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쓰레기 먹는 대마법사-162화 (161/249)

쓰레기 먹는 대마법사 162화

162. 다 끝내고 갑시다(2)

앤드류 파커는 맨해튼대학교의 대외협력실 소속이다. 그곳에서 실장급은 아니지만 그래도 촉망받는 간부급이다.

특히 앤드류는 맨해튼대학교 출신으로 자신의 대학교에 대한 자부심이 굉장히 높았다.

미 전통의 명문인 하버드와 스탠포드, 영 전통의 명문인 케임브리지와 옥스퍼드를 맨해튼대가 따라잡는 데 걸린 시간은 고작 30년.

수백 년의 역사를 써 내려온 그 세월을 따라잡는 데 맨해튼대에 필요한 건 고작 30년이라는 시간뿐이었다.

역사가 짧은 대학은 여러모로 무시받기 쉽지만 그 누구도 맨해튼대를 무시할 수 없었다.

작년도 세계 대학 순위에서 하버드와 MIT를 꺾고 1위를 차지한 맨해튼대의 저력은 학계에 가히 태풍을 몰고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상위권 IB 리그 대학의 석좌교수들의 연쇄 이동.

석좌교수들은 그 대학에서 종신 교수직을 보장받은 학계 저명인사들로 그 명예가 대단한 만큼 소속 대학교에서 각종 혜택으로 모신 이들이었다.

어느 대학의 석좌교수란 것은 교수 개인에게도 큰 명예가 됐기 때문에 석좌교수가 그 적을 옮기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러나 맨해튼대는 그걸 가능케 만들었다.

돈.

각 대학의 석좌교수들에게 맨해튼대는 입이 떡 벌어질 정도의 영입자금을 내밀었다.

각 석좌교수 당 무려 10억 달러를 쏟아부은 맨해튼대는 석좌교수들을 릴레이식으로 영입했고 돈의 힘으로 삽시간에 세계 유수의 대학을 뛰어넘는 교수진을 확보했다.

그리고 대학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맨해튼대는 미국 뉴욕시의 맨해튼에 있었다.

콜롬비아 대학, 뉴욕 주립대가 맨해튼을 양분하고 있던 그 균형을 깨뜨리고 맨해튼대학교는 무려 센트럴 파크의 외각을 뉴욕시로부터 양도받아 캠퍼스로 구축하며 맨해튼의 정중앙에 자리 잡았다.

당연히 소유권은 뉴욕시에 있었고, 맨해튼대학교는 그 부지를 임대한 것뿐이다. 뉴욕 시민의 소유인 센트럴 파크 일원을 대학교가 임대했다는 소식에 각계에서 의문의 눈길이 일자 맨해튼대와 뉴욕시는 깔끔하게 계약서를 공개했다.

임대 기한 100년.

임대료 1년에 100억 달러.

그리고 뉴욕시는 맨해튼대에서 받은 임대료 100억 달러를 센트럴 파크의 정비 및 현대미술관과 자연사박물관 등 시에서 운영하는 사업에 모두 투입하기로 결정한 계약서가 공개되면서 여론은 잠잠해졌다.

하지만 그로 인해 사람들 사이에서는 맨해튼대에 대한 여러 가지 낭설이 떠돌기 시작했다.

맨해튼대의 그 말도 안 되는 재력이 러시아 갑부에게서 나온 것이라느니, 일루미나티 같은 비밀 조직이 만든 것이라느니 등등.

그러나 그런 낭설과는 달리 맨해튼대는 막대한 자금을 바탕으로 승승장구하며 어느덧 세계 대학의 트렌드를 이끄는 대학교가 되어 있었다.

그러니 그곳을 졸업한 앤드류는 학교에 대한 애정이 클 수밖에 없었다.

불과 30년 만에 수백 년 동안 이어 온 견고한 학계의 카르텔을 깨부수고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 역사적인 대학교라는 자부심 때문이다.

그리고 실제로 맨해튼대 출신의 미 정계나 재계에서의 존재감이 커지면서 역사가 짧은 맨해튼대에 대한 시선 역시 바뀌고 있었다.

어쨌거나 앤드류는 그런 맨해튼대 대외협력실 소속으로 대한민국에 도착했고 한국대학교를 찾았다.

“작군. 시설도 낙후되었고. 아시아의 대학의 한계는 뚜렷한데, 대체 왜 다시 한국대학교와 결연을 추진하려 하는 것인지 모르겠단 말이지.”

앤드류는 윗선, 그러니까 총장과 이사장의 의중을 읽어 내려고 했지만 그로서는 짐작할 수 없었다.

대체 중국이나 일본도 아닌 이 작은 대한민국의 대학교에 뭐가 있다고 이러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SG그룹 때문인가? 확실히 SG그룹의 자금이라면…… 게다가 최근 분원을 만들려고 다른 곳이 땅을 매입했다고 하던데.”

대학교 간 결연의 목적은 학생들의 교류를 통해 학교의 경쟁력을 높이고 필요한 것은 배우고, 가르치면서 성장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의 청화대나 일본의 도쿄대 같은 세계적으로 저명한 대학교라면 모를까 왜 한국대학교인지 그는 이해할 수 없었다.

SG그룹이 재단으로 있어 한국대학교의 성장 잠재력이 높기 때문이라면 어느 정도 이해할 수는 있었으나 지금 대한민국은 SG그룹으로 시끌벅적했다.

그걸 모를 맨해튼대학교가 아니다.

그럼에도 한국대학교와의 자매결연 추진은 예정대로 진행됐다. 앤드류가 한국에 들어온 것이 바로 그 예다.

“잘 진행되던 결연을 파투 낸 것도 그렇고. 그걸 이제 와서 다시 살리겠다는 것도 그렇고…….”

다른 점이라면 지난번 결연이 파투 날 때는 이사장이 최만금이라는 사람이었다면, 지금은 백상혁이 되었다는 점이다.

“백상혁. 20세. 백성철의 동생인 백성운의 아들로 천애 고아로 자라다가 SG그룹에 들어갔다고 했던가.”

그게 불과 몇 개월 전.

그전에는 평범한 고아로 자라며 먹고살기 위해 고생을 꽤 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스무 살이 된 지 몇 달 지나지 않아 백상혁은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사만다 허드의 약혼자.”

그것도 백상혁이 SG그룹의 로열패밀리가 된 지 몇 달 지나지 않아 터진 뉴스다. 그리고 그 뉴스 이면의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 중 알 사람들은 이미 다 알고 있었다.

글레이저 가문과 사만다 허드의 관계.

그런 사만다 허드와 백상혁의 관계.

윌리엄 글레이저가 한국으로 향했다가 모리조 가문에게 한 방 얻어맞고 두 가문이 거의 전쟁 직전까지 갔다는 것까지.

그리고 심지어 백상혁은 아직까지도 여권도 만든 적이 없었다. 그렇다는 건 사만다 허드를 한국에서 만났다는 것인데, 사만다 허드가 공식적으로 내한한 건 몇 년 전이다.

그때 백상혁은 미성년자였고, SG그룹의 로열패밀리도 아니었다는 것.

달칵.

그때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앤드류는 머릿속을 어지럽히던 복잡한 생각들을 싹 정리하여 밀어 둔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생각보다 더 어려 보이는군.’

백상혁이 그 문을 통해 나타났다. 앤드류는 상혁을 보자마자 든 첫인상을 중얼거렸다. 동양인들이 어려 보인다고 하지만 상혁은 그걸 감안해도 더 어려 보였다.

“미스터 파커?”

“앤드류라고 합니다.”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한국대학교 이사장, 백상혁이라고 합니다.”

상혁이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앤드류는 상혁의 손을 맞잡았다. 그 순간 상혁과 눈이 마주친 앤드류가 흠칫했다. 상혁의 눈빛이 마치 자신의 속을 들여다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시차 적응이 되지 않아 피곤한가.’

눈을 몇 번 깜박거린 뒤 상혁을 보니 그저 자신의 착각에 불과했다. 상혁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앤드류에게 자리를 권했다.

* * *

“지난번 한국대학교와의 자매결연은 모종의 이유로 인해 엎어졌습니다. 갑자기 취소된 일이라 의아해하는 사람이 많았죠. 그런데 갑자기 다시 추진하기로 결정이 난 겁니다.”

“그렇군요.”

“대체 왜 한국대학교일까요.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청화대나 도쿄대가 더 나은 것 같은데 말이죠. 한국이 여러 분야에서 눈부신 발전을 이뤘다고는 하지만 아직 대학 수준에서는 중국이나 일본에 부족한 걸 모를 리 없는데…….”

앤드류는 시시콜콜하게 자신이 말하면 안 되는 것까지 말하고 있다는 것도 몰랐다. 그러나 상혁은 태연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앤드류가 알아서 늘어놓는 말들을 귀담아들었다.

“그리고 대학교 간 자매결연을 하는데 굳이 각 대학의 시설을 이사장과 총장이 견학한다는 것도 유례가 없던 일입니다. 없는 시간을 쪼개서 일정을 만들어야 되는 터라 다들 앓는 소리가 자자합니다.”

“아. 그럼 맨해튼대학교에서는 한국대학교가 이 제안을 받아들이리라 생각하는 모양이죠?”

딱!

상혁이 싱긋 웃으며 손가락을 딱 하고 튕겼다. 그러자 푸른 마력이 상혁의 손가락에서 솟아오른 뒤 앤드류에게로 스며들었다.

별 어려운 마법이 아니었다.

가나안에서는 2서클만 돼도 사용할 수 있는 자백 마법을 사용했을 뿐이다. 아주 약간의 마나나 오러만 있더라도 막아 낼 수 있는 저서클의 마법이었다.

당연히 일반인인 앤드류는 저항할 수 없는 마법이다.

“물론입니다. 솔직히 이 결연으로 인해 이득을 보는 건 한국대학교뿐이니까요. 맨해튼대학교는 실질적인 이득이 없습니다. 그래서 더 의아한 부분이죠.”

상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게서 알아낼 것은 웬만큼 다 알아낸 것 같았다. 상혁은 빙긋 웃으며 그에게 고개를 숙였다.

“이리 상세하게 말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습니다. 미국으로 가겠습니다.”

자매결연을 하기 위해 전제 조건으로 맨해튼대학교에서는 상혁을 미국으로 초대했다. 그리고 상혁은 그것을 흔쾌히 받아들이기로 했다.

누가 보더라도 이 제안 자체가 상혁을 미국으로 부르기 위해 부차적으로 내건 조건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방금 친절한 앤드류가 자신의 입으로 직접 시인까지 하지 않았던가.

맨해튼대학교에는 아무런 실질적인 이득도 없는 제안이지만, 윗선에 의해서 일방적으로 결정이 된 사안이라고.

그것을 듣는 순간 상혁의 머릿속에 몇몇 후보군이 떠올랐다.

‘글레이저, 제피렐리.’

상혁에게 궁금할 것이 많은 두 가문이다. 글레이저는 사만다에 대해서, 그리고 제피렐리는 용산 지하 연구소에서 발견된 생화학 실험물이 각기 있었기 때문이다.

‘고먼.’

그리고 거기에 하나 더.

고먼 가문.

백도현이 미국에서 일어났던 일을 덮은 그 배후에 고먼 가문이 있었다는 것을 백도현이 제 입으로 말하는 것을 들은 상혁이다.

그러니 그 세 가문 중 하나다.

‘어쩌면 셋 다일 수도.’

그쪽에서 먼저 상혁을 초대하겠다는데 가지 않을 이유가 없는 상혁이다. 그때 앤드류가 술에 잔뜩 취하기라도 한 것처럼 횡설수설하기 시작했다.

“감사…… 합니다. 어후, 그러니까 그다음에는…….”

상혁이 그를 보며 빙긋 웃은 뒤 손가락을 튕겼다.

“이런, 시차 적응이 되지 않으신 모양이군요. 많이 피곤해 보이십니다. 일단 한숨 자고 일어나시면 그때 다시 말씀하시죠.”

그와 동시에 마력이 앤드류의 머릿속으로 스며들었다. 그러자 가물거리던 앤드류의 눈이 아예 풀썩하고 감겼다. 눈꺼풀이 너무나도 무거워 더 이상 들고 있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감사합…… 드르릉!”

이내 상혁의 이사장실에서는 코 고는 소리만이 울려 퍼졌다.

* * *

촤라락!!

상혁이 차에서 사만다와 함께 내리자 기자들의 셔터 소리가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렸다. 상혁은 야외라 해가 쨍쨍한데도 기자들이 터뜨리는 플래시 세례에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직업병이에요.”

“직업병이요?”

“네. 플래시가 터져야 마음이 놓인다네요.”

“무슨…….”

사만다는 거의 복화술로 상혁에게 말하면서 키득거렸다. 그러면서 사만다는 상혁의 팔에 자신의 팔을 부드럽게 걸었다.

“이 정도는 괜찮죠?”

“뭐, 네.”

그렇게 고개를 끄덕거린 상혁은 사만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고마워요. 시간을 내줘서.”

“진실이 밝혀지기 전까지는 약혼자 행세를 해야 하잖아요. 그러니까 저도 응당 이 정도는 해야죠. 이곳인가요?”

상혁이 사만다와 함께 기자 앞에 선 것은 최종 낙찰자가 한국대학교로 결정된 용산 부지 때문이다.

SG그룹의 임시회장이 된 백정연이 마무리한 경매 건이지만 마치 이 용상 부지가 상혁의 개인 토지인 것처럼 언론에 알려진 탓에 상혁의 재력에 대한 것이 며칠째 검색 사이트 상단을 기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미군이 주둔했던 용산 부지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다.

환경 단체에서 제기한 것인데 용산 부지의 토양이 심각하게 오염되어 있다는 것 때문이다. 그 위에 대학교 캠퍼스를 건립한다는 것은 학생들에게 악영향이 미칠 것이라는 것 때문에 그에 대한 대처 방안을 촉구하며 며칠째 용산 부지 근처에서 시위가 열렸다.

그게 해결되지 않으면 환경단체의 환경운동가들이 입구 앞에서 드러누워 일어나지 않을 기세였기 때문에 상혁은 사만다를 특별 게스트로 모신 오늘 이 자리에서 일종의 쇼를 할 생각이었다.

사만다와 함께 기자 앞에 섰다는 것만으로 상혁의 지금부터 할 말은 한 자 한 자가 모든 화제성을 씹어먹으며 그 존재감을 드러낼 것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100일.”

상혁은 캠퍼스 조성을 결사반대하는 환경운동가를 불러 놓고 당당하게 외쳤다.

“100일 후에 다시 이곳의 토양오염도를 검사하시죠. 그때도 개선의 여지가 없다면 기꺼이 캠퍼스 조성에 대한 계획을 취소하지요.”

촤라라락!!

상혁의 폭탄 발언에 기자들의 셔터가 벼락 치는 듯한 소리를 내며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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