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쓰레기 먹는 대마법사-177화 (176/249)

쓰레기 먹는 대마법사 177화

177. 천벌(2)

지옥형 한 시간.

현실과 마계의 경계선에서 살아 있는 인간의 냄새를 맡고 우르르 몰려온 악마들에게 한 시간 동안 산 채로 뜯어 먹히는 극형이다.

그러나 그게 실제로 육체가 뜯어 먹힌다는 건 아니다.

어디까지나 선악의 저울은 6서클 마법. 고작 6서클로 마계의 문을 연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이야기다.

이야기를 보면 괜히 흑마법사가 수천 수만의 살아 있는 생명을 제물로 바쳐 마왕을 소환하는 것이 아니다.

‘차원’ 간의 소통이 가능케 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많은 동력원이 필요로 한다는 뜻이다.

천계, 마계 그리고 정령계.

전부 다 가나안에 증거로 남아 있는, 가나안과 연결된 또 다른 세계다. 하지만 증거만 남아 있을 뿐 상혁은 단 한 번도 천사나 마족을 본 적이 없었다.

‘정령은 몇 번 봤지만.’

당장 자신의 곁에도 초아가 있지 않던가. 물론 가나안처럼 정령계를 오가면서 계약자와의 계약에 응해 현현하는 형식은 아닌 것 같았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고작 6서클 마법으로는 마계의 문을 열 수 없다는 것이 중요했다.

“으브브브븝!!”

그렇다면 지금 스캇이 산 채로 뜯어 먹히는 듯한 고통을 겪고 있는 건 뭐다?

“그냥 환각이지. 평범한 일반인은 결코 구별해 낼 수 없는 환각.”

하지만 아마 아주 조금의 마나, 그러니까 마법으로 따지면 1서클, 입문 마법사 정도의 마나만 가지고 있었더라도 이게 환각이라는 것 정도는 깨달을 수 있었을 것이다.

상혁은 태연하게 어깨를 으쓱했다.

“참, 여긴 마법사가 없지.”

“으, 으브브브븝!!”

그 때문에 원혼이 깃든 지옥의 마귀들이 자신의 몸을 산채로 부수고, 찢고, 내장을 꺼내 먹는 걸 스캇은 제정신으로 지켜봐야만 했다.

그것도 실제로 그런 비슷한 고통을 느낀다고 뇌가 착각하는 상태에서 말이다.

하지만 상혁은 여기서 아주 약간의, 아주 티끌만 한 작은 배려를 베풀었다.

“어웨이크닝.”

스으윽-!

스캇의 머릿속으로 상혁의 마나가 스며들었다. 각성 마법인 어웨이크닝은 본래 정신이 혼미하거나 정신 공격에 당한 이들의 정신을 되돌리기 위해서 쓰는 마법이다.

한마디로 제정신을 찾게끔 만들어 주는 마법이란 소리다.

그 마법을 스캇에게 썼다. 그렇기에 스캇은 정신을 잃을 수도, 놓을 수도 없이 정신이 아주 말똥하게 짱짱한 상태에서 지옥형을 느껴야만 했다.

[그만들 하시고 성불하시길.]

상혁은 마나를 담아 스캇을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고 있는 원혼들에게 말했다. 그러자 데몬들의 몸에서 원혼들이 스르르 빠져나왔다.

마나안은 육안으로 볼 수 없는 많은 것들을 보여 준다. 원혼 역시 마찬가지다. 그때 원혼들 사이에서 흐릿한 원혼 하나가 상혁 앞으로 날아왔다.

“박제희 양?”

상혁은 그 흐릿한 모습에서 떠올린 사람이 있었다. 박제희가 고개를 끄덕이자 상혁은 고개를 꾸벅 숙였다.

“명복을 빕니다. 복수는 제가 대신해 드렸으니 편히 가세요.”

원혼이 이 지상에 오래 떠돌아다녀서 좋을 것이 없다. 대개 그런 이들이 유령이 되고 악령이 된다. 반면 자신이 그들의 억울함을 어느 정도 풀어 주었으니 이제라도 승천하는 데는 무리가 없을 것이다.

‘오승택 형제 아버지를 본 게 도움이 되네.’

오승택의 아비는 자신의 가족을 지키기 위해 기꺼이 수호령이 되었다. 비록 오승환이 그로 인해 박수무당이 되었지만 신병을 앓지 않은 것을 보면 그 부담 역시 그 아비가 받아 내고 있다는 뜻이다.

어쨌거나 그 경험이 도움이 됐다. 박제희는 흐릿하게 웃었다. 그러더니 그녀는 손가락을 들어 자신의 유품을 가리켰다.

학생증.

상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가족께 전달 드리지요.”

꾸벅.

박제희는 고개를 꾸벅 숙였다. 고맙다는 뜻이다. 그러자 원혼들이 상혁의 주변을 둘러싸고 원을 그렸다. 그들 모두 상혁에게 같은 것을 원했다.

상혁은 한숨을 작게 내쉬었다.

“여러분들 것도 가족께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원혼들이 흐릿하게 웃었다. 스캇에게 복수를 하여 쌓였던 원한과 한을 풀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자신들에게 복수의 기회를 준 상혁에게 진심을 담아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파아아앗-!!

원혼들의 몸이 푸르게 빛나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원혼들의 빛이 상혁의 앞에서 뭉치기 시작했다. 상혁은 원혼들의 기운이 흐려지는 것을 느끼고는 눈썹을 치켜올렸다.

“지금 대체 무슨 짓을…….”

파앗-!

상혁이 그들을 말리기도 전에 푸른 기운이 뭉쳐 빛을 발했다. 그러고는 상혁의 손에 툭 하고 떨어졌다. 상혁은 자신의 손바닥에 떨어진 손톱만 한 작은 돌을 보고는 입을 헤 벌렸다.

“마나석?”

상혁이 궁금증을 풀기도 전에 원혼들이 한 곳으로 뭉쳐 하늘로 승천하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이내 푸른빛 무리만이 그들이 지나간 곳에 남았다.

사라라

상혁은 손을 뻗어 그 빛무리를 만지려고 했지만 상혁의 손을 지나쳐 스륵 흘러내렸다. 간 것이다.

“으브브브브!!”

상혁은 피식 웃으며 손가락을 튕겼다.

따악-!!

쿵!

그러자 허공에 뜬 채 자신의 사지가 이리저리 뜯겨져 나가는 것을 두 눈으로 보고 있던 스캇의 몸이 쿵 하고 떨어졌다. 땅에 떨어진 스캇의 몸에는 생채기 하나 없었다.

“캔슬.”

그리고 상혁은 스캇의 입에 걸었던 마비 마법도 해제했다. 그러자 스캇에게서 고약한 냄새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바지는 오물로 흥건했고 마비가 풀리며 속이 견디지 못하고 먹었던 것들을 쏟아 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혁은 눈썹 하나 깜박하지 않았다. 대신 바닥에 쓰러진 채 팔다리에 경련을 일으키는 스캇의 머리맡에 쭈그려 앉았다.

“스캇.”

“끄, 끄으으으으.”

“어땠어? 꽤 고위급 마법인데. 이거 겪고도 살아남은 사람은 네가 최초다?”

상혁은 땀에 흠뻑 젖은 스캇의 머리를 슥 쓸었다. 그러자 스캇의 눈이 부르르 떨렸다. 스캇의 눈에는 상혁을 향한 공포밖에 보이지 않았다.

산 채로 악귀에게 뜯기고 씹히는 그 모습을 두 번 다시 보고 싶지 않았다. 마법이니 뭐니, 이제는 다 싫었다. 스캇은 그런 상혁이 너무나도 무서울 뿐이었다.

“사, 살려…….”

“왜 이래. 누가 죽인대?”

상혁이 히죽 웃었다. 사실 지옥형 한 시간은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선악의 저울은 유지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괴물처럼 마나를 잡아먹는다.

실제로 스캇이 경험한 건 삼 분 남짓.

하지만 고작 삼 분 남짓에 웬만한 7서클 마법사의 뺨을 여러 번 후려칠 수 있을 정도의 마나를 지닌 상혁의 마나의 고리가 1/3이 비었다.

그러나 그 사실을 스캇에게 말해 줄 필요는 없었다.

‘언제든 내가 다시 그 고통을 겪게 해 줄 수 있다는 것만 각인시켜 주면 되지.’

그리고 스캇은 상혁을 보는 눈빛에서 공포 이외의 것이 보이지 않았다. 상혁은 속으로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스캇의 머리를 스윽 쓰다듬었다.

파르르.

상혁의 손가락 사이로 사시나무처럼 떠는 스캇의 두려움이 느껴졌다. 상혁은 그런 스캇에게 친절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널 이 자리에서 죽이지 않은 이유는 하나야.”

“하, 하겠습니다.”

스캇은 상혁이 다 말하지도 않았는데 하겠다고 소리쳤다. 상혁의 입가에 맺힌 미소가 짙어졌다.

“뭘?”

“제, 제가 저지른 죄들. 살인죄들. 전부 다 세상에 밝히고 처벌받겠습니다. 그러니까 지옥형만큼은…….”

스캇 고먼은 태어나서 한 번도 자신이 저지른 잘못에 대해서 처벌받은 적이 없다. 그래서 점점 나이가 들면 들수록 삐뚤어졌다.

하지만 스캇이 처음으로 경험한 처벌은, 그것도 지옥형은 말 그대로 지옥 같았다. 스캇의 멘탈은 그 한 번으로 완전히 무너졌다. 완벽하게 무너진 스캇의 멘탈은 상혁의 앞에 완전히 복종해 버렸다.

“좋은 생각이야. 깨끗하게 밝히는 거, 좋지. 그리고 한 가지 더 해 줄 것이 있어.”

상혁이 악마처럼 스캇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글레이저, 제피렐리. 한자리에 모아 놓을 수 있지?”

“예, 예?”

“할 수 있을 거야. 아니, 해야만 할 거야. 그렇지 스캇?”

스캇은 목덜미로 내려오는 상혁의 손길에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러고는 미친놈처럼 달달 떨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예. 됩니다. 무조건 한자리에 모으겠습니다!”

스캇의 머리를 한 번 더 부드럽게 쓰다듬은 상혁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런 상혁의 두 눈이 새파랗게 빛을 발했다.

“좋아. 그럼 기대하지. 이제 돌아가야겠어. 안내해.”

“예!”

스캇이 벌떡 일어나 후다닥 달려나갔다. 상혁은 스캇이 가는 길에 오물이 점처럼 떨어지는 것을 보며 피식 웃었다.

“훨씬 보기 좋네.”

* * *

스슥, 스스슥.

상혁은 놓인 만년필을 집어 들고 계약서에 사인했다. 그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맨해튼대학교의 총장과 부드럽게 웃으며 악수를 한 뒤 몸을 반쯤 돌려 카메라를 쳐다봤다.

파바바박!!

맨해튼대학교와 한국대학교의 협약식은 문제없이 진행됐다. 사전에 미리 모든 부분을 조율해 두었기 때문에 오늘 이 자리에서는 사인만 하면 됐기 때문이다.

그 일주일 사이 상혁은 맨해튼대학교를 직접 방문했고 맨 앞에서 모든 사항들을 진두지휘하며 맨해튼대학교의 실무진과 직접 협상에 나섰다.

적어도 알려진 것은 그랬다.

“미스터 백.”

사진까지 찍고, 사인까지 끝낸 상혁이 먼저 나가는 길에 뒤에서 총장이 상혁을 급히 붙잡았다.

“총장실로 가시겠습니까. 고먼 이사장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맨해튼대학교의 총장이라고 해 봤자 고먼 재단의 재채기 한 번이면 날아갈 파리 목숨이다. 상혁은 간절한 그의 눈을 보며 빙긋 웃은 뒤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시죠.”

상혁은 곧장 총장실로 안내됐다. 상혁이 문을 열고 들어가자 멀끔한 차림의 스캇이 상석에 앉아 있다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럼 두 분, 말씀 나누십시오.”

총장은 상혁을 안내만 하고 얼른 뒤로 빠졌다. 그렇게 총장실에 단둘만 남게 되자 평정을 가장하고 있던 스캇의 표정이 바뀌었다.

공포.

스캇이 얼른 옆으로 비켜서자 상혁은 그가 방금까지 앉아 있던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그의 옆에 스캇이 다가와 마치 비서처럼 섰다.

싱긋.

“고생 많았어 스캇.”

“아, 아닙니다.”

상혁이 고개를 들어 스캇을 보고는 싱긋 웃었다. 맨해튼대학교와 한국대학교는 업무 협약을 맺었지만 사실상 그 내부를 들여다보면 일방적으로 맨해튼대학교가 한국대학교에 퍼주는 형태로 계약이 성립됐다.

모든 것은 한국대학교에 유리한 쪽으로 진행이 됐는데 그 이유는 간단했다.

고먼 재단.

스캇이 직접 나서서 모든 계약 조건을 상혁에게 유리한 쪽으로 손수 핸들링을 했고 맨해튼대학교 쪽에도 무조건 그대로 진행하라고 알려 상혁이 직접 나서서 할 것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맨해튼대학교에서는 스캇이 그 정도로 나서서 직접 상혁을 챙기는 것을 보며 불공정하거나 불합리하다고 문제를 제기할 의지 자체를 잃었기에 협상은 수월하게 끝났다.

“그래서, 글레이저랑 제피렐리는?”

상혁은 스캇을 종처럼 부려 먹었다. 스캇은 상혁이 자신을 하인처럼 부려도 반항할 생각조차도 하지 못했다.

놀라울 정도로 순종적이 된 스캇에게 상혁이 묻자 스캇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롱아일랜드의 몽탁이라는 지역이 있습니다. 그곳에 ‘세계의 끝’이라는 언덕이 있는데 그곳에 있는 별장에서 내일 만나기로 했습니다.”

“누구를.”

“윌리엄 글레이저와 안드레아스 타이클레입니다.”

“윌리엄 글레이저는 알고. 안드레아스?”

“로키드마틴의 CEO입니다. 제피렐리 가문의 가주의 오른팔로 알려져 있습니다. 대장로라고 불리기도 하구요.”

“호오, 힘 좀 썼네.”

“가, 감사합니다.”

스캇이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상혁의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굴욕적인 순간이었지만 상혁에 대한 공포로 머릿속이 가득 찬 스캇은 그런 걸 굴욕적이라고 생각할 여유도 없었다.

“로키드마틴이면 군수업체?”

“예, 주로 군용기 위주의 개발을 하고 있지만 다양한 분야의 방위산업에 발을 담그고 있습니다.”

“알지. 알아.”

상혁의 입가에 스산한 미소가 서렸다. 그곳의 CEO라면 알고 있는 것이 많을 것이다. 예를 들면 용산의 비밀 연구소에 있던 생화학 무기 같은 것을 말이다.

“그, 그런데 미스터 백.”

그때 스캇이 상혁의 눈치를 잔뜩 살피며 상혁에게 말했다.

“그, 국무부와 혹시 무슨 관계인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상혁의 눈썹이 꿈틀했다. 미국에 도착한 지 일주일이 지났다. 하지만 국무부는 여전히 감감무소식이다. 그런데 드디어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니, 안 돼.”

상큼하게 대답한 상혁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스캇은 그냥 나가 버리는 상혁을 붙잡을 수 없었다.

상혁이 맨해튼대학교를 빠져나갈 때쯤 상혁의 핸드폰이 울렸다.

“여보세요.”

[미스터 백상혁. 전 외교안보국 국장인 파월이라고 합니다.]

국무부다.

“부르시고 일주일이 넘은 지금 연락을 주시다니요. 무례하시군요.”

[죄송합니다. 내부 사정 때문에 피치 못 하게 그리되었습니다. 괜찮으시다면 지금 계신 곳으로 제가 직접 가도록 하겠습니다. 유선상 말씀드릴 이야기는 아닌 터라.]

내부 사정 때문이 아니라 상혁에 대해서 조사하고 또 조사하며 신중을 기하느라 그런 것이리라. 비공식적으로 접촉해 온 것이니 국무부 측에서도 공식적으로 밝힐 수 없는 비밀스러운 일 때문일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그럼.”

상혁의 입가가 뒤틀렸다.

뭐 하러 귀찮게 약속을 따로 잡아 시간을 낸단 말인가. 기왕 나간 거 한 번에 처리하는 것이 최고다.

“오늘은 바쁘고. 내일. 몽탁의 세계의 끝이란 곳에서 만나시죠. 그곳에서 일이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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