 풀었다. 그 이유는 사방에서 상혁의 몸을 갉아 먹기 위해 달려드는 방사능 때문이었다.

“휘유, 지독하네.”

인체는 50시버트 이상의 방사선에만 노출이 되어도 사망한다. 80시버트까지는 고통을 느낄 새도 없이 곧바로 정신을 잃고 쓰러지는데, 그는 신경계가 완전히 파괴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80시버트가 넘는 순간 고통을 느낄 새도 없이 인간은 말 그대로 즉사한다.

지이이잉-!!

파삭-!

그런데 지금 이 인근의 방사선 수치가 상혁이 차고 있는 손목에서 999시버트까지 찍힌 다음에 손목시계가 부서졌다.

그렇다는 건 이 근방의 방사선 수치가 999시버트를 넘는다는 소리다.

“아무리 나라고 해도 조심은 해야지.”

그러나 그 안에서 상혁은 방호복 하나 없이 멀쩡했다. 이미 아이언 포레스트로부터 3km 떨어진 지점에서 20시버트의 방사선이 검출됐다.

저릿저릿.

상혁은 손끝이 저릿거리는 것을 느꼈다. 인체의 신경계를 훼손시키는 고농도 방사선에 노출된 탓이다.

“후우.”

하지만 상혁이 마나가 섞인 숨결을 손끝에 불자 저릿함이 사라졌다. 상혁은 노면 상태가 최악이라 이리저리 흔들리는 화물칸 내부의 진동 속에서도 마나로 신체를 보호했다.

부유 마법을 취소한 이유는 그저 약간 더 집중하기 위함이다.

“좋아. 아주 좋아.”

투덜거리면서도 상혁의 입가에 서린 미소는 지워지지 않았다. 일반인이라면 발을 들여 놓는 즉시 즉사할 정도의 방사선임에도 그 안에서 느껴지는 짙은 마나 때문이다.

‘거의 드래곤 레어에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이군.’

마나가 이 정도로 풍부한 곳은 가나안에서도 쉬이 찾을 수 없었다. 마법의 조종이자 마나의 축복을 받았다는 드래곤 레어에서나 느껴질 법한 마나의 농도라고나 할까.

‘어디 있나 볼까.’

상혁을 중심으로 그에게서 폭발적으로 마나가 뿜어져 나왔다. 그렇게 뿜어져 나온 마나는 레이더처럼 주변의 모든 지형지물을 실시간으로 인지해 상혁에게 전달했다.

‘TC-01. 지하에 있다.’

지하에서 농축된 마나가 느껴졌다. 용산에서 한 번 맛보았던 TC-01이다. 핵무기를 대체할 수 있는 생화학 무기지만 상혁에게는 질 좋은 마나에 지나지 않았다.

“이곳이라면.”

상혁의 두 눈에서 광망이 뿜어져 나왔다. 가나안의 드래곤 레어를 연상케 하는 짙은 마나 속에서 상혁의 마나안이 제대로 폭발한 것이다.

“7서클에 오르고도 남겠어.”

어쩌면 8서클에 도전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전에 끝내 놔야 할 것이 있었다. 상혁은 두 손을 들어 올렸다. 그러고는 한 손을 뻗어 허공에서 무언가를 움켜쥐었다.

쩡-!

그 순간 상혁의 귀에만 들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상혁은 히죽 웃으며 손을 내리고는 중얼거렸다.

“이게 되네?”

휘오오오-!!

상혁의 눈에 뒤틀린 채 금이 가 있는 듯한 허공의 균열이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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