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쓰레기 먹는 대마법사-168화 (167/249)

쓰레기 먹는 대마법사 168화

168. 무서운 비행기(3)

김상돈 교수를 새롭게 조성한 환경재단의 이사장으로 앉혔다. 김상돈 교수가 전격적으로 한국대에서 조성한 환경재단에 이사장으로 취임하자 음모론을 좋아하는 언론에서는 하나둘씩 의심 섞인 시선을 내놓았다.

혹시 용산 기지가 정화되지 않은 것인데 김상돈 교수가 한국대와의 모종의 커넥션 때문에 눈감아 준 것이 아닌가 하는 그런 의구심.

하지만 상대가 SG그룹의 백상혁이었던지라 작은 의구심을 피력하는 것이 전부였다.

그러나 그 무엇 하나도 꿇릴 것이 없었던 김상돈 교수는 그 조금의 우려도 불식시키고자 환경재단에 조성된 기금으로 자신과 함께 일하던 실력 있는 환경학자들과 후배들을 대거 불러들여 환경감시단체를 본격적으로 조성하는 파격적인 행보를 보여 그들의 입을 다물게 만들었다.

그렇게 김상돈이 파격적인 행보를 보인 지 한 달여가 지났다. 그간 상혁의 일상은 여느 때와 비슷하게 흘러갔지만 보이지 않는 그 너머에서는 느껴지지 않는 거대한 무언가가 태동하고 있었다.

“푸후.”

상혁의 눈이 뜨였다. 그와 함께 마나안이 오색 안광을 한 번 뿜어내고는 잦아들었다. 눈을 뜬 상혁은 피식 웃었다.

“오늘도 한끝이 부족하군.”

마법사에게 마법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다. 그렇기에 상혁은 7서클에 아슬아슬하게 오르지 못한 이후 매일 같이 고리를 붙잡고 애를 썼지만 그 한끝의 격차가 좁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상혁의 표정은 어둡지 않았다. 오히려 후련함에 가까웠다.

“오늘로서 확실해졌네. 그 정도의 마나가 다시 한번 더 필요하다는 걸.”

단 한 올.

한 올의 마나실이 부족해 7서클에 오르지 못했기 때문에 상혁은 미련을 가지고 그 한 올을 다른 마나로 대체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여러 방면으로 꽤 노력했다.

그러나 모두 실패했다.

그 결과 상혁이 깨달은 건 한 가지다.

“이건 제피렐리를 만나 봐야겠네.”

상혁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빙긋 웃었다. 상혁이 만난다는 건 제피렐리에게 있어 그리 반가운 일은 아닐 것이다.

상혁이 먼저 연락을 잡고 약속을 잡아 그들을 만날 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은 미국을 가야 한다는 소리겠지. 자매결연이라…….”

미국의 맨해튼대학교에서 지속적으로 한국대 측을 통해 상혁에게 연락을 취하고 있었다. 자매결연 건 때문에 조속히 상혁이 미국으로 오기를 바란다며 주기적으로 연락을 해 온 것이다.

하버드와 함께 세계적인 명성을 지닌 맨해튼대학교.

그곳에서 굳이 자매결연을 맺자며 상혁을 미국으로 오라고 하는 것 자체가 상혁은 구린 냄새가 진동하는 것을 느꼈다.

똑똑.

“김태양입니다.”

그때 김태양이 찾아왔다. 상혁은 그를 반갑게 맞이했다. 정확히는 김태양이 들고 왔을 정보를 반겼다.

“요즘 좀 어떻지?”

상혁의 그 말에는 많은 저의가 내포되어 있었다. 김태양과 그 부하들은 요새 대단히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용산 기지 건을 시작으로 폭발적으로 늘어난 중국 측의 접근을 차단하기 위해 눈코 뜰 새 없이 일호와 연계하여 발로 뛰고 있었기 때문이다.

“괜찮습니다.”

“전혀 그래 보이지 않는데.”

김태양은 자신의 얼굴을 슥 매만졌다. 그러자 사포질이 안 된 목재를 만지는 것처럼 거친 느낌이 느껴졌다.

딱.

화악!

상혁이 손가락을 튕기자 마나가 김태양의 몸을 부드럽게 휘감고는 사라졌다. 신성력을 이용한 법술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육체와 정신의 피로를 해소해 주는 리프레쉬 마법이었다.

“엇…….”

김태양의 눈이 커졌다. 눈앞의 상혁이 그간의 상식을 무시하는 존재라는 건 자신이 직접 겪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마법을 경험할 때마다 놀라운 건 어쩔 수 없었다.

“감사합니다.”

“그래. 중국은?”

“인천을 통해 들어오는 국가안전부 요원의 수가 다섯 배로 늘었습니다. 솔직히 이제는 슬슬 힘에 부칠 지경입니다.”

김태양은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그것도 국정원 쪽에서 미리 감지하고 검거한 국가안전부 요원을 제외한 숫자다.

일호가 전산으로 수상한 이들을 짚어 내면 김태양과 그 부하들이 그들을 검거하는 방식이었는데 더 이상 국정원 소속이 아니기에 들키지 않도록 은밀하게 움직이는 것이 더 힘들었다.

그러나 지금껏 국정원에서 흑태양파를 한 번도 발견하지 못했다는 건 그들이 얼마나 숙달된 현장 요원인지를 증명해 주는 결과였다.

“고생들 했어.”

기대한 바 이상의 성과를 냈으면 그에 대해 포상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이미 상혁은 자신의 개인 자금을 이용해 흑태양파에 국정원 시절보다 거의 세 배는 많은 봉급을 주고 있었지만 이런 금일봉이 사기를 좌우하는 법이다.

“이, 이건.”

“성과금. 그리고 너희에게 지원하는 장비.”

달그락.

두툼한 봉투 안에 든 것은 굳이 열어 보지 않아도 절로 배가 부르게 만드는 금융치료임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김태양은 그것보다 달그락 소리가 나는 것에 더 관심을 드러냈다.

“마도구라고 한다. 뭐, 마법을 상시적으로 발현할 수 있도록 새긴 도구라고 생각하면 되지.”

상혁이 고개를 끄덕이자 김태양은 봉투 안에 있던 배지 하나를 조심스럽게 손바닥 위에 올려놓았다.

“몸에 착용하는 장신구 형태보다는 배지 형태가 나을 것 같아서 그렇게 만들었다.”

마도구가 화려한 이유는 마법을 새겨 놓기 위해 동력원 역할을 하는 보석을 중심으로 마법진 세공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마법진 세공은 마나를 이용하여 하기 때문에 마나 특유의 푸른빛이 은은히 맴돌기 때문에 마도구를 장신구로 만드는 것을 가나안에서는 가장 선호했다.

“라펠 안에 착용해.”

“예.”

그러나 흑태양파는 양지에서 활동하는 이들이 아니다. 그렇기에 화려한 장신구는 오히려 그들에게 장애가 된다.

그 때문에 상혁이 고안해 낸 것이 옷에 붙이는 브로치, 배지 형태다.

달칵

김태양이 상혁의 말에 입고 있는 정장의 라펠 밑에 배지를 붙였다. 그때 상혁이 손을 들어 올렸다.

[아, 들려?]

“드, 들립니다.”

갑자기 상혁의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울려 퍼지자 김태양이 펄떡 놀랬다. 귀를 통한 육성이 아니라 머릿속에서 목소리가 들렸기 때문이다.

“사정거리는 10km. 음량은 조절 못 해. 하지만 전자기기가 아니니 검색 검문에 들킬 염려는 없지.”

“그게 가능한 겁니까?”

김태양의 눈이 커졌다. 마도구가 지닌 가치를 현장 요원인 그는 한 번에 알아챈 것이다.

“물론 거기 박힌 보석의 동력이 다하면 갈아야 돼. 그러니까 매우 비싼 마도구인 셈이지.”

마나석이나 마정석이 없으니 실제 보석을 이용해야만 했다. 그리고 흑태양파를 위해 제작한 마도구에 들어간 보석들은 불순물이 거의 없는 고가의 보석들이다.

오랜 기간 대지의 압력으로 인해 탄생한 보석의 마나는 불순물이 적을수록 정순했기 때문이다.

“그게 다야. 사정거리를 늘리기 위해서 개조한 거다 보니까 화려함에 비해 실속은 덜하지. 제대로 된 마정석만 있었어도…….”

상혁은 쯧 하고 혀를 찼다. 만약 아주 작은 마정석이나 마나석을 구하기 쉬웠더라면 최소 두 가지 정도의 기능은 더 넣었을 것이다.

그러나 보석으로는 한 가지 마법을 새기는 것이 전부다.

“이 정도로도 충분합니다. 감사합니다.”

하지만 김태양은 대단히 만족했다. 무려 10km에 달하는 교신 거리를 갖춘 통신장비다, 거기에 전기도 먹지 않아 충전할 필요도 없고, 검문에 걸릴 이유도 없다.

걸려도 장신구라고 하면 그만이다.

마법을 모르는 이들이 고작 배지만 보고 그게 마도구일 것이라 의심할 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거추장스러운 인이어 같은 것도 필요 없었다. 현장에서 뛰는 요원에게 상혁의 마도구는 그야말로 보물 중의 보물이다.

그것보다 상혁이 자신들의 노고를 인정해 준 게 더 감동적이었다. 국가는 그들의 헌신에도 그들을 모른 체하고 홀대하기에 바빴기 때문이다.

“부담스러운 눈빛이군.”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맡긴 일이나 차질 없이 잘하도록 해.”

상혁의 말을 김태양은 웃어넘겼다. 괜히 툴툴대는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김태양은 상혁이 준 성과금과 장비를 조심스럽게 자신의 품 안에 챙겨 넣은 다음 상혁에게 말했다.

“한 가지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

“음?”

“미국 측에서 접선해 왔습니다.”

상혁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미국에서 어떻게 알고 흑태양파에 접선을 했다는 말인가. 상혁의 눈이 가늘어지자 김태양이 서둘러 말했다.

“정확히는 저희 흑태양파입니다. 미국에서 저희를 통해 이사장님과 접촉하고 싶어 하는 모양입니다.”

“미국이?”

“예, 제 입으로 말씀드리기는 뭐 하지만, 제가 한때 제법 유명한 정보원이었던지라.”

김태양이 뒷머리를 긁적였다. 국정원에 사표를 낸 김태양이기에 미국에서 접촉한 것이다. 프리랜서인 김태양에게 미국이 먼저 접촉했다는 것은 그만큼 김태양의 실력을 인정한다는 뜻이다.

“어디서?”

“국무부입니다.”

* * *

“중국과 한국이 시끄럽군요.”

짐 제피렐리의 한마디에 대회의장을 한 자리씩 차지한 이들이 헛기침하며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한국에서는 여전히 감감무소식입니까?”

짐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그가 한마디를 할 때마다 모두가 숨을 멈춘 것처럼 조용해졌다. 그 때문에 그의 목소리는 굳이 크게 소리를 내지 않아도 모두의 귓가에서 말하는 것처럼 들렸다.

“…….”

짐의 말에 모두가 대답하지 않자 그가 슬핏 웃었다. 그러자 착석한 이들이 침을 한 차례 꿀꺽 삼켰다.

짐 제피렐리의 저 미소는 그의 내면의 악마가 깨어남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제피렐리 가문.

미국을 양분하는 세력 중 하나인 프리메이슨의 제피렐리 가문은 원탁에 맞서 프리메이슨을 결성한 최초의 가문이었다.

그들의 발언권과 영향력은 프리메이슨의 가문 중 으뜸이었는데 그 이유는 제피렐리가 천조국이라 불리는 최강대국 미국의 국방을 책임지는 군수 기업인 로키드마틴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전의 꽃이라 불리는 군용기이자 최강의 전투기라 불리는 F-16은 미국의 전략 병기로 지정될 정도인 로키드마틴은 세계 최대의 방위산업체로 전쟁을 통해 그들은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

그리고 짐 제피렐리는 바로 그곳의 가주이자 여섯의 장로를 거느린 왕이었다.

군수 기업인 제피렐리 가문은 실질적으로 여섯 명의 장로가 운영하는 기업체에 의해 운영되었는데, 군수 기업이라는 장점을 내세워 PMC와 미국 최대 경호회사인 세인트를 운영하고 있었다.

짐의 한마디에 동원할 수 있는 중무장한 전투 스페셜리스트들의 수는 수천이 넘었고, 실질적으로 그들 모두가 현대전을 수행 가능한 병력이었기 때문에 웬만한 국가 정부를 제외하고는 제피렐리의 무력을 막을 수 없다는 소리도 심심치 않게 나왔다.

그런 제피렐리의 가주인 짐은 역사가 깊은 제피렐리 가문에서도 가장 냉혹하다고 소문난 가주로 그가 웃을 때마다 악마가 깨어나 반드시 피를 본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는 자신에게 불만을 드러냈다는 이유만으로 이라크에 있던 PMC 하나의 50명을 땅에 묻었다.

그런 짐이 웃자 다들 숨죽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한국의 일이 아직도 진전이 없다라…….”

짐의 입꼬리가 씩 올라갔다.

“다들 일을 그딴 식으로 하시는지. 과연 그 자리에 여러분들이 어울리는지 의구심이 드는군요.”

짐의 어조는 부드러웠지만 그 안에 내포된 저의는 싸늘하기 그지없었다. 그의 꾸지람에 여섯 장로는 입을 다문 채 어깨를 부르르 떨었다.

“대한민국? SG? 다 변명에 불과합니다. 열 명을 보내서 해결이 안 됐으면 백 명을 보내세요. 백 명이 안 되면 천 명, 그래도 안 되면 만 명을 보내세요.”

짐은 평온했다. 그러나 그의 말은 과장이 아니었다. 그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라면 만 명, 십만 명이 죽어도 눈썹 하나 깜박하지 않을 사람이었다.

“차세대 TC-01의 가치가 얼만지 아십니까?”

한국 용산 기지의 비밀 연구소에는 제피렐리에서 TC-01이라 붙인 차세대 생화학 무기가 개발 중이었다.

수천 번, 수만 번의 실패를 통해 처음으로 양산에 성공한 TC-01에 들어간 개발비만 무려 5,000억 달러다.

“미래 전쟁은 더 이상 핵에 의존하지 않을 겁니다. 핵을 사용하는 순간 모두가 멸망할 테니까요. 대신 생화학 무기가 새로운 게임 체인저가 될 거라는 거, 다들 아시지 않습니까.”

그래서 5,000억 달러를 들여 TC-01을 개발한 것이다.

“그런데 그걸!”

쾅-!

짐이 분노를 드러내며 테이블을 내리찍었다. 그러자 놀란 여섯 장로가 퍼뜩 고개를 들었다.

“무방비하게 그곳에 남겨 놓은 것도 모자라 소유권마저 다른 곳에 빼앗겼다? 대체 우리 제피렐리에 무엇이 더 필요한 겁니까. 더 많은 돈? 더 많은 사람?”

여섯 장로가 고개를 푹 숙였다. TC-01은 제피렐리의 숙원 사업이다. 극비리에 진행하던 그 프로젝트가 새 나간다는 건 용납할 수 없었다.

“얼마가 들든 상관없습니다. 그곳을 다시 사든, 아니면 SG를 때려 부수는 한이 있더라도 그곳을 확보하란 말입니다! SG그룹의 회장을 잡아 인질극을 벌이든 TC-01을 다시 확보하세요. 만약 또다시 실패했다는 소리가 내 귀에 들린다면.”

짐의 차가운 눈으로 여섯 장로의 목을 슥 훑었다. 그러자 다들 칼날이 목에 들어온 것처럼 어깨를 파르르 떨었다.

“전부 목을 자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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