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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먹는 대마법사-152화 (151/249)

쓰레기 먹는 대마법사 152화

152. 마법의 극의(2)

이창엽이 지난 몇 년간 매일 같이 출근했던 비서실이다. 하지만 요새 들어 그 비서실이 너무나도 낯설어졌다.

그리고 오늘 이창엽은 보고차 비서실에 들렀다가 분위기가 평소와 다르다는 것을 눈치챘다. 하지만 이창엽의 눈길을 동료들이 슬그머니 피했다. 김대엽의 지시일 것이다. 비서실의 정보가 이창엽을 통해 상혁에게 흘러 나갈지도 모른다는 것 때문이다.

‘이 정도면 거의 남 취급 아닌가.’

김대엽의 능력을 의심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는 인간미가 없었다. 그는 비서실의 비서들을 도구 그 이상도, 그 이하로도 보지 않았다.

자신이 명령을 내려 이창엽을 보냈으면서도 혹시나 이창엽을 의심해서 그러한 지시를 내린 것을 보면 알 수 있었다.

‘대체 숨길 것이 뭐 그리 많다고.’

속으로 중얼거린 이창엽이 자신의 동기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그러고는 파티션에 턱을 걸치고는 똑똑 두드렸다.

“강 비서님.”

“네 강인혁…… 야, 뭐야!”

강인혁이 이창엽을 보고는 반가운 표정을 지었다. 이창엽이 그런 강인혁에게 바깥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커피 한잔?”

“좋지. 안 그래도 아침에 커피도 못 마셨는데.”

강인혁은 바깥으로 나와 이창엽이 사준 커피를 받아 들고는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팍팍한 월급쟁이의 삶에 아침에 한잔하는 아메리카노는 소소한 행복이다. 그리고 살기 위해서라도 카페인을 섭취해야 한다.

쭈으읍!

강인혁은 단박에 아메리카노를 반을 훅 들이켰다. 그러고는 살겠다는 듯 목을 벅벅 긁었다.

“고맙다 야. 역시 동기 사랑 나라 사랑인가? 모래 삼킨 것처럼 까끌거렸는데.”

강인혁의 눈 밑은 시커멨고 두 눈은 충혈되어 있었다. 어젯밤을 새웠거나 한두 시간밖에 못 잤다는 증거다.

그에 반해 이창엽의 피부는 보송보송했다. 격무에 시달리던 비서실을 나가 상혁을 보좌하는 건 워라밸이 확실했다.

“넌 좋아 보인다.”

“그래?”

“피부도 좋고. 잠도 많이 자는 모양이네. 그리고 살도 좀 찐 것 같은데?”

강인혁이 투 턱을 만들어 보이며 킬킬거리며 웃었다. 이창엽은 그런 강인혁을 향해 어깨를 으쓱했다.

“그런데 비서실 분위기가 왜 저래. 실장님은 어디 가셨고.”

“아, 맞다. 오늘 너 정기 보고 하는 날이지. 정신 좀 봐. 요새 비서실이 엄청나게 바쁘다.”

강인혁의 눈에 경계의 빛이 스쳐 지나갔다. 이창엽에게 말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유능하기에 상혁의 감시역을 맡게 된 이창엽이다.

이창엽은 모르쇠로 일관하며 말했다.

“용산 기지 낙찰 때문에?”

“어? 어. 맞아. 그것 때문에도 바쁘지.”

용산 기지에 한국대학교 분원 캠퍼스를 올리겠다는 상혁의 목표는 백성철이 대신 처리해 주기로 했다.

그리고 당연히 백성철이 하고자 한 건 비서실에서 나서야 한다. 게다가 한두 푼 드는 사업이 아니니 자금 마련부터 시작해 경매까지 신경 써야 하는 것이 한둘이 아니다.

“그럴 줄 알았어. 어디 할 일이 한두 가지냐? 환경 기금도 조성해야 한다면서. 그런 걸 아무에게나 맡길 수 없으니 아예 재단 하나를 만들어야 할걸?”

환경 기금을 조성하는 건 그냥 회사원이 가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적어도 관련 분야의 전문가를 섭외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SG에서 일을 맡길 수 있는 전문가가 그냥 하늘에서 뚝 떨어질 리 없으니, 아마 정신없이 움직여야만 할 것이다.

“그래야지. 후우. 쉽지 않다 정말.”

“우리 이사장님 덕분에 너만 고생하네. 미안하다.”

“미안하긴. 그런데 이사장님은 어떤 분이시냐?”

강인혁이 궁금하다는 듯 이창엽에게 물었다. 그때 이창엽의 레이더가 발동했다. 강인혁은 순수한 자신의 궁금증인 것마냥 하고 있었지만 그게 연기라는 것을 이창엽은 눈치챘다.

“우리 이사장님?”

이창엽은 모른 척 흐뭇하게 웃었다.

“능력 있는 분이지.”

“능력 있다고?”

“응. 스무 살인데 스무 살 같지 않지. 회장님이랑 담판을 지어서 분원을 짓겠다고 하시고, 주드 포터와 오디션을 연다는 게 아무나 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

“그건 그렇지.”

상혁이 SG그룹에 입사한 이후 보인 모습은 하나같이 비범한 모습뿐이다. 특히 이창엽의 정기적인 보고를 받는 비서실에서는 더 상세한 정보를 보고 받았기 때문에 그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무엇보다 눈이 즐거워.”

“눈?”

“어. 경호원 김일영 씨.”

“그분 이름이 김일영이야?”

“어.”

상혁이 데리고 다니는 전투 골렘, 아니 일영은 그룹 남직원들 사이에서 인기 폭발이었다. 당장 연예계에 진출해도 배우들 뺨을 여러 번 후려칠 수 있을 만한 미모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그룹 홍보실에서는 김일영을 홍보 모델로 쓰자는 의견까지 나왔을 정도다.

이창엽이 음흉하게 클클 거리면서 웃자 강인혁은 그런 이창엽을 힐끗 쳐다봤다.

‘전향하려는 기색은 보이지 않는군.’

강인혁이 김대엽에게 받은 지시는 단 하나다. 이창엽을 관찰하여 그가 상혁에게로 전향하려 하는지 확인하라는 것.

하지만 대화를 나눠 본 결과 그런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근데 오늘 비서실 분위기는 왜 뒤숭숭한 건데?”

“아, 그거?”

강인혁은 이창엽에게 이 정도는 말해 주기로 했다. 앞으로 이창엽을 지속적으로 관찰하려면 어느 정도 주고받는 것은 있어야 했기 때문이다.

“누군가 은밀히 그룹주를 매수하고 있는 모양이야. 누군지 알아내야 한다는 것 때문에 아침부터 실장님이 불려 올라가셨고.”

“아.”

강인혁은 그에게 이걸 함구해야 한다고 단단히 당부했다. 이창엽은 걱정하지 말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근데 나 그거, 누군지 알 것 같다.”

“네가 그게 누군지 안다고?”

“어. 실장님한테 오늘 말씀드리려고 한 거랑 연관이 있는 것 같거든.”

* * *

김대엽은 이창엽과 독대했다.

“수고했다.”

“아닙니다.”

이창엽은 상혁의 동태를 보고했다. 그 보고가 꽤 상세하다는 건 이창엽이 제 일에 열심이라는 뜻이다. 김대엽은 그런 이창엽을 치하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보고드릴 게 있습니다.”

“그룹주 매입과 관련된 정보인가?”

이창엽이 강인혁에게 말한 것이 벌써 김대엽의 귀에 들어간 모양이다. 이창엽은 고개를 끄덕였다.

“예.”

이창엽은 품속에서 사진 한 장을 꺼냈다. 며칠 전 일상사에서 찍은 사진으로 그 사진에는 백이현과 몇몇 외지인들이 찍혀 있었다.

“백이현 사장이 이사장님을 일상사도 초대하셨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나온 이들입니다.”

“누구지?”

“중국인들입니다.”

상혁은 김대엽에게 백이현이 중국의 자본과 손을 잡으려고 한다고 알리라고 했다. 백이현과 백성철을 싸움을 붙일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중국인?”

아니나 다를까 김대엽은 미끼를 물었다. 상황이 딱 맞아떨어진 것도 다 노린 것이다. 그 자리에 있던 상혁이 다 들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이창엽을 움직였기 때문이다.

“라먼 헤르텔의 임원입니다.”

“라먼 헤르텔!”

김대엽의 눈이 커졌다. 이창엽의 말에 살이 점점 붙었고 그것이 딱 하나의 그림으로 완성된 순간이다.

라먼 헤르텔이라는 이름 앞에서는 김대엽도 긴장할 수밖에 없다. 미국의 저력 있는 투자회사는 한 번에 움직일 수 있는 자금이 SG를 넘어서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라먼 헤르텔은 명확하게 공식적으로 드러난 중국 자본이었다.

“라먼 헤르텔이 일상사에서 백이현 사장과 은밀하게 만남을 가졌다는 것과 그룹주 매입이 은밀하게 시작됐다는 게 우연일까요?”

“…….”

결국 백이현이 움직인 것이다. 적어도 김대엽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게 아니고서는 이렇게 딱 맞아떨어질 수 없다.

김대엽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회장님께 보고드려야겠군. 고생 많았다. 이번 건은 내 이름을 걸고 네게 보상을 해 주마.”

“감사합니다, 실장님.”

이창엽은 공손하게 고개를 꾸벅 숙였다. 그가 한 것이라고는 상혁이 하란 대로 한 것뿐이다. 그런데 모든 것이 착착 맞아떨어졌다.

이창엽으로서는 상혁이 한자리에 앉아 천 리 바깥의 일까지 조종하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김대엽은 서둘러 다시 회장실로 향했다. 그리고 홀로 덩그러니 남은 이창엽은 주변을 휘휘 둘러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이런 숨 막히는 곳은 내 체질이 아니야.”

* * *

“백이현이 움직였고. 백성철도 그걸 알아채는 건 시간문제겠고.”

후으읍!

상혁은 전기집진식 필터를 통해 모인 공기 중의 오염 물질을 흡수했다. 그러고는 흡수되고 남은 물질을 깔끔하게 태워 버린 뒤 옆에 시립 한 채 가만히 서 있는 일호에게 말했다.

“오디션도 예선이 진행되고 있다고 했나?”

“예, 마스터. 차질 없이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선호 변호사와 주드 포터는 충분히 유능하기 때문에 잘하겠지. 조진만도 오는 즉시 그쪽으로 붙여.”

“예, 마스터.”

파운드리 사업부의 조진만도 합류 예정이었다. 부서 이동 공시는 꽤 예전에 떴지만 이제야 인사이동이 이뤄지고 있었다.

거기에는 다 노림수가 있었다.

“전아영은…….”

신입사원 연수를 뒤늦게 마친 전아영이 뒤늦게 상혁 쪽으로 인사이동이 결정됐기 때문이다. 정확히는 파견이다. 백도현이 전아영을 파견으로 상혁에게 보내기 위해 시간을 끈 덕분에 조진만도 이제야 합류하게 된 것이다.

“학교로 보내지.”

“예, 마스터.”

백도현이 전아영을 이용한 이유는 간단하다. 상혁을 공략하기 위해서다. 아마 뒷조사로 상혁이 온양에서 짧게 지내는 동안 전아영과 가까운 관계였다는 것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자. 그럼 이제 내가 할 일은 두 가지야.”

“어떤 것입니까?”

“6서클. 그리고 백도현.”

백이현과 백성철이 맞붙으려 하고 있었다. 두 거물이 맞붙으니 그 여파만으로도 주변이 시끄러워질 것이다. 그렇다는 건 백도현을 처리하기 딱 좋은 기회라는 뜻이다.

“그 전에 일호. 입국하는 외국인들 명단 잘 살펴봐.”

“제피렐리라 불리는 가문에서 오시리라 생각하시는 겁니까.”

“당연하지. 지하 실험실을 만든 이유가 있을 거 아니야. 그대로 놔두면 들키는 건 시간 문제일 테고. 숨기고 싶은 게 많을수록 조급해지는 법이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일호는 고개를 꾸벅 숙였다. 그러나 일호가 모든 것을 알아낼 수는 없었다. 미국의 군수를 책임지는 제피렐리 가문이라면 글레이저처럼 신분을 위조하거나 다른 방식으로 입국하는 방법은 수백 가지에 이를 것이기 때문이다.

“흑태양파를 붙여 주지.”

“감사합니다, 마스터.”

“조만간 이호, 삼호도 붙여 줄 테니 기다려. 거의 완성 단계니까.”

“예.”

상혁은 그간 꾸준히 서번트를 만드는 작업을 진행했다. 그래서 서번트 이호, 삼호가 거의 완성 단계에 있었다.

“마나석이나 마정석이 더 있으면 좋을 텐데.”

아쉽다면 그게 아쉬웠다.

“마나석이나 마정석과 유사한 것이 있는지 조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일호가 컴퓨터를 다루는 수준은 이제 웬만한 전문가 수준이다. 일호가 획득한 학습 능력은 일호를 전문가보다 훨씬 뛰어난 컴퓨터 실력을 갖추게 해 주었다.

“그래. 세계가 만들어 낸 것이라면 어딘가 있을 법하지.”

마나석과 마정석은 가나안의 개념이다. 하지만 세계의 의지가 퀘스트 보상으로 준 것이라면 그와 유사하거나 흡사한 것이 또 다른 곳에 존재할 수 있다는 소리다.

“그리고 백도현.”

상혁이 씩 웃었다. 손이 근질거렸다. 당장이라도 백도현을 나락으로 떨어뜨리고 싶어 안달이 난 상태였다.

그러나 복수는 기다릴수록 더 뭉근하게 끓여져 진국이 되는 법이다.

“한국에서 백도현은 아주 깨끗해. 그렇지?”

“예. 적어도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을 일은 저지르지 않았습니다.”

백도현 개인은 적어도 한국에서는 별다른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다. 그 스스로가 어릴 적부터 스스로의 행적을 관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백도현에게는 이미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다.

“인체 실험의 증거가 있으니까.”

그게 있는 이상 백도현은 결코 상혁의 손에서 벗어날 수 없다. 게다가 상황까지 아주 탐스럽게 무르익었다.

“백이현이 움직였을 때 이게 터진다면 백성철은 백이현을 의심하겠지.”

상혁도 그것에 대해서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진 못 할 것이다. 상혁은 버튼을 누르자 다시 작동하며 먼지를 걸러내는 필터를 보며 즐겁다는 듯 중얼거렸다.

“어디 우리나라 언론이 얼마나 더러운지 한번 걸러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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