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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먹는 대마법사-176화 (175/249)

쓰레기 먹는 대마법사 176화

176. 천벌(1)

“여긴…… 그래, 그런가. 꿈이 아닌 모양이군.”

자신의 가장 치명적인 치부를 상혁에게 까발린 셈이지만 스캇은 평정심을 잃지 않았다. 상혁은 그를 보며 조소를 입가에 머금었다.

“자포자기?”

“아니, 언젠가는 이런 일이 벌어질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 것뿐이거든.”

스캇은 상혁을 직시했다. 상혁의 두 눈은 투명한 유리알처럼 번들거렸다. 스캇은 그런 상혁을 보며 돌연 웃었다.

“그래서, 한 사람의 가장 은밀한 비밀을 본 기분이 어때?”

“기억이 나는 모양이지?”

“그래. 마치 내가 아닌 것 같았지만 전부 기억은 나.”

“그럼. 누가 건 마법인데.”

상혁이 히죽 웃었다. 마법이란 소리에 스캇은 오히려 이해했다는 듯 덤덤히 고개를 끄덕였다. 마법이란 소리에도 전혀 놀라는 기색이 없었다.

“안 놀라워?”

“놀라길 바랐나? 이거 미안해서 어쩌지. 놀랍기는 해. 하지만 내가 겪은 일이 마법이 아니라면 설명할 방법이 없으니 그럴 줄 알았다는 것뿐이야.”

제정신을 차린 스캇 고먼은 꽤 젠틀했다. 그러나 상혁은 실실 새어 나오는 웃음을 멈추지 못했다.

“우습군.”

“내가 사람을 죽인 게?”

“아니. 다 들켜서 네가 이제 추락할 일만 남았는데 뭐 대단한 사람이라도 되는 것마냥 침착을 가장하는 게 웃기다는 뜻이야.”

놈은 악인이다. 그것도 말이 필요 없는 희대의 악인이다. 그런데 저렇게 젠틀한 척 구는 게 얼마나 우스운지 스스로는 모를 것이다.

“고의가 아니야.”

“왜. 과거의 상처가 너를 그렇게 만들었다고 하고 싶은 건가? 네가 엄마에게, 여자에게 사랑받지 못한 걸 네 부와 명예에 부나방처럼 끌린 여자들을 죽이면서 복수하면서 살인에 눈을 떴다는 게?”

그리고 그 살인에 대한 쾌락은 자신에게 반항하는 여자를 죽이면서 극대화됐다. 그는 여자가 자신이 쳐 놓은 거미줄에 걸려 버둥거리는 것을 보며 즐기는 변태이자 살인마다.

“아니, 그런 게 아니야. 난 정말 그 여자들을 모두 사랑했어.”

스캇은 상혁을 향해 천천히 걸었다. 그는 부드럽게 유리 전시관을 쓰다듬었다. 애정이 담긴 것처럼, 사랑에 빠진 눈으로 그는 피가 묻은 어린아이 장난감을 바라봤다.

“사랑은 영원하지 않아. 하지만 죽으면 비로소 사랑은 완전해지지. 변할 일도, 바뀔 일도 없으니까. 난 그저 완벽한 사랑을 하고자 했던 것뿐이야.”

“크하하하하!!”

상혁은 배를 잡고 웃었다. 스캇은 상혁이 웃는 것을 보며 옆의 전시관으로 슥 이동했다. 상혁이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아 내며 스캇에게 말했다.

“완벽을 논한다고? 고작 보잘것없는 인간 주제에? 이봐 스캇. 내가 인생의 진리 하나 알려 줄까?”

“진리?”

“칠십 년 정도 살아보니 이것저것 경험한 게 많거든. 뭐, 노인네의 잔소리라고 생각해도 좋아.”

상혁이 낄낄거리며 웃었다. 상혁의 휘어진 두 눈에 현기가 깃들었다.

“이 세상에 완벽한 건 없어. 아무리 완벽하다고 생각해도 시간이 지나고 보면 다른 길이나 빈틈이 보이더라고. 그런데 완벽한 사랑이라. 어떻게 여자들의 죽음이 완벽한 사랑으로 완성된다는 거지?”

상혁이 손가락을 들어 스캇을 가리켰다.

“네가 그렇게 살아 있는데? 너도 죽어야 그런 사랑이 되는 거 아니야?”

스캇의 말은 궤변이다. 변하지 않는 사랑이 죽음으로 완성된다는 건 여자만 죽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상혁은 손가락으로 그곳에 널린 전시관과 그 안의 유품들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런데 완벽? 완벽은 함부로 논하는 게 아니란다. 그리고 넌.”

상혁이 피식 웃으며 손가락을 딱하고 튕겼다.

우뚝.

그러자 전시관 뒤의 비상 호출 버튼을 누르려던 스캇의 몸이 굳었다. 마비 마법에 걸린 것이다. 상혁은 웃음을 실실 흘리며 말했다.

“완벽을 논하며 스스로를 대단하게 만들려고 하는 것뿐이야. 변태 살인마 주제에.”

그 순간 스캇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일그러진 스캇의 얼굴은 흉신악살이 따로 없었다. 멀쩡한 척, 단념한 척하던 것이 전부 다 연기였다는 뜻이다.

그리고 상혁은 그런 스캇을 철저하게 깨부쉈다.

완벽한 사랑을 논하며 궤변을 펼친 스캇의 모든 말은 그냥 합리화일 뿐이다. 그런데 그걸 보란 듯 조롱하며 상혁이 깨부순 순간 스캇의 멘탈은 깨졌다.

“이거 풀어! 이거 놓으란 말이다!!”

“재밌네. 고먼 재단의 이사장이자 외동이 이런 변태 살인마였다니. 가문의 수치에 재단의 수치야. 이게 알려지면 네게 장학금을 받은 이들이 창피해서 얼굴도 못 들고 다닐 거야. 그렇지?”

“너! 넌 반드시 죽는다. 내 손으로 네놈의 사지를 찢어 버리겠어!! 이거 풀어!!”

“쯧. 역시나 너희들 레퍼토리는 똑같아.”

상혁은 정신 못 차리고 자신에게 바락바락 대드는 스캇을 보면서 혀를 찼다. 조금이라도 눈치를 보며 살았다면 지금 자신이 이렇게 큰소리를 칠 때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을 텐데.

바보도 아니고.

살인도 이런 식으로 머리를 잘 굴려서 저지른 것을 보면 멍청한 것도 아니다.

“그저, 가정교육의 부재가 안타까울 따름이다.”

스캇 같은 놈들에게 어려서부터 숱한 실패의 경험을 안겨 주었다면 이렇게 삐뚤어진 윤리관을 가진 괴물은 태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 얼굴에 그 나이에 그 돈과 권력이면 한 번쯤 네 모든 것을 걸고 제대로 된 사랑을 해 볼 수도 있었을 텐데.”

그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환경을 만든 것은 놈의 가문의 책임이다. 아마 보나 마나 가문의 유일한 직계라고 죄를 지어도 한 번도 따끔하게 혼난 적도 없을 것이다.

그에게 있어 인생이란 어떤 것이었을까.

어쩌면 태어났으니까 그냥 쉽게쉽게 살았던 즐거운 튜토리얼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상혁은 그에게 기꺼이 알려 줄 것이다.

“우리나라에 이런 말이 있어.”

“우으브븝!!”

스캇의 입까지 마비됐다. 입이 마비된 스캇의 얼굴은 근육이 우스꽝스럽게 굳어 침이 질질 흘렀고 목에서는 이상한 소리만 났다.

상혁은 그 앞에 다가가 고개를 숙이고는 빙긋 웃어 보였다.

“인생은 실전이다 x만아. 튜토리얼은 끝이야.”

“우으브븝븝!”

스캇은 계속해서 발버둥 쳤다. 자신이 그런 상황에 처한 것이 믿기지 않을 것이다. 지금껏 그 누구도 그를 그런 식으로 대한 적이 없었으니 말이다.

“재밌는 걸 보여 줄까?”

상혁은 빙긋 웃으며 오른눈에 마나안을 불러냈다. 그러고는 고리에서 섬세하게 마나를 끌어 올리며 그것을 몸 밖으로 뿜어냈다.

“네 눈에는 안 보이겠지만 마법사인 내 눈에 보이거든.”

스캇의 두 눈이 얼어붙기 시작했다. 오색의 서기를 뿜어 대는 상혁의 마나안은 스캇의 눈에 보이지 않았지만 본능적으로 무언가 벌어지려 한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크그그그긍!

쩌억-!

쩌저적-!!

그 순간 스캇의 컬렉션을 가두고 있던 유리로 된 전시관이 동시에 산산조각이 났다. 그곳에서 유리 조각이 폭발하듯 사방으로 튀며 스캇의 몸에 상처를 냈다.

“우브브브!”

주르륵.

유리 파편은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스캇만 베었다. 스캇의 옷이 붉게 물들었고 볼에서는 선혈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네가 남긴 컬렉션에 얽혀 있는 원혼이 말이야.”

따악-!

상혁이 손가락을 튕겼다. 그의 마나가 폭발적으로 방 전체를 가득 메웠다. 그리고 그 안에서 상혁은 마나를 조율하는 지휘자처럼 마나를 움직여 수인을 맺고 마법을 영창했다.

파앗-!

그러자 상혁의 손에 저울이 나타났다. 상혁은 기우뚱거리는 저울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선악의 저울이라는 마법이야. 무려 6서클 마법이지. 하지만 다른 마법들처럼 화려하거나 파괴적인 건 아니야. 오히려 고요하고, 정적이지.”

저울의 추가 기우뚱거리면서 움직였다. 상혁은 그 저울을 들고 스캇에게로 다가갔다.

“그리고 효과도 아주 정직해. 이 마법의 효과는 딱 하나야. 말 그대로 선과 악의 무게를 재는 것이지. 만약 선이 더 무겁다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 하지만 악으로 기울어진다면.”

상혁이 씩 웃었다. 그러자 상혁의 뒤로 베일처럼 드리워져 있던 어둠이 걷히면서 그 너머의 풍경이 스캇의 눈에 들어왔다.

그의 눈이 찢어질 것처럼 커졌다.

무저갱에서 올라온 데몬들. 보기만 해도 심장이 멎을 것 같은 마귀와 악귀들이 현실과 저곳을 가르고 있는 어느 선에 막혀 있었다. 상혁은 어깨를 으쓱했다.

“저것들이 무분별하게 현실로 쏟아져 나오면 큰일이잖아. 그래서 함부로 나올 수는 없어. 특정한 조건이 갖춰지지 않는다면 말이야.”

상혁은 휘유, 하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어둠이 드리워지며 악귀의 모습이 사라졌다.

“선악의 저울이 가리키는 악에 대한 징벌에 한해서만 나올 수 있어. 그리고 그 대상은 악의 죄업을 짊어 멘 자뿐이지.”

스윽.

“그러니까 아까처럼 혀를 나불거려 봐. 너의 선악의 추를 결정할 배심원들이 도착했으니.”

스윽.

상혁이 손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상혁의 손에서 마나가 뿜어져 나오며 허공을 부유하고 있는 영혼들에게 스며들었다. 그러자 그들의 형태가 스캇의 눈에도 보이기 시작했다.

스캇이 모아 놓은 컬렉션의 주인들.

그 컬렉션에 붙어 피눈물을 흘리며 스캇을 저주하고 있던 원혼들이 이 재판의 배심원이다. 그리고 이 재판의 재판장은.

“참고로 판정은 내가 내린다?”

바로 상혁이었다.

휙.

땅, 땅, 땅!

상혁은 마법으로 판사 망치를 만들어 낸 뒤 허공을 두드렸다. 그러자 경쾌한 소리와 함께 허공을 부유하던 원혼들이 지상으로 내려왔다.

“자. 그럼 재판을 시작합니다. 배심원들께서는 착석해 주시길 바랍니다.”

마나가 실린 상혁의 목소리는 영혼들의 귀에도 들린다. 영혼들은 거대한 격을 품은 상혁 앞에 고분고분 굴었지만 스캇을 볼 때마다 원혼들은 동요했다.

선악의 저울은 스캇의 머리 위에서 기우뚱거렸다. 스캇은 어깨를 부르르 떨었다. 상혁은 잔혹한 미소를 지으며 스캇에게 말했다.

“그렇다면 피고. 마지막 변론을 해 주세요.”

“우브브브브!!”

상혁이 그에게 발언하라 했지만 입이 마비된 스캇이 말을 할 수 있을 리 만무했다. 그 순간 스캇은 깨달았다. 어차피 자신이 발언할 기회 같은 건 애초에 없었다는 것을 말이다.

“흐음. 그게 전부입니까?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군요. 더 할 말이 없어요?”

“우브브븝!!”

스캇은 몸을 뒤틀면서 발버둥 쳤다. 그런 스캇을 배심원석에 앉은 원혼들이 싸늘한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상혁은 그런 스캇을 보며 히죽 웃었다.

“음. 할 말이 없는 모양이군요. 그럼 판결 내리겠습니다. 피고 스캇 고먼의 선악은…….”

파앗-!

선악의 저울이 빛을 발했다. 그리고 조금의 참작의 여지도 없다는 듯 저울의 추가 한쪽으로 더 이상 쏠릴 수 없을 정도로 휙 쏠렸다.

악(惡).

선악의 저울이 판단한 것이다. 영혼에 쌓인 업보다. 이 선악의 저울은 사실 아무나 6서클이라고 해서 쓸 수 있는 마법이 아니었다.

영혼이라는, 대단히 어렵고도 지난한 분야의 마법.

이 마법을 발전시켜 영이 떠난 시체를 불러일으키고 유령을 부리는 흑마법이 된 것이니, 영혼 마법은 엄밀히 말하면 흑마법의 원류다.

그게 익히기 힘든 것은 당연한 이치.

그리고 영혼 마법은 효율이 좋지 않은 것으로도 유명했다. 4서클의 이하의 마법은 아예 없었고 선악의 저울의 마나 소모는 다른 6서클 마법의 다섯 배에 달한다.

그러니 영혼 마법보다는 원소 마법을 마법사들이 선호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상혁도 자신이 세운 이론에 따라 고리를 넓히지 않았더라면 함부로 시도조차도 해 볼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 만큼 영혼 마법에는 거짓이 없었다.

그런 선악의 저울이 가리킨 스캇의 선악은 뚜렷한 악.

상혁이 입꼬리를 히죽 끌어 올렸다.

“판결! 피고 스캇 고먼은 만장일치로 악인임이 증명된바, 선악의 저울에 따라 스캇 고먼을 한 시간 지옥 형에 처한다!”

촤르륵!

그리고 그 순간 무저갱의 악귀들이 다시금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자 배심원석에 있던 원혼들이 앞다투어 악귀들의 몸속으로 스며들었다.

“으, 으브브브브!!”

스캇은 비명에 가까운 고함을 내질렀지만 여전히 무슨 말을 하는지는 알아들을 수 없었다. 상혁이 손가락을 튕긴 순간 악귀들을 가로막고 있던 선이 사라지며 무저갱의 데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데몬들은 기꺼이 현현하기 위해 자신의 몸을 원혼에게 내주었다. 그리고 스캇에 대한 복수심이 철철 흘러넘치는 원혼들이 스캇을 향해 몰려들었다.

“으브, 으브브브브!!”

데몬들에 파묻힌 스캇에게서 절규가 터져 나왔다. 상혁은 그런 스캇을 보며 손으로 총 모양을 만든 뒤 쏘는 시늉을 했다.

“이게 바로 천벌이다, 새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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