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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먹는 대마법사-153화 (152/249)

쓰레기 먹는 대마법사 153화

153. 마법의 극의(3)

화아아악!

상혁의 손에서 피어난 마나가 마법진 안으로 스며들었다. 혈관에 푸른 피가 도는 것처럼 마나석을 중심으로 상혁의 손에서 일어난 마나가 태동하기 시작했고, 이내 점멸하던 마나석이 푸른색으로 물들었다.

“일어나라, 서번트.”

상혁을 중심으로 푸른 마나가 소용돌이쳤다. 서기로 물든 상혁의 마나안은 태동하기 시작한 마나석의 마나가 상혁의 마나를 자양분 삼아 모든 회로에 골고루 마나가 순화하기 시작한 것을 확인했다.

“성공이군.”

오른 눈의 서기가 사그라졌다. 상혁의 마나안은 마법사에게 있어 거의 치트키 수준이다. 본래 서번트 같은 마법이나 마법진은 구동한 뒤 제대로 작동하는지 반드시 후실험을 거쳐야만 하지만 상혁에게는 그 절차가 필요 없었다.

상혁은 오른쪽 눈가를 문질렀다. 마나안을 오래 썼기 때문인지 눈가가 뻐근했다. 그렇게 손가락으로 둔중한 통증이 느껴지는 눈가를 문지르며 상혁은 피식 웃었다.

“살 만하다는 소리지.”

이 정도에 통증을 느낀다는 것 자체가 살 만하다는 소리다. 가나안에서 상혁은 이틀 내내 마나안을 유지한 적도 있었다.

물론 그 후유증으로 하마터면 실명을 당할 뻔했지만, 그러면서도 그때는 이게 아프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결국 살 만하니 겨우 이 정도에 눈이 아픈 것이다.

그때는 아득바득 살아야만 했으니까.

상혁의 옆으로 시커먼 인체 관절 로봇이 몸을 일으켰다. 백정연을 통해 알게 된 박사에게 부탁해 실제 구현 여부와 관계없이 만들어 달라고 해서 받았다.

큰 자금이 들어갔지만 일호가 만들어 둔 비자금이 생각 보다 빵빵했다.

‘투자의 귀재였나?’

학습을 시작한 일호는 상혁에게서 자금을 받아 주식에 뛰어들었다. 그러고는 야수의 심장을 지닌 것처럼 과감하게 투자하면서도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뺄 때는 확실하게 뺐다.

그렇게 해서 낸 수익률이 10,000퍼센트를 돌파했다.

10억을 투자해 1,000억을 벌어들인 것이다.

‘아무리 장이 좋았다고 해도 그 정도로 벌어들인 건 기록적인 수치 아닌가?’

물론 일호가 투자했을 시기의 장이 좋기는 했다. 주식을 하지 않으면 바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호황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10,000퍼센트의 수익률을 올린 건 기록적이다. 물론 일호는 단순 주식 투자만 아니라 선물옵션까지 과감하게 다양한 분야에서 투자를 진행했다.

어쨌거나 그 1,000억 덕분에 상혁은 부담 없이 인체 관절 로봇을 박사에게 부탁할 수 있었다. 인체는 합금으로 만들어 가벼우면서도 단단했고, 관절도 십만 번 이상을 움직여도 고장이 나지 않는 기술로 만들었다.

그렇게 해서 이호가 탄생했다.

“이호.”

[네. 마스터.]

이호가 상혁의 앞에 부복했다. 상혁은 고개를 돌려 일호를 쳐다봤다.

“일호. 네 지분이 절반 이상이다.”

“과찬이십니다, 마스터. 제 모든 것은 마스터의 것입니다.”

일호는 고개를 꾸벅 숙였다. 상혁은 피식 웃었다. 그래도 이호에게는 최초의 후임이 생긴 셈이다. 상혁이 손에서 실 같은 마나를 풀어내면서 이호를 감쌌다.

“형상 변환.”

스스슥!

이호의 외형이 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나가 사그라들자 이호는 완연한 사람의 모습으로 변했다.

“마스터를 뵙습니다.”

“한결 낫군. 일호.”

“예, 마스터.”

일호와 일호는 기본적으로 다르다. 서번트는 본래 마스터의 명령에만 따른다. 그들은 자율적인 판단을 내릴 수 없다.

일호는 그런 이호 앞에 옷을 내려놓았다.

“옷을 입어라.”

“예, 마스터.”

상혁의 말에 이호는 옷을 집어 들었다. 이호가 옷을 입고 일호 옆에 서자 상혁은 손뼉을 쳤다.

“형제 같군.”

일호와 이호는 비슷하지만 미묘하게 달랐다. 이호가 일호보다 더 어린 외모다. 둘이 형제라는 설정 때문이다.

“일호, 모든 것을 가르쳐라.”

“예, 마스터.”

상혁이 이렇게만 명령을 내려도 일호는 자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었다. 상혁은 이호에게 말했다.

“일호에게 모든 것을 배워라.”

“명령을 받듭니다.”

이호는 고개를 꾸벅 숙였다. 일호가 이호를 데리고 난 뒤 상혁은 자리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켰다.

“으그극.”

루페를 뺀 뒤 상혁은 뚜둑거리는 몸을 이리저리 돌리며 굳은 관절과 근육을 풀었다. 눈의 통증은 어느새 사그라졌다.

“바쁘네. 애들이 있어도 시킬 수가 없으니 원.”

어느새 상혁의 주변에는 많은 이들이 모여들었다. 그렇지만 여전히 상혁은 바빴다. 저택 바깥으로 나온 상혁의 몸이 어둠 속으로 녹아들었다.

“오늘은 어디부터더라?”

* * *

“아니, 무슨 귀신을 쫓고 있는 것 같지 않습니까?”

“귀신?”

“아니, 그렇잖아요. 모습은 보이지 않는데 흔적만 남기니까.”

“허튼소리.”

사수와 부사수로 보이는 형사 두 명 중 한 명이 머리를 벅벅 긁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둘 다 답답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어제는 한얼, 오늘은 영향. 그리고 그전에는 차례대로 고려, 한국, 백제였죠?”

“그래.”

그들은 지금 두레일보 근처에서 잠복 중이었다. 지난 일주일간 각 신문사 정치부, 경제부를 누군가 침입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출동한 경찰은 모두 다 빈손으로 돌아왔다. 침입한 흔적이라고는 보안 장치가 저절로 열린 것밖에는 없었기 때문이다.

“대체 뭘 놓고 간 걸까요?”

“내가 알아? 신고자가 절대로 밝힐 수 없다고 하는데.”

“홍길동일까요?”

“차라리 마법이라고 해라.”

두 형사는 빵 봉지를 부욱 뜯었다. 그러고는 후배가 빵을 우걱거리고 한 입 뜯은 뒤 우유를 들이켜고는 말했다.

“그런데 대체 어떻게 한 걸까요?”

“글쎄다.”

선배 형사도 도통 모르겠다는 듯 인상을 찌푸렸다. 만약 신고자들이 신고하지 않았더라면 이 사건은 절대로 드러나지 않았을 것이다.

“모든 보안 장치가 자동으로 해제되거나 고장 났어. CCTV는 회로가 모두 타 버렸다고 하고, 자물쇠나 잠금장치를 걸어 놓은 곳도 안에서 열어 준 것처럼 풀렸으니까.”

“진짜 마법 아닐까요?”

후배가 선배를 보면서 눈을 반짝였다. 그러자 선배가 한심하다는 눈으로 후배를 쳐다봤다.

“마법?”

“왜, 마법으로 막 잠긴 문 풀고. 감시카메라 같은 건 전기 마법으로 지지고…… 악!”

“너, 내가 게임 그만하라고 했지.”

“악! 선배! 구레나룻!”

선배가 쥐고 있던 후배의 구레나룻을 놓았다. 그러자 후배가 손으로 비비면서 선배를 도끼눈으로 쳐다봤다.

“아 진짜! 한 가닥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아시면서.”

둘 다 30대. 풍성하던 머리가 슬슬 비어 갈 때가 됐다. 그 때문에 선배는 손에 잡힌 후배의 구레나룻 몇 가닥을 슥 흘리면서 오히려 뻗댔다.

“그러니까 마법 같은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라고. 그나저나 정신이나 똑바로 차려. 오늘 여기로 온다.”

옆에서 후배가 ‘게임이 아니라 소설’이라며 투덜대는 소리가 들렸지만 선배는 눈을 돌리지 않았다.

그리고 그 직후 선배와 후배가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잠에 빠져들었다.

“마법이라.”

상혁, 아니 마법으로 다른 사람의 얼굴로 변장한 상혁이 차에 기댄 채 피식 웃었다.

“맞췄네.”

형사는 그냥 한 말이겠지만 어쨌든 맞춘 셈이다. 상혁은 손가락을 튕겨 블랙박스도 깔끔하게 태워 버린 뒤 두레일보로 향했다.

“여기까지 가면 발행 부수와 조회 수가 가장 높은 10위 언론사까지는 도는 거니까.”

무려 일주일이나 걸렸다. 상혁이라고 해서 시간이 무한대인 것은 아니라 밤에만 움직일 수 있어 제약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경제부와 정치부에 백도현의 치부를 가져다 놓는 일은 전혀 어렵지 않았다.

파지직!

덜컹!

철컥!

상혁의 걸어가는 길을 막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CCTV는 보이는 즉시 회로를 태워 버려 모두 다 정지시켰고 보안 장치는 해제하였으며 잠긴 문은 언락 마법으로 풀어 버렸기 때문이다.

상혁은 경제부와 정치부에 백도현의 인체 실험 일지를 뿌렸다. 그러고는 어둠 속으로 스며들면서 눈으로 호선을 그렸다.

“칼춤을 누가 먼저 추는지 지켜볼까.”

칼춤을 누가 먼저 출 것인가. 칼자루는 쥐여 줬으니 그걸 누가 먼저 뽑는지가 관건이다. 아마 눈치 싸움이 대단할 것이다.

“어, 일호.”

그때 상혁이 일호의 의념을 받고는 고개를 들었다. 일호와 흑태양파를 통해 가동한 감시망이 효과를 발휘했다.

“인천공항으로 들어왔다고? 겁대가리도 없는 놈들이네. 아니면 대한민국을 우습게 봤거나.”

제피렐리.

그곳에서 입질이 왔다.

* * *

“백이혀어어언!!”

콰앙!

백도현이 내던진 핸드폰이 TV 화면을 깨뜨리면서 바닥에 떨어졌다. 박정철은 그의 옆에서 입을 다물고는 숨소리도 내지 않으려 애를 썼다.

한얼일보.

그곳에서 의혹이라면서 낸 신문 기사가 삽시간에 모든 포털사이트의 헤드라인을 장식했기 때문이다.

모든 내용이 이니셜로 표기되어 있었지만 백도현은 그걸 보는 순간 그것이 자신을 지칭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백이현.

자신의 형이 먼저 움직인 것이다.

“비서실장.”

“예, 사장님.”

“우리만 당하고 있을 순 없습니다. 논란은 논란으로 덮어야 하는 법이지요. 백이현의 약점, 푸세요.”

“사장님.”

박정철은 그런 백도현을 말리려고 했다. 결국 그렇게 일이 흘러가면 모두가 피해를 보게 되기 때문이다.

당장은 논란을 논란으로 덮을 수는 있어도 결국 나중에는 그것들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

하지만 백도현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렇게 하세요. 내가 시키는 대로.”

“예, 사장님.”

백도현의 의지는 굳건했다. 아니, 백도현은 자신을 말리려는 박정철을 살기 어린 눈으로 쳐다봤다. 반박은 용납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의지였다.

“전쟁입니다. 백이현이 먼저 시작한 전쟁이에요. 여기서 조금이라도 머뭇거리는 순간 떨어져 나가는 것은 내 목입니다.”

그러면서 백도현은 자신의 정장 상의를 챙겼다.

“회장님을 뵙겠습니다.”

백성철에게 바짝 고개 숙여 엎드린 이유, 이럴 때를 위해서다. 백성철은 엘릭서 때문에라도 자신을 버리지 못한다.

백도현은 백이현과의 전쟁에서 승리해야만 했다. 비록 그것이 상처뿐인 승리라고 해도, 이번 전쟁에서 승리하면 자신은 자신의 목적을 이룰 수 있을지도 모른다.

SG그룹의 차기 회장.

어차피 전쟁을 먼저 시작한 것은 백이현이다. 그 때문에 오히려 명분은 백도현에게 생겼다. 백도현의 두 눈이 야망으로 번들거렸다.

* * *

“여기가 대한민국인가?”

인천공항을 통해 선글라스를 쓴 외국인 세 명이 빠져나왔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영락없이 관광객들로 보일 그들의 진짜 정체는 제피렐리 가문 소속의 특작대다.

제피렐리가 부수라면 부수고, 폭파하라면 폭파하는 제피렐리 가문의 은밀한 그림자들. 그들이 한국에 온 이유는 간단했다.

제피렐리 가문이 글레이저와 손을 잡고 한국에서 추진하던 비밀 연구소를 폭파시키고 그곳에 남은 제피렐리의 모든 흔적을 지울 것.

부수고, 파괴하는 그 모든 것이 그들의 장기였다.

“움직이지.”

그 세 명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을 위해 제피렐리에서 준비한 자동차가 있었다. 가문에서 이르기를 모든 장비가 그 안에 있을 것이니 그 장비를 이용하라는 명령이 내려왔다.

드르륵.

세 명은 자연스럽게 공항 주차장에서 승합차 한 대를 찾았다. 그리고 그 안에 올라탄 셋은 승합차 안에 마련된 장비를 확인했다.

“DPRK가 어디지?”

“북한.”

“하. 구하기 힘든 걸 구하셨군. 이 정도 증거면 우릴 의심하진 못할 것 같은데?”

승합차 안에는 그들이 착용할 장비와 함께 폭발물이 실려 있었다. 그리고 그 폭발물에는 그것이 북한 생산품임을 증명하는 직인이 찍혀 있었다.

그렇게 그들은 목적지로 출발할 준비를 마쳤다. 그들의 목표는 지금부터 4시간 이내 임무를 완수하고 돌아가는 비행기에 탑승하는 것이다.

턱.

부아아앙!

시동을 걸고 액셀을 밟았다. 그런데 운전대를 잡은 특작대원 하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액셀을 밟았는데 엔진만 소리를 냈지 정작 차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뭐야?”

그런데 차가 고장 난 것이 아니었다. 특작대원은 자그마한 체구의 여자가 차를 손바닥으로 막고 있다는 것을 보고는 두 눈을 크게 떴다.

사람이 차를 막다니.

아니, 차가 막히다니.

그때, 차를 막은 여자인 붉은 머리의 일영이 고개를 들어 무표정하게 운전석에 앉은 특작대원을 바라봤다.

그리고 잠시 후.

공항의 주차타워 앞에 세워져 있던 트럭과 트레일러가 출발했다. 그러나 승합차는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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